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과 일본업체들의 '차세대메인프레임'경쟁이 시작됐고 미니컴퓨터분야에서는 유닉스와 RISC칩의 채용이 일반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국산미니컴 '타이컴'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올해 전세계 대형컴퓨터시장은 메인프레임(main frame, 대형컴퓨터) 신기종의 잇따른 발표로 '차세대 메인프레임 시대'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특히 차세대 메인프레임 경쟁은 신제품들의 성능이 기존제품들에 비해 월등히 우수해 새로운 제품 라이프사이클이 시작됐음을 시사하는 한편 IBM의 뒤를 좇는 '수동적' 제품전략에 매달려 왔던 후지쓰 히다치 등이 예전과는 달리 IBM보다 먼저 신제품을 내놓는 '공세적'자세로 전환함으로써 90년대 시장판도가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메인프레임과 워크스테이션의 성능강화로 시장을 잠식당해온 미니컴퓨터시장은 90년대에 들어서면서 PC나 워크스테이션과 경쟁하게 될 하위 미니컴퓨터와, LAN(근거리통신망) VAN(부가가치통신망) 등을 제공하는 상위 미니컴퓨터 시장으로 분화될 전망이다. 특히 미니컴퓨터시장은 유닉스 운영체제의 성장에 힘입어 향후 5,6년동안 7~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 업체간에 유닉스 운영체제를 지원하고 RISC(명령어축소컴퓨터)칩을 채택한 새로운 제품개발 경쟁이 불꽃을 튀길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 유명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중대형컴퓨터 시장에서는 행정망 주전산기 공동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금성 대우 삼성 현대 등 4개사가 지난해부터 톨러런트 시스템을 본격 공급하기 시작한데 이어 각자 독자적인 국산 미니컴 생산에 나서고 있어 불모지대로 여겨져온 이 분야에도 국산화 움직임이 서서히 일고 있다.
차세대 메인프레임 경쟁
IBM은 대형컴퓨터의 대명사로 지칭돼온 기존의 3090 메인프레임(시스템/370) 대신 새로운 아키텍처(시스템/390)를 채택한 'ES/9000'시리즈를 지난해 발표하면서 차세대 메인프레임 경쟁에 본격 나섰다.
이보다 앞서 히다치와 후지쓰는 각각 '안드로메다'와 'M-1800'이라는 새 제품을 내놓았고, 암달사도 IBM에 이어 5995시리즈를 발표함으로써 메인프레임 제품의 대대적인 기종갈이에 합세했다.
이들 신기종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미니컴퓨터에서 초대형에 이르는 자사의 다양한 기종을 하나의 계열로 형성, 제품의 통일성을 기했다는 점과 기존제품들에 비해 성능은 크게 향상되면서 가격은 인하됐다는 점이다.
'ES/9000'은 모두 18개 제품으로 이뤄졌는데 상위기종은 기존 3090J에 비해 23%, 중형 및 하위기종은 기존 4381 9370보다 50% 가격대 성능비가 향상됐다고 IBM측은 말한다. ES/9000의 새 기능중에는 IBM의 새로운 연결구조 기법을 사용한 초고속 광섬유 기술, 시스템/390에 기초한 풍부한 운영체제, 그리고 복수의 시스템을 단일 시스템처럼 운영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 관리기술의 혁신 등을 들 수 있다.
히다치의 '안드로메다'는 최하위기종에서 최상위기종까지 36배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20개 모델로 구성돼 있다. 이 제품의 주요 특징은 시스템을 원칙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EX/CF(Control Facility), 주변기기를 최대 2㎞까지 연결시킬 수 있는 광채널 서브시스템, 하나의 메인프레임으로 업무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운영체제를 독립적으로 분리사용할 수 있는 MLPF(Multi Logical Process Facility)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후지쓰의 'M-1800'은 범용컴퓨터로 8CPU(중앙처리장치) 멀티프로세서를 실현시킨 제품으로 기존 M-780/40의 34배 성능을 제공한다. 최대 16개 CPU를 접속할 수 있으며 1보드 CPU를 실현한 고밀도 성장기술과 고성능 냉각기법을 채택, 광채널에 의한 설치면적을 축소시키고 전력사용을 절감시킨 것이 특징이다.
암달의 5995시리즈는 CPU를 8개까지 장착할 수 있는 10개 모델로 구축돼 있다.
