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모스크바에서는 소련과학 아카데미 우주과학연구소(소장 R.Z. 자그쩨예프) 주최로 세계각국 관계자를 초청한 우주와과학, 기술, 경제, 인간활동을 주제로한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스푸트니크 1호 발사(1957년 10월4일) 30주년을 기념하는 의욕적인 것이었다. 당시 스푸트니크 1호 발사는 전세계에 충격을 안겨주었으며 그에 이은 1961년 4월12일의 보스토크 1호에 의한 최초의 인류 우주비행으로 우주시대의 막이 열렸다.
그러던것이 우주탐사는 미국NASA가 더 활발한 것처럼 보이게 되었으나 그것은 소련측의 정보공개 정도가 현저히 뒤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소련당국이 외부와의 접촉무드에 변화를 보이면서 우주탐사 관계에서도 많은 정보를 공개하여 그 성과를 알수 있게 되었고 이번의 공개행사도 열리게 된 것이다.
스푸트니크 1호발사기념 행사
‘스페이스 퓨처 포름’이라는 이름의 이 회의는 그 규모가 컸다.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관계자 총수가 4백명을 넘었고 회의장인 국제무역센터에는 여러대의 TV카메라가 설치되어 연일 회의광경이나 참가자 인터뷰가 국내용으로 방송되었다. 서방측 각국 대표단은 한나라에 10명 전후의 규모였으나 미국대표는 특히 많아 모두 1백50여명이었다.
회의는 과학 기술 경제 인류활동 국제협력등 분과회의로 나누어졌고 특히 과학은 다시 태양계 우주 플라스마 관계 등으로 세분되었다.
태양계 분회에서는 각국 행성탐사 계획의 간단한 소개가 있은 뒤 개개의 태양계 천체에 대한 이해의 현상이 소개되고 그뒤에는 화성탐사에 대한 화제에 집중되었다.
미국도 소련도 1990년대 행성탐사의 주력을 화성에 집중하려 하고 있다.
21세기까지의 장기계획
그런 이유로 화성에 대한것을 좀더 상세히 알려는 것이 현단계에서의 탐사계획이다. 소련은 이미 21세기까지의 화성탐사계획안이 만들어져 제1단계로서 포보스(Phobos)계획이 실행되고 있다. 포보스계획이란 다목적 행성탐사계획이다.
86년 3월 미국 휴스턴에서 열렸던 ‘달·행성과학회의’석상에서 소련대표단이 발표한 ‘포보스계획’은 회의장안에 커다란 흥분과 충격을 안겨줬다. 이 계획에는 지금까지의 행성탐사에 없던 몇가지 야심적인 탐사항목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밝혀진 포보스계획은 2기의 탐사기를 화성에 보내 그 위성 포보스에 50m 까지 접근시켜 여려가지를 관측시키는 것이다. 지구 이외의 행성의 위성에 수십m까지 접근하는 것은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고 포보스로 대표되는 태양계의 미소 천체는 지금까지의 행성탐사에서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화성의 지표나 대기 자기권등의 관측과 제1위성 포보스의 탐사, 행성간 공간의 탐사, 그리고 태양대기, 태양활동, 태양진(震)등의 관측을 모두 실시하려는 것으로 1988년 7월에 발사될 예정이다. 이 계획에서 탐사기 자체는 소련이 만들지만 각종 측정기기는 동부유럽과 서부유럽의 각국이 분담하여 제작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소련의 행성탐사계획은 유럽각국과 공동으로 추진되는 것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지금 소련과학아카데미우주과학연구소에서는 각종 측정장치와 탐사기 본체와의 조립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반년 남짓남은 발사를 앞두고 착착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포보스계획은 다목적이어서 여러가지 천체의 관측을 하지만 그 관측항목이 많은데도 놀랄만하다. 그 중에서도 특이한 것은 위성 포보스의 상공 수십m에서 레이저빔을 발사하여 지표를 덮고있는 레고리스(표토)를 증발시켜 그것을 분석하거나 호퍼라는 점프하며 이동하는 로봇탐사기를 내려 10개소 정도의 다른 지점에서 관측을 하는 것이다.
