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영리한 돌고래, 뇌의 무게는 2kg 정도나 된다. 깊은 주름과 복잡한 곡절이 많으며 뇌피질의 신경세포수도 많다.
요즘 상영되고 있는 KAL여객기의 기내영화 가운데 돌고래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이 있다. 영화의 내용은 이런 것이다. 때는 21세기 중반,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의 우주선이 지구를 향해 이상한 전파를 발사한다. 이로 인해 지구상의 모든 동력이 정지상태가 돼 위기상황으로 치닫는다.
이때 지구로 귀환중이던 한 우주선이 지구방위사령부로부터의 연락을 받고 대책을 모색한다. 컴퓨터를 이용해 문제의 전파를 분석해본 결과, 20세기 후반 지구상에서 멸종된 돌고래의 음성신호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정체불명의 전파는 인간보다 지능이 뛰어난(?) 돌고래와의 교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해서 지구를 구출하기 위한 필사적인 작전이 개시된다. 시간을 거슬러 20세기 중반의 지구로 되돌아가 돌고래를 생포, 외계인과 교신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돌고래는 이처럼 공상과학영화의 소재로 등장할만큼 지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돌고래가 내는 신호음 중에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 영역의 것이 있어 흥미를 더해 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돌고래는 영리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각종의 묘기를 연출,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기도 한다.
태평양돌고래와 대서양돌고래
흔히 '돌고래'라고 불려지고 있지만, 그 명칭이나 분류는 아직도 명확하게 확립돼 있지가 않다. 돌고래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기에 앞서 분류학적 위치부터 따져보기로 한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돌고래를 물돼지라고도 부른 적이 있다('한국동물명집' '한국동식물도감').
그 연유는 알 수 없다. 또 혹등고래(Humpedback Whale)를 일명 돌고래라고도 했는데 ('한국동실물도감") 이것도 애매하다.
돌고래의 분류가 정립이 안되기는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여서 학자에 따라 다르고 책마다 각각이다. 가장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지맥'(독일의 동물학자, 전 프랑크푸르트동물원장)의 '동물백과사전'에 따르면 돌고래과는 모두 4아과, 13속, 21종으로 분류돼 있다(단 최종적으로 정립된 것은 아님).
가장 지능이 높고 우리의 관심대상인 몇몇 종류의 분류학적 위치는 표와 같다.
돌고래중에도 가장 보편적인 것이 병목돌고래종류. 구미 각 지역에서는 대서양돌고래가, 태평양 얀안지역에서는 태평양돌고래가 사육되고 있으며(서울대공원, 제주도 중문해양수족관) 더러는 곱등어(63빌딩수족관)와 흰줄박이돌고래(일본, 구미 각국)도 스타노릇을 하고 있다.
또 병목돌고래종류는 전세계의 온·열대해역에 널리 분포돼 있어 7개 아종('지맥'의 동물백과사전에는 3개 아종)으로까지 세분하기도 한다(그림 1).
이 글에서는 태평양돌고래와 대서양돌고래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수중생활에 적합한 생김새
돌고래는 전신이 쥐색으로 등쪽이 진하고 배와 가슴 등 하부로 갈수록 연하다. 모양은 날씬한 유선형이며 수중생활에 적합하도록 체형이 변하여 언뜻 물고기의 일종이 아닌가 할 정도다. 앞발은 턱밑 양쪽에 지느러미처럼 붙어 있고 뒷발은 꼬리모양으로 변하였지만 물고기의 꼬리가 수직으로 편평한데 비하여 옆으로 수평을 이룬 것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등에는 수직으로 등지느러미가 하나 있다.
입은 앞으로 뾰족하게 내밀어 마치 병목모양을 하고 있다. 영명의 'Bottle-nosed Dolphin'이란 여기에서 딴 이름이다. 이빨은 아래위에 40∼50개가 사이를 두고 나있으며 입을 다물면 아래 위 이가 서로 떠있는 틈에 물린다. 눈은 체격에 비해 작고 바로 구각(口角, 입의 찢어진 양끝) 뒤에 있다. 귀는 귓바퀴가 없이 다만 조그만 구멍만이 눈 뒤에 있다.
