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길잡이 별
여름철의 대삼각형은 가을을 시샘하듯 여전히 서쪽하늘에 머물고 있다. 남쪽 하늘에는 페가수스 사각형이 높이 떠 있고 외로운 가을별 포말하우트는 그 남쪽 지평선 위에서 반짝인다. 페가수스와 북극성 사이엔 W자 모양의 카시오페이아가 자리하고 있다. 그 동쪽으로는 페르세우스와 마차부 자리가 은하수 별무리의 끝부분에 묻혀 있는 것이 보인다. 자정이 가까워 오면서 동쪽 지평선 위로는 오리온과 쌍둥이가 떠오를 것이다.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은 북쪽 산등성이 아래로 꼬리를 감추고 있다.
이달의 행성
금성/새벽에 사자자리에서 보인다. 초순에는 -4.3등급으로 빛나며 8일경에 레굴루스를 통과하고 17일에는 목성을 지난다. 이달 말에는 처녀자리와의 경계선 근처에서 찾을 수 있다.
화성/태양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아침 햇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내년1월에나 새벽하늘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목성/사자자리에 있으며 밝기는 -1.4등급이다. 17일에 금성과 만난다.
토성/염소자리에서 0.7등급으로 빛난다.
이달의 유성우
연중 가장 작은 유성우 중의 하나인 오리온자리 유성우가 매년 10월 오리온자리와 쌍둥이자리 근처에 나타난다. 10월 21일 경이 이 유성우의 극대치인데 매 시간당 대략 20개 정도의 유성을 볼 수 있다. 오리온자리 유성우의 특징은 움직임이 빠르고 꼬리를 별로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보기 위해서는 충분히 어두운 하늘이 필요하다. 5월의 물병자리 유성우와 같이 이들은 유명한 헬리혜성을 모혜성으로 가진다. 오리온자리 유성우의 복사점은 고도가 낮아서 자정 이후에야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21일 복사점이 정남쪽에 오는 시간은 새벽4시30분 경이다.
바람이 서늘해지고 사람들 가슴 속에 가을이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밤하늘의 모습도 여름의 화려한 축제 분위기와는 달리 무척 차분한 감을 준다. 산등성이마다 물들기 시작한 가을색에선 원숙미가 느껴지고 은은한 밤별들의 미소에는 새로운 계절의 포근함이 담겨 있다. 이제 길어진 밤동안 별을 헤는 마음으로 서서히 한해의 결실을 준비해야 겠다.
기상청의 자료에 따르면 10월이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에 구름이 제일 적은 달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충청지방을 거쳐 전라도까지 별밤을 맞이할 수 있는 가능성은 50% 이상이다. 요즘이 우리나라의 많은 지역에서 밤하늘을 보기에 가장 좋은 때이지만 저녁 하늘은 생각만큼 멋진 별밤을 보여주진 못한다. 앞의 별지도를 보면 이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단지 하나의 1등별 포말하우트만이 남쪽 하늘에 보인다. 그러나 자연은 지상의 아름다움으로 하늘의 허전함을 보충해 준다. 풀벌레의 울음소리와 철새들의 지저귐은 가을밤의 분위기를 한층 높여 줄것이다.
살찐 별자리
자 이제 별지도를 보면서 이 달의 별자리를 알아 보기로 하자. 은하수가 서쪽 하늘로 옮겨가면서 여름철 별들의 뒷부분은 밝은 별들이 보이지 않아 매우 쓸쓸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런 느낌도 잠시이고 동남쪽 하늘 위로 2등별과 3등별로 이루어진 커다란 사각형의 페가수스자리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하늘을 나는 천마(天馬) 페가수스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의 가장 대표적인 별자리로 가을의 말답게 매우 살찐 큰 별자리다. 특히 페가수스의 몸체에 해당하는 사각형(페가수스 사각형이라고 부름)은 가을 하늘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가을의 다른 별자리를 찾는 데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 별자리의 전반적인 모습은 밝은 별들로 이루어진 사각형에 약간 덜 밝은 별들이 연의 꼬리처럼 연결돼 있는 것이다. 다만 특이한 것은 천마의 허리 윗부분만이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하늘을 박차고 힘차게 날아가는 페가수스의 모습은 날개를 만드는 별들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그럴듯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페가수스자리에서 주목할 것은 이 별자리의 동쪽 별들이 적경(하늘의 경도) 0h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페가수스 사각형의 동쪽 변을 북쪽으로 연장하면 카시오페이아 자리의 끝별을 지나 북극성에 이르게 되고, 남쪽으로 연장하면 춘분점(春分点, 태양이 황도를 따라 남에서 북으로 이동할 때 천구의 적도와 만나는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천마 페가수스는 그리스 신화의 위대한 영웅 페르세우스의 모험이야기 마지막 부분에서 창조된 동물이다. 페르세우스가 이디오피아의 공주 안드로메다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서 괴물 고래와 싸우고 있을 때 마침 그가 들고 있던 메두사(머리가 뱀인 괴물로 원래는 아름다운 처녀)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 바다에 떨어졌다. 메두사가 괴물로 변하기 이전의 아름다운 처녀였을 때 그녀를 매우 좋아했던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이 피를 보고 안타깝게 여겨 그 피와 바다의 물거품으로 하늘을 나는 천마 페가수스를 만들었다.
