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은 흠잡을데 없지만 가격이 좀…. 애플은 이러한 사용자들의 불만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인가?
80년대 초반 컴퓨터업계의 거인 IBM은 느닷없이 IBM PC를 발표하면서 PC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에 대해 '개인용 컴퓨터'란 개념을 만들어냈고 당시 PC시장을 휩쓸고 있던 애플(Apple)사는 "진심으로 IBM을 환영한다"라는 전면광고를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어 IBM의 도전장을 받았다. 이때가 1981년이었는데 애플로서는 컴퓨터 시장의 분할, 기득권과 지적 재산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향후 기업의 생사를 가름하는 잊을 수 없는 한해로 기록되었다.
8비트였던 애플 기종에 비해 신형 16비트 칩으로 무장한 IBM PC 주니어와 XT는 컴퓨터 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기존의 CP/M 뿐만아니라 도스(DOS)라는 새로운 운영체제를 채택, 강력한 계산속도를 지닌 이들 IBM PC는 비즈니스 업계에 급속도로 전파되어 나갔다.
결국 IBM PC가 전세계의 표준 모델로 정착됨에 따라 업계와 학계는 물론 각 가정에서도 IBM이 애플의 목덜미를 낚아챘다. 이에 따라 애플의 판매상은 문을 닫거나 IBM PC로 기종을 대체하기에 이른다. 모든 사람들은 애플의 몰락을 예견했고 이와함께 애플사 내부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말처럼 '애플 신화의 종말과 함께 개인용 컴퓨터의 암흑기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여기에서 주저앉지 않았다.
좁스와 리사
애플Ⅱ가 역사의 장으로 사라지자 PC업계에 새로운 혁명의 불을 당긴 매킨토시(Macintosh, 간단히 Mac으로도 표현함)가 등장하게 되었다. 과연 매킨토시의 정체는 무엇인가. 우선 매킨토시 출현 배경부터 간단히 살펴보자.
매킨토시의 모체는 리사(Lisa)라는 컴퓨터다. 리사는 1983년 1월에 소개된 제품으로 모토롤라의 68000이라는 16/32비트 CPU(중앙처리장치)를 탑재하고 12인치 흑백 모니터에 마우스를 장착한 기계다. 이때 선보인 마우스라는 입력장치는 일반사용자들에게 대단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 제품은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1만달러라는 비싼 가격으로 인해 실패작에 그치고 말았다.
이때 리사 개발의 주역이었던 애플사의 창립자 스티브 좁스는 리사의 실패를 극복하려는 새로운 모험을 하기에 이른다. 그것이 바로 매킨토시 그룹의 창설이다. 여기서 매킨토시 제작에 직접 참여, 지도했던 좁스는 이 새로운 컴퓨터에 대한 비전과 영감을 가지고 있었다. 즉 '모든 이를 위한 컴퓨터'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모든 사람들이 배우기 쉽고 사용하기 편리한 컴퓨터를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좁스는 회사내의 내분과 관련된 구설수에 오르게 되어 애플사를 떠나게된다. 그후 그는 넥스트(NeXT)사를 창립하여 미래의 컴퓨터로 불리는 '넥스트스테이션'(NeXTstation)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좁스의 뒤를 이어 지금의 애플사 회장인 존 스컬리의 영입이 이루어졌다. 결국 매킨토시는 자신을 창안한 사람을 내쫓은 상황에서 탄생된 셈이다.
화려한 매킨토시 군단
현재까지 애플이 발표한 매킨토시 기종은 모두 15종류다. 이중 초기 3개 모델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다. 1984년 1월에 선보인 매킨토시 최초의 기종인 '매킨토시 128K', 같은해 9월에 발표된 '매킨토시 '512K', 그리고 86년 4월의 '매킨토시 512K Enhanced'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 모델은 현재 모두 단종된 상태다.
국내에는 1987년 매킨토시 국내 전문 공급업체인 엘렉스컴퓨터가 설립되면서 '매킨토시 플러스(Plus)'를 비롯하여 '매킨토시 SE' '매킨토시 Ⅱ' '매킨토시 Ⅱx' '매킨토시 SE/30' '매킨토시 Ⅱcx' '매킨토시 포터블(Potable)' '매킨토시 Ⅱci' '매킨토시 Ⅱfx' 그리고 지난해 10월 중순에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발표된 '매킨토시 클래식(Classic)' '매킨토시 LC' '매킨토시 Ⅱsi' 등이 소개되고 있다. 이들 중 매킨토시 플러스, SE, Ⅱ, Ⅱcx 등은 현재 단종된 기종들이다.
