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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가를 끝없이 유혹한다 영구기관은 영원히 불가능?

중력 부력 용수철의 반발력 등을 이용해 무한동력을 얻으려는 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발명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져보는 꿈이 있다. 한번 시동을 걸어주기만 하면 외부에서 에너지를 보급해 주지 않아도 영원히 운동을 계속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그것. 이런 장치 즉 '영구기관(perpetual mobile)'만 만들어낸다면 에너지를 무한히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은 물론, 세계의 에너지 문제도 일거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매년 30여건 특허출원
 

지난 86년 5월 25일 밤, 제1한강교 교각에서는 무명의 발명가 B씨(32)가 투신자살을 기도했으나 곧 구조된 일이 벌어졌다. 그는 6년동안 각고의 노력끝에 고안한 영구기관의 일종인 '부력을 이용한 발전장치'를 특허출원했으나 인정받지 못하자 이같은 일을 저질렀던 것.
 

비단 B씨뿐만이 아니라 많은 발명가들이 영구기관의 신기루를 찾아 헤메다 자신의 젊음과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 매년 영구기관으로 특허를 출원하는 건수가 우리나라에서만도 30건이 넘는다. 일본에서는 매년 50건 정도. 미국과 유럽에서도 영구기관과 관련된 특허출원은 줄어들 줄 모르고 있다.
 

넓은 의미로 영구기관은 영원히 운동을 계속하는 기계를 뜻하지만, 좁은 의미로는 에너지를 받지않고 유용한 일을 계속하는 기관 즉 운동의 형태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기관을 말한다.
 

영구기관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영구기관에 대한 최초의 착상이 인도에서 나왔다는 점. 이에 대해서는 서구의 전통적 사상이 지상의 운동이 유한하며 불완전하다고 보는데 비해 동양에서는 윤회의 사상을 믿고 있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인도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바스카라'에 의해 1150년 처음 제안된 영구기관에 대한 생각은 아라비아를 거쳐 13세기에는 유럽으로 전파돼 대단한 선풍을 일으키게 되었으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그림1) 중세유럽의 영구기관

 

영구기관의 제작은 과연 불가능한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과학적으로 영구기관은 불가능하다. 기계적인 영구기관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그리고 열기관으로 고안된 영구기관은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능의 천재 과학자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도 수차와 양수장치를 결합한 영구기관을 고안했으나 곧 이것이 실현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수백년 동안 수많은 발명가들이 쏟은 '덧없는 노력'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에 대해 특허 관계자들은 이들이 남을 속이려는 생각은 털끝만큼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인정하고 있다. 단지 발명가 스스로의 논리속에 빠져 영구기관을 발명할 수 있다고 또는 발명했다고 믿고 있는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발명엔 거의 대부분 사소한 것같지만 중대한 헛점이 있다는 것이다. 영구기관을 꿈꾸는 발명가들이 종종 빠지는 함정을 여러 가지 종류의 영구기관의 실례를 통해 알아보자.

 

(그림2) 중력을 이용한 영구기관

 

발명가들이 빠지는 함정
 

영구기관은 기계적인 힘을 이용하는 것 전자기적인 힘 또는 화학현상을 이용하는 것 등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기계적 영구기관이 가장 종류가 많아 이용하는 힘으로는 △중력 △자력과 중력 △용수철의 탄력 △부력 △모세관현상 △수차와 양수장치의 결합 △에어모터와 콤프레셔의 결합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종을 이루는 영구기관은 중력이나 부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중력을 이용한 영구기관으로 대표적인 것은 (그림1)과 같은 중세유럽의 '오누쿨' 해머차(車). 꼭대기의 추가 달린 망치가 젖혀지면 그 여력으로 망치가 차례로 젖혀져 회전이 계속된다는 원리인데, 사실상 마찰력 때문에 회전은 계속되지 않으며 외부에 일을 하거나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에너지보존의 법칙상 망치의 위치에너지는 마찰에너지와 회전(운동) 에너지로 바뀌기 때문. (그림2)는 우리나라에서 특허출원된 영구기관으로 비슷한 원리를 채택하고 있다.
 

(그림3) 영국에서 1887년 특허를 받은 영구기관

 

(그림3)은 보다 '그럴듯한' 영구기관으로 영국에서 1887년 특허를 받은 것. 어디에 헛점이 있는가 알아보자. 원리는 의 위치에 온 망치가 중력의 힘으로 바깥 바퀴의 돌출부를 때려 그 힘으로 안과 밖의 바퀴가 회전하여 에 있던 망치가 가로 이동, 또다시 돌출부를 때려 회전을 계속한다는 것. 그러나 실제로 의 망치가 갖는 위치에너지는 망치와 바퀴의 마찰에너지 손실때문에 에 위치한 망치를 가로 이동시키지 못하고 바퀴는 정지하게 된다.
 

(그림4) 부력이용 영구기관


(그림4)는 부력을 이용한 영구기관의 한 예. 일본에서 1980년 공개된 것으로 회전자의 액체에 잠긴 부분의 부력과 공기중의 부분의 중력이 짝힘으로 작용해 회전운동을 한다는 원리이다. 부력이란 물체가 액체속에서 밀어낸 액체의 중량만큼 중력과 반대방향으로 받는 힘으로 물체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의 수압의 차를 상쇄시키는 양이다. 따라서 (그림5)에서 보듯 일부만 액체속에 잠긴 물체의 부력은 중력과 반대방향으로 작용하지 않고 회전자도 돌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림6)은 국내에서 출원된 특허로 마찬가지의 원리로 영구기관으로는 부적격.
 

(그림5) 개념도

 

영구기관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영구운동을 부정할 수는 없다. 예컨대 마찰이 없는 진공속에서 단진자는 언제까지나 같은 운동을 계속한다. 문제는 무(無)에서 에너지를 창출할 수 없다는 것. 수많은 영구기관의 특허가 출원되지만 인정되는 것이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의 특허는 신규성, 진보성 그리고 산업상의 이용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영구기관은 이 가운데 세번째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 그러나 영국에서는 영구기관에도 특허를 내준다. 작동이 불가능한 것은 알고 있지만 이 장치가 다른 발명에 자극제 역할을 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영구기관의 꿈을 버리지 않는 발명가들은 학계의 냉대와 무관심, 때로는 주변에서 '미친사람'이란 소리까지 들으며 덧없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특허청 기계심사관인 박민수씨는 이들이 "물리학이나 공학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 없이 수십년간 독학으로 연구를 계속한 경우가 많으며 젊은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전하면서 "실현성이 없는데도 전문적인 과학기술의 도움없이 발명에 매달리는 사람이 많다"고 안타까와했다.
 

(그림6) 부력을 이용한 영구기관(국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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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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