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고장난 핵추진 인공위성의 위험

하늘에서 떨어질 재난

대량의 고농축방사능이 지구를 향해 떨어질때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과 소련의 핵추진인공위성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사고가 날때 인공위성에 싣고있던 원자로가 파괴되면서 대량의 방사능이 지구상에 확산될 위험이 크다. 그리고 사고위성이 지상에 추락할때의 인명과 재산피해도 크게 우려되고 있다.
 
소련의 로킷발사 중심지인 카자흐 공화국의 베이코누르 기지. 거의 모든 인공위성과 우주스테이션 행성탐사기가 여기에서 출발했다.

소련 위성사고 프라우다가 보도

지난 5월14일자의 소련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는 '원자력발전장치를 갖춘 소련의 인공위성 코스모스 1900호가 자세제어장치에 고장이 났음을 국가우주탐사위원회가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그전 같으면 이런 기사가 당기관지에 보도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이것도 그라스노치스(정보공개)정책의 일면인지 모른다.

그로부터 약 3개월 뒤인 8월2일, 프랑스의 석간지'프랑스소와르'가' 일부 기능을 잃은 소련의 핵추진위성이 9월1일부터 10월31일 사이에 프랑스 서남부 비아리츠에서 북동부 메츠 사이에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흥분하여 보도했다.
이어 '르몽드'와 '피가로'등 프랑스의 유력지가 이런 내용을 잇따라 보도했다.

프랑스 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프랑스정부는 소련의 핵추진위성 추락에 대비하여 관계각료위원회를 설치했고 국립우주연구센터는 24시간 추락 위성 감시태세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확한 추락시간은 사고위성이 대기권에 돌입하기 48시간 전에,추락지점은 대기권 돌입 2시간 전에라야 확실히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스크바방송은 11월까지는 이 사고위성이 계속하여 대기권 밖에서 정상적으로 비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수집한 데이타를 기초로 사고위성의 궤도예상도를 작성하여 극동지역에 추락할 확률이 1천분의1이라는 추정을 했으며 방사능을 함유한 파편이 넓은 범위에 뿌려질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소토프식 발전기의 구조(왼쪽) 지구주변의 표류물(오른쪽)

잇따라 일어나는 핵추진위성 추락사고

문제의 코스모스 1900호는 어떤 위성인가.

이 인공위성은 87년 12월15일에 발사된 해양감시위성으로 적외선 센서와 레이다로 전세계에 있는 미국의 함정과 잠수함의 동향을 감시하는것이 임무였다. 간단히 말하여 군사첩보위성인 것이다.

기능은 궤도 경사각이 65도, 주기가 89.9분이다. 그 궤도를 지구상에 투영하면 남위와 북위 각각 65도 까지의 넓은 범위를 왕래하면서 감시할 수 있다.

문제는 궤도의 고도인데 감시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원지점 2백69km 근지점 2백55km라는, 인공위성이 비행할 한계점에 가까운 낮은 고도를 날고 있었다. 이때문에 궤도상에 있을 기간은 1년정도 뿐이었다. 이 첩보위성은 당초 6개월 정도로 역할을 끝내고 궤도변환 로킷을 분사하여 훨씬 높은 궤도에 올려 놓고 핵연료의 반감기(半減期·방사성 원소가 붕괴하여 다른 원소로 변할때 본래의 원소의 원자수가 최초의 반으로 주는데 요하는 시간)가 넘는 수백년 동안 지구상에 추락하지 않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코스모스 1900호는 고장으로 궤도변환 로킷이 점화하지 않았다. 거기다 때마침 올해부터 태양활동이 활발하여지는 시기(제 22기 극대기)에 들어갔기 때문에 지구대기의 농도가 짙은 부분이 팽창해 낮은 궤도의 인공위성에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낮은 궤도의위성이 추락하기 쉬운 악조건이 겹친 것이다.

원자로를 갖춘 소련의 인공위성이 지구상에 추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78년 1월24일에 캐나다 북서부에 떨어진 코스모스 954호가 처음이었다.

코스모스 954호는 이날 오후 8시53분(한국시간) 캐나다 서해안 퀸샬롯 섬 상공에서 대기권에 돌입하면서 폭발, 캐나다 서북부 그레이트 슬레이브호 동쪽에 추락했다.

77년 9월18일 발사된 이 첩보위성은 그해 12월 말경에 이미 고장이 난 상태에 있음이 밝혀져 폭발추락후의 방사능 오염방지를 위한 소련·캐나다간 대책협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코스모스 954호는 67년 12월에 소련첩보위성이 처음 발사된 이래 16번째의 것이며 당시 소련의 핵추진 첩보위성은 모두 24개였다.