화성의 달 포보스는 어떤 위성일까
‘포보스’는 화성의 제1위성이다. 화성에는 또 하나 ‘데이모스’(Deimos)라는 위성이 있다. 두 위성은 같은형의 천체로 그 특징은 ‘작다’는 것이다. 위성이라고하면 보통 직경이 몇천km에서 작아도 몇백km 정도되는 크기인데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이보다 훨씬 작다.
포보스도 데이모스도 모양이 찌그러진 타원형이어서 반경이나 직경으로 그 크기를 나타낼 수 없다. 긴쪽과 중간쪽과 짧은쪽 세쪽의 축을 반경으로 나타내면 포보스는 13.5km X 10.7km X 9.6km 이고 데이모스는 7.5km X 6.0km X 5.5km이다.
포보스의 표면에는 포보스 직경의 3분의 1을 넘는 거대한 스테이크닉크레이터(직경 10km)와 거기에서 평행으로 무수히 뻗은 폭 1백~2백m, 깊이 10~20m의 많은 구상지형(溝狀地形)이 있다. 그중에 어떤것은 30km나 이어져있다.
포보스는 화성으로부터의 조석력(潮汐力)에 의하여 화성으로 향하여 천천히 접근하여가고 있으며 앞으로 3천만~7천만년쯤 뒤에는 화성과 충돌하게 될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데이모스는 반대로 화성에서 조금씩 멀어져 가고 있다.
포보스는 화성반경의 2.76배 되는 거리를 7시간 39분 걸려서 화성을 일주한다. 자전과 공전이 같아 언제나 같은면(축이 긴쪽)이 화성을 향하고 있다. 화성에 가깝게 황도면에서 24도나 기울어 있는 포보스의 궤도는 안정되어 있지않다.
반사율은 화성보다 훨씬 어두우며 밀도도 1Cm³당 2.2g으로 화성의 1Cm³당 3.92g보다 훨씬 가볍다. 이것은 우리가 알고있는 물질로 말하면 탄소질 콘드라이트(Chondrite·球粒隕石)라는 운석의 수치에 가깝다. 탄소질 콘드라이트는 태양계 탄생의 극히 초기에 만들어진 운석이라 생각되고 있다. 그래서 많은 과학자들은 화성의 위성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태양계 탄생초기의 천체가 화성에 붙잡혀 현재에 이른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이런 포보스의 정체를 상세히 밝히려는 것이 포보스계획의 가장 중요한 과학적 목적이라고 볼수 있다.
50m까지 접근 관측
미국의 아폴로계획이 달을 목표로 한데에는 확실한 과학적 이유가 있었다. 달이 지구와 같은 행성을 만든 재료물질이 아닌가 생각한 것이다. 예상을 엎고 달은 태양계의 재료물질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폴로계획은 그것을 보충하고도 남는 성과를 올렸다. 미행성이라는 직경 10km 정도의 무수한 미소천체가 충돌·합체되어 성장해서 행성이 만들어진다고 하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사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미행성에 해당하는 가상천체를 찾는것이 행성탐사의 주요목적의 하나가 되었다. 태양계에는 현재도 무수한 소천체가 존재한다. 혜성과 소행성이 그것이다.
86년 3월, 탐사기 지오트가 핼리혜성의 핵을 조사하여 혜성에 대해서는 그 참모습이 조금은 밝혀졌다. 핵에 연착륙하여 좀더 상세한 탐사를 하면 좋지만 그런것은 한동안 어려울것 같다. 또 혜성은 지구형 행성을 만든 주된 재료물질도 아니다.
지구형 행성의 미행성후보에는 소행성이 있다. 그러나 이것도 한동안은 탐사기를 보낼만한 사정이 되어있지 않다.
