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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박사의 수학로그] 신기한 대칭의 세계

제 2화

‘대칭’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왼손과 오른손, 거울로 본 내 모습, 상하좌우 혹은 회전시켜도 변하지 않는 모양, 주사위 같은 균형 잡힌 물체가 생각나진 않나요? 이런 대칭적인 구조와 물체에 대한 인류의 사랑은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인데요,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대칭이란 가치를 추구하게 되었고, 수학자 역시 자연스럽게 대칭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거 아세요? 대칭 하면 떠오르는 물체나 구조는 사실 대칭의 절반밖에 보여주지 못합니다. ‘대칭’ 이란 개념 그 자체가 아니라 ‘대칭적’ 물체라는 수동적인 의미만을 나타내죠. 


자세히 알아볼게요. 수학에서 정삼각형을 대칭 도형이라고 하는 이유는 정삼각형을 시계방향으로 120° 회전해도, 축을 기준으로 반사(거울 대칭)해도 똑같은 모양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정삼각형의 진짜 대칭은 모양뿐 아니라 회전, 반사와 같은 ‘움직임’인 것이죠. 


이처럼 대칭을 수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바로 ‘군론’입니다. 이 단어를 처음 보는 사람은 굉장히 생소할 텐데요, 하지만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각 꼭짓점에서 대변으로 그은 수선을 축으로 하는 반사 3가지, 시계방향으로 120°, 240° 회전,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무 조작도 하지 않는(혹은 시계방향으로 360° 회전) 움직임까지 총 6가지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칭을 이루는 움직임들끼리 상호작용했을 때 나오는 움직임 역시 정삼각형의 대칭 움직임 중 하나라는 겁니다. 6개의 움직임이 모두 정삼각형을 유지하는 움직임인 만큼, 아무리 복잡하게 섞어도 정삼각형이 유지되죠. 정삼각형을 시계방향으로 120° 돌리는 움직임을 300번을 해도 가만히 두는 것과 같은 것처럼요.

 


이렇듯 어떤 물체가 대칭적이려면 이 물체의 원형을 유지하는 움직임이 있어야 합니다. 대칭의 진짜 본질은 수동적인 ‘형태’가 아니라 능동적인 ‘움직임’인 거죠. 그리고 이 움직임들의 집합을 우리는 바로 ‘군’이라고 부릅니다. 

 

 

정답은 6가지입니다. 시계방향을 기준으로 60°, 120°, 180°, 240°, 300°, 360° 회전이 있죠. 보통의 정육각형이었다면 반사도 있었겠지만, 소용돌이 모양이 반사를 불가능하게 막아버렸네요. 

 

때로는 순서가 중요하다!


그럼 이 소용돌이 육각형 군과 정삼각형 군은 같은 군일까요? 둘 다 움직임이 6가지이지만 같은 군은 아닙니다. 그럼 우리는 과연 어떻게 이 둘이 같지 않다는 걸 보일 수 있을까요?


먼저 소용돌이 육각형을 보겠습니다. 소용돌이 육각형 군은 순서가 중요하지 않은 ‘가환군’입니다. 예를 들어 60° 먼저 회전한 다음 120°를 회전하는 것이나 120°를 먼저 회전하고 그 뒤 60°를 회전하는 것 모두 같은 180° 회전입니다. 


하지만 정삼각형 군에서는 순서가 중요해집니다. 시계방향으로 120° 회전하고 세로축 반사하는 것과 세로축 반사를 먼저 하고 시계방향으로 120° 회전하는 것은 다른 움직임이 됩니다. 
이처럼 정삼각형 군과 소용돌이 육각형 군은 다른 대칭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런 여러 구조가 가진 대칭의 성질을 문자와 기호를 통해 수학의 언어로 표현해 연구하는 것이 군론입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문제


그렇다면 정삼각형 군, 소용돌이 육각형 군 말고도 6개의 원소를 가진 다른 군이 또 있을까요? 놀랍게도 없습니다. 군론을 통해 원소(움직임)가 6개인 군은 2개밖에 없다는 것을 보일 수 있습니다. 수학자는 이 두 군을 S₃(정삼각형 군)와 C6(소용돌이 육각형 군)로 나타냅니다.


군론의 주요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이 원소가 n개인 군은 총 몇 개 있는지, 그리고 이 수를 n을 이용해 표현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겁니다. 다르게 말하면 원소가 n개인 군의 개수를 f(n)이라고 했을 때 이  f(n)의 식을 예측하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f(6)=2겠죠?


이는 굉장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몇몇 수학자들이 f(n)의 최솟값과 최댓값의 범위를 구한 결과는 있지만 제대로 예측한 식은 아직 없습니다. 

 

군론의 묘미


모든 수학이 그렇듯 군론 역시 이걸 왜 배워야 하나 싶다가도 자세히 보면 생활 속 이곳저곳 안 쓰이는 곳이 없습니다. 실제로 군론은 현대 수학의 근간이 됐다고 할 정도로 수학에서, 심지어 수학을 넘어 다른 학문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 물리학의 두 기둥인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의 중심엔 ‘리군’과 각종 ‘행렬군’이 있습니다. 화학에서도 ‘공간군’을 통해 분자의 대칭 구조를 분석하고 예측합니다. 대칭적인 평면의 벽지 무늬를 분석한 ‘벽지군’은 예술과의 접점도 있고요. 


이런 군론의 토대는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한 비운의 수학자 에바리스트 갈루아가 만들었는데요, 갈루아는 군론을 통해 5차 방정식에서는 일반적인 근의 공식이 없다는 걸 밝혔습니다. 이런 어마어마한 업적을 남기고 죽은 갈루아의 나이가 고작 20살이었다니 역시 천재는 있는 것 같습니다. 알면 알수록 더욱 어렵고 깊어지는 규칙의 본질을 연구하는 재미가 군론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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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이승재(독일 빌레펠트대학교 수학과 박사후연구원
  • 진행

    조가현 기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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