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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컴퓨터통신 컴퓨터간 장벽을 허물다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했던 바벨탑의 신화는 이기종(異機種)간 통신을 추구하는 개방형 컴퓨터연구를 통해 다시 실현될 것인가?

개방형 컴퓨터통신(Open System Interconnection; OSI)이란 서로 다른 회사에서 만든 컴퓨터간에 원활하게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에는 같은 회사제품끼리만 연결이 가능하지만 컴퓨터들간에 언어의 장벽을 없애고 마음놓고 통신을 하도록 하자는 일종의 표준화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개방형 컴퓨터에 관한 연구는 국제표준기구인 ISO(International Standards Organization)와 CCITT(International Telegraph & Telephone Consultative Committee)를 중심으로 최근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에도 87년 7월 컴퓨터와 통신분야의 학자들이 모여 '개방형 컴퓨터통신연구회'를 발족하고 국제적인 표준화작업에 참여하는 한편 이러한 작업이 국내 기업들에도 확산될 수 있도록 마인드확산에 힘쓰고 있다.

컴퓨터의 이용이 우리 생활의 전영역으로 확대됨에 따라 컴퓨터통신의 필요성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컴퓨터와 통신이 결합하는 전제조건으로 90년대 컴퓨터연구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개방형 컴퓨터의 원리와 연구동향을 살펴본다.
 

개방형 컴퓨터 통신
 

프로토콜의 통일

각기 다른 컴퓨터들 간에 데이터통신을 가능하게 하려면 어떤 통신조약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조약을 프로토콜(protocol)이라 한다.

예를 들어 갑과 을이 대화를 나눈다고 하자. 이들이 한국어를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했을 경우 두 사람의 언어 프로토콜은 한국어이다.

한편 갑은 한국어만 알고 을은 프랑스어만, 병은 독일어만 안다고 하자. 이때 갑과 을이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둘중 하나가 상대편의 언어를 배워야만 한다. 갑이 프랑스어를 배운다면 을과의 대화가 가능해지지만 독일어만 할줄 아는 병과는 대화가 여전히 불가능하다. 갑이 병과 대화를 나누려면 다시 둘 중 하나가 상대방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만약 갑과 을과 병이 국제어를 배워 대화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세계 모든 사람이 국제어를 익혀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효율적이다. 여기서 국제어란 컴퓨터로 말하면 OSI통신 프로토콜이라 할 수 있다.

각기 다른 회사에서 생산된 다른 종류의 컴퓨터간의 데이터통신은 프로토콜이 없이는 불가능한데 국제어라고 할 수 있는 OSI통신 프로토콜만이 세계 어느 업체의 컴퓨터와도 데이터통신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필요성에 의해 시작된 OSI표준화활동은 1978년 ISO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서로 다른 제품 다른 관리 다양한 복잡성 그리고 다른 기술로 만들어진 컴퓨터기종 및 소프트웨어들간의 대화가 가능하도록 국제통신규약을 표준화시키자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7가지 계층적 구조

OSI모델의 기본원리는 세가지 특성을 갖는다.

첫째 OSI는 계층형 구조를 갖는다. 앞의 예를 빌어 갑과 을이 대화를 할 때, 갑과 을 각각에게는 3개의 층이 있으며 최상위층의 '전달하고자 하는 의사'는 언어층의 '회화 언어'를 사용하여 음성층의 '음성'으로 공기라는 매체를 통하여 음파의 형태로 상대에게 전달된다.

한편 계층형 구조는 통신기능을 여러 개의 계층으로 나우어 각 계층마다 한 기능을 담당하게 하여 어떤 한 계층의 통신 프로토콜이 조금 바뀌어도 다른 계층들에게 영향이 전혀 없게 한다.

둘째 OSI는 각 계층마다 '서비스'와 '프로토콜'로 표준화된다. 개방형 시스템의 그 층에 속하는 정보교환실체(엔티티)들간에 이루어진다. 이 실체들간에 수행되는 정보교환 양식이 '프로토콜'이고 정보교환은 그 층의 바로 아래에 있는 층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여 표현된다. 물론 각 층에는 그 층에서 필요한 기능이 준비되어야 한다. 즉 이들 층 내의 기능과 바로 아래층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여 바로 윗층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때문에 각 계층 제품이 다르더라도 완전한 OSI통신기능이 가능하다.

셋째 OSI는 연결형(connection) 전송뿐만 아니라 비연결형(connectionless) 전송도 고려하고 있다. 연결형 전송은 전화에, 비연결형 전송은 전보에 비유할 수 있다. 전화의 경우는 상대가 부재중이면 통화가 불가능하지만 전보는 상대방의 부재에 관계없이 배달이 가능하다.

통신기능을 크게 나누면 대화(communication)와 연결(connection)로 나눌 수 있는데 가령 갑과 을이 전화로 대화를 하려고 할 때 어느 한 사람이 상대의 전화번호를 알아 전화를 걸면 연결은 된다. 그런데 대화는 둘다 같은 언어(한국말이나 기타 언어)를 쓰고 대화에 대한 조절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OSI모델의 상위계층은 대화기능을 담당하고, 하위계층은 연결을 담당하며, 중간계층은 어떤 연결에 관계없이 대화할 수 있게 한다. (그림 1)의 OSI모델 각 계층의 기능을 간단히 살펴보자.

