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안전벨트에 관한 「미신」많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에만 뒷좌석「3점식」안전띠와 「강제식」안전띠가 있다.

지난 7월 1일부터 안전벨트 착용이 강제성을 띠게 되었다. 착용을 하지 않은 운전자에게 1만원의 범칙금을 물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단속대상은 시내버스를 제외한 전차량. 단속대상도로는 전국의 고속도로와 올림픽대로를 비롯한 서울의 8개 자동차전용도로와 지방의 자동차전용도로.

치안본부의 교통사고 분석에 따르면 지난 해 교통사고가 하루 평균 7백 1건이 발생, 매일 35명이 숨지고 8백93명이 부상했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차 앞유리나 계기판에 부딪쳐 숨진, 다시 말해 안전벨트미착용으로 인해 숨진 사람이 전체 사망자의 83%에 달했다.


안전벨트에 관한 미신 많다
 

뒷좌석도 마음 놓을 수 없어

이런 '끔찍하지만 확실한' 통계를 뻔히 보고도 아직도 안전벨트착용을 '거부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작년 봄 한국갤럽이 조사한 결과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귀찮아서(64.2%), 처음부터 매지 않았기 때문에 (29.8%), 맬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서(19.1%)라는 대답이 나왔던 것.

안전벨트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착용률을 낮춘다는 것이 한 교통전문가의 지적이다. 그 예로 차가 물에 빠지거나 화재가 났을 때 오히려 안전벨트가 '화'가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들 수 있다. 다시 말해 안전벨트 때문에 차에서 빠져 나오는데 실패하게 된다는 '억측'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식을 잃지 않고 있어야 탈출도 가능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서 타격을 받아 의식불명상태가 되면 그 다음 동작은 결코 취할 수 없다는 것.

안전벨트가 고속도로 외에는 불필요하다는 생각도 문제다. 대부분의 교통사고가 시속 50km 이하의 속도에서 발생한다는 통계자료다. 참고로 시속 48km의 속도로 충돌했을 때 차에 탄 사람이 받는 충격은 6m 건물에서 떨어졌을 때와 흡사하다. 또 설령 자기 차의 속도가 저속이라 할지라도 상대방 차가 고속으로 달려와서 부딪치면 저속인 차가 훨씬 큰 손상을 입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운전석에 앉는 사람은 핸들로 충격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속설도 매우 비과학적이다. 설사 시속20km의 속도로 달린다고 해도 충돌시에는 손과 발로 버틸 수 있는 힘보다 훨씬 큰 관성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속 20km로 달리다가 순간적으로 멈춰섰을 때의 관성력은 3백~4백kg. 사람의 두 팔만으로 견딜 수 있는 힘은 50kg, 두 다리로 버티는 힘은 1백kg, 양팔과 양 다리로 엉 버티는 힘은 1백20~2백kg(시속 7km로 달리는 차의 관성력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관성력을 이기지 못해 앞으로 튀어나갈 수 밖에 없다.

뒷좌석은 안전하므로 따로 안전벨트를 맬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뒷자리 사람이라고 해서 봐 준다는 법은 없다. 안전벨트 미착용시에는 착용시보다 머리나 가슴 부위가 심하게 부상할 개연성이 2~2.5배나 높다.

그런가 하면 사고가 났을 때 안전벨트를 매는 것보다 차밖으로 튕겨나가는 게 더 안전하다는 '해괴'한 의견도 있다. 프랑스에서 차량전복사고를 조사해 봤더니 중상자의 46%, 사망자의 77%가 차밖으로 튕겨 나간 사람들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강제로' 안전벨트를 매게 한 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다(1972년). 그후 일본 프랑스를 포함한 세계 30여개국이 법으로 안전벨트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2점식은 2차충격 막지 못해

안전벨트의 종류는 현재 세가지다. 2점식 3점식 5점식으로 나뉘는 것이다. 그중 2점식은 다시 허리벨트와 어깨벨트로 분류된다.

2점식 허리벨트는 골반대를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므로 벨트가 허리뼈 위를 지나가야 한다(배에 매는 것은 잘못이다). 그런데 충돌시에 머리부분과 가슴이 앞쪽으로 쏠려 계기판이나 핸들에 부딪칠 수 있다.

