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원자시계란 무엇인가?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알아 본다

람제이교수는 이중공명공동과 수소메이저를, 데멜트와 파울교수는 이온저장형 원자시계를 만드는데 큰 공헌을 했다.

이번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3인의 공적은 원자시계의 발달과 관계된다. 그렇다면 원자시계란 무엇인가?

원자시계는 이용한 원자 이름에 따라 분류되는데 시간 주파수 국제표준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세슘원자시계, 초정밀 측정에서 많이 활용되는 루비듐원자시계, 그리고 세슘원자시계의 성능평가나 대륙의 이동측정 등 첨단과학에 사용되고 있는 수소 메이저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광여기형 세슘원자시계와 이온저장형 원자시계 등이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 마이크로파 기술을 기초로

원자시계는 수GHz∼수십GHz 주파수 영역에서 공명을 일으키는 최외각전자가 한개인 수소형 원자를 이용한다. 예를 들어 세슘원자시계는 공명주파수가 약 9.2GHz인 세슘 133 원자를 사용한다.

자연상태의 세슘원자들은 스핀이 서로 반대인 두 상태의 원자가 같은 비율로 평형을 이루면서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공명실험을 하려면 우선 한 상태의 원자를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원자의 상태를 하나로 하는 것이 원자시계의 핵심기술이다.

세슘원자시계의 경우에는 강자장속에서 두 상태의 원자를 공간적으로 분리시켰다. (그림 1)과 같이 선택된 한 상태의 원자들을 마이크로파 공동에 넣고 밖에서 공명주파수를 가한 것이다. 즉 공명주파수 9,192,631,770Hz를 외부에서 공동에 가하여 세슘원자를 공명시켜 다른 상태의 원자로 변환시킨다. 이렇게 상태가 변환된 원자들을 선택 자장으로 경로를 변경시켜 원자검출기에 도달시킨다. 이때 마이크로파 공동에 가해지는 주파수가 세슘원자의 공명주파수와 정확히 일치할 때 변환되는 원자수는 최대가 되고 원자검출기의 신호도 최대가 된다.
 

(그림 1)원자의 공명현상과 원자 검출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면 세슘원자시계를 만들 수 있다. 그 구성은 (그림 2)와 같이 세슘원자 발생장치, 상태선택용 자석, 마이크로파 공동, 원자검출기 그리고 수정발진기를 포함한 주파수 합성장치로 되어 있다. 이 전체 실험장치는 진공도가 ${10}^{-9}$기압인 진공용기속에 들어 있으며 정밀한 온도조절과 자기차폐가 이뤄진다.
 

(그림 2)세슘원자시계


세슘 발생장치는 고순도 세슘금속을 넣어두는 그릇이다. 온도를 1백℃정도 가열하면 증발한 세슘원자가 작은 구멍을 통과한다. 곧이어 상태선택용 자석을 지나면서 한 상태의 원자가 공간 선택되어 ㄷ자형 마이크로파 공동으로 들어간다. 이 ㄷ자형 마이크로파 공동이 바로 이번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노만 람제이'교수가 상태천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고안한 이중공명 공동이다. 람제이 공동이라 부르는 이 공동 속에서 마이크로파와 두번 상호작용한 세슘원자들은 두번째 공간 선택자석에서 분리되어 원자검출기에 도달한다. 원자검출기는 백금과 이리듐 합금으로 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약 9백℃로 가열된 세슘원자가 이온화되어 전류가 흐르게 된다. 원자검출기에서 나오는 신호의 크기는 마이크로파 공동에 가해진 주파수와 세슘원자의 공명주파수 사이의 일치 정도를 나타낸다. 이 신호를 주파수 합성장치로 되돌려 보내 전압제어 수정발진기의 전압을 조정한다. 또 세슘원자에 정확하게 공명되는 주파수를 마이크로파 공동에 가해지도록 하여 원자검출기에서 최대 신호가 나오도록 한다. 이 때의 수정발진기의 주파수(5∼10MHz)를 표준주파수로 사용하고 1초 신호로 분주(分周, 전파의 주파수를 1/n로 하는 일), 시계로 사용한 것이 바로 세슘원자시계이다.

세슘원자시계의 Q값(중심주파수/반치폭주파수)은 ${10}^{7}$∼${10}^{8}$이며, 상업용으로 개발, 보급되고 있는 세슘원자시계는 3천년∼3만년에 1초의 오차를 보인다. 반면 각국의 표준연구소의 실험실에서 제작한 세슘원자시계는 30만년에 1초의 오차를 나타낸다. 이와 같은 세슘원자시계는 장기주파수 안정도가 좋아서 국제적으로 시간주파수의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10여대 도입되어 이용되고 있으며 표준연구소에서는 광여기형 실험실 세슘원자시계를 개발중에 있다.

