심각한 상태에 이른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을 생물공학기술로 씻어낼 수 있다. 이 방법은 마치 보약처럼 생태계에는 거의 부담을 주지 않는다.
우리 인류는 지구상에서 과학기술문명을 발전시켜 풍요하고 편리한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산업의 발전이 가속화됨에 따라 과거에는 심각하게 느끼지 못했던 공해문제가 전 지구적 문제로 등장하게 되고, 금년에는 브라질에서 유엔환경 개발회의가 개최되기에 이르렀다.
우리의 환경보존에 대한 의지를 뒷받침해 주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과학기술이다. 과학기술의 힘으로 환경을 보존하기 위하여는 환경오염 방지 및 처리기술 청정기술 환경제품 생산기술 환경영향평가기술 환경관련질병의 진단과 치료기술 등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학문분야는 생물공학 화학공학 환경공학 의학 등이다. 이중 생물공학은 아직 많은 부분이 개발단계에 있으나 그 잠재력은 매우 커서 이제는 해결은 생물공학을 빼놓고 환경문제의 해결을 논의할 수 없게 되었다.
슈퍼버그를 만들고
폐수 속에 있는 유기물을 처리하지 않고 방류하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뻔하다. 폐수는 하천을 따라 내려가므로 하천에 존재하는 미생물이 폐수 속에 함유된 유기물을 먹고 증식하게 된다. 물론 물속에는 물고기도 있고 수초도 있으나 미생물의 증식속도가 상대적으로 훨씬 빠르기 때문에 시간이 경과하면 미생물의 수가 급속히 증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보통상태에서 산소의 물에 대한 용해도는 10ppm 정도)가 다 소모돼 산소가 부족하게 된다. 따라서 물고기는 죽게 되고 결국 강은 썩어가게 마련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항에 물고기 먹이를 많이 넣어주면 물이 뿌옇게 되면서 물고기가 수면에서 숨을 쉬는 현상과 동일한 것이다. 물이 뿌옇게 된 것은 미생물의 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며, 산소가 부족해 물고기가 수면으로 모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물이 깨끗하지 않으면, 다시 말해 즉 물속에 유기물질의 양이 많아지면 이에 비례해 산소를 많이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물속 유기물질의 양을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biochemical oxygen demand)으로 나타낸다. BOD가 높으면 물속에 유해성분(유기물질)이 많다는 의미다. 폐수속에 유기물질이 소량 존재하면 물속의 미생물이 유기물질을 분해하는데 이때 산소가 그다지 소모되지 않으므로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렇게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물속의 유기물질이 분해되는 것이 바로 자연의 정화작용이다.
이러한 자연의 정화작용을 본따, 먼저 인공적으로 만든 바이오시스템(biosystem)에서 폐수를 깨끗하게 정화한 뒤 방류하도록 하는 것이 생물학적인 폐수처리의 기본원리다.
폭기조(aeration tank)라고 부르는 장치에 폐수를 담고 여기에 산소(공기)를 불어넣으면 미생물이 유기물질이라는 먹이를 먹으면서 번식하게 된다. 이어서 미생물과 폐수의 혼합액을 다음 단계의 침전조로 보내어 미생물을 완전히 침전시킨 다음 물을 방류하면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다. 침전된 미생물을 다시 폭기조로 이송해 유기물질을 계속 먹어치우도록 하는데 여기서 미생물의 군집을 활성오니(activated sludge)라고 부르며 이러한 방식의 폐수처리방법을 활성오니 공정이라고 한다.
유입되는 폐수의 유기물질중에 만약 페놀 등과 같은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다면 미생물이 활동에 저해를 받아 번식하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 폐수처리가 제대로 되지않은 상태에서 방류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처리를 잘 할 수 있을까. 두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하나는 미생물이 성장하는 폭기조에 독성물질이 유입되기 전에 독성물질을 탐지해 제거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과산화수소 등을 첨가, 독성물질을 무독성 물질로 변환시킨 후 폭기조에 투입하면 된다.
