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의 정확성만 놓고 보면 어린이보다 낫다. 특히 단모음을 잘 발음한다.
말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흔히 앵무새라는 별명이 붙는다. 실제로 앵무새는 사람의 말을 잘 흉내낸다.
앵무새는 앵무새과(科)에 속한다. 이 과(科)에는 79속(屬) 3백26종(種)의 앵무새가 포함돼 있지만 모두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개중에는 1백개의 단어를 외우는 놀라운 종도 있다.
앵무새종류는 아니지만 참새목(目) 찌르레기과(科)에 속하는 구관조(Javan Hill Mynah, 학명은 Gracula reigiosa)도 사람의 말을 흉내낸다. 비록 앵무새처럼 짧은 기간내에 많은 어휘를 익히지는 못하지만 발음의 정확성만은 구관조(九官鳥)가 월등하다.
구관조는 천부의 발성술을 갖고 태어난 새다. 한번 자기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귀를 좌우로 배배 꼬면서 머리속에 익혀 두었다가 조용할 때 혼자 흉내내는 것이 이 새의 습성이다. 특히 단모음에 속하는 말은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발성한다.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를 수십번 반복해 들은 뒤 그대로 흉내내는 것이다.
이 새의 원산지 주변에는 각종 맹수와 맹금류들이 우글거린다. 구관조는 이들의 포효하는 소리를 기억해 두었다가 생명의 위험을 느낄 때 맹수의 소리를 흉내내어 적을 잠시 주춤거리게 한다. 그 사이에 소리없이 날아 자취를 감추는 총명한 새다.
구관조의 몸통 길이는 24~37㎝인데 금속 특유의 광택이 나는 흑자색의 털이 온 몸을 뒤덮고 있다. 눈 귀와 볼 양쪽에는 황색의 육수(葉)가 붙어 있고 부리와 다리는 오렌지색으로 금방 눈에 띈다. 부리의 길이는 3㎝ 정도인데 단단하고 강하다.
머리부분에 난 황색의 육수가 종(種)의 형태학적 차이를 나타낸다. 예컨대 실론구관조는 이런 황색육수를 갖고 있지 않다.
구관조는 전세계적으로 6속 12종이 살고 있다. 덩치는 찌르레기과 새중에서는 대형이다.
우리가 새가게 애완동물전시장 동물원 등지에서 흔히 보는 구관조는 인도 스리랑카에서 수입해 온 새다. 이 새는 동남아시아의 필리핀을 제외한 나머지 섬들에 널리 분포돼 있다. 물론 지역에 따라 육수의 발달정도와 몸집의 크기가 다르다. 따라서 몇가지의 아종(亞種)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모든 찌르레기과(科)의 조류중에서 사람의 말을 가장 잘 흉내내는 놈이 바로 구관조다.
도둑을 내쫓기도
구관조는 앵무새 중에서도 사람의 말을 흉내 잘내기로 유명한 유리매커우보다 정확하게 발음한다. 실제로 5~6세 미만의 어린이들 보다는 발음이 더 정확하다. 특히 음악소리를 빨리 익힌다. 그들은 한번 들은 노래를 그대로 재현할 정도로 대단한 기억력을 갖고 있다.
동남아 유럽 미국의 애조가들은 1년에 한번씩 구관조 소리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구관조는 주인이 없을 때 손님이 찾아오면 주인대신 정중한 소리로 인사와 안내를 하기도 한다. 개중에는 응접실까지 손님을 모시고 가서 그곳에서 기다리게 하는 영리한 놈도 있다. 그래서 손님이 주인보다 새에 반해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구관조는 도둑을 지키는 데도 쓰인다. 한밤에 도둑이 집안에 들어왔을 때 '어서 오세요'하는 소리가 캄캄한 실내에서 들리면 도둑은 기겁해서 도망치게 마련이다.
필자가 1975년 해외출장차 처음으로 일본에 갔을 때의 일이다. 나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재일교포 명씨 할아버지의 사무실을 방문하게 되었다.
요코하마시의 변두리에 위치한 조용한 2층 사무실 문을 막 열고 들어간 순간 나는 잠시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어서오세요.' 사람의 말소리가 똑똑하게 들려왔다.