이 첩보위성의 원자로는 대기권에 돌입할 때 폭발하여 소진되었으므로 방사능 오염은 없을 것으로 보였으나 미국과 캐나다는 대책을 긴밀히 서둘렀다.

캐나다 공군의 방사능 오염 검사팀은 25일 북서지방 북단의 인구희박한 베이커호로부터 1백44km 떨어진 지역상공에서 다량의 방사능을 검출했다고 보고했다. 이것은 우라늄 광산에서 자연 분출되는 것이 아닌 인공핵장치에 의한 것임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코스모스 954호의 원자로에 발사당시 45kg 의 농축 우라늄 235가 들어 있었다. 방사능 오염 검사에 동원된 핵전문가들이 그 뒤 정밀조사한 결과 지상에 떨어진 파편은 폭 20∼30km, 길이 5백∼6백km로 광범위하게 흩어져 최고 1시간 2백뢰트겐(방사선의 조사선량 단위)이나 되는 방사능을 검출했다. 인간이 2∼3시간 쬐면 목숨을 잃게 되는 정도의 강도이다.

이어 1983년 1월24일 오전 7시21분(한국시간) 인도에서 동남쪽으로 2천9백km 떨어진 인도양 상공에서 대기권에 돌입하던 소련의 핵추진첩보위성 코스모스 1402호가 추락했다.

미국방부 핵물질 수거반은 즉각 코스모스 1402호의 대기권 돌입지역 상공과 추락지점인 미해군 기지가 있는 영령 '디에고 가르시아' 섬 동남방 약 9백80마일(남위 25도 동경 84도) 지점에서 방사능 낙진을 수색했다.

미국 핵전문가들은 코스모스 1402호는 대기권에 돌입하기 직전에 타버렸기 때문에 추락했을때 농축 우라늄연료가 남아 있었는지 어떤지는 확실치 않으나 지구주변 궤도를 선회한 약 5개월 동안 농축우라늄 연료로부터 방출되는 중성자에 조사되었기 때문에 추락잔해에 방사능을 띠고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계속된 검사에서 별다른 것을 발견치 못했다.

이때 소련 관영타스통신은 24일 코스모스 1402호가 이날 오전 7시10분 중부 인도양 상공의 대기권에 돌입한 후 '존재가 소멸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도 위성 추락소동을 벌였다.

미국은 61년 이래 22개의 핵추진인공위성을 발사하여 이중 3개의 위성이 추락 또는 폭발하는 핵사고를 일으켰으며 이들 사고위성중 64년 4월에 발사된 한 핵 추진위성은 아프리카 동해안 마다가스카르섬 북쪽 인도양에 추락되면서 소실되어 유해한 방사능을 넓게 퍼뜨렸다.
미국은 78년 6월26일부터 7월7일 까지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유엔 외계평화이용위원회 21차 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같은 핵추진인공위성 사고내용을 밝혔다.

이중 64년의 첫 미국 핵추진위성 사고의 경우 미국이 발사한 핵추진위성의 5번째 것으로 지구궤도 진입때 통제를 잘못하여 마다가스카르 부근의 인도양에 방사능을 누출시킨 것이었다.

이와는 달리 핵추진위성은 아니었지만 1979년 7월11일에는 미국의 우주선 스카이랩이 오스트레일리아 서남부에 낙하했다. 방사능 소동은 없었지만 그때의 최대파편(산소탱크)은 직경 1m 무게 1.2t나 되어 만약 인구 밀집지역에 떨어졌으며 큰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또 현재 낙하가 우려되고 있는 것은 1984년 4월에 고도 4백km의 적도 궤도에 쏘아올린 장기노출 우주실험시설(LDEF)이다. 이것은 식물의 종자를 비롯한 각종 재료가 우주환경에서 받는 영향을 시험하는 시설로 직경 4.5m 길이 9m 무게 9.7t으로 소형버스 정도나 된다. 당초의 예정으로는 스페이스 셔틀로 1년 뒤에 회수할 계획이었으나 그것이 늦춰지고 또 늦춰지는 사이에 챌린저 폭발사고가 발생하여 회수할 수 없게 되었다.

이상태라면 빠르면 1989년 여름쯤에, 늦으면 1990년 가을에 대기권에 돌입하여 소실되지 않은 일부가 지상에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도 방사능 확산의 우려는 없다지만 낙하하는 파편이나 장소에 따라 심각한 사태가 될 우려가 있다.

군사목적의 원자로 위성이 큰 문제

인공위성은 원자로란 어떤 것인가. 그것은 발전용의 것임은 틀림없지만 시스팀이 지상의 원자력발전과는 전혀 다르다. 열전대(熱電對·thermo-couple·기전력과 전류와의 관계를 이용하여 높은 온도를 재는 장치)나 열전자발전소자(熱電子発電素子)에 의한 직접 발전이다.