돌고래의 생김새중 특이한 게 정수리에 뚫린 구멍. 이것은 분기공(噴氣孔)으로서 코에 해당한다. 흔히 고래가 바다에서 분수처럼 물을 뿜는 것이 보이는데 이는 숨을 쉬기 위하여 수면에 떠올라 내쉬는 숨의 수증기와 구멍언저리의 물이 휘말려 올라가는 것에 불과하다. 젖은 생식공의 양옆에 붙어 있다.
돌고래는 이와 같이 물속에서 활동하기 알맞게 실꾸리모양의 유선형으로 생긴 데다 몸의 표면은 탄력성있는 피부의 특수한 구조로 돼 있어 물의 마찰저항을 거의 받지 않는다. 또한 몸통에 달린 것이라고는 헤엄을 치는 데 꼭 필요한 지느러미화한 앞뒷발과 등지느러미 이외에는 아무 저항요인이 될만한게 없다.
따라서 돌고래는 보통 시속 10∼20km, 서둘 때는 40∼50km의 속력을 낼 수 있다. 돌고래의 헤엄은 강력한 꼬리의 상하운동으로 추진력을 얻는다. 이른바 '돌핀킥'이라는 하이 점프의 아름답고 장쾌한 행동도 이와 같은 생김새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돌고래의 잠수시간은 3∼5분이 고작이고 보통 1분마다 떠올라 숨을 쉰다. 잠수의 깊이는 수m 정도지만 때로는 꽤 깊은 곳까지도 들어갈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71년 '탑피'란 애칭으로 불리는 놈이 2분동안에 깊이 1백70m까지 도달한 자기 기록을 3백m까지 갱신했다는 기록이 있다.
돌고래는 유유히 헤엄치면서 잠을 잔다. 한낮에는 한곳에 멈춰 수면을 조용히 들어갔다 떴다 하며 낮잠을 자기도 하는데 극히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태평양돌고래는 우리나라 해역에서도 더러 볼 수 있다. 전장 3m, 무게 3백∼4백50kg. 이에 비해 대서양돌고래는 다소 작은 편으로 2.6m에 2백kg 정도다.
아기자기한 교미, 출산은 꼬리부터
돌고래는 보통 수십마리씩 무리를 지어 유영한다. 퍽 영리해서 잘 잡히지는 않지만 일단 잡히고 나면 한나절도 못돼 주는 먹이를 받아 먹을 정도로 사람을 잘 따른다. 야생에서는 물고기 오징어 새우따위를 즐겨 먹는다. 동물원에서는 주로 고등어를 먹지만, 길들면 전갱이 도루묵 정어리도 먹는다. 돌고래가 무엇을 먹을 수 있나 시험한 결과 어묵 소시지 고래고기 심지어는 푸른 채소잎까지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먹는 방법도 특이하다. 씹는 법이 없이 무엇이든 통째로 꿀꺽 삼킨다. 중치 정도의 고등어를 눈깜짝할 사이에 그냥 삼키기도 하는데 이런 점으로 보아 그렇게 많은 이빨은 무엇에 쓰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서울대공원에서는 하루 한마리당 고등어와 도루묵을 10kg쯤 먹이고 있으나 외국에서의 한 예로는 40kg을 먹은 숫컷이 있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대식가인 탓에 곳에 따라서는 어장을 망치는 해수(害獣)로 몰려 학살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돌고래의 번식기는 봄에서부터 가을까지. 발정한 수컷은 끈질기게 암컷을 따라다니며 구애를 한다. 교미는 암수가 배를 맞대고 수면밑 얕은 곳에서 한다. 흰긴수염고래따위의 대형 고래들이 쫓거니 쫓기거니 격렬한 구애 행동끝에 마침내 의기상합하면 느닷없이 물밖으로 솟구쳐 배를 맞대는 순간 교미를 하고 물기둥을 치며 각각뒤로 나빠지는 장쾌한 교미방식과는 달리 소형고래다운 아기자기한 속삭임이라 하겠다.
