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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1조번 처리속도」새기술 공개

90년대 세계컴퓨터시장 석권 장담하는 「싱킹머신」사

싱킹머신사에서 제조한 1천24개의 노드를 가진 수퍼컴퓨터


1981년 MIT 인공지능연구실의 마빈 민스키 교수밑에서 연구하던 한 학생은 이렇게 불평했다.

"현재의 컴퓨터는 너무 느려. 이 기계에 아무리 많은 지식을 집어넣어도 금방 멍청해져버린단 말이야." 그는 수천개의 프로세서들을 연결시켜 컴퓨터의 이런 단점들을 해결한다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그로부터 10년 후 다니엘 힐리스는 4백50명의 종업원을 가진 '싱킹머신'(Thinking Machines)사의 사장이 돼있다. 그리고 10년전에 제안한 그 개념에 따라 세번째 제품을 내놓았다. 힐리스는 이 컴퓨터가 인공지능을 실현하는데 충분한 속도와 용량을 가진 것으로 믿고 있다.

CM-5라 불리는 커넥션머신(connection-machine)의 최상위기종 성능은 테라플롭스급(초당 1조 부동소숫점처리속도)이다. 현재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의 성능이 20기가플롭스(초당 2백억 부동소숫점처리속도)정도이므로 이보다 50배 가량 빠르다.

힐리스는 지난해 10월 이 기계의 모델을 공개했는데 아직 테라플롭스성능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설계방식에 따라 프로세서 노드(nod)수를 1만6천개까지 증가시키면 테라플롭스급 속도를 안정적으로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싱킹머신사는 아직 이 기계의 가격을 매기지 못했다. 이 컴퓨터는 아마 테니스장 크기의 방을 가득 채울 것이다. 32개의 노드로 된 CM-5의 가격이 1백50만달러, 8천개의 노드가 2천만달러에 팔리고 있다.

1987년에 첫 발표한 제품과 마찬가지로 싱킹머신사는 이번 제품에 병렬처리 기술을 사용했다. 병렬처리란 수많은 컴퓨터 프로세서가 많은 문제를 동시다발적으로 풀어내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 설계된 방식은 주흐름을 병렬처리로 컴퓨팅하고 보조장치로 IBM 기계를 이용한다. 싱킹머신사는 이러한 연구에 이미 IBM과 손을 잡고 있다. 히타치 후지쓰 일본 전기 등 일본 삼총사에 대항하기 위해 IBM은 싱킹머신의 신기술을 비장의 무기로 활용하려는 속셈이다.

병렬처리기술에는 SIMD(하나의 명령이 내려지면 여러 프로세서가 독립적으로 데이터들을 처리해가는 방식)와 MIMD(프로세서들이 여러 명령을 복합적으로 처리해가는 방식) 두진영으로 나눠져 있었다. 힐리스는 종전에 SIMD방식을 고집했다. 그러나 이번 제품에서 그는 SIMD와 MIMD 두방식을 교묘하게 절충했다. 독립적으로 작동하던 노드들은 필요할 때마다 상호 연결된다. 사람에 비유하면 한꺼번에 1만가지나 다른 일을 하는 셈이다.

발표한 지 한달만에 싱킹머신사는 CM-5 4대를 주문받는데 성공했다. 힐리스는 자신의 장담을 고객들 앞에 증명해보일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CM-5가 해결해야할 첫번째 문제는 소프트웨어로 보인다. 커넥션머신의 구조가 해마다 바뀌어 왔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들이 미처 이 발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싱킹머신의 경쟁사인 매스파사의 제프리 칼은 "산업적으로 직면할 단순하면서도 심각한 문제는 소프트웨어개발"이라고 지적했다.

싱킹머신사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IBM과 제휴를 맺은 것이다. IBM의 신용을 담보로 고객들을 설득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IBM3090 대형컴퓨터에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들을 CM-5에 접합시키려는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커넥션머신으로 90년대 컴퓨터산업계를 석권하려는 힐리스의 야심이 60년대의 세이모 크레이(슈퍼컴업체 크레이사의 창시자), 70년대의 스티브 좁스(애플사의 설립자)처럼 화려하게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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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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