●─ 메이저와 레이저의 차이

한편 세슘원자시계 보다 정확도는 떨어지나 초소형으로 제작이 가능한 루비듐원자시계도 전세계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인공위성에 탑재되거나 각종 위성 통신장비, 컬러TV 동기신호 발생장치 등에 내장된다.

루비듐원자시계는 광학적인 방법으로 루비듐원자의 상태선택(같은 스핀 상태의 원자만을 선택)과 원자검출을 한다. 세슘원자시계에서는 한 상태의 원자를 선택하기 위해 강자석을 이용하지만 루비듐 원자시계에서는 단색광원을 쓴다. 루비듐원자가 갖는 분광학적 특성중에서 이중공명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루비듐원자에 특정 단색광원을 비추면(그림 3), 한 상태에 있던 원자들이 제3의 상태로 변환된다. 즉 마이크로파 공명에 필요한 다른 한 상태의 원자만이 남는다.
 

(그림3)이중공명현상과 광검출


여기에 루비듐 공명주파수에 해당하는 마이크로파를 가하면 상태가 변환된다. 그 다음에 단색광을 조사하면 공명·흡수하여 통과하는 빛의 세기는 약해진다. 이처럼 빛의 세기를 검출함으로써 가해진 마이크로파가 얼마나 정확하게 루비듐의 공명주파수와 일치하는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루비듐의 공명주파수는 6,384,682,608Hz이며, 루비듐원자시계의 구성은 (그림 4)와 같다. 램프에서 나온 빛은 필터를 통과하면서 단색광원이 되고 이 빛은 루비듐기체가 담겨 있는 마이크로파 공동 속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선택된 빛은 다시 광검출기로 들어간다.

이 광검출기에서 검출된 빛의 세기에 의해 주파수 합성장치에서 마이크로파 주파수가 조정된다. 요컨대 수정발진기의 출력 주파수를 표준주파수로 이용하고 분주된 1초 신호로 시계를 구성한 것이 루비듐원자시계이다.
 

(그림 4)루비듐원자시계


마이크로파 공동내의 압력은 ${10}^{-9}$ 기압이고, 원자사이의 충돌효과를 감소시키기 위해 아르곤 기체를 ${10}^{-3}$ 기압으로 주입한다. 이렇게 구성된 루비듐원자시계의 Q값은 ${10}^{7}$ 정도, 루비듐원자시계는 그 제작이 세슘원자시계보다 용이하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또 장기주파수 안정도는 세슘원자시계보다 못하나 수정발진자 보다는 우수, 초정밀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시간주파수 2차 표준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한편 이번 노벨상을 수상한 '노만 람제이' 박사가 수소메이저의 공명 천이확률을 계산하여 개발한 수소메이저가 있다. 메이저(MASER)란 말은 '유도 방출에 의한 마이크로파의 증폭' (Microwave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이란 말의 약어이다. 메이저는 레이저와 같은 원리로 발생하는 것인데 단지 주파수영역만 다를 뿐이다.

수소메이저는 수소원자의 두 에너지 상태를 이용한 것이다. 에너지 상태가 높은 원자가 에너지가 낮은 상태로 천이하면서 두 에너지 차이의 주파수가 마이크로파 영역에서 발생한다. 이 마이크로파가 공동 속에서 위상 변동없이 증폭된 것이 바로 수소메이저이다.

수소는 자연상태에서 수소원자끼리 결합되어 분자상태로 존재하므로 일단 이 분자를 고주파로 방전시켜서 원자상태로 만든다. 그 뒤 상태 선택용 자석으로 이 수소원자들 중 원하는 상태의 원자를 분리, ${10}^{-11}$ 기압의 진공 저장용기에 넣는다. 저장공동은 수정으로 만들어진 원형의 마이크로파 공동인데 분리된 수소원자를 저장한다.

마이크로파 공동 속에서 증폭된 공명신호는 출력단자를 통하여 주파수 비교기로 들어간다. 주파수 비교기에서는 두 주파수가 비교된다. 즉 메이저에서 나온 주파수와 수정발진기와 주파수 합성장치에서 만들어진 주파수가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살피는 것이다. 그래서 메이저 주파수와 벗어난 정도만큼 전압제어 수정발진기의 주파수를 조정한다.

수소메이저의 공명주파수는 1,420,405,752Hz이며 Q값은 ${10}^{9}$으로 아주 높다. 주파수 안정도는 ${10}^{-14}$∼${10}^{-15}$ 정도로 대륙의 이동 측정용 초(超)장거리 간섭계, 초정밀 항법용 인공위성에 탑재된다.
 