2점식 어깨벨트는 어깨와 가슴부위만을 맬 수 있는 방식이다. 이 벨트 역시 몸을 완전히 지켜주지 못한다. 충돌시 몸이 벨트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깨벨트와 허리벨트가 조합된 3점식 안전벨트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그냥 안전벨트라고 했을때 흔히 이 3점식을 가리킨다.

5점식은 3점식에 비해 안전성은 우수하나 긴급사태시 벨트를 벗는 시간이 지체된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현재 말레이지아와 싱가포르에서만 부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2점식과 3점식의 안전도차이는 이미 실험적으로 입증돼 있다. 시속48km의 속도로 콘크리트벽을 충돌하게 했더니 3점식은 2차충격(차가 서고 난 뒤 관성에 의한 충격)을 거의 완벽하게 막아 주었다. 그러나 2점식 허리벨트는 머리에 큰 충격을 주었고, 벨트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차창 밖으로 튕겨 나갔다.

지난 88년 미국정부가 주도한 조사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특히 2점식을 맨 사람이 장파열로 죽은 사례가 많았다. 연구 조사팀은 벨트가 복부를 너무 강하게 압박한 탓으로 결론지었다. 3점식의 안전성을 인정한 미국정부는 승용차의 앞좌석은 물론이고 뒷좌석에도 3점식을 달 것을 권장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에 나온 미국산 승용차는 뒷자리에 거의 3점식이 장착돼 있다.

그러나 국산차는 아직 2점식과 3점식이 '전국시대'를 이루고 있다. 다시 말해 소형차 뒷좌석의 거의 대부분은 2점식이다. 현대는 쏘나타이상, 대우는 로얄시리즈(듀크는 제외)와 르망(GTE급 이상)에 그리고 기아는 콩코드 이상에만 뒷좌석에 3점식이 장착돼 있다. 3점식과 2점식의 값 차이는 하나당 1만5천원 내외.

한림대 의대 조세흠박사는 "교통사고로 안면을 다친 사람은 대개 앞좌석이나 유리창 등에 부딪친 사람들이다. 특히 버스사고인 경우에는 가벼운 충돌에도 얼굴에 손상을 입기 십상"이라고 전제한 뒤 "버스에 3점식을 더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의 모든 버스(고속버스 시외버스 포함)는 2점식 벨트를 사용하고 있다. 이 2점식은 가벼운 접촉사고나 급정거시 별효력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 벨트의 질은 믿을만한가. 국내 3대자동차 메이커들은 벨트의 장착방식 강도 내구성이 모두 국제수준에 도달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적어도 KS규격품 만큼은 그들의 '장담'에 어긋나지 않는다. 그러나 무작정 안심할 수는 없다. 불합격제품도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KS규격에 미달한 회사제품이 시중에 버젓이 나돌고 있다"고 교통안전연구원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이재천연구실장은 말한다.

이번에는 안전벨트를 바르게 매는 법을 알아보자. 첫째 벨트를 꼬인 채로 매서는 안된다. 둘째 벨트가 너무 짧거나 길 때는 자기 몸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이때 가슴과 벨트 사이에 주먹 하나 정도의 여유가 있으면 좋다. 특히 뒷좌석의 2점식 벨트를 맬 때는 길이를 잘 조절해 몸과 너무 틈새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운전자 중에는 표준체형이 아닌 사람도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벨트의 높낮이를 조절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르망에는 안전벨트를 위 아래로 l0cm까지 조절할 수 있는 장치가 부착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승용차에는 이런 조절장치가 없고, 일부 국산벨트는 키작은 사람이나 여자들의 목을 죄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이제는 강제식 안전벨트 장착도 고려해볼 시점이다. 금년부터 미국정부는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으면 저절로 벨트가 잠겨지는 이 '강제식'을 의무화하고 있다. 국산차도 대미(對美) 수출차는 오래 전부터 '강제식'을 장착하고 있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에만 뒷좌석 3점식 안전벨트와 '강제식'을 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메이커 측에서 주장하는대로 경제적 이유 때문일까. 아니면 국내에는 그에 대한 강제규정이 없기 때문일까.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윤기은 기자
  • 박태균 기자

🎓️ 진로 추천

  • 자동차공학
  • 기계공학
  • 교통·철도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