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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의과학 발굴·복원·연대측정의 방법

흙더미 속에서 출토된 유물은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이 결합된 보존처리과정을 거쳐 완벽한 제모습을 선보이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고분에서 출토되는 왕관이나 각종 장식물이 휘황찬란한 금빛을 띠며 세상에 자랑스럽게 모습을 나타내는 줄로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출토되는 유물은 흙더미속에서 일그러지거나 녹이 슨 상태로 나와 제모습조차 뚜렷치 못한 상태다. 심한 경우는 벌레가 먹고 부식돼 거의 원형을 상실한 채 발굴이 된다. 이런 유물들은 과학적인 장비와 기술을 이용한 보존처리과정을 거쳐 거의 완벽하게 제모습을 찾은 후 비로소 문화재로 일반에게 선보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재가 발굴되는 순간부터 섬세한 과학적 처리기술이 필수불가결한 것은 물론, 연구와 복원작업에도 각종의 첨단장비와 기술이 요구된다. 특히 발굴된 문화재를 완벽하게 원형대로 재현해내는 보존처리과정은 고고학 미술사 물리학 화학 등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이 결합된 '문화재 병원'과도 같다. X선을 투과해 발굴문화재의 부패부식 상태와 원형을 찾아내는가 하면, 현미경을 통해 일일이 녹을 벗겨내고, 때로는 썩은 부분을 잘라내고 합성수지로 보강하는 수술도 하고 있다.

 

문화재의 발굴에서 복원까지의 과정
 

문화재(유물)의 발굴에서 보존처리 복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가를 살펴보자.
 

고분 등을 발굴해 유물을 찾아내기까지는 특별히 과학적인 장비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고고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원시적인 손(수)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보통 발굴단원들은 작은 꽃삽으로 조심스럽게 파들어가다가 유물같은 것이 나오면 붓으로 흙을 털어내는 정도다.
 

그러나 일단 유물이 발견된 이후부터는 철저히 과학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특히 지하에 매몰되어 습한 상태에 놓여있던 유물은 외부에 노출되면 수축·균열·변형을 일으키기 쉬우므로 주의를 요한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수용성 아크릴수지나 이소시아네이트 수지, 우레탄 폼 등을 이용해 처리한 뒤 유물을 수거해야만 원형을 살릴 수 있게 된다.
 

일단 발굴, 수거된 유물은 보존처리를 거쳐 원형대로 복원되는데, 유물의 재질이나 출토상태에 따라 다양한 기자재와 처리기술이 동원된다. 금속유물의 예를 통해 보존처리과정을 알아본다.


□ 예비조사

보존처리에 들어가기 전에 유물의 형태와 부식상태에 대한 사진촬영 및 카드작성을 하며, 표면에 섬유질이 부착돼 있을 경우 실체현미경으로 정밀조사한 후 현미경 사진촬영을 하여 자료로 활용한다.

금속의 재질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원자흡광분석, X선형광분석, 중성자를 이용한 분석법 등을 이용하여 정량·정성분석을 한다. 여기서 얻어진 결과는 보존처리에 적절한 약품을 선택하는 한편 금속유물의 제작장소 등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로 이용된다. 또 X선회절분석기를 이용해 부식화합물을 알아내고, X선촬영장치를 통해 철녹이 가리워져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금·은상감문양, 명문, 내부구조를 확인하여 보존처리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
 

□ 녹제거

금(Au)을 제외한 모든 금속물은 산화물질로 돼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특히 출토품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산화물을 제거하는 몇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정밀분사가공법 : 정밀분사 가공기(air brasive)로 고압공기 또는 질소개스에 미립자분말을 혼입하여 노즐을 통해 초음속으로 개스와 파우더를 동시에 분출, 불필요한 녹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가공시 충격을 주지 않고 열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②각종 소도구의 이용 : 치과용 소도구나 드릴 바이브레터 등을 녹층의 두께에 따라 적절히 이용, 금속 유물의 녹을 제거한다. 안전한 방법이긴 하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결점이 있다.