다른 하나는 독성물질에 견디내거나 독성물질을 분해할 수 있는 강력한 미생물을 폭기조에 투입하는 것이다. 강력한 미생물을 얻는 방법으로는 여러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예컨대 과거에는 자연적으로 내성(耐性)이 생기도록 유도하거나 내성이 생긴 미생물을 선별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전공학적인 방법으로 페놀과 같은 독성물질을 분해시킬 수 있는 유전자를 미생물에 넣어주는 방법을 이용, 소위 슈퍼버그(superbug)를 만들고 있다.
중금속 먹는 클로렐라
일본의 어느 공장에서 유기수은이 포함된 폐수를 바닷가에 방류했는데 그로부터 20년이 경과한 후에 집단적으로 괴질이 발생했다. 그 원인을 조사해 보니 유기수은 중독으로 밝혀졌다. 이것이 유명한 미나마타병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다에 버린 유기수은이 사람 몸속에 들어와 질병을 일으키게 되었을까. 바다 속에서 자라고 있던 플랑크톤과 해초가 유기수은을 섭취한 뒤 그 유기물을 분해해 자신의 성장에 이용했다. 이때 수은은 자연스럽게 이들의 세포내에 남게 되었다. 유기물질은 궁극적으로 세포내에서 분해되지만 수은과 같은 중금속은 분해되지 않고 축적된다.
플랑크톤은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사람은 이 물고기를 섭취함으로써 그곳사람들 몸 속에 다량의 중금속이 축적됐던 것이다. 만약 중금속이 체내에 소량 들어오면 우리 몸에 있는 방어메커니즘이 작용, 소위 금속단백질을 합성하는데 이것이 중금속과 결합함으로써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게 된다. 그러나 중금속의 양이 일정한도를 초과하게 되면 몸이탈을 일으킨다. 이때 중금속은 세포내에서 효소의 작용을 방해해 질병을 일으키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다.
현재 중금속이 포함된 폐수를 처리하는 방법으론 서너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첫째 폐수의 PH를 알칼리성으로 조절하면 용해도가 낮아져 수산화 중금속이 침전하게 되므로 중금속을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폐수 속의 시안이온과 같은 다른 물질이 침전을 방해하기 때문에 폐수처리효율이 낮고, 다량의 침전물이 발생해 매립 등 후처리(後處理)에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두번째 방법은 이온교환수지를 이용, 중금속을 수지에 부착시키는 방법이다. 이때 중금속 이외에 칼슘이온 마그네슘이온 등이 존재하면 경쟁적으로 수지에 부착하게 돼 처리효율이 떨어지며, 전기투석 등의 방법이 있기는 하나 처리비용이 많이 들어 거의 채택하지 않는다.
최근 자연에서 중금속이 순환되는 과정을 이용, 중금속 폐수를 처리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금속은 미생물 속에 있는 금속결합단백질과 쉽게 결합하며 미생물의 세포벽에도 잘 흡착된다. 특히 클로렐라와 같은 녹조류의 세포벽에 중금속이 잘 흡착되므로 클로렐라를 이용하면 중금속을 제거할 수 있다.
클로렐라를 다공성 입자에 부착시킨 다음 클로렐라가 부착된 입자를 반응기에 충전시킨다. 이러한 것을 생물반응기(bioreactor)라고 하는데 이 생물반응기에 중금속이 포함된 폐수를 통과시키면 중금속은 입자에 부착되므로 중금속이 없는 물만을 방류시킬 수 있다. 더이상 중금속이 부착되지 않으면 폐수의 유입을 중단시키고 화학약품을 생물반응기에 가해 중금속을 입자로부터 분리시켜 다시 회수할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면 지하수 및 수도물 속의 중금속을 제거할 수 있으며, 폐수 속의 값비싼 중금속을 회수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이온교환방법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 등지에서 활발히 시도되고 있는데, 여기에 미생물이 중금속을 제거하는 또다른 자연의 법칙을 적용시키면 처리효율이 더 높은 고도의 중금속처리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클로렐라는 흔히 우주식량으로 알려져 있다. 성장시 공기중의 탄산가스(${CO}_{2}$)를 이용하므로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기여한다. 또 클로렐라를 잘 배양하면 세포내에 디젤유(油) 성분의 기름을 축적하기도 하며, 비타민과 같은 중요한 정밀화학제품도 얻을 수 있는 매우 귀중한 미생물중의 하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비료를 뿌리고 농약을 사용해야만 농작물을 병충해로부터 보호할 뿐더러 많은 수확을 올릴 수 있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다. 우리가 사용한 농약과 비료가 다 식물체에 흡수되거나 병충해를 막는데 사용되고 환경에는 이무런 피해를 주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실제로는 사용되지 않은 비료와 분해되지 않은 농약이 지하수로 스며들거나 하천으로 유입돼 생태계를 파괴시킨다. 특히 농약은 농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며 농약이 잔류된 곡식 및 과일 등을 먹으면 암이 유발될 수도 있다.