이같은 차세대 메인프레임의 잇따른 발표에 힘입어 거의 사양길에 접어든 것으로 인식됐던 대형컴퓨터 시장은 단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특히 IBM에 비해 현저한 열세에 놓였던 경쟁사들은 이른바 '차세대 메인프레임' 시장경쟁에서는 결코 IBM의 독주를 허용치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신제품 발표시기가 비슷하고 IBM 경쟁사들이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할 수 있을 만큼 제품성능에 자신있고 시장상황도 바뀌었다'고 강조한 것은 바로 이같은 상황을 말해준다.
유닉스와 RISC 채용
미니컴퓨터는 온라인 거래처리에 적합하고 비상안전기능도 PC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됐으며, 현재 늘어나고 있는 분산형 온라인거래처리 어플리케이션 역시 미니컴퓨터에서 잘 처리된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PC LAN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미니컴퓨터의 영역이 축소되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실제로 PC나 워크스테이션에 기초한 클라이언트 서버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미니컴퓨터업계의 주요 움직임은 유닉스 운영체제의 활용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과, RISC칩을 채택한 제품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9년 발표된 AT&T의 시스팀V 릴리스4는 단순한 운영체제로만 여겨지던 유닉스의 개념을 폭넓은 운영환경으로 변화시켜 미니컴퓨터 업계에서도 유닉스의 사용범위가 확대될 것을 시사하고 있다. 워크스테이션제품에 주로 사용된 RISC칩이 미니컴퓨터에도 채택되기 시작한 것도 주목할만한 사실이다. 휴렛팩커드는 자사의 컴퓨터 아키텍처에 RISC 기술을 통합, RISC칩을 채택한 최초의 미니컴퓨터업체가 되었고, 뒤따라 데이터제너럴(DG)과 DEC가 RISC칩을 사용한 신제품을 내놓았다.
향후 미니컴퓨터업계는 가격대 성능비 향상으로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는 PC나 워크스테이션의 도전을 뿌리치는 것과, X윈도 시스템과 같이 PC시장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개방 소프트웨어기술을 조속히 정착시키는 것이 당면과제다.
톨러런트와 타이컴
국내 중대형컴퓨터 시장은 PC시장과는 달리 국산기술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것은 국내 컴퓨터업체들의 생산기술이 워크스테이션의 조립생산단계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컴퓨터 제조와 관련된 국산화작업으로는 행정망 주전산기 개발계획과, 삼성 금성 등 국내 대기업들의 독자적인 국산 미니컴 생산계획을 들 수 있다.
행정망 주전산기 개발계획의 경우 한국전자통신연구소와 금성 대우 삼성 현대가 공동개발에 참여, 톨러런트(도입기종으로 주전산기1)기종을 국산화한데 이어 독자기종(모델명 타이컴, 주전산기2)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90년대 중반이후 타이컴보다 더 뛰어난 성능이 요구될 것에 대비해 첨단기종(주전산기3)을 개발할 계획이다.
타이컴은 최대 80MIPS(1초에 8천만 명령어 처리)의 처리속도를 갖는 슈퍼미니급 범용 시스템으로서 하드웨어는 고성능 버스를 바탕으로 한 긴밀연결 다중프로세서 구조이며, 운영체제는 유닉스시스팀V를 바탕으로 한 소프트웨어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 시스템의 하드웨어용량은 최대 20개의 CPU, 5백12MB의 주기억장치, 1백GB의 디스크 장치를 구성할 수 있으며 최대 2백56명까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4개 업체들의 독자적인 국산 미니컴생산 계획을 보면 금성사는 프랑스의 불사와 기술제휴로 이 회사의 미니컴퓨터를 국내생산할 계획이며, 대우통신은 독자적인 국산 미니컴퓨터 개발을 위해 92년까지 3단계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시큐오이아사와 손잡고 슈퍼미니급 비상안전시스템을 공동개발키로 합의했으며, 현대전자는 미국 피라미드사와 시스템제조기술 이전에 관한 계약을 체결, 올해말까지 CPU를 국내생산할 계획이다.
이같은 국내업체들의 미니컴 국산화작업 노력은 이들 업체들이 외국제품들의 핵심기술을 얼마만큼 습득할 수 있느냐에 따라 작업의 성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