돌고래의 임신기간은 10∼12개월인데 해산이 좀 기묘하다. 즉, 새끼가 꼬리부터 나오는 역산(逆産)의 방식이다. 그러면서도 퍽 순산을 한다. 출산이 임박한 아기돌고래는 태안에서 몸뚱아리가 반으로 접혀 있고 지느러미도 꺽인 듯 몸에 납작 붙어 있다. 해산은 갑자기 산문에서 붉은 피가 터저나오면서 새끼의 꼬리가 먼저 나오고 이어서 전신이 물속으로 퉁겨지듯 나온다.
물에 뜬 새끼는 바로 상반신을 물밖으로 솟구쳐 기지개를 켜듯 숨을 쉬고 '비비'하며 첫울음을 운다. 새끼의 몸의 측면에는 일곱줄의 주름이 있고 주둥이 좌우에는 6∼7개의 수염이 있다. 이 수염은 돌고래가 본래 포유동물이란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나 성장하면서 없어지고 만다.
어미는 새끼를 옆에 붙이거나 피로한 듯하면 등에 업기도 하고 주둥이로 떠받드는 등 세심하게 지키며 수초 동안씩 자주 젖을 먹인다. 잘못 새끼가 죽었을 때도 같은 행동을 하나 썩어서 가스가 차 뜨게 되면 반대로 턱으로 눌러 물속에 잠기게 하려고 애쓴다. 동물원에서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사육사들은 사체를 빼앗으려고 하나 어미는 필사적으로 항거, 애를 먹인다. 더구나 빼앗아 버리지 않는 한 어미는 굶으니 딱한 일이다.
무사히 자란 새끼는 수개월이면 활발히 헤엄도 치고 먹이도 먹기 시작한다. 이빨도 이때부터 나고 1년이 지나면 어미와 함께 똑같이 행동한다. 이렇게 어미의 보호를 받는 기간은 16개월이다. 2년이 지나면 완전히 성숙해지는데 수명은 30∼40년이다. 미국의 어느 수족관에서는 손자까지 본 장수돌고래가 있었지만 사육하에서는 대개 4년 정도가 돌고래사육의 평균기록이다.
높은 지능, 포음파로 교신
돌고래 하면 꽤 높은 지능의 소유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돌고래의 지능에 대한 문제는 여러 과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우선 돌고래는 사람을 잘 따른다. 특히 새끼는 경계심이 희박한 편이며 사람이 잠수하면 접근해와 호기심을 보인다. 서커스를 가르치면 3∼6m의 하이 점프에서부터 공놀리기 굴렁쇠통과 스핀턴 등 가르칠수록 굉장히 높은 수준의 묘기를 거침없이 해낸다.
1962년 해부학자인 '필레리' 는 몇몇 고래의 뇌의 형태를 연구하고 사람의 뇌보다 집중력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는 이때까지 동물중 최상의 위치에 있어온 인간의 지능이 돌고래보다 낮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돌고래의 뇌의 무게는 1.5∼2.2kg으로 깊은 주름과 복잡한 곡절이 많으며 뇌피질의 신경세포수도 다른 포유동물과 비교하여 굉장히 많다(그림2).
한편 돌고래는 수많은 그들 나름의 언어(회화음)를 가지고 있고, 방향탐지를 위하여 2백KHz의 초음파를 이용한다. 이 수치는 사람(20KHz) 개(35KHz) 고양이(47.5KHz) 박쥐(95KHz)의 가청한계에 비하여 단연 월등하다. 돌고래는 박쥐와 같이 초음파를 내어 그 방향음으로 방향을 알고 장애물과 먹이를 탐지한다. 뿐만 아니라 여느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가청권내의 소리도 낼 수 있어 자신의 기분을 나타내고 인간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신경생리학자인 '존 릴리'에 따르면 사람의 말을 흉내낼 수도 있다고 한다. 다만 돌고래의 흉내말은 너무 빨라 사람이 앵무새의 흉내말처럼 해독을 할 수 없을 뿐이다. 그러나 연구 여하에 따라서 언젠가는 사람의 말로 대화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훈련된 돌고래는 이미 해양개발 등에 활용되고 있다. 1965미년 미국의 샌디에고 앞바다의 깊이 65m에서 행해진 해저생활실험에서는 앞서 언급한 '탑피'가 메신저 보이로서 활약한 바 있다.