포보스계획이 주목되고 있는것은 화성의 위성 포보스와 데이모스가 지구형행성을 만든 미행성 화석의 유력한 후보라고 생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보스탐사기는 1988년 7월 소련의 ‘바이코누르’우주기지에서 플로톤로킷에 의하여 발사될 예정이다. 탐사기는 수일 간격을 두고 거의 같은 것이 2기 발사된다. 그것은 고장이나 사고에 대비한 조치로 미국의 화성탐사기 바이킹이나 소련의 핼리혜성탐사기 베가에서도 채택된 시스팀이다.
포보스탐사기는 소련의 신세대행성탐사기로서의 위치를 굳게하고 있다. 탐사기는 모듈구조로 되어 있으며 파트의 조합을 변경시킴으로서 앞으로의 여러가지 임무에 대응할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발사된 2기의 탐사기는 지구와 화성사이의 트랜스퍼(遷移) 궤도를 따라 2백일간 비행한뒤 화성에 도착한다. 그 사이 포보스 탐사기에 탑재된 각종의 측정기기는 태양의 코로나 채층(彩層) 프레어등을 관측한다.
화성에 접근한 탐사기는 화성을 초점의 하나로 하는 원궤도에 옮겨탄다. 그궤도는 화성에 아주 가까이 접근하거나 역으로 아주 멀어지거나하는 극단의 타원궤도를 하고 있다. 화성에 접근하는 사이에 화성표면의 상세한 스펙트럼 관측이나 온도분포측정도 계획하고 있다. 이런 관측으로 화성표면의 광물조성이나 열수지의 일변화나 계절변화, 또는 내부로 부터의 열류량이 많은 지점등을 조사한다.
탐사기의 궤도는 천천히 원궤도에 가까와지도록 수정된다. 그 사이에 화성대기나 전리층의 조사, 표면의 화학조성 분포도작성등도 계획하고 있다. 오존이나 수증기 모양, 온도나 압력의 수직분포와 하루변화(日変化), 계절변화등의 상세한 데이타가 수정되어 화성의 기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이다.
예정되어 있는 관측 중에서도 특히 중수소와 수소의 비(比) 측정은 흥미 깊은 것이다. 이 비는 화성의 물이 어느정도 과거에 없어진것인가를 추정하는 단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성에서도 중수소와 수소의 비를 알아냄으로써 금성에 전에는 대량의 물이 있었음을 알게되었다.
탐사기의 궤도는 화성에서의 평균거리 9천7백km의 원궤도에 가까이 간다. 탐사기의 공전주기는 8시간으로 이 궤도위에 모두 1백75일 동안 머물 예정이다. 도중에 30일간정도 포보스궤도와 거의 같은 평균궤도거리 9천4백km, 공전주기 7.6시간의 동기궤도로 옮긴다. 탐사기는 포보스 상공 50m까지의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다.
포보스 상공 수십m에 접근한 탐사기는 레이저 빔을 발사하여 포보스의 표면 물질을 증발시킨다. 증발된 물질은 질량 분석기로 측정하여 포보스 표면의 원소 및 동위체의 조성이 무엇인지를 밝혀내게 된다.
초저공으로 포보스 상공을 이동하면서 표면의 전파탐사나 TV촬영도 계속한다. TV화상의 분해능력은 6Cm로 극히 작은 물체도 식별된다. 3개의 파장 영역에서 가느른 스펙트럼 분석도한다. 화성표면의 온도분포나 광물조성 분포도 조사한다.
위성 표면을 이동하면서 관측
이번 관측에서 획기적인것은 여러가지 실험장치를 적재한 랜더(착륙선)를 투하하는 것이다. 랜더로부터의 전파신호를 추적하면 포보스의 궤도가 상세히 밝혀질것이다. 이에따라 화성의중력장(重力場)이나 포보스의 전체적인 물성(物性·property of matter)이 추정될수 있다.
