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유역면적으로는 압록강 다음가는 큰 하천이며 유로연장으로는 압록강 두만강 낙동강에 이어 4번째로 긴 강이다.
한강(漢江)은 한마디로 한반도의 거대한 젖줄이다. 우리가 먹고 마시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식수와 생활용수의 공급원이자, 농사를 짓고 산업시설을 가동시키는데 없어서는 안될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곳곳에 축조된 댐을 통해 홍수와 가뭄이 조절되고,전력을 생산하는 근거가 된다.
한반도의 허리를 크게 가로지르는 이 한강은 최근들어 커다란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남한강에 거대한 댐이 완성되고, '서울의 한강'은 한강종합개발사업이 1단계 완성됨에 따라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한편, 북한강쪽에서는 북한측이 금강산댐을 건설할 것으로 알려져 그 규모와 함께 우리에게 미칠 영향이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측의 대응댐건설이 주목되고 있는가운데, 새삼스레 한강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하고 있다.
한강수계는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우리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우리는 과연 얼마나 '젖줄'을 이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한강수계의 모든 것을 살펴본다.
한강은 한반도의 동쪽에 있으면서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태백산맥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흘러서 서해의 경기만으로 유입하는 커다란 하천이다. 유역면적(2만6천여㎢,북한지역까지를포함하면 3만4천4백73㎢)으로는 한반도에서 압록강 다음 가는 큰 하천이지만 유로연장으로는 압록강 두만강 낙동강에 이어 4번째로 긴 강이다.
2천만 인구의 젖줄
한강은 한반도의 중부를 가로질러 흐르고 수도서울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강이므로 주민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있다. 한강은 수도서울뿐만 아니라, 인근도시를 합해서 약2천만 인구의 식수,발전용수, 농업용수, 그리고 공업용수를 공급해주는 젖줄이자, 생명선인 셈이다.
서울은 태조(太袓)가 조선국의 수도로 정한 이래 현재까지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어 왔다. 서울은 북쪽에는 산이 가로막고 남쪽에는 한강의 푸른물에 둘러싸여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서울이 이와 같이 아름다운 것은 한마디로 한강이 있기 때문이아닐까.
잠깐 한강의 명칭의 유래를 살펴보면 한사군(漢四郡)시대나 삼국시대 초기에는 대수(帶水)라 불렀고, 광개토대왕비에는 아리수(阿利水)로 기록되어 있다.‘삼국사기’권25에는 욱리하(郁利河)로 나타나 있는데 백제가 동진(東晋)과 교류, 중국문화를 수입하면서부터 중국식명칭인 한수(漢水)가 되었다.
5백14㎞의 긴 유로
한반도의 등뼈라고도 할 수 있는 태백산맥의 한 점에서 솟아오른 물은 2만6천2백19㎢에 내린 빗물을 모아서 구비구비 서해까지 5백14㎞의 긴 여행을 하게 된다. 한강전유로의 평균경사는 약 31/10,000이고 하류에 있어서는 5/10,000 정도이다. 팔당 이하의 하구까지는 강폭이 1㎞정도이고 갈수기 때의 수심은 약 2.5m, 홍수기 때의 수심은 평균 10m정도이다.
한강의 상류부는 남한강과 북한강의 둘로 나뉘며 남한강을 본류로 한다. 남한강은 강원도 삼척군에서 발원하여 남서류, 영월읍에서 평창강(平昌江)을 합치고 충청북도의 단양군을 지나 흐름을 서쪽으로 바꾸어서 제원군에 새로 조성된 광대한 충주호(忠州湖)에 27억 5천만t의 물을 채우고 시설용량 40만㎾의 발전소를 움직인 다음, 북서로 유로를 바꾸어 달천천(達川川)을 합쳐 중원군을 지나서 경기도로 들어간다.
도계에서 섬강(蟾江)을 합치고 이어서 청미천(淸渼川)을 합류하여 북서로 유로를 잡아 여주군을 관류하면서 양화천(楊花川)ㆍ복하천(褔下川)등을 받아들인다. 양평군으로 들어서면서 흑천(黑川)과 만나 서쪽으로 유로를 돌려 북한강과의 합류점인 양서면 양수리(兩水里)에이른다.
