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들은 우리가 보는 것과는 다르게 운동한다. 그 이유는 관측자가 위치한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하기 때문이다.
천구의 이치를 깨닫는 과정은 놀라울 만큼 체계적이어서 2월호에 연재된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독자는 이 글 또한 이해할 수 없다. 차츰차츰 어려워지는 전개과정에 유의해 자기가 어디까지 소화했는지 점검해주기 바란다. 천구는 2월호 (그림1)처럼 관측자를 기준으로 정의되고 또한 2월호 (그림3)처럼 지구를 기준으로 정의될 수도 있음을 알았다. 앞에서 정의된 용어가 지평선과 천정이었고 뒤에서 정의된 용어가 천구의 두 극과 적도였다. 문제는 이 두가지 정의를 어떻게 합하느냐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구위 여러 지점에 위치한 관측자의 입장을 중심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관측자의 위도는 흔히 그리스 문자 φ(파이)로 나타낸다. (그림1)에서 알 수 있듯이 적도는 φ=0°로 정의되며 북반구는 0°<φ<90°, 남반구는 -90°<φ<0°값을 갖는다. 물론 북극은 φ=90°, 남극은 φ=-90°로 정의된다.
(그림2)에는 북극(φ=90°)위의 관측자에 대한 천구가 그려져 있다. 이미 강조 했듯이 천구의 반지름은 무한대(∞)이기 때문에 그림에서 지구의 크기를 무시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음에 유의하자. 북극위의 관측자에 대해 천정은 천구의 북극과, 지평선은 천구의 적도와 각각 일치하게 된다.
(그림3)에는 적도(φ=0°)위의 관측자에 대한 천구가 그려져 있다. 이 경우 남점과 북점은 각각 천구의 북극, 천구의 남극과 일치함을 그림에서 알 수 있다. 천구의 적도는 천정과 정동, 정서 방향을 지나는 대원이 된다. 따라서 천구의 적도는 지평선과 수직으로 교차한다. 천구의 두극과 천정을 지나는 대원을 자오선이라고 한다. 즉 자오선은 하늘을 동반구와 서반구로 가르는 선이 된다. 자오선은 북극 또는 남극위의 관측자의 입장에서는 무수히 많음에 유의하자.
(그림4)에는 북반구(0°<φ<90°)상의 관측자에 대한 천구가 그려져 있다. 자오선은 (그림3)에서와 똑같이 정의된다. 이 경우 관측자에 대한 천구의 북극고도는 φ와 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그림5)처럼 이해할 수도 있다. (그림2)(그림3)(그림4)를 이해하는데 관측자가 적도위로부터 북극쪽으로 여행함에 따라 천구가 (그림3)→(그림4)→(그림2)처럼 차차 변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더 쉬울 것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남극(φ=-90°)위, 남반구(-90°<φ<0°)위의 관측자에 대한 천구도 그려 보자.
천구에 박혀있는 천체들
지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하므로 천구는 상대적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하루에 한번 회전하게 된다. 천구의 일주운동이란 바로 이러한 상대적 운동을 말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해 달 별들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현상을 보아왔기 때문에 각 천체들이 천구에서 운동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즉 천구(하늘)는 그대로 있는데 천체들이 제각기 움직이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말이다. 바로 이 점이 천구의 일주운동을 이해하는데 결정적 장애가 된다.
이제부터는 해 달 별과 같은 천체들이 천구에 '박혀'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즉 천체들은 천구에 단순히 '박혀'있는데 천구가 일주운동을 하느라고 동쪽에서부터 서쪽으로 하루에 한바퀴씩 회전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구상의 여러 곳에 위치한 관측자에 대한 천구의 일주운동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그림2)(그림3)(그림4)속에 있는 지구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돌려보자.
(그림6)에는 북극 위의 관측자에 대한 천구의 일주운동이 그려져 있다. 그림에서 금방 알 수 있듯이 북극 위의 관측자에 대해 천구 위의 별들은 뜨거나 지는 일이 없이 천구의 북극(천정)을 중심으로 회전운동을 한다. 회전방향은 관측자가 천정을 올려다 보았을 때 시계 반대 방향과 같음에 유의하자. 즉 북극 위의 관측자에 대해 태양은 여름날 (그림7)과 같이 이동한다. '북극에서 떠오르는 별' '북극으로 지는 태양'과 같은 표현은 천문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남극 지방의 관측자에 대해서도 천체들이 뜨거나 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별들은 이 경우 천정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회전한다.
(그림8)에는 적도 위의 관측자에 대한 천구의 일주운동이 그려져 있다. 그림에서 역시 알 수 있듯이 적도 지방의 관측자에 대해 천구위의 별들은 동쪽에서 직각으로 떠서 서쪽으로 직각을 이루며 진다. 이는 물론 지구의 자전축이 관측자의 지평면 위에 누워 있기 때문이다.
북반구 지방에 위치한 관측자에 대해 별들은 (그림9)에서 알 수 있듯이 비스듬히 뜨고 지게 된다. 이때 별들이 뜨고 지는 궤적은 지평선과 90°-φ의 각도를 유지한다. 예를 들어 북위 37°인 서울 지방에서 볼 때 별들은 지평선과 53°의 경사를 이루며 뜨고 지는 것처럼 보인다.
