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대기업 M그룹의 ‘공평해’ 회장입니다. 저에게는 두 아들과 한 명의 딸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벌써부터 재산 상속을 두고 싸우고 있어요. 안 그래도 어떻게 하면 공평하게 재산을 분배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은데 말이지요.
전쟁의 끝자락에서 시작된 ‘공평한 분배’
미션을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공평한 분배에 대해 알아둘 것이 있단다. 공평한 분배를 단순히 ‘나누기’라고 생각하면 곤란해. 공평한 분배는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땅이나 물건 등을 잘 나눠가지기 위해 고민한 문제거든. 그러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20세기 초에 한 수학자에 의해 수학적으로 ‘공평한 분배’가 정의 되었지….
공평한 분배, 나눗셈만으로는 어려운 이유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은 언뜻 생각하면 ‘나눗셈’만 잘 하면 될 간단한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평한 분배는 아주 오래 전부터 나눗셈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였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작게는 개개인간에 물건을 나누는 일에서부터 크게는 나라와 나라끼리 영토와 재물을 나누는 문제 등 다양한 분배 문제를 겪고 있다. 이토록 분배 문제가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게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는 ‘공평하다’라는 말에는 주관적인 가치 판단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양’적인 분배를 했다고 해서 공평한 분배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연필 9자루를 세 사람에게 공평하게 나누려면?’이라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문제는 초등학생도 쉽게 푸는 나눗셈 문제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진짜 단순한 나눗셈 문제가 되려면, ‘연필 9자루가 모두 똑같다’는 전제 조건이 뒤따라야만 한다. 9자루 중에 더 값비싼 명품 연필이 섞여 있다면, 3자루씩 나누는 것은 공평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연필의 종류와 그 모양이 다를 때 3명에게 공평한 분배를 하는 것은 단순히 3자루씩 나눠 주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실제 생활이나 사회에서 접하게 되는 공평한 분배의 문제는 분배 대상이나 참여자, 상황에 따라 더 복잡하고 다양하다. 이 때문에 공평한 분배의 문제 해결에는 경제학자와 수학자는 물론이고, 도덕적 가치 판단을 연구하는 철학자도 함께 참여한다.
전쟁에서 시작된 수학의 ‘공평한 분배’
오랫동안 인류의 숙제였던 ‘공평한 분배’에 대한 연구는 누구에 의해 시작됐을까? ‘공평한 분배’에 가장 관심이 많은 사람은 단연 경제학자들이다. 오래 전부터 경제학자들은 물질의 분배를 넘어 부의 분배, 기회의 분배 등 다양한 공평한 분배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분배의 문제를 수학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약 100년 전부터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식량을 비롯한 각종 재화를 분배하는 일에서부터 강대국들이 약소국의 국토를 분배하는 문제, 강대국 간의 무기를 공평하게 감축하는 일 등 여러 가지 분배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실제로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 열린 포츠담 회담★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는 독일의 수도 베를린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당시 폴란드에는 여러 수학자들이 함께 수학을 연구하는 모임이 있었다. 이 모임에서도 수학자들은 자연스레 당시 전쟁 상황과 연관지어 재화와 영토를 공평하게 나누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 특히 수학자 휴고 슈타인하우스는 최초로 수학적인 공평한 분배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즉, 분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자신이 전체의 $\frac{1}{n}$ 이상의 몫을 배당받았다고 느끼면 공평한 분배가 이뤄졌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와 같이 슈타인하우스에 의해 공평한 분배가 수학적으로 정의되자, 이후 많은 수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공평한 분배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슈타인하우스와 함께 폴란드 수학자 모임에 속했던 스테판 바나흐도 공평한 분배 알고리즘을 개발한 수학자 중 대표적인 수학자로 꼽힌다.
이뿐만이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천재 수학자인 존 내쉬가 ‘게임 이론’을 통해 복잡한 이해관계를 해결하는 시도를 하자, 경제학에서도 수학을 토대로 분배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각자가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으로 판단한 가치의 1/n 이상에 해당하는 몫을 차지하면, 공평한 분배가 이뤄진 것이다."
_휴고 슈타인하우스(1877~1972)
포츠담 회담★ 제2차 세계대전 종결 직전인 1945년, 전쟁 후 수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베를린 외곽에 위치한 포츠담에서 열린 회담.
mission 1 신혜의 미션, 공평하게 케이크를 나눠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와 관련된 문제는 제가 해결할게요. 세 사람에게 케이크를 공평하게 분배하는 방법이라….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조사해 봤더니 수학자들이 케이크 분배 문제를 많이 연구했더라고요!
