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생활] 조선시대 최고의 궁궐에서 수학데이트

발길 따라 수학데이트




 
이번에도 야간개장 입장권을 못 구하다니…. 다음엔 꼭 예매에 성공해서 야경 보러 가자. 그래도 경복궁엔 볼거리가 많으니까, 괜찮지? 이번엔 광화문 앞에서 만나. 아~, 그 세종대왕 동상 있는데 말고, 진짜 광화문 앞에서. 응~ 그 뒤에 경복궁이 있어. 그럼 이번에도 운동화 신고 만나~!

북악산 아래 우뚝 선 조선의 궁궐


광화문 광장에 서서 경복궁을 바라보면 마치 북쪽으로 펼쳐진 북악산과 서쪽에 자리잡은 인왕산에 폭 안겨 있는 느낌이 듭니다. 예로부터 신성하다고 믿었던 북악산의 정기를 받을 수 있는 바로 그 위치에 조선을 대표하는 궁궐, 경복궁을 세웠답니다. 이제 광화문을 출발해 경복궁에 숨어 있는 수학을 찾아 데이트를 시작해 볼까요?

경복궁 남쪽으로 나 있는 정문인 광화문은 앞으로 넓게 뻗은 옛 육조거리를 향해 팔을 쫙 벌린 모습으로 긴 담을 펼치고 있습니다. 마치 온 백성을 따뜻하게 품으려고 했던 조선 왕처럼 말이죠. 광화문 왼쪽과 오른쪽 상단에는 궁궐의 화재를 막으면서 동시에 공평과 정의를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 해태도 있습니다.

광화문은 법궁의 정문임에도 불구하고 그 규모가 지나치게 크거나 마냥 높지만은 않아요. 2층으로 돼 있지만 위엄이 있으면서도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북악산과도 매우 잘 어울립니다. 법궁의 정문인 광화문, 대충 짓진 않았겠죠? 당시 최고의 건축기술로 지었을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 최고의 건축기술 속에서 수학 원리를 찾을 수 있어요. 직접 확인해 볼까요? 닮음비와 삼각비를 이용하면 왼쪽 그림에서 삼각형 ADB와 삼각형 AEC을 이루고 있는 각 변의 길이의 비를 구할 수 있어요. 이때 점 C는 문루 창방에 놓여 있는 점이에요.

직접 그 길이를 측정해 확인한 결과, (밑변의 길이):(높이):(빗변의 길이)가 약 3:4:5였답니다. 또 밑변 AD와 높이 AB 사이의 각이 직각을 이룬다는 것도 알 수 있지요. 이것은 두 삼각형이 서로 닮은 직각삼각형이라는 말이겠지요?
 


구고현의 정리를 선사하는 직각

동양에서는 이와 관련된 수학을 ‘구고현의 정리’라고 불렀습니다. 한자로 ‘구(句)’는 ‘넓적다리’를, ‘고(股)’는 ‘종아리’를 뜻해요. 무릎을 땅에 대고 넓적다리가 바닥에 수직이 되도록 앉은 다음, 발꿈치에서 넓적다리의 윗 부분을 연결하면 직각삼각형이 돼요. 이때 직각삼각형의 빗변 길이가 ‘현(弦)’이 되는 것이죠.

 
구, 고, 현의 길이를 각각 3, 4, 5로 두면, 이 세 수 사이에 3²+4²=5²이라는 관계가 성립하는 직각삼각형이 된답니다. 이것은 서양의 피타고라스 정리에서 a, b, c가 각각 3, 4, 5일 때와 같은 상황이에요. 구고현의 정리는 3000여 년 전 중국의 <;주비산경>;이라는 책에 등장하는데, 피타고라스 정리보다 무려 500년 이상 앞섰답니다.

그런데 왜 하필 구고현의 정리를 썼을까요? 측정 도구가 발달하지 못했던 그 옛날에는 직각을 찾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건물을 지을 때, 구고현의 정리를 이용해 3:4:5라는 길이 비를 갖도록 삼각형을 만들어 직각을 찾아냈던 거랍니다. 또 조상들은 오래 전부터 큰 건물을 짓거나 대규모 공사를 하면서 직접 잴 수 없는 거리를 구해야 할 때도, 이 구고현의 정리를 이용했답니다.
 
아름답고 균형 있는 궁궐을 위한 비례

광화문을 지나 쭉 걸어 경복궁 안으로 들어가면 왕이 공식적인 행사를 열거나 사신을 맞이했던 근정전을 만나게 됩니다. 역사 드라마에서 종종 세자를 책봉하던 장면이 펼쳐지던 바로 그 곳이지요. 근정문에서 바라보는 근정전은 ㄷ자 모양의 행각★으로 둘러싸여 있어요. 한눈에 봐도 엄청 넓어 보이는 앞마당. 이 앞마당의 크기는 어떻게 결정했을까요?
 




아름다운 금강비
 
1:1.4의 비를 ‘금강비’라고도 부릅니다. 동양의 황금비라고도 불리는 금강비는 금강산 또는 금강석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해요. 둘 중에 무엇을 따서 붙인 이름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모두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그만큼 아름다운 비라는 뜻이겠지요.

경복궁에서 근정전은 궁궐의 위엄을 드러내면서도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춰야 하는 중요한 건물이에요. 그래서 근정전의 크기나 위치를 정할 때 금강비를 떠올렸을지도 몰라요. 근정전을 근정문에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지은 것도 금강비 때문일지도 모르죠. 이 금강비는 조상들의 오랜 경험과 관습에 의해 이어져 내려온 가장 아름다운 비례라고 여겨지고 있어요.

경복궁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 겨울을 제외한 봄, 여름, 가을에는 한시적으로 ‘야간개장’을 해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해당 날짜를 확인하고 온라인으로 예매하면, 경복궁의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어요. 이제 경복궁의 처마 하나하나가 그리는 곡선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죠? 어때요, 여유로우면서도 아름다움을 간직한 경복궁을 수학의 눈으로 둘러보니, 조상들의 지혜가 느껴지나요?

2015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성큼성큼 수학원정대
  • 진행

    염지현 기자
  • 일러스트

    김경찬

🎓️ 진로 추천

  • 역사·고고학
  • 미술사학
  • 건축학·건축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