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어선을 타던 존은 배 창고의 통기구멍을 응용한 각설탕 포장지를 만들어 미국 각설탕이 세계를 지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발명에도 방법이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방법을 알면 손쉽게 할 수 있다. 발명도 예외가 아니다.
첫번째 방법은 '더하기 발명'이다. 시멘트(㉠)와 모래나 자갈(㉡)과 물(㉢)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도 ㉡도 ㉢도 각각 특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하면 새로운 발명인 콘크리트가 되는 것이다.
더하기 발명이란 '물건+물건', '방법+방법'이 그 전부다. 그것도 새로운 물건과 방법이 아닌 이미 나와있는 물건과 방법들을 서로 더하면 되는 손쉬운 방법이다. 그것이 무슨 발명이냐고 비웃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하기 만으로도 첨단발명을 할 수 있다.
자동온도조절장치인 바이메탈은 팽창률이 서로 다른 두개의 금속판을 더해 만들어진 것이다. 또 카메라와 현상처리기구를 더해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발명되었으며, 압전소자(壓電素子)에 의한 발화기구와 가스분출장치가 더해져 가스라이터가 발명됐다.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다. 세탁기도 초기의 것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고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러나 타임스위치 탈수장치 나아가서는 건조기 등이 더해져서 오늘날처럼 편리하게 됐다.
더하기 발명사례 중 가장 돋보이고 흥미로운 것은 30여년전 일본 나가모리전기회사 연구팀에 의해 세상에 나온 '전등을 부착한 드라이버'.
드라이버라면 당시만해도 나사못을 풀고 조이는 작업에 초점을 맞춘 것이 고작. 그러나 실제로는 기계 속 구석지고 어두운 곳에 박혀있는 나사못을 만져야 할 경우가 많았다. 문제점이 드러나자 연구의 과제도 분명해졌다.
'기계속 어두운 구석까지 드라이버가 닿아야 한다. 이 문제를 산뜻하게 해결할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지만 쉽사리 얻어질 것으로 믿었던 구체적 아이디어는 좀체로 떠오르지 않았다.
나가모리사의 연구팀들은 현장을 찾아 나섰다. 현장 기술자들이 과연 어떤 노하우를 살려 작업을 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기술자들은 손전등으로 구석구석을 비추며 끙끙대고 있었다.
'그래, 드라이버에 손전등을 더하면 만사 해결이다.'
연구팀은 드라이버 자루를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대체하고 그 속에 전지와 꼬마전구를 넣은 다음, 자루끝을 렌즈형으로 만들어 전구에서 나온 빛이 드라이버 끝에 집중 투사되도록 고안해냈다. 새 드라이버는 생산 즉시 시원시원하게 팔려나가 팬암항공사를 비롯, 일본항공 스칸디나비아항공 일본 방위청 등 국내외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매출액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생산 개시 2년도 채 못돼 나가모리전기회사는 힘들이지 않고 중견기업 리스트에 올랐다. 3천여건의 발명을 해 '한국의 에디슨'으로 불리우는 신석균씨의 발명품중에도 '머리핀+라디오=머리핀 라디오'라는 것이 있다. 신씨는 이 발명품으로 뉴욕국제발명전에서 준대상을 수상했다.
편지봉투 시장 석권한 투명 셀로판 봉투
더하기만 발명이 아니다. 놀랍게도 빼기도 발명이다.
어울리지 않는 표현일지는 모르겠으나 사람은 맹장을 떼어내야 더 건강하고, 기업은 필요없는 부서를 없애야 발전한다. 발명도 그와 마찬가지다.
시멘트 블럭에는 2, 3개의 구멍(공간)이 있다. 이는 구멍없는 블럭보다 빼낸 공간만큼의 재료가 절약됨은 물론 더욱 가벼우면서 수명까지 더 길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일본의 다지마 준조(田島順三)제작소는 4칸짜리 회전문을 3칸 회전문으로 바꿔 생산해서 큰 돈을 벌었다. 3칸 회전문은 4칸 회전문에 비해 재료도 적게 들지만 큰 물건을 가지고도 드나들 수 있어 여간 편리한 게 아니었다.
빼기 발명은 대부분 공간내기와 구멍뚫기가 대중을 이루고 있는데 그 사례를 살펴보면 하나같이 흥미롭고 익살스러운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일본의 후쿠이에는 주전자 뚜껑에 뚫은 구멍 하나로 돈과 명예를 동시에 얻었으며, 미국의 캐리한은 내용물에 찍힌 수신인의 주소 및 이름이 투명 셀로판을 통해 들여다 보여 봉투에 수신인의 주소 및 이름을 다시 타이핑하지 않아도 되는 투명 셀로판 봉투를 발명해서 하루아침에 백만장자가 될 수 있었다. 이 봉투는 수신인 주소 및 이름 쓰는 부분을 직사각으로 오려내고 그 부분에 투명 셀로판을 붙인 것이 전부. 그러나 세계 각국의 요즘 상업용 우편물이나 우체국의 전보 등을 보면 모두 이 봉투를 사용해 타이핑 인력을 반으로 절감하고 있다.
바늘구멍 하나로 20만 달러의 상금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바늘구멍 뚫은 각설탕 포장'의 발명가인 미국의 청년 존이 화제의 주인공. 존의 직업은 원양어선의 창고 관리인이었다.