한편 북한강은 강원도 금강산 부근에서 발원하여 남류, 금강천ㆍ금성천(金城川)등을 합치면서 화천군에 이르러 양구군쪽에서 흘러오는 서천천(西川川)ㆍ수입천(水入川)등과 만나 파로호(破虜湖, 저수량 약 10억t)를 이루고 다시 남하, 화천군의 지류들을 모아 춘성군에서 춘천호에 물을 담고 나서 춘천시의 의암호(衣岩湖)에서 소양강(昭陽江)과 만난다.
강원도 인제군에서 발원하는 소양강은 남서류하면서 인제ㆍ춘성 2군에 걸치는 소양호에 29억t의 물을 채우고 20만㎾의 발전소를 가동시킨 뒤, 의암호에서 북한강과 만난다. 다시 가평천(加平川)을 합치고 남이섬을 지나 홍천강(洪川江)을 합류하여 청평호(淸平湖)를 이루고,경기도에 들어서서 양평군과 남양주군의 경계를 이루면서 양수리로 빠진다.
양수리에서 하나로 합쳐지는 한강은 경안천(慶安川)을 합류, 팔당호(八堂湖)에 괴었다가 서류하여 서울특별시로 진입, 완만한 유속으로 시역(市域)을 관류하면서 중랑천(中浪川)ㆍ안양천(安養川)등을 합치고 북서쪽으로 직진하여 하폭을 넓히면서 김포군과 고양군의 경계를 이룬다.
파주군에 이르러 곡릉천(曲陵川)을 합치고, 임진강(臨津江)과 합류한 다음 김포반도의 북부를 돌아 강화만에서 서해의 경기만으로 들어간다.
한강물이 흘러 들어가는 경기만의 조차(潮差)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9m 정도가 되고, 이 조석의 영향은 서울시까지 미친다.
여름철에 집중호우로 대홍수 우려
한반도는 아시아대륙에서 남북으로 빠져있는 반도이고, 중국대륙과 일본열도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그 기후는 대륙과 해양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4계절이 명백하고 인간이 사는데 있어서 아주 좋은 기후이다.
우리나라의 연간평균강우량은1천1백㎜정도이나 한강유역은 1천2백㎜이다. 한강유역의 1년간의 강우량의 월별분포는 그림1과 같이 우기인 6~9월의 4개월간에 1천2백㎜의 68.3%가 내리고 나머지 8개월에 31.7%가 내린다. 이와 같이 연간강우량이 우기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 한강의 특성이다.
한강의 강우양상은 또 2가지의 특성이 있다. 그 한가지는 우기에 있어서 저기압전선이 우리나라의 중부 즉 한강유역에 정체하는 수가 많고 이때 집중호우가 내려서 대홍수가 일어난다.
또 다른 하나의 강우양상은 태풍에 의한 강우이다. 우리나라 부근을 통과하는 태풍은 주로 우리나라의 북부지방을 통과하는 것과 경기만에서 원산으로 횡단하여 동해로 빠지는 것이 많다.한강유역에는 이들 태풍에 의한 호우가 많다. 이런 기상조건 때문에 우리나라의 평균강우량보다 한강유역의 강우량이 많다.
이상의 두가지의 기상조건은 호우를 동반하게 되는데, 한강유역의 일최대강우강도(日最大降雨強度)는 3백54.1㎜/일(day)의 기록이 있고 대홍수량은 1925년의3만7천t/sec이 기록되어있다.
총발전량 90만5천㎾로 잠재력의 반도 안돼
한강의 모든 하천구조물의 설계는 3만7천t/sec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갈수기에는 2백t/sec밖에 흐르지 않으므로 한강에 대한 하천계획과 공법은 매우 어렵다.
우리의 선조들은 지금으로부터 2천6백년전에 이미 쌀을 주식으로 삼았다. 쌀의 재배에는 필수적으로 물이 필요하므로 한강변에 있어서는 그 당시부터 물을 농업용수로 이용해왔다. 현재한강유역에는 16만5천㏊의 논(畓)이 있고, 하루 3백60만t의 물을 농업용수로 이용하고있다.
한강에는 약 2백만㎾의 포장수력(包藏水力)이 있으나 현재까지 개발된 것이 90만5천㎾이다.한강의 수력발전 개발현황은(표1)과 같다.
