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션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유적을 찾아내는 겁니다. 땅속에 묻혀있어 알아채지 못하고, 하늘 위에서 봐야만 진짜 의미를 알 수 있는 유적도 있거든요. 여러분을 도와주기 위해 수학의 눈으로 땅속을 탐험하는 고고학자 오현덕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을 모셨습니다!
땅속의 유적을 보기 위해선 특별한 탐사법인 ‘물리 탐사’가 필요합니다. 물리탐사는 병원에서 수술하기 전 X선 촬영이나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직접 땅을 열어보지 않고도 무엇이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거든요.
물리탐사가 필요한 이유는 유물을 발굴하기 위해서 흙을 파는 순간 문화재가 훼손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조사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뿐인 거죠. 물리탐사를 이용하면 문화재를 보존하면서도 여러 번 조사할 수 있어, 유물을 파내기 전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GPR로 천년 신라의 궁궐 배치도 그린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물리탐사를 이용해 그동안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알아낸 사례가 있습니다.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의 옛 궁궐터를 발굴하는 데 물리탐사가 큰 활약을했죠. 3만 4000평에 이르는 땅의 속살을 물리탐사로 들여다본 결과, 옛 궁궐이 14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수많은 건물터와 매장물을 찾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얼음을 저장하는 시설인 석빙고 앞과 궁궐의 끝부분에서 그동안 몰랐던 대형 건물터를 확인했습니다. 땅 한 삽 파지 않고도 천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신라의 궁궐 배치도가 그려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수십 년간 알지 못했던 유적을 찾아낸 물리탐사의 원리는 무엇일까요? 이름에서 눈치챘겠지만, 수학과 물리적 원리를 기반으로 합니다. 물리탐사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고고학에서는 주로 ‘지하투과레이더 탐사법(GPR)’을 사용합니다. GPR은 땅속에 전자기파를 쏜 뒤, 물체에 반사돼 오는 신호를 이용하는데요, 반사의 세기, 반사 시간과 위치를 이용하면 어디에 얼마나 큰 물체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최대 2m 깊이에 있는 지름 10cm 크기 작은 돌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한 측정이 가능합니다.
드론으로 패턴을 읽다
GPR과 더불어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고고학 신기술은 ‘드론측량’입니다. GPR이 땅속을 보는 탐사
법이었다면, 드론은 하늘 위에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큰 패턴을 읽어냅니다. 사람의 발이 닿기 어려운 곳까지 다각도로 촬영해 유적의 전체 배치를 파악할 수 있어, 발굴현장에서는 2000년 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론이 본격적으로 활약한 것은 2017년 한국의 조사단이 카자흐스탄의 ‘카타르토베’를 조사할 때
인데요, 카타르토베는 ‘일렬로 늘어져 있는 고분’이라는 뜻으로, 해발 2300m의 고원에 수십 개의
고분이 줄지어 있습니다. 이곳은 유라시아에 퍼져 있는 대형 무덤 ‘쿠르간’이 모여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와 카자흐스탄 고고학연구소는 한 달간 카타르토베에 대한 공동연
구를 진행했습니다. 남북길이 2.5km, 동서길이 700m에 달하는 카타르토베 고분군 전체를 드론으로 탐사해 7344장의 사진을 얻었습니다.
공동연구팀은 카타르토베 고분군을 모두 드론으로 촬영하고 측량해 전체 지형도를 작성했습니다. 그 결과 알려지지 않은 고분 10개가 새롭게 발견됐고, 무덤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을 돌로 둘러싼
시설물인 ‘호석’과 무덤 주위를 파내 물이 고여있도록 만든 도랑인 ‘주구’를 확인했습니다. 주구는 무덤 주변의 물이 잘 빠지도록 만든 시설입니다.
또 드론으로 고분군 전체를 측량해보니 눈에는 평지처럼 보이지만 살짝 지대가 높은 곳에 고분들이 만들어진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옛 사람들이 빗물에 흙이 쓸려나가지 않는 지형을 찾아 고분을 만든 겁니다. 이런 걸 보면서 당시 사람들의 무덤 축조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새삼 알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수학은 고고학자들에게 마법의 안경 같은 존재입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수학의 힘을 빌리면 고스란히 자신을 내보이기 때문이죠.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고 하지만, ‘새로운’ 고고학의 지름길은 바로 수학입니다.
●드론 측량의 기본조건 '공선조건식'
드론측량은 3D 스캐너처럼 상공에서 쏜 레이저 광선이 지면에 맞고 돌아오는 반사파를 이용해 지형의 생김새를 알아내는 방법입니다. 지면 위에 놓인 물체의 3차원 좌표를 알기 위해서는 ‘공선조건식’을 만족해야 합니다.
공선조건이란 촬영할 대상의 좌표, 즉 ‘대상점’과 카메라 렌즈의 좌표인 ‘노출점’, 사진에 촬영된 대상점의 ‘영상점’이 한 직선 위에 있어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이를 수식으로 나타낸 게 공선조건식입니다.
카메라가 지면에 평행하지 않고 기울어진 경우, 지상의 좌표계와 서로 다른 좌표계를 가지게 되는데요, 공선조건식은 x, y, z의 세 축에 대한 카메라의 기울기를 반영해 지상좌표계와 카메라의 좌표계를 같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