■물리계층 : 데이터연결 엔티티간의 비트전송을 위한 물리연결을 유발시키고, 관리하며 끊고 복구하는 기계적 전기적 기능적 절차적 수단을 제공한다. 이 계층은 통신매체를 통해 데이터비트들을 전송한다.

■데이터연결계층 : 네트워크 엔티티간에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한 기능적 절차적 수단을 제공하며, 물리계층에서 생길 수 있는 에러를 검출하고 부분적으로 수정을 하는 역할을 한다.

■네트워크계층 : 통신을 수행하는 응용프로세스가 존재하는 시스템간의 데이터 교환기능을 제공한다. 개방시스템간의 네트워크연결을 설치하고 유지보수하며 데이터의 혼잡도 제어한다.

■수송계층 : 주기능은 컴퓨터 사이에 신뢰성이 높은 데이터전송을 제공하는 데 있다. 이를 우해 세션엔티티간에 트랜스프트연결이라는 논리적인 통신로의 설정 및 종단(end)시스템간의 데이터전송에 있어서의 에러검출 에러복구 흐름제어 및 접속다중화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세션계층 : 기본기능은 대화통제이다. 갑과 을이 대화할 때 두 사람이 동시에 말을 시작하면 대화가 불가능하다. 갑이 말할 때는 을이 듣고, 을이 말할 때는 갑은 자기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데 이것이 대화통제이다.

■표현계층 : 응용계층의 통신규약들을 표현해 주는 기능을 담당한다. 표현방법과 규약내용이 합쳐져야 완전한 언어가 되는데 이것을 표현컨텍스트(presentation context)라고 한다. 표현계층의 프로토콜은 사용자에게 표현컨텍스트를 선택할 수 있게 해주고, 응용계층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공통으로 이해될 수 있는 데이터의 표현형식으로 변환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응용계층 : 보통의 적용업무에서 필요한 자원이용기능(예로써 파일전송 데이터베이스이용 등)과 컴퓨터네트워크 운영제어에 필요한 네트워크 관리기능(개방시스템이나 물리매체 등에 대한 장애관리 구성관리 등)을 제공해준다. 이 계층은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가지며 가장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계층이라 할 수 있다.
 

(그림 1) OSI의 기본 구성
 

국내연구는 초기단계

개방형 컴퓨터연구는 현재 기본표준(base standard)이라 불리는 7계층에 대한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1에서 5계층까지의 국제 표준화가 거의 종료되고 남은 6, 7계층도 핵심부분의 작업을 끝내고 있다. OSI의 실용화는 이런 기본표준만으로는 부족하다. 기본표준은 광범위한 업무 및 다양한 통신망의 사용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실제 OSI를 사용할 경우에는 적용분야 및 통신회선의 형태에 따라 각 계층의 기본표준 중에서 필요한 부분을 선택하고 조합하여야 한다. 이런 과정을 서브세트화라고 하며, 구현시스템에 적합하게 작성된 상세한 표준을 기능표준(functional standard)이라고 한다.

현재의 OSI표준의 실용화는 세계적으로 기능표준의 작업단계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기능표준에 따라 구현된 실제 시스템이 실제로 OSI프로토콜을 따르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만 시스템간의 접속을 보장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기능표준의 개발과 더불어 적합성 시험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기술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OSI통신조약의 실현규약을 만드는 조직은 지리적 조건에 의해 3개 조직으로 나뉘는데, 북아메리카를 중심으로 한 NIST OSI워크숍, 유럽을 중심으로 한 EWOS,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AOW가 그것이다. 각 조직은 이미 ISO 또는 CCITT를 통해 표준화된 OSI통신조약에 실현규약서를 만들었다.

국내의 개방형 컴퓨터연구는 과학기술원 데이타통신 전자통신연구소 및 일부 대학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기관은 ISO회의의 참가, 표준안에 대한 검토 및 투표 등의 기본적인 활동 이외에 국제표준의 국내 구현을 위한 공동작업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이며, 각 기관별로 파일 전송접근 및 관리(FTAM;File Transfer, Access and Management) 메시지처리시스템(MHS;Message Handling System) 하위계층(LL;Lower Layer) 사무용 문서체계(ODA;Office Document Architecture) 등에 대한 연구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런 작업의 일환으로 OSI 시험네트워크로서의 시스템개발네트워크(SDN;System Development Network)를 통한 공동연구 및 네트워크 구축, 운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떻게 국제표준으로 할 것인가

ISO에서는 표준화의 대상을 여러 개의 과제로 분리하여, 각 과제를 기술위원회(TC;Technical Committee)에서 담당한다. 그 중에서 TC97은 정보처리시스템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언어 데이터베이스 그래픽 통신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 TC 또한 너무 광범위한 분야를 포함하므로 좀더 작은 분야로 분리하기 위하여 다시 여러 개의 SC(Subcommittee)로 나뉘어진다. TC97에서 현재 OSI에 관련된 SC로는 SC6과 SC21이 있다. 이 두가지가 위에서 설명한 OSI 참조모델의 7계층을 담당하고 있다. SC도 실질적인 표준안 작성을 위한 작업에는 역시 큰 범위이므로 다시 여러 개의 WG(Working Group)로 분리하여 표준안 작성을 수행한다.