페가수스는 올림푸스 산에 살면서 신들의 사랑 속에, 메두사의 어두운 죽음의 분위기와는 달리 기쁨에 가득찬 생활을 했으며 훗날 비극적 운명의 영웅 벨레로폰(Bellerophon)의 말이 돼 많은 활약을 하기도 한다.
페가수스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은 엡실론(ε) 별로 아라비아 말로 코를 의미하는 에니프(Enif)란 이름으로 불려진다. 이 별은 밝은 오렌지색의 초거성으로 5백광년의 거리에 있으며 밝기는 2.4등급이다. 쌍안경이나 작은 망원경을 이용해 이 별을 보면 8등급의 동반별을 확인할 수 있다.
에니프 서쪽 위로 이 별자리의 가장 큰 보물인 구상 성단 M15가 있다. 이것은 매우 흐릿해서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맨눈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쌍안경으로 볼때 이것은 희미한 구형의 빛무리로 보여진다. 근처에 있는 6등급의 별이 이것을 찾는데 지침이 돼 줄 것이다.
비록 작은 구경의 망원경으로는 M15의 별을 분리해 볼 수 없지만 별들이 농축돼 있는 밝은 중심은 확인할 수 있다. 이 성단의 나머지 부분은 밝은 중심을 둘러싼 안개 모양의 후광처럼 보인다. M15는 지구에서 대략 3만 광년 정도 떨어져 있으며, X선을 방출하는 것으로 보아 블랙홀을 포함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말의 배꼽
페가수스자리의 동쪽 부분으로부터 그리스 신화의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인 안드로메다와 페르세우스 신화가 펼쳐진다. 이디오피아의 아름다운 공주 안드로메다는 그녀의 아버지 케페우스 왕의 명령으로 해안을 황폐화시키는 무서운 괴물 고래를 진정시키기 위한 재물로써 바위에 묶여지게 된다. 그러나 절대 절명의 순간 영웅 페르세우스가 하늘에서 내려와 괴물 고래를 죽이고 그녀를 구해낸다. 그리스 신화의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이들에 얽힌 신화가 아닌가 싶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달의 페르세우스 신화에서 하기로 하자.
안드로메다자리는 2등별들의 열을 따라 추적할 수 있다. 머리에 해당하는 알파별(페가수스 사각형의 동북쪽 끝별)에서 시작해 가슴에 놓인 베타별(Mirach, 허리띠)을 지나 바위에 묶인 왼발을 나타내는 감마 별(Almach, 대지의 아들)에 이르게 된다. 알파별 알페라츠(Alpheratz)는 종종 '여자의 머리'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이 별이 안드로메다 공주의 머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알페라츠라는 말에는 전혀 그런 뜻이 없다. 알페라츠는 '말의 배' 또는 '말의 배꼽'이라는 의미를 가진 말로 옛날에는 페가수스자리와 안드로메다자리 양쪽에 모두 속했던 별이다. 그러던 것이 1930년 하늘의 별자리를 정리할 때 안드로메다자리만의 별로 결정됐다. 그러나 그 이름만은 오랫동안 써오던 것이어서 그대로 인정돼 사람의 머리에 말의 배꼽이라는 이상한 이름이 있게 되었다.
감마 별 알마크(Almach)는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이중별로 백조자리 알비레오의 쌍둥이처럼 멋진 색상을 가지고 있다. 감마별의 주성은 2.2등급으로 아크투루스와 아주 유사한 오렌지색 거성이다. 작은 망원경으로 보면 이별은 5등급의 청색 동반성을 가지고 있다. 이 동반별은 그 자체가 밀(密)한 이중별인데 그 두 구성별을 구별해보기 위해서는 지름이 2백20㎜ 이상인 망원경이 필요하다.
안드로메다자리는 작은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쉬운 행성상 성운 중의 하나인 NGC7662를 가지고 있다. 6등급의 13번 별에서 보름달 정도(0.5도) 떨어진 곳(페가수스와 카시오페이아의 중간 부분)을 보면 9등급의 뿌연 천체가 보인다. 좀더 고배율의 망원경을 이용하면 녹청색을 띤, 화성과 비슷한 크기의 타원형을 한 전형적인 행성상 성운을 볼 수 있다. 행성상 성운을 보는데 커다란 지름의 망원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 NGC7662를 찾아보기 바란다.
