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자동차의 나라다. 또한 도로의 규모에는 입이 벌어질 정도다. 그러나 사실은 높은 도로율이나 도로자체의 넓고 잘 닦여진 것만이 교통소통의 원활함과 편리함을 가능케 하는 것은 아니다. 통행방법,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잘 디자인된 도로표지판, 안전과 기능이 고려된 설계 등등. 그 체계가 잘 되어있는 이유로 해서 도로의 물리적 우수성이 한층 돋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모든 사물에는 두가지 구성요소가 있는데 하나는 물리적이며 눈에 보이는 요소이고 다른 하나는 논리적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이다. 컴퓨터에서는 이것을 각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 부르는데, 앞의 예에서 도로 그 자체는 하드웨어이고 도로의 체계는 소프트웨어이다.
그러나 훌륭한 도로의 기능을 좌우하는 것은 도로의 체계인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사물의 가치를 높여주는것은 물리적인 하드웨어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인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도외시된 사물은 그것을 만들고 제공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로울 수도 있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해를 끼칠 수 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이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사고방식이 아닌가 한다. 필자는 이것을 '소프트웨어적 사고방식'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러한 소프트웨어적 사고방식은 컴퓨터를 이용하는 정보시스템에서도 생각해볼수 있다. 컴퓨터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경우, 먼저 중앙연산처리장치(CPU)의 용량 빠르기 종류 그리고 주변기기의 종류 수량 또 그것들의 메이커를 생각한 후에야, 최종단계에서 실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정보는 이런 종류 이런 형태 이런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중요한 것은 그런 기기들이 아니고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는 무엇인가?'하는 것이다. 즉 하나의 오디오시스템을 구입하려 할 때는 '나는 어떠한 종류의 어떤 음질의 음악을 듣겠다.'는 정의가 먼저 있어야 그에 맞는 오디오시스템이 결정될 수 있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우리는 언제, 어떤 정보를, 어떤 방법으로, 어느 계층에 공급해야 하는가?'하는 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정의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그 정보를 얻기 위한 프로그램이 결정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히 그에 맞는 기계의 용량, 종류 등 하드웨어적인 요소들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에도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부가가치비율이 나날이 증대되고 있다. 공업력에만 의존하는 산업을 위주로 하는 국가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우리가 손꼽는 선진국들도 사실은 공업력 중심의 산업 이외에 금융·보험·광고·출판 컨설팅 등 지식이나 정보의 부가가치가 큰 산업이 크게 발전해 있다. 중동의 산유부국을 선진국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도 이것이다.
토지를 근간으로 하던 농업사회로 부터 자본을 근간하던 산업사회로 발전해 왔던 역사는 이제 지식이나 소프트웨어적 요소를 근간으로 하는 정보·서비스산업의 시대로 인해 새 장을 맞고 있다. 이러한 큰 흐름 속에서 우리는 하나의 작은 사고방식의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그것을 통해 올 발전의 폭은 클 것임에 틀림없다.
소프트웨어적 사고방식- 이것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분야에 적용해봄직한 묘약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