1958년 미국 아메리카 슈가사에서는 각설탕 포장에 대한 현상모집에 나섰다.
각설탕은 2㎤정도의 크기로, 쉽게 녹아 물엿과 같은 상태가 돼버리기 때문에 해상운송은 물론 장거리 육상운송도 어려웠던 실정.
20만달러라는 현상금에 너나 할 것없이 응모하여 엄청난 양의 아이디어가 들어왔다. 그러나 문제점을 해결하기에는 모두 미흡해 도저히 채택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존이 회사로 찾아와 아이디어를 가져왔으니 사장을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워낙 허름한 차림인지라 직원들은 존을 미친사람으로 생각하고 쫓아내려했다. 그러나 존은 결사적이었다.
"꼭 사장을 만나야 합니다."
회사내가 떠들썩하자 사장이 나타났다.
"무슨 일이요?"
사장은 짜증스럽게 직원들을 나무랬다. 순간, 존은 재빨리 주머니 속의 각설탕 포장을 꺼내 사장 앞에 내밀었다.
"사장님, 만족할만한 아이디어를 가져왔습니다. 자세히 보십시요. 포장에 바늘구멍이 뚫려있지요. 이것이 제 아이디어입니다."
사장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존은 물러서지 않았다.
"사장님, 저는 원양선을 타는 선원입니다. 한번 배를 타면 3개월은 걸리죠. 이 각설탕과 포장은 사장님 회사의 제품으로 3개월동안 항해를 마치고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처음 상태 그대로이지 않습니까?"
순간 사장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아니, 어떻게?"
"원양선 창고속의 물건은 통기창문이 있어 썩지 않지요. 바로 그 원리입니다."
사장도, 직원들도 모두 수궁이 가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존! 훌륭하오. 이 포장의 바늘구멍이야말로 우리 회사의 장래를 보장할만하오. 20만 달러와 함께 그대를 우리회사 연구원으로 채용하겠소."
바늘구멍 하나가 존의 출세는 물론 미국 각설탕이 세계를 지배하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성냥갑 고안으로 빌딩수위가 재벌돼
발명은 모양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산업재산권(특허)은 특허·실용신안·의장·상표 등 4가지로 분류되는데, 모양은 여기서 의장에 해당돼 8년동안 독점권(특허는 15년, 실용신안은 10년, 상표는 10년. 이후 10년씩 갱신등록 가능)을 행사할 수 있다.
4각 모양의 물건을 3각 또는 원모양으로 바꿔 더욱 아름답고 편리하게 했다면 그것도 발명(고안)으로 인정돼 의장등록 받을 수 있다. 몇년전 삼각형 꽃병을 처음 만든 일본의 다케오는 의장 하나로 세계 꽃병시장을 지배했다. 다케오는 원형을 삼각형으로 바꾸었을 뿐이었다.
세계적인 만년필 황제로 불리었던 파카의 만년필도 직각형 만년필대를 유선형으로 바꾼 의장 하나에서 시작됐다. 또 미국의 페인타부부는 병뚜껑이 부실해 상한 소다수를 먹고 식중독으로 고생한 다음 왕관을 닮은 병뚜껑을 만들어 세계적인 발명가가 될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사이다 콜라 맥주 소주 등 음료수병에 두루 사용되고 있는 왕관형의 병뚜껑이 바로 그것이다.
성냥갑의 변형으로 억만장자가 된 사람도 있다.
빌딩 수위였던 일본 사람 쓰즈이는 의장사(史)의 불사조로 손꼽히는 인물.
도쿄올림픽이 준비되고 있을 무렵, 일본 전역에는 판촉물 개발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값싼 물건으로 회사와 상품을 홍보하려는 기업들의 극성도 대단했다. 이름 있는 기업들은 현상금까지 내걸고 아이디어를 모집했고, 이 분위기에 힘을 얻은 시민들도 아이디어 짜내기에 고심했다.
쓰즈이도 예외가 아니었다. 쓰즈이는 새로운 판촉물 개발에 운명을 걸기로 결심했다. 1주일에 3일만 근무하면 되므로 시간도 충분했다.
'판촉물이라면 값이 싸고, 모든 사람의 필수품이어야 하는데….'
끙끙 앓다가 담배 한대를 피우려는 순간 쓰즈이는 무릎을 탁 쳤다. 성냥갑을 발견한 것이다.
'그렇다. 성냥갑이다.'
이날부터 빳빳한 종이를 구해 성냥갑을 만들기 시작, 하루에도 4, 5개의 성냥갑을 만들었다. 2단형 반달형 맥주병형 8각형 원통형…. 새로운 모양의 성냥갑이 만들어질 때마다 그의 희망도 그만큼 부풀어 올랐다. 1백여종의 성냥갑중 50여개를 골라 의장출원도 마쳤다.
마침내 그가 만든 맥주병형의 성냥갑이 쓰즈이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일본 굴지의 맥주회사가 올림픽을 겨냥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홍보용 판촉물로 쓰즈이의 성냥갑을 채용해 준 것.
이어 나머지 성냥갑들도 꾸준히 팔려나가 쓰즈이가 벌어들이는 로열티만도 연간 1천만엔을 넘어섰다. 뒤늦게 많은 사람이 성냥갑의 변형을 시도했으나 대부분 이미 쓰즈이가 의장출원을 마친 것이라 허사가 되고 말았다.
발명가가 되려면 우선 더해보고, 빼보고, 모양을 바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