공평하게 케이크 나누기
먼저 가장 간단한 경우인 두 사람에게 케이크를 나눠 주는 문제를 생각해 보자. 두 명에게 케이크를 공평하게 나눠 주는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다음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딸기 맛과 초콜릿 맛이 모두 들어 있는 케이크가 있다. 민호와 우빈, 두 사람에게 공평하게 케이크를 나눠 주려면 어떻게 분배해야 될까? 단, 민호는 딸기 맛을 초콜릿 맛보다 더 좋아하고, 우빈이는 두 가지 맛을 똑같이 좋아한다.
방법은 ‘한 사람은 자르고, 나머지 사람은 선택하는 것’이다. 두 사람 중에 우빈이가 케이크를 자르는 ‘분할자’라고 가정해 보자. 우빈이는 두 가지 맛을 똑같이 좋아하므로, 맛에 상관없이 케이크를 그림❶과 같이 분할했다고 하자. 그런 다음 민호가 두 조각 중 하나를 선택한다. 민호는 초콜릿 맛보다 딸기 맛을 더 좋아하므로, 두 조각 중 딸기 맛이 더 많이 들어 있는 조각(왼쪽)을 선택할 것이다. 남은 조각은 우빈이의 몫이다.
우빈이는 처음에 어느 조각을 갖게 되더라도 공평하도록 분할했기 때문에 공평하다고 생각하고, 민호는 두 조각 중에서 먼저 자신이 더 좋아하는 딸기 맛이 많이 든 조각을 선택했으므로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이로써 공평한 분배가 이뤄졌다. 이와 같은 방법을 ‘분할선택법’이라고 한다.
이제 3명에게 공평하게 케이크를 나눠 주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1 고독한 분할법 _ 한 사람이 분할하는 방법
고독한 분할법은 한 사람이 나누고, 나머지 사람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세 사람 중에 민호가 케이크를 분할한다고 가정해 보자. 민호는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으로 세 조각을 공평하게 분배한다. 그런 다음 신혜와 우빈이는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으로 조각에 가치를 부여한다.
표❶과 같이 신혜와 우빈이가 서로 가장 높은 가치를 둔 조각이 다를 경우 신혜가 조각B, 우빈이 조각A, 민호가 조각C를 가지면 공평한 분배가 쉽게 이뤄진다. 그러나 표❷와 같이 신혜와 우빈이가 가장 높은 가치를 둔 조각이 조각B로 같다면, 우선 민호에게 조각A 또는 C를 준다. 그 다음 조각B와 민호가 선택하지 않은 조각을 합쳐서 신혜와 우빈이 중 분할자를 정해 2인의 ‘분할선택법’으로 다시 분배를 한다.
2 고독한 선택법 _ 한 사람이 선택하는 방법
이번에는 두 사람이 나누고, 한 사람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민호와 우빈이가 나누고, 신혜가 선택한다고 하자. 민호와 우빈이는 2인의 분할선택법으로 케이크를 나눠 갖는다(그림❷). 그런 다음 민호와 우빈이는 자신의 몫에 해당하는 조각을 다시 3개의 조각으로 공평하게 분배한다(그림❸). 마지막으로 신혜는 민호와 우빈이가 각각 나눈 3개의 조각 중 한 조각씩을 선택한다(그림❹).
민호와 우빈이는 2인 분할선택법에 의해 자신의 몫을 배당받았고, 신혜는 먼저 선택했으므로 불만이 없다. 이로써 공평한 분배가 이뤄졌다.
3 마지막 감축법 _ 모두가 나누고, 모두가 선택하는 방법
마지막 감축법은 모두 분할자인 동시에 선택자가 되는 방법이다. 1944년 폴란드의 수학자 스테판 바나흐와 브로니스와프 크내스터가 개발한 분배법으로, 만약 신혜가 처음 분배에 참여했다면 한 조각을 자른 후 나머지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한다. 민호와 우빈이가 동의하면 신혜는 자기 몫을 갖게 되고, 동의하지 않으면 모든 사람이 동의할 때까지 조금씩 조각을 자른 다음, 마지막으로 감축한 사람이 그 조각을 갖는다. 이런 과정을 계속 이어나가다가 마지막 2명이 남으면 ‘분할선택법’으로 분배를 마친다.
mission 2 우빈의 미션, 공평하게 무기를 감축하라!