(표1)에 있어서 소양강댐과 충주댐은 발전뿐만 아니라 홍수통제와 용수공급의 목적도 발생하는 다목적댐이다.
이들 두 댐은 발전량(충주댐1위,소양강댐2위)과 저수량(소양감댐1위,충주댐2위)에서 국내최대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데, 특히 소양강댐은 극동에서 손꼽히는 크기의 저수능력을 갖고 있는 대규모 토석형 댐으로서 4대강유역종합개발계획의 일환으로 건설되었다. 댐높이 1백23m, 길이 5백30m, 체적 9백59만1천㎥의 이 토석댐은 20만㎾의 발전시설과 29억t에 달하는 저수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소양강은 총 유로연장이 1백60㎞인 북한강의 최대지류이며 관광으로 유명한 설악산에서 발원하여 서쪽으로 흐르고 춘천시에서 북한강과 합류한다. 이 댐은 춘천시에서 동북방 13㎞지점에 있는 춘성군 신북면과 동면에 자리잡고 있으며 북한강 유역에서 발전단일목적댐이 아닌 유일한 다목적댐이다. 1967년4월 가설비공사를 일부 착수하여 댐건설을 위한 준비를 시발점으로 1986년 3월 가배수로터널공사를 착공하였고, 1970년 4월 본격적인 댐 축조공사를 시작하여 약3년반만인 1973년 10월15일에 전공사를 완료하였다.
소양감댐은 유역면적 약 2천7백3㎢에 연평균 강우량 1천2백㎜의 풍부한 수자원을 고도로 개발하여 한강연안과 수도 서울 및 인천지역에 연간 12억1천3백만t의 관개 및 생공용수를 공급한다. 또한 5억t의 홍수조절용량으로 한강 하류부의 홍수피해방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날로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부응하여 연간3억5천3백만㎾H의 전기생산과 하류 3개 발전소에 6천1백만㎾H의 전기증가를 가져오는등 전력수급에도 크게 공헌하고 있다.
한편 한강유역에는 몇개의 다목적댐이 추가로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강 유역에 홍천댐(홍천강)이, 남한강유역에는 임계댐(남한강상류) 여주댐(남한강본류) 달천댐(달천) 양현댐(섬강)의 5개소가 그것인데, 규모는 (표2)와 같다.
한강에서의 용수현황을 보면 서울시를 위시하여 인근도시의 생활용수로 하루에 약4백만t을 취수하고 70만t을 공업용수로 이용한다.
한강은 우리민족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홍수라는 가혹한 시련을 안겨주기도한다. 한강유역은 그 기상적 특성때문에 호우가 많고, 한강유역의 평면적인 형상이 부채꼴로 돼있어 유역에 내린 비가 짧은 시간에 하도(河道)로 모일 수 있으므로 큰 홍수가 많이 발생한다.
한 예로 1925년도의 대홍수때 한강대교지점의 홍수량은 초당 3만7천t이었다. 이와 같은 큰홍수량은 세계에서도 그 예가 흔치않는 것이다.
한강의 대홍수는 대략 10~11년 주기로 발생하고 중(中)정도의 홍수는 5~6년 주기로 발생한다.이와 같은 주기는 태양흑점수의 주기 11년과 동일하다(표3참조).
한강개발의 필연성과 장단점
한강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강우량의 불균형때문에 우기와 갈수기의 유량차가 매우 크다. 즉, 최대홍수량과 최소강수량의 비율이 매우 크다. 최대홍수량이 3만7천t/sec이고 최소유량이 2백t/sec이므로 그 비율은 1백85이다. 이와 같은 하천의 최대유량과 최소유량의 비를 하상계수(河狀係數)라고 하는데 이것은 하천의 특성을 나타내준다.
서구하천의 하상계수가 15~20, 미국 하천의 하상계수가 30~1백, 그리고 일본이 40~1백 정도이므로 한강의 하상계수가 얼마나 큰가를 알 수 있다.