방에 들어가서 아무리 사방을 둘러보아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구석진 곳에 주황색 부리를 가진 검은색의 새 한마리가 새장안에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낄낄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명씨 할아버지의 웃음소리가 틀림없는 것 같은데….
그때서야 나는 내게 인사를 하고 주인의 웃음소리를 흉내낸 새가 바로 구관조인 것을 알았다.
명씨 할아버지는 2년 전부터 이 구관조를 사무실에서 사육하고 있었다. 이 새는 흉내 뿐 아니라 휘파람도 아주 잘 불었다. 이야기하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기도 했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열심히 경청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사람의 말을 익혀 흉내내는 능력은 이 새에게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일까. 구관조를 비롯해 사람의 말을 흉내내는 새들은 예외없이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그렇다면 서로 떨어져 있는 동료와 연락을 하기 위해 그런 발성능력을 가졌을까. 대부분의 동물학자들은 구관조의 흉내내는 기술을 태어난 뒤에 익힌 후천적인 기술로 보고 있다. 사람이 새장 안에 홀로 갇힌 새에게 이야기하는 말을 자신의 동료의 소리로 알고 익힌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관조는 주인이 옆에 있을때보다는 없을 때 더 잘 중얼댄다.
9명의 태국 관리들이 발견해
구관조(九官鳥)란 새 이름의 유래는 이렇다. 옛날에 9명의 태국관리들이 등산을 갔는데 그들은 신음하는 새소리를 듣고 나무둥지위에 올라가 보았다. 어미새는 아홉마리의 새끼를 보살피다 지쳐서 숨이 넘어가고 있었다. 불쌍한 새끼들을 못본 체 해 버리면 모두 죽을것 같아서 관리들은 새끼들을 품에 안고 내려왔다. 관리들은 한 사람이 한마리씩 집으로 가지고 가서 정성스럽게 기른 뒤 큰 새가 됐을 때 그들의 보금자리로 돌려 보냈다. 그랬더니 아홉마리의 구관조들은 주인의 머리 위를 배회하면서 그 주위를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자기 집으로 도로 데리고 와서 계속 사육하게 되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날 무렵부터 이 새들은 어린이가 말하는 소리를 거침없이 흉내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소리를 흉내내는 신기한 새가 세상에 소개되었고 아홉명의 관리들이 처음 발견했다고 해서 구관조라는 이름이 붙었다.
구관조는 5,6마리가 작은 무리를 지어 다닌다. 그들은 늘 떠들썩하게 지저귀고 숲속을 부지런히 헤매는 수상성(樹上性) 조류로 유명하다. 대개 울창한 산림지대에서 서식하나 때로는 1천m 이상의 고지에서도 발견된다.
주로 식물의 열매나 과일을 쪼아먹지만 벌레를 잡아 먹기도 한다. 때로는 작은 동물의 사체를 뜯어먹기도 한다.
찌르레기과에 속하는 새들은 보통 나무 동굴에 둥지를 튼다. 그러나 옆면에 출입구가 있는 공모양의 둥지를 트는 종류도 있다. 갈색 찌르레기는 이 두가지 방법을 다 구사하기도 한다. 어떤 종류는 절벽 틈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둥지의 재료로는 잔나뭇가지 마른풀 낙엽 등을 쓰고 있다. 그밖에도 새털 종이 걸레 날벌레의 날개 등 주변의 온갖 것을 활용한다. 아름다운 꽃을 물어다 둥지를 트는 놈도 있다.
둥지를 다 틀게 되면 보통 봄에 2~9개의 알을 낳는다. 갈색 반점이 드문드문한 청록색의 알을 4개 정도 낳는 게 일반적이다.
알을 품는 기간은 14일인데 암컷만이 품는 일을 전담한다. 눈도 안뜬 벌거숭이 병아리가 태어나면 암수가 함께 먹이를 물어다 기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몇 마리의 구관조가 애완용으로 수입돼 보급되고 있다. 그 수는 아주 적다. 게다가 사육기술이 떨어져 번식력도 그리 좋지 않은 듯 하다.
구관조가 속한 찌르레기과(科) 새들중 우리나라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찌르레기 북방찌르레기 쇠찌르레기 등이다. 이들은 시가지의 공원, 정원의 고목, 촌락부근의 삼림에서 떼를 지어 사는데 동작이 매우 날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