최근에는 수중에 장치한 마이크로폰에 의하여 주로 돌고래종류가 내는 소리에 대한 연구가 행해지고 있다. 그들의 소리의 영역은 광범하고 의식적인 신호로서의 회회음(whistle), 방향탐지음(clicks)에서부터 먹이를 구하거나 구애할 때 등의 소리, 이를테면 무의식적, 본능적으로 내는 소리까지 실제관찰에서도 서로 떨어져 있는 한쌍의 돌고래는 서로 교신하며, 어미가 멀리 떨어진 새끼를 불러 들인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또 먹이로 물속에서 점프하도록 훈련된 돌고래는 조련사와 사이에 음신(音信)으로 교신한다. 그러나 이러한 소리는 낮은 가청한계를 지닌 사람도 들을 수 있는 소리이고, 그들의 소리는 대부분 초음파의 영역에 속해 있다.
서울대공원에서의 돌고래쇼에서는 음신의 도구로 무성호르라기(silent whistle)를 쓰고 있는데, 이 소리는 꽤 높은 음파여서 관람객에게는 안들리지만 돌고래들은 이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보호해야 할 바다의 귀염둥이
1943년 한 변호사의 부인이 플로리다의 해안에서 수영을 하다 물살에 휩쓸렸으나 익사 직전에 돌고래에 의해 구조돼 해안까지 나온 적이 있었다. 또 물에 잠긴 매트리스를 돌고래가 가까운 해안으로 애써 밀고와 육지에 밀어 올렸다는 보고도 있다.
돌고래는 왜 이런 일을 하는가.
여느 고래들과 같이 돌고래는 병들었거나 다친 동료가 생기면 이를 부추겨 수표면 위로 뜨게 해준다. 이런 행위는 결과적으로 분기공(콧구멍)을 공기층에 노출시켜 숨을 쉬게 함으로써 익사하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어떻게 보아도 단순한 습성이라고 보기에는 의문이 남는다. 또 본능이라고 보기에도 너무나 신기한 일이다.
수족관에서는 더러 한 풀에 있는 다른 종족의 동물이 그런 지경을 당했을 때도 그런 방법으로 돕는 예가 보고되고 있다.
이와 같은 구조작업은 흔히 둘 이상의 돌고래가 협력하는 수가 많다. 피구조자를 양옆에서 부추겨올리는 것이다(그림 3). 물에 빠진 사람도 같은 방법으로 구조한 적이 있다. 이쯤되면 돌고래는 의로운 동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1995년 여름 뉴질랜드의 북쪽섬인 '오포노니' 해안에 나타난 '오포'란 이름의 압둘고래의 실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오포'는 해수욕장의 어린이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했는데 그중에도 '질'이란 13세 소녀와 더욱 친했다. '오포'는 '질'을 등에 태우기도 하고 공놀이도 하곤 했다. 그래서 '오포'는유명해지고 이 해안은 구경꾼들로 붐비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오포'가 모터보트의 스크루에 걸려 다치게 되자 뉴질랜드정부는 '오포'를 법률로 보호하려 했다. 그러나 모처럼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1956년 3월8일 '오포보호법' 발령 2일후 '오포'는 가련하게도 바위틈에서 사채로 발견됐다. 원인은 밀렵꾼이 터뜨린 다이너마이트의 충격을 받은 것으로 추측되었다.
돌고래는 그 고기맛이 좋고 또 기름을 얻기 위하여 마구잡이로 잡는 일이 많았다. 1884년 11월15일부터 1985년 5월15일사이에 1천2백68마리의 대서양돌고래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케이프하테라스'에서 밀렵됐다. 지금은 돌고래가 경제적으로 가치가 없어졌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이 사랑스런 바다의 귀염동이가 인간의 무지로 죽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