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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열쇠노릇한다

자물쇠의 첨단기법

자물쇠에도 첨단컴퓨터 기능이 도입됐다. 일명 바이오메트릭 자물쇠. 그 원리와 기능은?

'신체의 일부분이 열쇠노릇을 한다.' 이 이론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가설에 불과했다. SF영화 같은데서나 구경할 수 있던 한갓 사람들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비약적인 컴퓨터 산업의 발전 덕분이다.

컴퓨터를 통해 사람의 특성 형태를 읽어내고 분석이 가능해짐에 따라, 이 기법을 자물쇠에 도입했던 것이다.

일명 바이오메트릭 액세스 시스템(biometric access systems). 바이오메트릭 기법이란 '생리학 또는 행동학적인 특성을 토대로, 생명체가 있는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인식하는 자동화된 방법'을 말한다. 예컨대 잠겨진 문앞에 서 있는 사람의 신원을 음성, 눈의 망막형태, 손금 등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열쇠의 분실과 도용(盜用), 카드 암호번호의 망각 같은 위험이 있을 수 없다.

현재 시중에 선보인 바이오메트릭 자물쇠는 어떤 것이 있을까. 신체 매개부위별로 살펴보자.

■음성임식/감기걸린 목소리도 구별
사람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타인의 목소리 구조를 경험적으로 기억한다. 이와 같은 원리를 컴퓨터에 도입, 특정인의 목소리 정보를 기억시킨 뒤 한두 단계의 인식장치를 거쳐 신원을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어떤 특별한 사람들의 말의 형태 뿐아니라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공명(共鳴)과 주파수까지 파악한다. 감기나 치통이 있는 목소리는 사람이 감별하기 어렵지만, 음성인식 시스템의 전자귀는 이러한 것까지도 식별해 낼 수 있다. 그러나 후두염에 대해서는 아직도 불완전한 것이 단점이다.

■지문인식/손금도 인식
지문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컴퓨터 메모리 안에 여러 개의 주형(템플리트)을 넣어 두고 기계 안으로 들어오는 지문을 이 템플리트와 비교한다.

지문은 크게 땀구멍이 모여 돌출돼 나온 융선, 융선이 끝나는 단점, 융선이 갈라지는 분기점에 따라 1백개 이상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중 10여가지 정도만 일치하면 동일인으로 간주한다.

대부분의 지문인식 시스템들은 액세스 과정의 하나인 키패드를 통해 개인확인번호(PIN, 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를 사용하여 지문을 일치시킨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서는 정상적인 추출이 불가능한 정도의 난해한 지문도 있다. 이때문에 외국에서는 '습기가 많거나 지문의 상태가 불량한 사람의 경우, 동작되지 않을수도 있다'는 주의사항을 붙이기도 한다.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손금인식 시스템이 있다. 원리는 지문인식 액세스 과정과 동일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시스템공학센터가 개발한 지문인식시스템


눈의 망막패턴/레이저빔을 활용
지문만큼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눈의 망막 뒤에 있는 혈관 형태는 지문에 버금갈 만큼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특성을 컴퓨터의 레이저빔을 이용해 식별한다. 특히 망막의 혈관은 아침에 충혈된 눈이라도 읽어들이는데 지장이 없다.

더러운 손이나 붕대로 감긴 손은 지문 스캐너(채취기)에 영향을 미친다. 목이 쉰 목소리 또한 음성 식별기를 혼란시킨다. 그러나 망막의 혈관 형태는 컴퓨터를 혼란시키는 형태의 변형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반면 사용이 조금 불편하다.

■필체인식/타이핑도 식별가능
필적(筆跡)을 전자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이다. 특수한 필기구나 메모판이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어, 필체가 쓰여지면 컴퓨터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게 된다.

이때 측정되는 기준들은 쓰는 속도, 펜을 누르는 정도, 메모판과 펜과의 각도, 글자의 형태 등이다.

타이핑 특징으로도 신원을 파악할 수 있다 컴퓨터의 키보드를 두드릴 때 각 사람마다 고유한 '타이핑 리듬'이 있기 때문이다.
타이핑을 할 때 타이핑하는 속도, 키보드를 누르는 정도, 또는 오타의 정도 등이 식별기준이 된다.

10만번에 한번 정도 실패

이상과 같이 열거한 바이오메트릭 액세스 시스템의 성능을 측정하기 위해서 FRR(False Rejection Rate와 FAR(False Acception Rate) 비율이 사용된다.

FRR는 출입이 허용된 자를 들여보내지 않는 오류비율이다. 일반적으로 바이오메트릭 자물쇠들은 약 2%의 오류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1백번의 출입접근 중 두번 정도 실패를 하는 셈이다. 이러한 비율이 전자적인 기계품들과 비교하면 좋은 점수로 평가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보통 열쇠가 딸린 자물쇠보다는 안정성면에서 뒤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반면 FAR는 출입이 금지된 사람을 허용하는 오류비율이다. 이에 대한 비율은 0.001%로 10만번에 한번 정도 실패를 나타낸다. 이 정도면 열쇠의 분실이나 위조, 도둑의 침입 등에 대한 우려는 해소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 두가지 오류비율은 서로 연관이 된다. 기계의 FRR가 0으로 조절되면 그만큼 FAR는 높게 된다. 비유하면 열쇠를 가진 사람이든 갖지 않은 사람이든 누구나 쉽게 열 수 있는 자물쇠가 된다.

거꾸로 FAR을 0으로 조정해 놓으면 FRR는 무효가 된다. 이것은 마치 열쇠치수에 대한 허용한도가 극히 세밀하고 폐쇄적이어서 조금이라도 낡거나 잘못 세공된 것이면 출입을 제한하는 경우와 같다. 결국 양쪽의 비율을 적절히 조절하는 공정 단계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 바이오메트릭 자물쇠는 서구에서 고급저택의 방범용, 고급정보의 보안용 등 용도에 맞게 변형된 제품으로 나와 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6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시스템공학센터가 지문인식시스템을 개발, 제품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또 몇몇 무역업체가 이미 수입선 모색 및 시장조사에 나서고 있고, 자체 제작을 검토 중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취약한 방범상황을 고려해 볼 때 바이오메트릭 자물쇠에 대한 수요는 상당할 것이라고 무역업체 관계자는 전한다.

그러나 이 제품이 일반 가정에까지 보급되기 위해서는 △정확도(아직은 완전치 않은 상태다) △실용성(실제 사용자들이 제조업체의 도움없이 액세스의 차별화를 조정하여 컴퓨터에 입력할 수 있어야 한다 △가격(6백~2천6백만원 사이로 비싼편이다)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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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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