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침묵의 바다를 깨우는 로봇

역사유적 약탈 우려도

컴퓨터와 광섬유 기술의 발달로 출현한 심해용 로봇은 인류의 마지막 보물창고인 바다 개척에 새 지평을 열고 있다.
 

군용에서 상업용으로


나라간의 무역이 시작된 이래 수세기 동안 엄청난 양의 재화가 바다 속에 침몰해 잠겼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깊은 바다에서 무엇을 잃어버린 것은 달에서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컴퓨터와 첨단 광섬유 기술로 원격조종 되는 로봇들이 이제까지 인간이 닿지 못했던 바다 깊은 곳을 탐험해 침몰선 비행기 미사일 등 바다 속에 가라앉은 값비싼 물건들을 건져올리고 있다.

"마치 황금을 찾아 서부로 사람들이 몰려들던 골드러시 시대가 다시 온 것 같다." 심해(深海)용 로봇 제작회사인 딥 오션 엔지니어링 사(社)의 창립자 그래함 혹스의 말이다.

가까운 예로 중앙아메리카의 휴양지 근처에서 1857년 태풍에 침몰된 배를 인양하고 있는 네모(Nemo)라는 로봇을 들 수 있다. 네모는 얇은 와인잔부터 배의 육중한 부속까지를 모두 들 수 있는 정밀하고 힘있는 6t 무게의 로봇으로 현재는 해저 2천4백m에 누워있는 금괴실은 배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배에 실린 보물은 금(金)만 따져보아도 대략 4억5천만 달러의 가치는 될 것으로 추산된다.

"대양에는 광물과 같은 새로 개척할 자원들이 무진장하다. 침몰선을 인양하는 것은 그 첫단계에 불과하며 지구상에서 볼때 이것은 마지막 개발이 될 것이다." 자원개발회사의 감독인 배리 샤츠씨의 말이다.

군용에서 상업용으로

바다에서 인양용도나 과학 산업용으로 쓰이는 로봇은 보통 컴퓨터 두뇌와 광원(光源) 역할을 하는 라이트, TV 카메라, 음파측정시스템, 물건을 들어올리는 기계팔, 통신 케이블 등을 복잡하게 갖추고 있다. 이런 장비덕택에 수㎞ 이상 떨어져서 로봇을 원격조종하는 사람은 아무 주저없이 안전하게 대양바닥의 수많은 위험한 일들을 해치울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심해용 로봇이 기술진보의 한 전형이라고 말한다. 작지만 수많은 기술혁신의 성과가 모여 단순히 그 성과를 합친 것 이상의 큰 발전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로봇혁신의 원동력은 우선 소형컴퓨터의 성능이 나날이 고급화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 즉 고집적 회로의 출현 덕택에 과거보다 소형의 로봇이 더 복잡하고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것이다.

또 이 분야 기술의 커다란 진전에서는 광섬유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광섬유는 동력원 이외의 모든 용도에 사용돼 로봇을 제어하는 음향, 영상신호 전달에 주로 쓰인다. 심해용 로봇에 이용되는 광섬유는 강철과 비슷한 강도를 지니고 있는 가벼운 중합체 케블라(Kevlar)로 강화된 것이다.

한편 로봇의 본체 재료로는 티타늄이 사용되는데, 이 금속은 소금물에 부식되지 않고 강해 심해의 압력에도 찌그러지지 않는다.

현재는 수천대의 로봇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전세계의 바다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초기의 로봇은 거의 전적으로 군대에서만 사용됐다. 1960년대 초반 해군 주도하에 최초로 개발된 심해용 로봇은 TV카메라 정지사진 카메라 음향시스템 집게등을 갖추고 있었다. 1965년 이 로봇은 2백40m 깊이에 가라앉아 있던 대포를 건져올렸고 66년에는 수심 6백93m 깊이의 스페인 해에서 사고로 떨어진 수소폭탄을 되찾아 올 수 있었다.

현재 전세계에는 폭탄 회수능력이 있는 로봇이 최소한 6백기(基)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되며 그 기능도 단순히 TV만 장착한 형태에서 구멍뚫기나 용접 케이블 절단까지 할 수 있는 것으로 발전해 왔다.

심해용 로봇 발전사(史)에서는 오일쇼크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1970년대 오일쇼크가 일어나자 많은 민간기업들이 해저유전을 찾는 일에 뛰어들었고 이를 통해 로봇의 성능은 급속히 발전했다. 기술발달은 가격인하도 가져와 60년대만해도 대당 수천만달러에 이르던 가격이 80년대 들어서는 수십만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약탈에 가까운 해저탐험

지금까지 심해용 로봇은 추락한 비행기의 본체를 찾고, 끌어올려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88년 인도양의 마우리티우스 근해에 떨어진 남아프리카 항공사의 보잉 747기를 끌어올린 것이나 83년 아일랜드 해안 근처에서 인도항공의 제트기 잔해를 인양해 사고원인을 테러로 규명하는데 큰 몫을 한 것이 모두 심해용 로봇이다.

심해용 로봇의 활약중 가장 많은 관심을 끌어모은 것은 타이타닉호의 잔해일 것이다. 지난 1912년 빙산과 충돌, 침몰해 대참사를 빚었던 거대여객선 타이타닉호는 미국 우드 홀 연구소의 로버트 발라드(Robert Ballard) 박사에 의해 발견됐으나 역사유적으로서의 침몰선 인양에 반대한 발라드 박사는 선체를 그대로 두고 사진만 찍었다.

그러나 심해용 로봇으로 바다를 샅샅이 훑고 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발라드 박사 같은 마음은 아니다.

"이렇게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 즉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침몰선의 파괴나 약탈은 심각한 문제다. 게다가 대다수의 고고학자들은 로봇과 같은 장비를 구입할 경제적 능력이 없어 유적파괴에 속수무책이다." 역사유적보존기금의 해양보존 책임자인 마이클 나브씨의 말이다.

현재 보물사냥꾼들은 로봇을 이용해 플로리다 연안의 침몰 유적지 중 적어도 두군데를 뒤지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수심이 3백90m 정도이고 다른 것은 4백 50m인데 두 곳 다 주(州)경계선인 4.8㎞영역 밖에 있어 행정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

이런 부정적인 이용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멀지않아 로봇이 보다 더 컴퓨터화돼 결국 모선과 연결하는 케이블 없이도 동작할 수 있게 될 기술적인 발전 가능성에 더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이런 로봇들은 완전히 독립으로 움직이거나 음향으로 조종돼 해류에 의해 통신 케이블이 절단되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게 되면 해저에서 목표를 정하는 것 같은 일들이 보다 쉬워질 것이다.

세계최초로 완전자동화된 심해용 로봇을 만든 나라는 소련이다. 소련의 로봇 MT-88과 MT-89는 음향으로 조종되는 자동화 로봇으로 이들은 이미 대서양과 노르웨이 연안에 침몰한 두 대의 소련 잠수함을 찾은 바 있다. 이들은 음향 외에 지자기(地磁氣)가 금속체가 있는 곳에서 휘어지는 것을 탐지하는 자력계(magnetometer)도 이용했다. 소련은 이 기계들을 서방세계에 팔 계획이며, 89년에 처음으로 약 5백만달러의 판매가로 일반용 로봇이 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1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월리엄 브로드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해양학
  • 역사·고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