1963년 가을에 소련에서 최초로 개발된 위성용 원자로는 '로마슈카'로 명명되었으며 출력은 8백w였다. 90%의 농축우라늄 235를 소재로 한 판상(板狀)의 이탄화우라늄을 흑연구조재에 덧붙인 핵연료 45kg을 사용한것. 그 핵분열에 의하여 생기는 섭씨 5백도 이상의 열이 노심 주위에 붙어 있는 여러개의 규소(Si)·게르마늄(Ge) 열전대에 전해져 발전이 되는 것이다.

이어서 1971년 봄에 등장한 것이 출력 10kw로 훨씬 큰 토퍼즈형이다. 90%농축우라늄 235에 몰리브덴을 입힌 연료봉 79개(무게로 10kg)를 음극으로 하고 여기서 방출된 열전자가 같은 축 위의 양극원통 안쪽벽에 도달하여 발전하게 된 시스팀이다. 코스모스 1900에 갖추어진 것도 이 토퍼즈형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1961년 봄에 최초의 원자로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렸다. 이것은 수산화지르코늄에 우라늄 235를 혼합한 것을 쓰는 것이다.
또 인공행성 보이저에는 플루트늄 238의 붕괴열을 실리콘·게르마늄 열전대가 전기로 바꾸는 아이소토프식 발전기가 갖추어졌다. 그후 1972년 9월까지 미국은 지구궤도에 10개, 행성궤도에 12개의 원자로위성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미국은 약 10년 전부터 원자로위성을 지구궤도에 쏘아 올리는 것을 제한하고 태양전지를 사용할 수 없는 외행성(外行星)탐사기에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와 달리 소련이 계속 원자로위성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은 기술적 군사적인 이유 떄문으로 보인다.

감시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자장치를 고도화 하거나 출력을 크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소련의 현재 기술로는 태양전지의 기능 만으로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올릴 수 없어 원자력발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또 원자로를 갖추면 태양광과 관계가 없으므로 어떤 위치에서나 자세에서도 안정된 출력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약한 태양전지 패널과는 다르게 외부를 단단한 소재로 감싸는 것이 군사위성으로서의 이점이기도 하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에서 소련은 오늘날까지 65개의 원자로위성을 쏘아 올린 것으로 보인다. 그 중 이번 경우를 포함하여 3개가 추락했으므로 사고율이 높은 셈이다.

원자로의 노심은 대단히 단단한 내열재로 되어 있다. 그때문에 대기권에 돌입할때도 불에 타 없어지지 않고 지상에 격돌한 가능성인 높다. 앞으로의 원자로위성을 계속 쏘아 올리는 한 이런 심각한 문제는 되풀이 될 것이다.

무책임한 시스팀

그러나 위성이 그 역할을 끝내고나면 원자로 부분이 떨어져나가 궤도변환 로킷을 분사시켜 고도 1천km의 높은 궤도로 옮겨지게 되어 있는 것이 소련의 핵추진첩보위성의 시스팀이다. 고도 1천km의 궤도에 올려지면 수백년간은 지구에 떨어지지 않으므로 핵연료의 반감기가 지나 위험이 없어진다. 이것이 소련에서 위험이 없다고 해명하는 근거이다. 그러나 이 시스팀대로 잘 된다는 보장이 없어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번 코스모스 1900호 소동속에 유럽우주기구(ESA)는 '지구상공이 인공위성을 비롯한 지상에서 쏘아올린 여러가지 물체의 잔해로 덮여 충돌 위험이 높아지면서 우주개발의 앞날이 위협 받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고도 3백km 까지의 비교적 낮은 궤도에 7천개 이상의 물체가 있는데 이중 정상활동(가동)을 하고 있는 것은 수백개에 불과하다. 최소한 1억달러가 넘게 투입되어 제작된 위성이 이런 잔해와 초속 5km나 되는 고속으로 충돌하면 여지없이 파괴되어버릴 것이다. 이런 위험이 우주개발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데이타로는 하루 평균 약 4만9천개나 되는 물체가 지구궤도와 그 주변에 떠돌고 있는 것이 추적레이다에 포착되고 있으며 지구 주변을 덮고 있는 물체의 전체 추정량은 대략 8만6천개나 된다는 것이다.

원자로위성을 지구궤도에 쏘아올린다는 것은 이런 '과밀상태'의 우주속에 다시 위험한 물체를 버리려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우주공간에서의 미회수 잔해공해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8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 진로 추천

  • 항공·우주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 물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