2백만년 전의 빛
안드로메다자리에는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 은하의 쌍둥이 형제인 나선은하 M31이 다른 것들을 압도한다. 베타별에서 뮤우(μ) 별을 지나는 선이 그곳으로 연결돼 있다. 보통의 맑은 날 밤 맨눈으로도 머리 위에서 희미한 타원형의 M31을 발견할 수 있다. M31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천체다. 맨눈으로 인간이 2백만 광년의 거리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믿기 힘들 것이다. M31을 보고 있을 때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은 2백만년 동안 우주를 여행해 오늘에야 우리 눈에 닿은 것이다. 이 빛은 원숭이를 닮은 우리의 선조들이 아프리카 평원을 달릴때 그 곳을 떠났었다.
M31은 우리 은하 외부에서 발견된 최초의 천체이기 때문에 천문학 역사 속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924년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은 당시에 세계에서 제일 큰 망원경인 윌슨산 천문대의 지름 2.5m 망원경을 이용해 M31의 장노출 사진들을 찍었다. 이 사진들은 M31이 각각의 별을 포함하고 있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 별들은 너무 희미해서 그들이 우리 은하의 별들이 될 수 없었다. 그 당시까지 M31과 그런 유의 천체들은 우리 은하 내에 있는 나선형의 성운으로 생각됐다. 이제 우리는 우리 은하가 셀수 없이 무수한 은하로 가득찬 우주의 단지 한 은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M31은 커다란 망원경으로도 그 각각의 별을 확인하기 힘들 정도의 성운 조각 같은 모습으로 보인다. 이것이 이전의 천문학자들이 M31의 진정한 모습을 알지 못했던 이유이다. M31의 성운 같은 희미한 부분을 얼마나 알아볼 수 있는 가는 하늘의 상태와 망원경의 성능에 달려있다. 작은 망원경으로는 은하의 가장 밝은 안쪽 영역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M31은 작은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두개의 작은 동반 은하를 가지고 있다. M31의 남쪽에 희미한 8등급 별처럼 보이는 만월 크기의 M32가 놓여 있다. 다른 하나는 M110으로 북쪽으로 두 배 정도 더 떨어져 있으며 좀 더 크고 희미해서 점으로 보기 힘들다.
외부에서 볼 때 우리은하는 M31을 닮았을 것이다. 두개 중에서 M31이 약간 더 큰데 그 지름은 대략 15만 광년이고 우리 은하의 두 배에 이르는 대략 3천억개의 별을 포함하고 있다. 지금 그 별들의 어느 행성에서 호기심 많은 생명체가 우리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 은하와 M31은 국부은하군(Local Group)이라고 불리는 대략 30여개의 은하가 모여 있는 은하단에 속해 있으며, 그중 가장 큰 은하다. 국부은하군에 속하는 다른 은하를 찾기 위해서는 안드로메다에서 삼각형자리의 경계를 보면 된다. 이곳에 또다른 나선 은하 M33이 있는데 이것은 M31보다 좀 더 먼곳에 있다. 이것은 우리 시야에 정면으로 놓여 있으며 만월보다 약간 더 큰 크기로 하늘을 덮고 있다. 그러나 M31은 매우 어두워서 찾기가 상당히 어렵다. M33을 보기 위해서는 어두운 밤이 필수적이며 쌍안경이 그 희미한 빛을 농축하기 때문에 망원경에 비해 더 효과적이다. 관측자들은 때때로 M33이 그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크기 때문에 그냥 스쳐지나가는 수가 있다.
기타 문의 사항이나 아마추어 천문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Korean Amateur Astronomical Society, 약칭 KAAS, 전화 (02)453-8158, 전화사서함 (02) 152-8179)로 연락하거나, 매월 넷째주 토요일 오후 4시에 서강대학교 RA 204호실로 오시기 바람.
■안드로메다 은하(The Andromeda Galaxy;M31, NGC 224)
우리은하에서 약 2백만 광년 떨어져 있는 나선은하로 남반구에서 볼 수 있는 마젤란성운(지구에서 약 18만 광년 떨어진 우리은하의 위성은하)을 제외하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외계은하다. 처음에는 가스로 이루어진 성운으로 생각돼 안드로메다대성운(The Great Andromeda Nebula)이라고 불려졌었다. 작은 은하중 가까운것이 M32, 먼 것이 M 110이다.
■ 세 개의 안내별(The Three Guides)
페가수스자리의 감마별(Algenib)과 안드로메다자리의 알파 별(Alpheratz)을 이어 북쪽으로 연장하면 카시오페이아자리의 베타 별 카프(Caph)를 지나 북극성에 이르게 되고, 남쪽으로 연장하면 춘분점(춘분날 태양이 머무는 곳으로 지금은 물고기자리에 있다.)에 도달하게 된다.
이 세개의 별(알게니브 알페라츠 카프)은 적경 0도의 선에 일렬로 늘어서서 춘분점의 위치를 추정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에 세 개의 안내별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