랜더에는 지진계도 탑재되어 있다. 화성에 의한 조석력(潮汐力·power of ebb and flow)이나 운석의 충돌등으로 일어나는 ‘포보스지진’을 관측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표면부근의 화학조성, 물성등이 직접 측정된다. 랜더는 약 12개월간 관측을 계속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포보스계획에서는 또다른 하나의 야심적인 시도가 포함되어 있다. 그것은 ‘호퍼’라는 또다른 랜더를 투하하는 것이다. 호퍼는 포보스의 표면을 이동할수있게 만들어져 있는 랜더이다.
호퍼에는 포보스표면에 충돌할 때의 가속도를 재는 가속도계, 표면물질의 화학조성을 재는 X선형광분석계, 그리고 표면물질의 물성이나 역학적 성질을 측정하는 관측기기와 자력계가 탑재되어 있다. 측정이 끝나면 호퍼에서 자세제어용의 2개의 팔이 밖으로 나온다. 그러면 호퍼의 아래쪽면에 있는 용수철이 작용하여 호퍼가 상공으로 뛰어오른다. 상공 20m정도까지 뛰어오른 호퍼는 다른 장소에 낙하한다. 거기서 다시 여러가지 측정을 끝낸 호퍼는 다시 뛰어 올라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호퍼는 이렇게 생물처럼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는 로봇랜더인것이다. 계획에서는 이 호퍼가 10회정도 점프를 하게 되어있다.
1990년대 이후의 행성탐사계획
1990년대는 화성이 소련행성탐사의 중심이 되어있다. 1988년의 포보스계획에 이어 1992년부터 1994년에 걸쳐서는 콜롬부스계획이 예정되어 있다. 이 계획은 화성의 극궤도에 탐사기를 보내 화성을 360도 리모트센싱하는 것이다. 화성을 저고도로 도는 탐사기에서 대기나 지표를 관측하는 기구(balloon)를 뛰우고, 지표의 화학조성이나 지각열류량등 각종 물리량을 관측하는 페네트레이터(penetrater)를 떨어뜨리고 주변의 지형이나 지질을 조사하기 위한 화성탐검차를 착륙시키거나 하는 것이다.
버룬은 모두 7개로 북반구의 위도 50도 부근을 중심으로 고도 0~6km에서 초속 1m 정도로 이동하면서 지표나 대기를 관측한다. 수명은 10화성일 정도로 계획되어 있다. 화성탐검차는 무게 2백25kg으로 15시간 정도의 수명을 검토하고 있다.
1996년과 1998년에는 지표물질시료를 가지고 귀환할 야심적인 계획이, 그리고 2002년에는 보다 고성능의 화성탐검차에 의한 1천km 이상에 걸친 넓은 영역의 장기간에 걸친 관측이 검토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의 결과를 토대로 그즈음에는 인류의 화성탐사가 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
모스크가 북쪽 50km쯤 되는 곳에는 통칭스타시티라는 우주비행사 훈련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훈련받고 있는 우주 비행사들(수미상)은 모두 화성의 유인 우주비행에 대한 꿈을 안고 있다.
훈련센터속의 각종장치는 NASA의 그것과 기본적으로 다른것이 없으나 원심력을 이용하여 높은 중력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장치 등이 있다. 1분간에 38.6회전, 승무원 1명에 30G(중력의 가속도), 2명이면 20G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화성탐사계획처럼 분명한 것은 아니지만 1994년의 베스타계획(소행성탐사), 1995년의 코로나계획(목성탐사), 1999년의 토성과 그 위성(특히 타이탄)탐사, 1993년의 달궤도위성, 1996년의 달이면에서의 암석시료 채취 귀환, 2000년의 달표면 기지건설 등이 검토되고 있다.
베스타계획은 프랑스와 ESA(유럽우주기구) 탐사계획의 진전상황에 따라 1988년중에는 결단이 내려질 예정이다.
이번의 포보스계획은 여러가지 획기적인 발견으로 행성의 기원과 진화를 다루고 있는 과학자들에게 익사이팅한 데이타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와 함께 포보스의 표면을 특징있게 하고있는 수많은 구상지형들의 생성원인도 밝혀줄것이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의 빛나는 행성탐사의 막을 열어줄 것이 기대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