주요 기종들의 특성을 간단히 언급해 보기로 하자.
최초의 매킨토시 제품이었던 매킨토시 128K는 1백28KB 램, 9인치 흑백 모니터와 마우스를 장착하고 있었다. 이 기기는 리사에 이어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매킨토시 기종에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뚱보 맥(Fat Mac)'이란 별명을 가졌던 매킨토시 512K는 매킨토시 128K에서 램을 5백12KB로 확장한 것이었다.
국내에 최초로 소개됐던 매킨토시 플러스는 1MB 램, 1백28KB 롬과 모토롤라 68000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장착한 시스템으로 SIMM(Single In-line Memory Modules) 구조를 통해 최대 48MB까지 램의 확장이 가능한 제품이었다. 그리고 매킨토시 Ⅱx는 슈퍼 드라이브라 불리는 3.5인치 FDHD(Floppy Disk High Density) 드라이브를 채용하고 있다.
한때 애플은 매킨토시 SE 계열과 매킨토시 Ⅱ 계열의 기로에 선 적이 있었다. 매킨토시 SE와 Ⅱ계열의 뚜렷한 차이, 즉 가격과 성능 문제 때문이었다. 그래서 애플이 이 두 계열 사이의 격차를 메우기 위해 내놓은 것이 바로 매킨토시 Ⅱcx다. 이 제품의 외양(수직적인 면)을 자세히 보면 스티브 좁스의 넥스트기종에 영향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발표된 매킨토시 Ⅱfx는 애플의 최상위 기종으로 손꼽히고 있는 시스템이다. 6개의 슬롯을 지닌 매킨토시 Ⅱ와 유사한 모양의 Ⅱfx는 3차원 그래픽, 엔지니어링, 멀티미디어와 CPU 처리속도를 강화시킨 기종으로 애플의 기존 제품 중에서 가장 빠른 40MHz(메가헤르츠)를 자랑하고 있다.
사실 매킨토시가 그래픽이 강하다는 이유는 바로 모토롤라의 68000 시리즈 칩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칩들은 인텔의 80*86 계열과는 달리 그래픽 중심으로 디자인된 것이다. 금년 상반기 중으로 68040칩을 채용한 제품이 등장할 예정이어서 Ⅱfx의 기세도 한풀 꺾일 듯하다.
한편 랩톱컴퓨터 크기의 매킨토시 포터블은 매킨토시 사용자들의 오랜 갈증을 해소해 준 제품이었다. 매킨토시 포터블은 배터리 수명이 8시간, 탁월한 디스플레이 기술, 도스 호환성 등 괄목할만한 기능을 지니고 있다. 가격 대 성능면에서 보면 컴팩의 SLT/286이나 IBM의 PS/2 모델 70 또는 386과 거의 맞먹는다. 그런데 이 제품은 40MB 하드디스크를 내장한 무게가 7.2㎏, 7천달러(국내가격 5백99만원)에 시판되고 있어 소형화 경량화 저가격화를 지향하는 추세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따라서 일반 사용자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금년 상반기 중으로 이 포터블의 단점을 보완한 랩톱컴퓨터가 애플에서 나온다고 하니 일단 기대해 볼 만하다.
맥 트리오의 팡파르
그동안 매킨토시에 접근하기 가장 어려웠던 장애물은 가격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15일을 기점으로 이 가격의 장벽이 허물어졌다. 매킨토시 클래식, 매킨토시 LC, 매킨토시 Ⅱsi, 이름하여 '매킨토시 트리오'의 힘찬 팡파르가 울려 퍼진 것이다.
이들 새로운 매킨토시 제품들은 성능과 가격 면에서 저가형 IBM PC 호환 기종들이나 강력한 워크 스테이션들과도 과감히 맞서 싸울 수 있는 채비를 갖추게 되었다.
