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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 팔괘와 이진법의 만남

컴퓨터가 점친다

최근 컴퓨터주역과 컴퓨터 관상프로그램이 개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해가 바뀌면 흔히 다가올 한해의 운수를 점쳐본다. 결과를 100% 믿어서가 아니라 재미삼아 보기도 하고, 집안에 수험생이 있거나 결혼적령기에 접어든 처녀총각이 있는 경우 꽤 절박한 심정으로 점술가를 찾기도 한다.
최근에는 첨단과학의 산물인 컴퓨터가 거리에 등장, 과학적(?)으로 점을 쳐주는 장면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전혀 대조적으로 보이는 컴퓨터와 점, 어떤 관계에 있을까.
 

컴퓨터관상프로그램


프로그램의 비법(?)

점술에서 최고의 경전으로 쳐주는 책이 주역(周易)이다. 중국 고대의 복희씨(伏羲氏)가 만든 것으로 전해지는 주역은 천지만물을 태극(太極)과 음양(陰陽) 그리고 팔괘(八卦)와 육십사괘로 설명한 책으로 모든 점술서적의 원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이지함이 지은 토정비결(土亭秘訣)도 주역을 근간으로 한해의 신수를 알기 쉽게 풀이한 역술서다.

최근 이 주역의 내용과 풀이방법이 컴퓨터에 수록돼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컴퓨터 주역'을 개발한 사람은 경기도 안양에서 전기제품 판매업을 하던 아마추어점술가 최동환씨(36).

최씨는 고등학교 2학년때 주역을 처음 접한 후 이에 심취돼 중국고전을 닥치는대로 읽기 시작했다. 역학의 오묘한 원리에 빠져든 그는 군대에서도 사우디건설현장에서도 주역을 손에 놓지 않았다. 주역은 순한문으로 이뤄져 있고 그 해석이 난해해 중국에서도 능통한 사람의 수가 많지 않다. 그는 주역의 원리를 컴퓨터로 쉽게 풀어볼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85년 사우디에서 귀국하자마자 직장을 그만두고 컴퓨터를 익히는데 몰두했다.

"주역의 음양과 팔괘 육십사괘는 컴퓨터의 2진법과 일맥상통한다. 근대수학의 창시자 라이프니츠도 일찍이 주역을 보고 그 원리가 지극히 수학적인 사실에 감탄했다고 한다. 따라서 주역을 컴퓨터로 풀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이치에 맞는 일이다."

그러나 컴퓨터 초보자였던 최씨는 컴퓨터 주역을 완성하는데 무려 5년이나 걸렸다. 데이터의 양이 40MB의 하드디스크를 꽉 채울 정도로 방대했던 데다가, 주역의 해석법이 노하우(?)에 속하는 것인만큼 프로그램 개발에서 데이터 입력까지 컴퓨터 전문가의 손을 빌 수 없어 그와 아내가 꼬박 매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개발작업을 완료한 그는 생계를 위해 꾸려왔던 가게를 정리하고 '컴퓨터 역학센터'라는 간판을 달아 본격적인 컴퓨터 점술사업을 시작했다.

컴퓨터 주역을 보는 방법은 자신의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를 컴퓨터에 집어넣기만 하면 된다. 이때 생년월일은 양력이든 음력이든 상관없는데 이는 컴퓨터가 양력일 경우 알아서 음력날짜로 환산해주기 때문이다. 자료가 입력되면 컴퓨터는 자체적으로 주역을 풀이하여 30분 동안 무려 20페이지에 달하는 개인의 운세를 뽑아 준다. 출력내용에는 우선 주역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개인의 연령별 활동력(氣)의 크기, 연령별 평생운세, 그 해의 운세와 매달 운세가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최씨는 "주역은 같은 자료로도 다섯가지 다른 운세가 나온다. 현재는 컴퓨터 용량의 부족으로 그중 가장 결과쪽에 가까운 운세만을 입력했다"며 아직 컴퓨터 주역이 최종 완성된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컴퓨터 주역을 보려면 먼저 전화로 주문자의 생년월일과 시를 알려주면 팩시밀리나 우편을 통해 결과를 전달받게 된다. 최씨는 이번에 개발한 컴퓨터 주역을 토대로 영어와 일어판으로 번역해 이 프로그램을 수출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영상처리기술 시험용

유니온시스템은 지난 6월에 열린 한국소프트웨어전시회에서 컴퓨터 관상프로그램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인기를 모았다.

이 시스템은 폐쇄회로 카메라나 비디오카메라로 얼굴의 윤곽을 잡고 이 데이터를 컴퓨터가 영상처리기술(image processing)로 인식해 내장된 프로그램으로 관상을 풀이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설창훈씨는 "영상처리 기술을 일반인에게 소개하기 위해서 누구나 관심이 높은 관상프로그램을 시험적으로 짜본 것"이라고 말한다. 이 기술을 이용할 경우 컴퓨터 관상뿐 아니라 최근 범죄방지기술로 사회적 관심이 높은 지문인식시스템 차량번호판판독시스템 등에도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 관상프로그램은 시중에 나와 있는 관상책을 그대로 컴퓨터에 입력한 것으로 사진에 나타난 디지털 이미지를 수치화한 것이므로 인간이 보는 것보다 더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색의 좋고 나쁨이라든지 신체전체의 상태는 컴퓨터가 인식할 수 없으므로 임기응변에서는 인간보다 한수 뒤진다는 평이다. 소프트웨어 전시회에 출품했을 때 처음에는 공짜로 관상을 봐줬지만 사람이 너무 몰려들어 나중에는 1천원씩 복채를 받았는데 복채가 수십만원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컴퓨터관상은 삼정으로 판단하는 전체운과 삼형질론에 의한 성격과 운세, 그리고 애정운, 재운, 사회운, 건강과 장수운, 가정운 등 일곱가지로 결과가 출력된다.

점술가의 영감과 암기력에 좌우돼온 점이 컴퓨터의 힘을 빌어 과학과 결합할 수 있을는지는 의문이지만 이러한 시도자체는 흥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관상보는 법^비디오카메라로 얼굴윤곽을 찍으면 이를 컴퓨터가 인식하고 내장된 프로그램을 통해 분석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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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정경택 기자
  • 김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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