③초음파 세척(ultrasonic cleaning) : 진동을 이용하여 미세한 녹을 제거하는 방법인데, 정밀분사가공기나 각종 소도구로 사용한 후에도 남아 있는 미세한 녹을 제거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이상의 세가지 방법 이외에도 녹제거에는 전기화학환원법 등이 있으나 이는 원형을 파괴시킬 위험성이 커 최근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 세척 및 탈염

대개 금속유물은 발굴 당시 주위의 흙 등 부착물이 붙어있는 채 출토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들은 증류수나 알코올 아세톤 등의 유기용제를 사용하여 제거한다. 탈염처리는 유물이 놓여진 환경 등을 고려하여 약품을 선정해야 하며, 주료 사용되는 약품은 수산화나트륨(NaOH) 탄산칼륨(K₂CO₃) 수산화리튬(LiOH) 등이고 처리방법으로는 냉온수교체법(冷溫水交替法) 등이 있다.
 

□ 건조

탈염처리 후 사용한 약품을 빼내기 위해 충분히 세척을 하고 나서 건조시켜야 한다. 자동온도조절장치가 부착된 전기건조기의 온도를 끓는 점(沸點)보다 높은 섭씨 105~110도 정도로 해서 건조시키는데, 금속유물의 표면에 시대적 배경의 자료가 될만한 유기물질이 부착돼 있을 경우는 70~80도로 낮추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 진공함침(眞空含浸) 강화

진공함침은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푸석푸석한 유물을 강화하기 위하여 일정한 밀폐용기(진공함침기)의 내부를 진공상태로 바꾸고 금속유물이 갖고 있는 수분, 산소 등을 빼낸 다음 합성수지를 주입하여 금속내부 깊숙히 수지를 강제 침투시켜 강화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금속 자체를 단단하게 굳혀줄 뿐만 아니라 표면에 합성수지에 의한 보호막이 형성되도록 하여 외기로부터 일어나는 부식인자인 산소와 수분을 차단시켜 주는 보호막을 형성한다.
 

□ 접합 및 복원
 

황룡사지에서 출토된 이존불(二尊拂)의 보존처리전(왼쪽)과 보존처리후(오른쪽)의 모습


오랜 기간 지하에 매장됐다 출토된 유물은 부식이 심하거나 파손돼 있기 십상이다. 파손돼 있지 않은 유물이라도 세월이 흐르면 자연히 파편으로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러한 유물의 파편을 한조각 한조각 정확하게 접합하여 원형을 복원해야 한다.

접합·복원작업은 당연히 고고학과 문화재에 대한 깊은 지식이 요구되며, 앞서 언급한 대로 X선촬영 등을 총해 얻어진 자료들을 참고하게 된다.

녹제거 탈염 건조 강화 등의 보존처리 과정이 아무리 잘 되었다고 하여도 접합·복원을 원형과 달리 한다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상실돼버리는 것이다. 접합·복원할 때 사용되는 접착제는 에폭시계 접착제, 셀룰로스계 접착제 등을 사용한다.


□ 끝손질

지금까지의 과정에 의해 접합 복원된 유물은 손질 부분을 그대로 두면 보기에 거슬리므로 주위의 색과 조화되게 고색(古色)처리를 해야 한다. 이 때 색깔의 맞춤 정도는 고색처리 후 30cm 거리에서는 고색처리한 것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되, 1m 거리에서는 구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목재의 훈증법과 수분제거방법
 

이상에서 금속유물의 보존처리과정을 살펴보았는데, 이외에도 유물의 재질이나 출토상태에 따라 다양한 보존기술이 이용된다.
 

예를들어 목조건물이나 지류(紙類) 섬유질 문화재는 미생물이나 곤충에 의해 손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에 필요한 작업이 훈증법(燻蒸法)이다.
 

훈증법에는 피복훈증법 밀폐훈증법 포장훈증법 감압훈증법 등이 있는데, 이 중 피복훈증법은 훈증처리할 문화재 전체를 염화비닐(두께 0.2~0.3mm)로 완전히 덮어씌어 놓고 산화에칠렌(C₂H₄O)과 취화메칠(CH₃Br)을 혼합제로 하여 100g/㎥의 비율로 섭씨 25도에서 24시간 정도 훈증한다.
 

이같은 훈증법은 약제가 기체이므로 문화재에 손을 대지 않고도 살균·살충처리가 가능하다. 그리고 침투성이 우수하므로 문화재 깊숙한 곳에 있는 생물에까지 쉽게 도달할 수 있어 효과가 빠르다.
 

물속이나 늪지에서 출토퇸 목재유물은 상당량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 수분이 증발되면서 수축현상이 발생, 원형을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수축현상을 막아주는 방법도 중요한 보존처리기술로 손꼽히고 있는데 PEG법(Polyethylen glycol method)이 그 대표적인 방법이다.
 

