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화장실 찾기 문제
2014년 6월, 리아 시몬즈 영국 노팅엄대학교 수학과 연구원은 수학 전문 유튜브 채널 ‘넘버파일’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를 소개했어요.
“세계 최대 노천 음악 축제에 온 당신은 화장실에 가기 위해 줄을 서 있습니다. 당신은 줄의 맨 앞에 서 있고 한 번 화장실 칸을 열면 다음 칸으로는 갈 수 있지만 지나온 칸으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화장실이 총 100칸 있을 때 전체 칸을 열어보지 않고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다면 몇 번째 칸에서 멈춰야 깨끗한 화장실을 선택할 확률이 최대가 될까요?”
더러운 화장실과 깨끗한 화장실이 무작위로 뒤섞여 있는 상태에서 한 칸씩 열어보며 지나갈 때 몇 번째에서 멈추는 것이 가장 좋을지 묻는 ‘최적 멈춤’ 문제예요. 제한 조건이 없다면 모든 칸을 확인한 뒤 가장 깨끗한 칸을 선택하면 되겠지만 한번 지나온 칸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어 무작정 끝까지 열어보다가는 지나온 칸보다 나쁜 칸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겠죠? 반대로 너무 빨리 선택하면 더 나은 화장실에 갈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어요. 그러면 몇 번째 쯤에서 멈추는 것이 가장 깨끗한 화장실을 선택할 확률을 최대로 만들까요?
같은 방법으로 전체 화장실의 개수(n)가 무한히 많아질 때를 따져보면 둘러봐야 할 화장실의 개수(k)는 전체의 37%에 가까워져요. 화장실이 100칸이라면(n=100) 37칸을, 1000칸이라면(n=1000) 370칸을 열어보는 것이 최적 멈춤이라는 거죠.
혹은 깨끗한 화장실을 고를 확률을 일반식으로 나타내고 이 식이 최대가 되는 값을 찾는 방법도 있어요. 다만 이 식은 다소 복잡한 데다 최댓값을 찾기 위해서는 미적분을 알아야 하므로 오늘은 원리만 알고 넘어가기로 해요. 확률식을 풀면 k 값은 n/e으로 구해져요. 1/e≒0.3679이므로 역시 전체의 약 37%를 열어본다는 결론에 이르네요!
긴 화장실 줄 줄이는 방법
깨끗한 화장실을 찾는 것도 중대한 문제지만 끝도 없이 늘어진 긴 화장실 줄도 ‘급똥’을 방해하는 곤혹스러운 현상입니다. 특히 여자화장실은 남자화장실에 비해 유독 더 붐비지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또 화장실 대기시간을 줄이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2017년 7월 대기행렬이론을 연구하는 수학자이자 컴퓨터과학자인 바우터르 로히스트 벨기에 겐트대학교 통신및정보처리학과 교수팀은 왜 여자화장실 줄이 남자화장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지를 밝히고 총 대기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발표했어요. 대기행렬이론은 여러 형태의 대기 행렬을 수학적으로 다루는 이론이에요. 20세기 초 덴마크 수학자 아그너 얼랑이 최적의 전화교환원 수를 알아내기 위해 처음 만들었죠.
여자화장실이 남자화장실에 비해 붐비는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아요. 첫째, 보통 화장실은 같은 면적으로 동등하게 나눠서 짓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대변기와 소변기의 구분이 없는 여자화장실과 달리 남자화장실에는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소변기가 들어가 같은 면적에 20~30% 더 많은 변기를 둘 수 있어요.
둘째, 여성의 평균 화장실 사용 시간은 남성보다 더 길어요. 조사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1.5~2배 사이로 알려져 있죠. 로히스트 교수는 여성의 평균 사용 시간을 1분 30초, 남성의 평균 사용 시간을 1분으로 두고 계산했어요.
로히스트 교수는 이러한 주요 요인을 바탕으로 6가지 화장실 모형에 대한 평균 대기시간을 시뮬레이션했어요. 같은 면적으로 단순하게 나눈 화장실의 평균 대기시간은 여성이 6분 19초, 남성이 11초인데 반해 교수팀이 제안한 여성과 남성이 함께 사용하는 ‘성중립화장실’의 평균 대기시간은 여성이 1분 27초, 남성이 58초로 시간의 차이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