두 번째 미션은 제가 해결할게요. 전 특히 회장님의 재산 중에 ‘땅’에 관심이 많거든요. 그리고 진짜 남자라면 전쟁에서 일어날 공평한 무기 감축법이나 공평한 국토 분배 문제쯤은 알아야겠죠.
두 강대국이 공평하게 절반씩 무기를 감축하는 방법
강대국인 두 나라 A와 B는 자국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무기 개발에 지대한 힘을 쏟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모두 무기개발을 하다가 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두 나라는 서로 가지고 있는 무기의 절반을 공평하게 감축하기로 했다. 공평하게 절반씩 감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상황은 실제로 전쟁이 일어났을 때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두 나라가 상대 나라를 견제하려면 무기를 개발해야 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무기 개발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 두 나라가 공평하게 각각의 무기를 반씩 감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의 유명한 위상수학자인 롭 커비는 두 강대국이 무기를 공평하게 감축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먼저 두 나라는 각자 자신이 보유한 모든 무기의 가치를 평가해 상대방에게 거짓 없이 공개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 두 나라는 각자 자신이 보유한 무기의 가치를 평가한 결과를 상대국에게 공개한다. 예를 들어 A, B 두 나라가 다음과 같이 각자가 평가한 무기의 가치를 발표했다고 하자.
B국가는 A국가에게 전투기 5000대를 감축하라고 지시한다. 이는 A국가가 생각한 무기의 50%★에 해당하지만, B의 가치로는 약 55.5%★에 해당하는 가치다. 또 반대로 A는 B에게 탱크 2000대와 전투기 2700대를 감축하라고 지시한다. 이는 B국가가 생각한 무기의 50%★에 해당하지만, A의 가치로는 약 60.33%★에 해당하는 가치다.
이로써 A국가와 B국가는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무기의 절반을 감축하면서도, 스스로의 계산한 가치로는 상대방이 50% 이상의 무기를 감축하게 되어 두 나라 모두 만족하는 감축이 이뤄진다.
물론 이 감축법이 실제로 적용되려면 상대에게 거짓 없이 자신의 무기 가치를 공개해야 하는 중요한 전제조건을 만족해야만 한다. 경쟁 구도에 있는 두 나라가 서로에게 자신의 무기를 솔직하게 밝히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공평한 분배가 실제로 적용되려면 거짓 없이 자신의 무기 가치를 밝혀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공평하게 땅을 나눠 가져도 땅이 남는다?!
전쟁에서 두 강대국이 무기를 감축하는 것 이외에 공평한 분배 문제로 자주 일어나는 일은 바로 영토를 공평하게 분배하는 일이다. 땅에 대한 서로의 가치가 다를 때 땅을 공평하게 나누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땅을 모두 공평하게 나눠 가지고도, 땅이 남는 놀라운 방법이 있다. ‘평행 분할법’이다. 위의 그림과 같이 호수와 도로 사이에 있는 모양의 땅을 3명에게 공평하게 분배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❶ 먼저 기준선과 평행 이동할 방향을 정한다. (→ 또는 ←)
❷ 참가자들은 각각 자신의 가치로 3등분 되도록 분할 희망 선을 긋는다.
❸ 참가자들의 기록을 공개한다. 기준을 따라(→) 맨 처음 분할 희망 선을 그은 민호(초록색)에게 맨 왼쪽 땅을 준다.
❹ 진행 방향(→)으로 분할 희망 선 2개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 2개 그은 사람인 신혜(빨강색)에게 그 땅을 준다.
❺ 마지막으로 맨 오른쪽에 분할 희망 선을 그은 우빈(보라색)에게는 맨 오른쪽 땅을 준다.
❻ 모두 각자가 생각하는 공평한 분배에 해당하는 땅을 받고서도 땅이 남았다. 여분의 땅은 다시 나눠 갖는다.
휴고 슈타인하우스는 참가자가 땅을 나눈 분할선의 위치가 서로 다르다면 이와 같은 분배가 항상 가능하며, 그 수가 n명이더라도 공평한 분배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mission 3 민호의 미션, 제국병원의 기회 분배 문제를 해결하라!
저는 장차 제국병원을 경영하는 게 꿈이에요. 병원에서 일어나는 분배 문제는 제가 풀어 볼게요. 특히 제국병원은 신장 교환 이식 프로그램으로는 국내에서 최고니까, 분명히 해결 방법이 있을 거예요.
