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를 알 수 없는 기름을,그것도 수십번씩 사용하면 독성이 생기는 등 위험하다.
이른바 '쇠기름파동' 휘몰아치면서 지방(기름)으로 튀긴 식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한껏 높아졌다. 특히 식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라면 스낵류 햄버거 등 튀김식품의 부작용 여부에 대해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라면은 오히려 양반이에요. 대기업에서 제조한 만큼 그래도 위생관리가 어느 정도는 되고 있는 셈이지요. 하지만 소비자가 진짜 경계해야할 대상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름을, 그것도 수십번씩 사용하는 튀김류들이지요. 길거리에서 파는 일부 핫도그 햄버거 고구마튀김 새우튀김 등의 위생상태는 정말 엉망이에요"
서울보건전문대 남궁석교수(식품영양학)은 계속해서 "쇠기름이 몇등급이냐보다 몇 번 튀겼느냐가 위생상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충고한다. 기름을 여러 번 튀기면 산패가 일어나기 쉽기 때문에 동네의 튀김가게 등에서도 너무 여러 번 기름을 사용하지 말도록 계몽해야 한다는 것이다.
튀김식품의 위생은 산패가 좌우
대개 튀기는 데 2~3번 쓰고 새기름으로 갈아줘야 한다는 것이 식품위생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여러 번 사용해 기름의 점도가 높아지거나, 끓일 때 연기가 나기 시작하면 위생상태가 불량하다는 증거이다. 끈끈해졌다는 것은 산패했다는 신호이며, 연기는 튀김식품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또 튀길 때 무슨 기름을 사용하느냐도 문제가 된다. 라면은 콩기름이나 옥수수기름, 즉 식물성 기름으로 튀기지 않고 대개 쇠기름이나 돼지기름, 즉 동물성 기름으로 튀긴다.
"단지 값이 싸기 때문만은 아니다. 식물성 기금은 불표화지방산이므로 산화가 잘 된다. 따라서 상하기 쉽기 때문에 1주일간 보관하기도 어렵다. 반면 동물성 기름은 대부분 포화지방산으로 구성돼 있으므로 산패 속도가 느려 장기간 보관할 수 있다. 그런데 한가지 예외가 있다. 팜유이다. 이 기름은 다른 식물성 기름과는 달리 주로 포화지방산으로 돼 있으므로 라면을 튀기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서울의대 채범석교수는 그 이유를 들려준다.
동국대 신효선교수(식품공학과)는 "산패란 기름을 공기중에 오래 방치하면 불쾌한 냄새가 나고 맛과 빛깔이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 원인으론 현재 공기중의 산소 빛 열 세균 습기 효소 등을 꼽고 있는데, 아직 확실한 메커니즘은 밝혀져 있지 않다"고 정의.
산패된 음식을 먹으면 지방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게 된다. 또 맛도 나빠지고 비타민이나 아미노산 필수지방산 등 영양소가 파괴된다. 또 심할 때는 독성을 갖게 된다.
산패여부를 알아내는 데는 이화학적인 방법과 관능적인 방법, 2가지를 쓴다.
식품위생 실험실에서 행해지는 이 화학적인 방법으로는 이번 쇠기름파동으로 '유명해진' 산가측정법과 과산화물가 측정법이 있다.
지방산+글리세롤로 이뤄진 기름이 산패돼 가수분해되면 지방산이 분리돼 나온다. 이 지방산의 산도를 측정한 것이 바로 산가. 따라서 산가는 지방산패의 지표가 될 수 있으나, '지방산의 발생=인체의 해(害)'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또 이 산가는 식품마다 허용기준이 다르다.
이렇게 생긴 지방산이 공기중 산소와 결합하면 과산화물이 되는데, 과산화물은 신체에 적잖은 부담을 주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과산화물은 곧 분해되어, 일데히드와 케톤이 된다. 따라서 알데히드와 케톤치를 분석해도 지방이 얼마나 산패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이 알데히드와 케톤은 휘발성 물질로 심한 냄새를 가지고 있는데, 오래된 기름에서 나는 냄새, 즉 산패취는 이 두 물질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소비자는 대개 이 냄새를 통해 산패여부를 알게 되는데 냄새를 느낄 정도면 산패는 이미 극에 달했다는 증거.
소비자들은 이화학적 측정을 할 수 없으므로 관능에 의존해 산패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 즉 기름이 끈끈하고 탁해져서 있어가, 젖내가 나면서 사용을 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