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른 컴퓨터와 가장 예민한 센서를 개발하기 위한 새로운 초전도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기 저항이 제로에 가까운 초전도체를 응용하면 '가장 빠른 컴퓨터'와 '가장 예민한 센서'를 개발할 수 있다. 문제는 초전도 상태를 가능케하는 온도를 높이는 일.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고온초전도체를 개발하는 일이다. 전기를 통하는 모든 금속은 절대온도 0도에 이르러야 전기저항이 없어지지만 고온초전도체는 온도가 높아도 전기저항이 없어진다.
고온초전도체를 향한 걸음은 최근 5년간 뜀박질을 계속했다. 자그마치 절대온도 1백30도까지 도약한 것. 그렇기 때문에 한동안 좌절에 빠졌던 '가장 빠른 컴퓨터'와 '가장 예민한 센서'에 대한 기대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온초전도체 세라믹은 반도체소자를 만들기에는 너무 깨지기 쉬워 장애물이 되고 있다. 현재 두 그룹이 전혀 다른 방법으로 초고속 컴퓨터를 위한 반도체 소자개발을 진행중이다. 한 그룹은 뉴멕시코에 있는 샌디아국립연구소팀이고 또다른 그룹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TRW 우주기술그룹이다.
절대온도 0도 가까이서 전기저항이 없어지는 옛날(저온)초전도체로는 조셉슨접합이라 알려진 스위칭소자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두 초전도체 사이에 얇은 절연체를 샌드위치처럼 끼워넣고 전압을 걸어주면 신기하게도 전자가 절연체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보통 같으면 절연체기 때문에 전자가 통과하지 못할텐데, 전자구름을 이용해 귀신같이 절연체를 빠져나간다. 이를 '터널효과'라 부른다.
이 터널효과는 자기장(magnetic field)에 매우 예민하다. 따라서 자기장을 이용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전류의 '온-오프'(on-off)를 조절할 수 있다.
세계의 연구자들은 고온초전도체에서 조셉슨접합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샌디아 과학자들은 전혀 다른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이 방법은 1988년에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존 마턴 팀이 개발한 '초전도 유동 트랜지스터'(superconducting flux-flow transistor)라는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이 트랜지스터의 구조는 필름과 같은 초전도체가 두개의 끈처럼 평행하게 늘어져 있고 그 사이를 길이가 10㎛인 약한 초전도성 끈이 수도없이 연결돼 있다. 사닥다리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이 구조를 활용해 조그만 입력신호(약한 전류)를 주면 두개의 초전도체 끈 사이에 큰 전압의 변화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피츠버그에 있는 웨스팅하우스 과학기술센터의 존 탈바치오 박사는 "초전도 유동 트랜지스터를 단층구조로 할 경우 깨지기 쉬운 초전도체를 가지고도 반도체소자를 만들 수 있고, 다층구조로 할 경우 조셉슨접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샌디아 그룹에서는 액체질소온도인 절대온도 77도 이상에서 초전도현상을 일으키는 탈륨계 화합물로 반도체소자를 만들고 있다.
한편 TRW그룹에서는 고온 초전도체에서의 조셉슨접합기술에 주력하고 있는데, 현재는 이트륨-바륨-구리 산화물로부터 저집적회로를 개발한 단계. 앞으로 조셉슨접합을 양산할 수 있는 세라믹 초전도체를 개발할 예정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절대온도 1백20도에서 초전도현상을 확인한 바 있으며(표준연구소 박종철박사팀과 서울대 김정구교수팀), 이를 바탕으로 조셉슨접합을 이용한 SQID(초전도 양자 간섭장치)를 포항공대와 표준연구소에서 개발중이다. SQID는 '가장 예민한 센서'의 하나로 간질병과 파킨슨씨병을 진단하는데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