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와 수학자는 19, 20세기가 지나면서 서로 소통하기보다는 각자의 영역에 집중했는데요. 하지만 20세기 후반부터 위튼 교수를 계기로 수학과 물리학 사이에는 새로운 관계가 생겼습니다. 그는 ‘물리수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연 사람이기도 하지요. 수리물리학이 물리학에 필요한 수학적 방법론에 초점을 둔다면, 물리수학은 이에 대조되는 개념으로 물리 이론으로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이에요.
위튼 교수의 제자이자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캄란 바파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위튼 교수는 이론물리학과 현대 수학 모두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두 분야의 지형을 변화시켰다”며, “두 분야에서 아름다운 아이디어를 결합하고 통합하는 그의 능력은 독보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업적 1. 수학계 최고의 영예 필즈상을 받다!
위튼 교수는 이론물리학자이지만, 1990년 필즈상을 받았어요. 이에 기여한 업적 중 하나는 ‘천-사이먼스 양자장론’을 이용해 매듭에 관한 위상수학 문제를 푼 것이에요. 수학 문제에 물리학적 관점을 도입해 수학적으로 정확한 결과를 냈지요. 이러한 발견 덕분에 수학자들은 수학 문제를 푸는 데에도 물리학적 아이디어를 사용하면 새로운 구조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또 그는 수학 난제인 *양의 에너지 정리를 해결했어요. 영국 수학자 마이클 아티야는 위튼 교수의 필즈상 수상 축사에서 ‘미국 수학자 리처드 소엔과 중국계 미국 수학자 야우싱퉁보다 훨씬 더 간단하게 수학 난제를 풀었다’며, ‘그의 논문은 수학자와 물리학자 모두에게 다양한 방향으로 자극을 줬다’고 말했어요.
업적 2. 수학 문제의 새로운 도구, 자이베르그-위튼 이론
위튼 교수는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밀레니엄 난제인 ‘양-밀스 질량 간극 가설’에 관한 업적도 세웠어요. 양-밀스 질량 간극 가설은 기본 입자가 어떻게 양성자와 중성자와 같은 입자를 이루는지, 이 과정에서 질량이 왜 더 늘어나는지를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문제예요. 그는 ‘자이베르그-위튼 이론’을 만들어 특정 구조를 가진, 조금 더 이상적이고 간단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했어요.
자이베르그-위튼 이론은 위상수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이 이론에 등장하는 자이베르그-위튼 *불변량은 기존에 위상수학 문제를 풀 때 사용하던 ‘도널드슨 불변량’만큼 유용하지만, 훨씬 간단하고 계산하기 쉽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계산하지 못했던 문제도 자이베르그-위튼 불변량을 이용해 해결할 수 있게 됐어요.
업적 3. 필즈상의 성배 위튼 추측
1991년 위튼 교수는 대수기하학 난제인 ‘위튼 추측’도 만들었어요. 각각 1998, 2006, 2014년에 필즈상을 받은 막심 콘체비치 프랑스 고등과학연구소 교수와 안드레이 오쿤코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교수, 이란 수학자 마리암 미르자하니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어요.
유필상 서울대학교 교수는 “콘체비치 교수와 오쿤코프 교수가 필즈상을 받은 것은 오로지 위튼 추측 증명 때문만은 아니지만, 미르자하니의 경우 이 문제를 푼 것이 필즈상의 주요 업적 중 하나”라며, “미르자하니는 물리에서 파생된 수학 문제를 물리수학이 아닌 순수수학으로 해결했다”고 설명했어요. 그는 “위튼 교수는 양자장론이라는 물리 이론을 통해 수학에서 멀게 느껴졌던 대수기하학과 편미분방정식을 연결시킨 문제를 냈다”며, “이같이 혁신적인 문제를 만드는 것은 수학 전체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지요.
용어 설명
*양의 에너지 정리 : 시공간의 각 점에서 물질의 에너지에 관한 조건으로부터 시공간의 경계에서 전체 에너지를 이끌어 내는 정리다.
*불변량 : 어떠한 연산이나 변환에 관계없이 변하지 않는 수학적 대상의 성질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