농약을 필요악인 문명의 도구로 받아들이고 참아야 하는 것인가. 농약의 피해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역시 자연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예를 들어 미생물은 위기에 처하면 독성물질을 주위에 분비, 다른 미생물의 침입을 막는다.
탁솔의 탁월한 항암효과
그 대표적인 예로는 곰팡이가 분비하는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를 들 수 있다. 또 다른 예는 고초균(Bacillus균)이 분비하는 단백질이다. 따라서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 또는 고초균의 단백질을 대량생산하면 농약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같은 농약은 이미 시판되고 있다.
항생제농약은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만 B.T.로 알려진 고초균이 생산해내는 단백질은 해충은 죽게 하지만 인체에는 해가 전혀 없기 때문에 무공해농약이라고 불린다. 몇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미생물을 이용해 무공해 농약을 생산, 실제 농업에 사용하고 있다. 물론 화학적으로도 무공해농약을 만들 수 있지만 쉽지 않다. 수만년 동안 지구환경에서 살아남은 자연생태계를 연구하면 우리 생활에 유용한, 그리고 자연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할 수 있다. 또 길가의 산과 들에서 자라는 이름모를 수많은 풀들도 나름대로 곰팡이 등으로부터 자기를 지키며 살고 있다. 이들을 잘 연구하면 무공해농약 뿐아니라 항암제 등과 같이 유용한 제품을 많이 얻을 수 있다.
식물은 외부의 적인 곰팡이 등의 침입에 대비해 여러가지 방어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예컨대 나무에 상처가 나면 곧 송진 등의 수액이 나와, 나무가 다른 질병에 감염되지 않도록 감싸고 있다. 주목(yew)이라는 나무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에서 관상용으로 많이 키우고 있는 이 나무는 성장이 매우 느리기 때문에 외부의 침입에 대비해 단단한 나무껍질을 갖고 있다. 또 껍질부위에서 탁솔(taxol)이라는 물질을 분비, 나무 내부세포들을 보호하고 있다.
미국의 국립보건원(NIH)에서는 약 20년 동안 1만여종의 식물로부터 유효한 성분을 탐색한 결과, 주목에서 추출한 탁솔이 여성의 암에 특효약임을 알아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목의 수는 제한돼 있다. 나무를 베어서 환자를 치료하는데 필요한 성분을 얻기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중의 하나는 화학적 합성방법이나 탁솔의 구조가 너무 복잡해 화학적으로 합성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 또 다른 대책을 꼽으면 주목의 세포를 배양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이 방법을 활용해 탁솔을 생산한다는 목표 아래 장기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암도 따지고 보면 우리의 식생활 약물남용 대기 및 수질오염으로부터 비롯된 환경문제가 그 주원인이다. 항암제를 개발하는 것은 환경오염에 기인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항암제의 개발시에도 생물공학의 기술은 핵심기술이 된다.
우리는 자연을 바라 볼 때 '자연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라는 과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동시에 '그 자연의 지혜를 우리 인류의 복지를 위해 또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라고 공학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자연의 신비를 탐구하는 것이 생물학(biology)의 본질이라면 자연현상과 생명현상을 인류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생물공학(biotechnology)이다. 그중에서 특별히 환경보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것이 환경생물공학(environmental biotechnology)이다. 생물공학기술은 21세기를 주도할 기술이다. 그중에서 환경생물공학은 우리가 살고있는 단 하나뿐인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현재와 미래의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