(사진1)에 우리나라에서 촬영된 별들의 운동 궤적을 촬영한 사진이 게재돼 있다. 이러한 사진은 카메라의 조리개를 연 상태에서 장기간 노출을 주었을 때 얻게 된다. 학생들은 별들이 '비스듬히' 뜨고 진다는 사실을 이러한 관측을 통해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북반구 지방에 위치한 관측자에 대해 북극성(천구의 북극) 주위의 별들은 (그림6)에서와 마찬가지 이유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전운동을 하게 된다. (그림9)에서 알 수 있듯이 회전운동을 하는 별들은 천구의 북극에서 각거리가 φ보다는 적게 떨어져 있는 별들, 즉 적도좌표계를 이용하면 δ>90°-φ인 별들이다. 이러한 별들을 주극성이라고 부른다. 별들의 시운동에 관해서는 4월호에서 다시 한 번 정리할 예정이다.
(사진2)는 북극성 주위의 별들의 궤적을 (사진1)과 마찬가지로 촬영한 사진이다. 천구의 일주운동은 하루(24시간)에 1바퀴(3백60°)회전하므로 별들은 1시간에 15°를 회전한다. 따라서 (사진2)와 같은 별들의 궤적 사진은 별들이 몇 도를 회전하였나 재봄으로써 거꾸로 노출시간을 추정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별들이 사진에서 30°를 회전한 것처럼 찍혀 있다면 노출시간은 두시간이 되는 것이다. 남극(φ=90°)이나 남반구(-90°<φ<0°)의 관측자에 대한 천구의 일주운동도 함께 생각해 보자.
매일 4분씩 일찍 뜬다
지구는 자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1년에 한번씩 태양을 공전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구의 공전에 따른 천구의 상대적 운동이 있게 된다. 이 운동을 우리는 천구의 연주운동이라 부른다.
지구는 1년(약3백65일)동안 태양을 1바퀴(3백60°)공전하므로 궤도상에서 약 1°를 움직이게 된다(그림10). 따라서 어젯밤 자정에 남중했던 별은 오늘밤 자정에 남중하지 않고(그림10)에서처럼 반드시 서쪽으로 약 1° 치우쳐 있게 된다.
이는 물론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시각이 별이 아니라 태양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오'라는 말은 태양이 하루 중 가장 높이 솟아있는 시각을 보편적으로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자정'이란 (그림10)에서와 같이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관측자의 반대편에 있는 '한밤중'을 의미한다.
별들이 매일 서쪽으로 1°씩 치우쳐 간다는 말은 별들이 매일 1°만큼 동쪽에서 일찍 떠오른다는 말과 같음에 유의하자. 지구의 자전을 기준으로 보면 1°의 각거리는 약 4분에 해당된다(앞서 1시간은 15°에 해당됨). 즉 천구의 연주운동은 별들을 매일 약 4분씩 더 일찍 뜨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각거리 1°는 매우 작기 때문에 연주운동의 영향은 며칠 사이에는 표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몇 달 후에는 이것이 누적된 결과 밤하늘의 별자리를 완전히 바꾸게 된다. 예를 들어 가을밤 자정 중천에 잘 보이던 별들도 석달 뒤 겨울이 되면 약 4분×90=3백60분=6시간이나 빨리 떠서 자정 무렵에는 서편 하늘 낮게 떠 있거나 곧 지게 된다. 따라서 겨울밤 자정 중천에는 새로운 겨울철의 별자리들이 수를 놓게 된다. 이것이 잘 이해되지 않으면 2월호(그림6)을 다시 봐 주기 바란다.
익힘문제
*맞으면 O표, 틀리면 X표 하시오(명시가 안돼 있으면 우리나라 관측자를 기준으로 한 것임)
1. 북극 위의 관측자에 대해 천구의 적도와 지평선은 일치한다.( )
2. 남극 위의 관측자에 대해 천구의 적도와 지평선은 일치한다.( )
3. 적도 위의 관측자에 대해 천구의 적도는 천정을 지난다.( )
4. 적도 위의 관측자에 대해 천구의 적도는 지평선과 직교한다.( )
5. 북반구 위도 Φ인 지점에서 북극성의 천정거리는 대략 90˚-Φ가 된다.( )
6. 북반구 위도 Φ인 지점에서 천구의 북극고도 h는 -Φ가 된다.( )
7. 남반구 위도 Φ인 지점에서 천구의 남극고도 h는 -Φ가 된다.( )
8. 남극위의 관측자에 대해 별들은 천정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전한다.( )
9. 적도 지방의 관측자에 대해 별들은 언제나 수직으로 뜨고 진다.( )
10. 별들은 매일 약 4분씩 늦게 뜬다.( )
11. 춘분점은 매일 약 4분씩 늦게 뜬다.( )
12. 3월 15일 자정에 남중했던 별은 3월 30일 자정에는 자오선에서 서쪽으로 약 15˚ 치우쳐 있다.( )
13. 3월 30일 저녁의 (문제12) 별은 3월 15일 저녁보다 약 15분 정도 일찍 뜬다.( )
14. 태양은 매일 약 4분씩 일찍 뜬다.( )
익힘문제 해답
1 O 2 O 3 O 4 O 5 O 6 X 7 O 8 X 9 O 10 X 11 O 12 O 13 X 14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