(그림5)수소메이저 발생기


●─ 중성원자 대신 이온상태 원자를

세슘원자시계 루비듐원자시계 수소메이저와 같은 원자시계 이외에도 성능이 우수한 원자시계를 개발하기 위하여 전세계에서 수많은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으로는 광여기형 세슘원자시계와 이온저장형 원자시계를 꼽는다. 특히 이온저장형 공명원자시계 분야는 이번 노벨상 수상자인 '한스 데멜트' 박사와 '볼프강 파울' 박사가 공헌한 바가 크다.

광여기행 세슘원자시계는 세슘원자의 이중공명을 이용한 것이다. 마이크로파 영역의 주파수는 세슘원자시계와 마찬가지로 9.2GHz를 사용하고 있으며 광(光)영역의 주파수는 8백52nm의 반도체레이저를 사용한다. 종래의 세슘원자시계는 한 상태의 원자를 선택하기 위하여 강자석을 이용하였지만 광여기형은 반도체 레이저를 사용한다. 또 이 반도체 레이저는 원자검출에도 활용하고 있다.

반도체 레이저로 세슘원자의 한 쪽 상태의 입사광에 공명하는 원자를 제3의 상태로 변환시킨다. 그러면 한 상태의 원자만이 남게 된다. 바로 이 원자들을 마이크로파 공동으로 검출하는 것이다. 상태가 바뀐 원자수에 따라 세슘원자에서 방출되는 빛의 세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세슘 공명주파수를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상태선택과 원자검출 이외의 부분은 세슘원자시계와 동일하다.

광여기형 원자시계의 성능은 매우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종래의 세슘원자시계에서 오차요인으로 존재하던 강자석에 의한 주파수 편이 오차가 제거되고, 상태 선택 원자수가 증가돼 주파수 안정도와 정확도가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온저장형 주파수발생기는 지금까지 소개한 원자시계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방식의 원자시계이다. 즉 중성원자를 이용하지 않고 이온상태의 원자를 활용한다. 이온상태의 원자를 전장과 자장 또는 교류전장으로 일정한 공간에 붙잡아 공명실험을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의 결점은 이온원자의 온도를 낮추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이다. 그러나 레이저에 의한 냉각방법이 최근에 연구됨에 따라 다시 전세계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레이저 냉각형 이온저장 원자시계는 ${10}^{-15}$의 안정도와 정확도가 가능하다.

●─ 초고속 초정밀장비일수록…

이번에는 원자시계의 몇가지 이용 분야에 대해서 알아 보자.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제도량형국(BIPM). 이곳에서는 세계 46개 기관에서 운영되고 있는 2백50여개의 원자시계의 시각비교 데이터를 수집, 국제원자시(TAI)와 세계협정시(UTC)를 유지하고 있다. 표준연구소의 원자시계도 이들 두 시간척도의 생성에 기여하고 있다.

종래에는 전세계에 흩어진 원자시계들이 유지하고 있는 시간주파수의 비교는 주로 로란씨 항해신호, 위성TV 동기신호 등을 매개로 수행되었다. 그러나 점차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신호를 매개로 시각 비교를 수행하는 추세이다.

GPS위성은 현재 8기가 지구상을 돌고 있다. 각 위성에는 물론 원자시계가 탑재되어 있으며 앞으로 8기의 GPS위성이 추가로 올려질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육상 해상 어느 곳에서든지 비행기 잠수함 자동차 등의 위치를 수십m(군사용은 수m) 범위 안에서 파악하게 된다. 1995년 경에는 우리 나라도 적도 상공에 정지통신위성을 띄울 계획인데 이 위성의 위치 제어에도 원자시계가 사용된다.

또 대륙의 미소(微小)거리 이동측정이나 전파천문학 그리고 우주공간의 우주선 추적제어에 초장거리 간섭계(VLBI) 원리를 이용하는데, 여기에는 수소메이저가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컴퓨터기술 정보산업 전자통신기술의 발달로 전세계를 하나로 묶는 정보통신에도 활용된다. 제한된 주파수 스펙트럼 내에서 음성 비음성(디지털 신호)을 통합한 종합정보통신망(ISDN)의 엄청난 정보량을 고속으로 통신하려면 시간을 미소하게 쪼개어 정보를 압축시키는 시분할(TDM) 통신이 필수적인데, 여기서도 원자시계가 사용된다.

실제로 한국 전기통신공사는 종합정보통신망 구축을 위한 기반사업의 하나로 표준연구소에 3대의 원자시계를 설치하였다. 그리고 광섬유케이블을 활용, 전국의 시분할교환기의 동기장치에 기준 주파수(KRF)를 공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 첨단 전자장비 내에는 심장과 같은 주파수 발생기가 내장, 여러가지 신호의 교통정리를 수행하고 있는데, 초고속 초정밀장비인 경우 원자시계가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러한 원자시계의 발달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람제이' '데멜트' '파울'교수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8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옥 연구실장

🎓️ 진로 추천

  • 물리학
  • 전기공학
  • 컴퓨터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