하상계수가 작다는 것은 1년을 통해서 하천수(河川水)의 변동이 작다는 것을 의미하고 하상계수가 크다는 것은 우기때는 유량이 많고 갈수기에는 유량이 극히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한강의 하도는 1년중 10~30일 이내에만 물이 어느 정도차서 흐를 뿐, 나머지 대부분의 기간은 하천바닥이 노출되어 보기에 흉하다. 한강의 하류부는 양안에 제방만 축조해놓고 하도에는 아무런 인공도 가하지 않았으므로 갈수때 물이 흐르지 않는 고수부지는 불규칙적으로노출되어 미관상 매우 불결하였다.
한강변의 공장과 인가에서 배출되는 오물때문에 물고기와 철새들이 죽고 서울시민들의 수영도 금지되었던 바 우리 민족의 젖줄인 한강은 그동안 죽어가고 있었다.
1982년부터 서울시는 드디어 한강하류부의 종합적 개발사업에 착수하였다. 수천년동안 유유히 흘러내려온 한강에 인공을 가한다는 것은 매우 두렵고 어려운 일이라 하겠다.
세계적으로도 한강과 같은 큰 하천에 인공을 가한 예는 드물 것이다. 이와 같이 중대한 일을 시작할 때는 반드시 필연성이 숨어 있는 법이다.
필자는 이번 한강종합개발사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몇가지 이유를 붙여서 사업추진을 기대한 바 있었다.
첫째 서울시에는 거대한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민을 위한 공간이 매우 부족하다. 1년간 대부분의 기간동안 물이 흐르지 않는 하천부지를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한강개발사업의 첫번째 이념으로 되어야 한다. 고수부지의 조성으로 이와 같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서울시는 당연히 착수해야 할 것이다.
둘째, 1년의 대부부을 차지하는 저수시(低水時)에는 불규칙한 하상이 노출되어 미관상 좋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수심유지가 곤란하다. 저수로를 정비하면 배의 운행(舟運)도 가능할 것이다.
세째 하도정비시에 강변도로도 축조할 수 있으므로 시내의 차량소통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서울시의 한복판에 도로를 신설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기회에 넓은 도로를 저렴한 공사비로 건설하게 되는 것이다.
네째, 1980년대에 들어와서 한강이 죽어간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물고기와 철새의 떼죽음, 서울시민의 수영금지 등 여러가지의 사건이 일어났다. 이번 한강하류부의 종합개발사업중 가장 중요한 일이 죽어가는 한강을 되살리는 일일 것이다.
고수부지의 조성과 함께 양안에 차수거(遮水渠)를 만들어서 시가에서 배출되는 하수를 이 차수거를 통해서 한강수와 분리하고 하류에서 하수를 완전처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차수거와 하수처리장의 건설로 한강물은 다시 옛날처럼 푸르게 될 것이다.
다섯째, 이상 4가지의 사업을 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이와 같은 자금은 현시점에서는 국가 또는 서울시에는 조달할수가 없을 것이다. 이 사업보다 시급한 일이 산적해있는 현시점에서 아무리 시민을 위하여 운동장을 만들고 보트놀이를 하게끔 한다 해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그러면 왜 이와 같은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사업을 시작했는가? 앞에서 열거한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하천바닥에 묻혀있는 수많은 양의 골재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상의 골재는 그대로의 상태에서는 하등의 가치도 없으나 일단 채취하게 되면 국가의 유익한 자원이 되는 것이다. 한강개발사업이 가능했던 것은 이 골재의 이용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하수처리장의 건설비를 제외한 모든 건설비는 약 4천억원이었으나 골재판매대금이 약 2천억원이 되므로 추가로 투입된 자금은 약 2천억원이 되는 것이다.
한강은 수도서울의 중심을 관통하는 우리나라 제1의 성스러운 강이다. 이제 1단계의 한강종합개발사업이 완료된 만큼 보다 넓고 깨끗한 젖줄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는 법이다. 한강개발이 외형적으로는 분명히 괄목할만한 성과를 가져왔으나 부정적인 측면을 지적하는 소리도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 생태계에 변화에 대한 우려가 설득력있게 들리는 시점이다. 어족의 구성이 달라지고 날아오는 새들의 종류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될 한강의 개발과 이용에는 그동안의 경험이 십분 반영되어야겠다. 수질오염의 근본적인 방지책과 생태계의 보존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 한편으로는 한강이 포용하고 있는 자원으로서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를 짜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