PEG법의 원리는 목재에 함유된 수분을 폴리에틸렌 글리콜의 농도를 10, 20, 30~100%까지 장기간에 걸쳐 상승시키면서 폴리에틸렌 글리콜로 교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목재에 들어있는 수분을 빼내어 폴리에틸렌 글리콜이 목재 내부로 들어가게 해 재질이 약화된 상태에서 단단한 상태로 바꾸어주는 것이다.

 

고고학 연구와 과학기술
 

지금까지 살펴본 것은 주로 매장문화재의 발굴에서부터 몇단계의 보존처리과정을 거쳐 접합·복원에 이르기까지의 과학적인 기술분야인 셈이다.
 

그러나 좀 더 범위를 넓혀보면 문화재(유물)의 보존기술뿐 아니라 이들에 관한 각종의 연구작업에도 과학적인 방식이 활발이 도입되고 있다. 특히 수십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구석기시대 연구나 그 이후의 신석기 청동기시대 등의 연구에도 첨단의 과학기술이 요긴하게 쓰인다.
 

고고학적 연구의 기초가 되는 유적 또는 유물의 연대가 얼마나 오래 되었는가를 알아내는 것도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연대측정방법 중 가장 알려진 게 바로 방사성탄소이용방법이다. 식물이나 동물체 속에 함유돼 있는 방사성탄소는 생명체가 생명을 잃는 순간부터 대기중의 탄산개스를 공급받지 못하므로 그 양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줄어드는 비율이 5천7백30년이 지나면 2분의 1이 되고, 다시 5천7백30년 즉 1만1천4백60년이 지나면 원래 분량의 4분의 1로 줄어든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즉, 언제 죽었는지 모르는 식물이나 동물속에 남아있는 방사성탄소의 양을 측정하여 죽고 나서 현재까지 몇년이나 경과되었는가를 산출해낼 수 있다. 이 방법을 발견한 미국의 화학자 '리비(Libby)' 박사는 그 공로로 노벨상을 받기까지 했던 중요한 연대측정방법이다.
 

이 방법으로는 지금부터 5만년 전까지는 비교적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고, 게다가 여기서 산출된 연대에 따라 오차를 수정하는 방법까지 연구돼 있어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연대측정방법에는 이밖에도 암석중에 포함된 칼륨(K) 40의 아르곤(Ar)양을 비교, 지층의 형성연대라든가 고대인류의 흔적이 얼마나 오래됐나를 판단하는 '아르곤 포타시움 이용방법', 우라늄의 핵분열을 이용하여 암석의 연대를 결정하는 '피션 트랙의 이용방법', 토기(土器) 조각을 가열하면 축적된 방사선 에너지로부터 광선이 나타나는데 이 광선의 양을 측정하여 토기제작연대를 측정하는 '가열발광의 이용방법' 등이 있다.
 

전자주사현미경 꽃가루·숯의 검사 등 과학적인 방법을 적용해서 수십만년 전의 자연환경이나 인류생활을 재구성해내는 고고학적 연구방법도 주목거리다.
 

예를 들어 고대유적지에서 연모처럼 생긴 돌이 발견됐을 경우 육안으로는 정확한 구조를 알 수가 없다. 이때 전자주사현미경을 통해 자세히 관찰하면 이 돌이 인위적으로 만든 연모인지 아니면 자연적으로 쪼개진 돌인지의 여부를 알 수 있다.
 

또 연모일 경우, 어떤 수법으로 다듬었으며 사용한 정도는 얼마이며, 어느곳이 많이 마모됐는가를 분석해 보면 옛날 고대인들의 석기제작기술, 주거생활 식생활 등 당시의 상황을 추리해낼 수 있게 된다.
 

꽃가루나 숯같은 것이 구석기동굴 속의 퇴적층에서 검출됐을 경우, 이를 KOHZnCl₂등 용액을 이용, 현미경(1백배~4백배)으로 분석해보면 당시의 식물상(植物相)이나 기후 등 자연상태를 알아낼 수 있다.
 

아뭏든 고고학의 연구에서부터 수백년 전의 문화재 복원에 이르기까지 과학적인 장비와 분석방법이 필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하겠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같은 추세에 따라 첨단장비가 도입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년 7월에 비파괴검사기의 하나인 X선 형광분석장치(시가 1억3천만원)가 문화재연구소에 도입된 게 그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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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윤기은 기자
  • 황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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