ISO에서는 지금까지는 기본표준의 설정에 중점을 두고 있었지만 현재에는 1에서 5계층의 핵심부분의 작업을 거의 완료하고 남은 6, 7계층의 표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ISO에 있어서 과제는 기능표준을 어떻게 국제표준으로 작성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미국/제너럴모터스의 시도

미국에서의 OSI추진은 1981년경부터 미국 상무성 산하의 규격표준국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규격표준국의 활동은 OSI의 제조업체와 사용자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서 워크숍 개최에 의해 제품규격의 개발, OSI 제품개발을 위한 적합성 시험방법의 연구, 성능 시험방법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규격표준국이 개최하는 워크숍에서 토의하여 만들어진 GOSIP(Government OSI Procurement)는 모든 미국연방정부 관련기관이 OSI 종단시스템(호스트 컴퓨터나 단말장치)과 게이트웨이를 구입할 때 사용하기 위한 표준규격이다.

세계 최초로 OSI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사의 공장자동화용 네트워크인 MAP(Manufacturing Automation Protocol)과 보잉사의 사무실용 통신네트워크인 TOP(Technical Office Protocol)을 들 수 있다. GM사의 여러 공장들은 이미 다른 종류의 컴퓨터들을 OSI전산망에 연결하여 실제적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며 생산효율 및 질의 향상을 가져왔다. 또한 1986년 3월에는 OSI추진을 위한 비영리회사인 COS(Corporation for Open Systems)사가 설립되어 운영중이다. 이 회사는 OSI 제품의 조기실현, OSI 기능표준의 개발, OSI 보급, OSI 제품의 적합성 시험서비스를 목적으로 한다.

유럽/공동연구 SPAG

유럽에서의 OSI추진은 각국의 표준의 차이점을 없앰으로써 유럽간에 무역장벽을 제거하여 유럽 공동시장을 형성하자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EC위원회에서는 표준화 인증시험 등 적극적인 활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또한 각국 정부도 OSI를 지지하고 독자적으로 추진책을 전개하고 있다.

한편 민간차원에서는 유럽의 12개 주요 컴퓨터 제조업체가 연대하여 OSI의 서브세트화, 상세한 사양의 결정과 제품화를 촉진하기 위해 SPAG(Standards Promotion Application Group)라는 기업그룹을 형성하여 활동중이다.

일본/데이터베이스 구축

일본에서는 정부차원의 OSI 추진은 통산성이 중심이 되어 다각적인 시책을 전개하는 한편 민간에서는 이 정부시책에 호응하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OSI실용화를 위한 일련의 기술개발을 위해 통산성 공업기술원의 대형 프로젝트 중의 하나인 '상호운영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오는 92년까지 7년에 걸쳐 연구개발비 약 1백50억엔이 투입될 예정이다.

한편 민간차원에서의 상호 정보교환과 OSI 추진을 위한 기본적인 방침을 결정하기 위해 OSI 추진협의회(POSI)가 설립되어 후지쓰 NEC 히다치 미쓰비시전기 오키공업 도시바 등이 참여하고 있다.
 

어떻게 국제표준으로 할 것인가
 

90년대 통신의 주역

미국과 유럽, 일본 등지에서 OSI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한 것은 컴퓨터업체보다는 사용자들의 요구가 컸기 때문이다. 미국 및 유럽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OSI실현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각 기업들의 투자도 활발한 상태이고 좋은 제품들도 많이 나와 있다.

OSI 표준화가 많은 국가와 업체들의 각기 다른 요구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어 실현 불가능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미 사들인 이(異)기종의 컴퓨터들과 소프트웨어들이 많고 이들사이의 통신을 OSI만이 가능하게 하므로 앞으로의 통신은 OSI 중심이 될 것이 분명하다.

아직 국내의 OSI 연구활동은 대학과 일부 연구기관 중심이고, 컴퓨터업체나 사용자들의 관심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현재 국제적인 OSI 표준화활동에 한국의 특수한 여건이 반영되지도 않은 상태이다. 이런 상태로는 계속 남의 것에 의존해야 하므로 요즘과 같이 정보통신 시장의 개방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시점에서 거대한 국제 OSI시장에 우리의 시장이 잠식당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벌써 많은 OSI통신프로토콜이 표준화되었지만 아직 많은 부분이 표준화되어가는 단계이므로 이같은 OSI의 중요성과 필연성을 깊이 인식하고 국가기간사업의 차원에서 좀더 강력한 지원과 민간기업들의 참여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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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황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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