매킨토시 클래식은 강력한 파워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일반 개인용 업무에 가장 적합한 기계로 인식되고 있다. 워드프로세싱, 통신, 간단한 계산표 작성 정도의 업무에는 클래식이 가장 강점을 보이고 있다. 애플은 'Classic'이라는 이름을 미국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모듈러 컴퓨터시스템사로 부터 1백만 달러를 주고 샀다고 한다. 또한 이 이름은 현재 애플 회장인 존 스컬리가 과거 펩시콜라사 사장으로 있었던 관계로 코카콜라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무튼 이러한 에피소드를 지닌 최저가 기종인 클래식은 발표된지 몇개월도 안돼 애플의 신형 핵탄두로 불리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있다. 지난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을 전후해 매킨토시 클래식의 주문량은 절정에 달했다. 클래식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1MB 램과 1.4MB 디스크 드라이브를 갖춘 클래식은 미국에서 9백99 달러에 시판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한글화 문제로 인해 2MB 램과 40MB 내장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장착한 클래식이 소개되고 있는데 부가세를 제외한 소비자 가격이 1백55만원(1천4백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LC(Low Cost Color)라는 모델명이 말해주듯이 매킨토시 LC는 저가격에 컬러 기능을 갖춘 것으로 SE와 Ⅱ 계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개발됐다. 사운드를 입출력할 수 있는 오디오 디지타이저를 기본으로 내장하고 있어 시스템 자체의 사운드까지도 사용자가 조절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에서는 LC를 91년 PC 산업계에 돌풍을 몰고 올 기종으로 성급한 판단을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재 LC는 연산보조 프로세서와 메모리 관리장치인 PMMU가 장착되지 않아 매킨토시의 유닉스라 불리는 A/UX를 사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2백99만원에 제공되고 있다.
얼핏보면 매킨토시 Ⅱsi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 외에는 별로 흥미를 끌지 못하는 기종이다. 즉 Ⅱsi는 고성능의 확장성있는 컬러 매킨토시를 갖추고 싶으나 Ⅱci를 구입하기에는 부담이 될 경우에 적합한 시스템이다. 현재 국내에는 두 종류의 Ⅱsi가 공급되고 있는데 2MB 램에 40MB 하드디스크를 채택한 매킨토시 Ⅱsi 2/40이 4백만원(부가세별도), 5MB 램에 80Mb 하드 디스크를 장착한 Ⅱsi 5/80이 4백80만원(부가세별도)에 각각 시판되고 있다.
국내 유통과 교육현황
바다 건너 저편 미국의 애플사가 만들어내는 매킨토시는 어떠한 경로를 통해 국내에 반입되어 소비자들에게 선보여지는가.
애플은 전세계적으로 미국과 싱가포르 두 곳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아일랜드에 소재하고 있는 애플 공장은 미국 국내와 유럽 전역을 커버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호주 뉴질랜드 등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홍콩에는 동남아시아 애플 본부가 있어 대부분의 애플 제품은 이곳을 거쳐서 제공된다. 일본의 경우는 일본내에 '애플저팬'이라는 애플 지사가 설립돼 있어 싱가포르에서 제품을 직접 수송해 온다.
국내에서는 엘렉스컴퓨터가 매킨토시 제품의 국내 총판을 담당하고 있는데, 일본처럼 지사의 성격이 아닌 단순 대리점(distributer)인 관계로 홍콩을 통해 대부분의 제품을 받아오고 있다. 국내에 반입된 제품들은 매킨토시 전문 대리점 18군데를 통해 일반 고객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한편 엘렉스컴퓨터와 일부 대리점에서는 매킨토시에 관한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초급과정과 고급과정으로 양분되는 이 교육 프로그램의 내용을 보면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 '4th Dimension', 스프레드시트 '엑셀(Excel)', 전자출판용 'QuarkXpress', CAI(컴퓨터이용학습) 분야의 '하이퍼카드'(Hypercard) 등이 매달 무료로 실시되고 있다.
가격이 성패 좌우할 듯
일반적으로 IBM PC 호환기종을 사용하는 사람을 프롤레타리아 계층에 비유한다면 매킨토시 사용자는 부르주아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매킨토시 사용자는 고급 유저들이다. 매킨토시 열풍이 최근 국내에도 상륙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지난 1월 엘렉스컴퓨터가 주최한 '91년 매킨토시 단독 전시회'에서 3만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만으로 국내 사용자들의 관심도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관심은 많으나 선뜻 매킨토시에 접근하지 못하고 냉가슴앓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을 것같다.
지난해 10월에 소개된 매킨토시 신제품들이 저가형 모델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이전의 매킨토시 기종과 비교한 상대적 평가에 불과한 것이다.
전 매킨토시 기종 중에서 1백만원대가 하나뿐이라는 사실로 미루어, 매킨토시가 아직까지 IBM PC처럼 대중지향적이라고 말하기엔 이른감이 있는 듯하다. 매킨토시가 진정으로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모든 이를 위한 컴퓨터가 되기 위해선 더욱 과감한 가격인하 조치가 뒤따라야만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IBM PC의 그래픽 강화 추세와 함께 윈도즈 3.0의 위협, 넥스트의 출현, 일반 PC 사용자들의 기대치상승 등 매킨토시가 헤쳐나가야할 장벽은 요소요소에 포진해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