효율적이고 공평하게 장기를 교환하는 방법
우리 몸의 장기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종종 장기를 이식하는 경우가 생긴다. 신장 이식은 여러 장기 중에서도 이식 수술 결과가 좋은 편이라서, 의료계에서는 이와 같은 신장 이식 수술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장 이식 수술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신장 이식 수술을 원하는 사람에게 맞는 신장을 구하는 것이 힘들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혈액형이 O형인 기증자는 어떤 혈액형인 수여자에게도 신장을 줄 수 있지만, O형인 수여자는 반드시 O형인 기증자에게 신장을 받아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혈액형뿐만 아니라 조직검사나 면역 검사 등을 통해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모든 요인을 제외해야 하므로, 적절한 기증자와 수여자를 선별해 연결하는 일은 무척 복잡하고 어렵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신장 이식 수술을 받으려면 신장을 기증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잘 연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신장 이식의 기회를 누릴 수 있을까?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적인 알고리즘을 활용해 해법을 제시한 경제학자가 있다. 201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하버드대 앨빈 로스 교수이다. 특히 앨빈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삼성병원의 김대중 교수와 함께 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로스 교수와 김 교수가 제시한 교환이식 프로그램의 원리는 간단하다. 아래의 표와 같이 먼저 신장 기증이 가능한 기증자와 신장 이식을 원하는 수여자의 쌍을 모두 찾는다. 그런 다음, 혈액형을 포함한 우리 몸에서 이상 반응이 일어날 조건 등 신장 이식이 불가능한 조건을 제외해 신장 교환이 가능한 경우를 모두 찾는다. 마지막으로 신장 교환이 가능한 여러 가지 경우 중에서 최적으로 신장 교환이 이뤄진 상태를 찾는다. 신장 기증자와 수여자들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게 된다.
미니 인터뷰_김대중 교수
로스 교수와 어떤 계기로 공동 연구를 하게 되셨나요?
로스 교수를 만나기 전부터 저는 독립적으로 교환이식 연구를 하고 있었어요. 로스 교수는 미국에서 교환이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에 도움을 주고 있었고요. 그 와중에 2011년 말, 지인의 소개로 로스 교수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제 연구 내용을 설명했더니, 로스 교수가 굉장한 관심을 보여 함께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교환이식 프로그램이 잘 이뤄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뭔가요?
기증자와 수여자 데이터를 많이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신장 이식이 이뤄지기까지 제한 조건이 많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교환이식 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는 병원이 있나요?
미국 텍사스에 있는 한 병원에서 로스 교수와 오랫동안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병원에서는 일란성 쌍둥이나 환자의 몸과 비슷한 많은 데이터를 구축해, 미국에서 이식이 힘든 환자들이 많이 오는 병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으로 교환 이식 프로그램을 통해 신장 이식을 원하는 환자들이 수술을 잘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뉴욕시 공립학교의 배정 문제도 해결한다?!
로스 교수는 학교 배정 제도 문제의 해결책도 제시했다. 뉴욕시의 공립학교 배정은 학생이 1지망부터 5지망까지 지망학교를 써내면 학교가 이를 보고 선발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학교를 배정하자, 어떤 학생은 자신이 지원한 모든 학교에서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로스 교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는데,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한 학생이 한 학교에만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면 학교는 일단 합격자를 뽑고, 여기서 떨어진 학생을 모아 다시 한 학교씩만 지원토록 한다. 이런 방법으로 마지막 한 학생이 합격할 때까지 계속 합격자를 추려 나간다. ‘안정적인 배분’이 이뤄지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뉴욕시 공립고교 학생 배정 프로그램에 적용한 결과, 원하지도 않는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 수를 이전보다 90% 줄일 수 있었다.
질투 없는 분배가 있다?!
각자 주어진 미션을 잘 수행했구나! 그런데 이렇게 공평하게 분배를 했는데도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처럼 계속 자신의 몫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몫을 부러워하면 어떻게 해야 될까? 놀랍게도 모두가 자신이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이 최고의 몫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분배법이 있단다.
공평한 분배의 절정, 질투 없는 분배!
공평한 분배가 가장 잘 이뤄진 때는 언제일까? 분배를 마치고 나서 분배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자신이 최고의 몫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때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정말 가능할까? 불가능해 보일 것 같지만, 이런 분배가 가능하며, 이를 ‘질투 없는 분배법’ 이라고 한다.
먼저 1960년 미국의 수학자 존 셀프리지와 영국의 수학자 존 콘웨이가 개발한 질투 없는 분배법을 살펴보자. 이 분배법은 분할자가 케이크를 나눈 이후, 처음 선택한 사람의 가치 판단에 따라 크게 두 가지의 경우로 나뉜다.(오른쪽 순서도 참고)
예를 들어 민호가 케이크를 세 조각으로 나눴다고 하자. 그런 다음 조각을 선택하는 신혜는 민호가 자른 조각을 보고, ‘가장 가치가 큰 조각이 2개 이상인가?’라는 질문에 따라 가치가 가장 큰 조각이 2개 이상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신혜의 가치 판단에서 가장 큰 조각이 2개 이상이라면 문제는 간단하다. 우빈이에게 가장 먼저 선택할 기회를 주고, 신혜는 우빈이가 선택한 조각 이외의 두 조각 중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치가 큰 조각을 선택한다. 마지막으로 민호는 나머지 조각을 갖는다. 우빈이는 먼저 선택해서 만족하며, 신혜는 자신이 가장 가치가 크다고 생각한 조각 중 한 조각을 얻어 만족한다. 민호는 자신이 스스로 어떤 조각을 선택해도 만족하도록 케이크를 나눴으므로 만족한다. 각각 질투 없는 분배가 이뤄졌다.
그러나 신혜가 생각하기에 가장 가치가 큰 조각이 2개가 아닐 경우는 조금 복잡한 상황에 이른다. 신혜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치가 가장 큰 조각의 일부를 잘라, 가치가 가장 큰 조각이 2개가 되도록 만든다. 일부 잘라낸 조각을 나머지(L)라고 하자.
가장 먼저 선택할 기회를 갖고 있는 우빈이가 방금 전 신혜가 다듬은 조각을 선택한다면, 신혜는 나머지 조각 중에 하나를 선택하고, 민호는 마지막으로 남은 조각을 갖는다. 이후 나머지(L)는 신혜가 나누고, 우빈, 민호, 신혜 순서대로 선택해 갖는다. 나머지에 대해 신혜는 자신이 나눴으므로 만족하고, 우빈이는 먼저 선택해 만족하며, 민호는 이미 배당받은 것도 만족인데 더 갖게 되었으므로 만족한다. 질투 없는 분배가 이뤄졌다.
한편 우빈이가 신혜가 다듬은 조각이 아닌 두 조각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신혜는 자신이 다듬은 조각을 선택할 것이고, 민호는 나머지 조각을 갖게 된다. 이 경우도 두 번째와 마찬가지로 나머지(L)를 우빈이가 나눈 다음, 신혜, 민호, 우빈의 순서대로 선택해 갖으면 질투 없는 분배가 이뤄진다.
삼형제에게, 공평하게 재산 나누려면?
모두들 미션을 완수 하느라 고생했다! 이제 진짜 재산을 분배해 보자꾸나. 미션 결과에 따라 잘 한 사람에게 더 많은 재산을 주겠다는 말은 미안하지만 거짓말이었다. 쩝. 너희들이 이번 기회로 공평한 분배에 대해 공부를 했으니, 이제 재산을 공평하게 나눠야지!
직접 나눌 수 없는 대상은 ‘봉인된 입찰법’
분배의 대상에는 케이크나 땅과 같이 직접 그 대상을 나눌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자동차와 건물, 다이아몬드와 같이 직접 나눌 수 없는 것도 있다.(물론 다이아몬드는 나눌 수 있지만, 나누면 그 가치가 줄어든다.) 이런 경우에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봉인된 입찰법’이다. 이제 공 회장의 재산을 3명에게 공평하게 나눠 보자.
공평해 회장은 고층 건물 한 채와 땅 1만 평, 그리고 매우 값비싼 명품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있다. 신혜, 우빈, 민호에게 공평하게 유산을 상속하려면 어떻게 나눠야 할까?
먼저 참가자인 신혜, 우빈, 민호는 각 항목(건물, 땅, 다이아몬드)에 해당하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적는다. 그 결과는 아래 표와 같았다.
표에 따르면 신혜, 민호, 우빈이 생각하는 자신의 몫은 각각 49억 원, 50억 원, 51억 원이다. 이제 각 재산의 항목을 기준으로 가장 높은 가치를 매긴 사람에게 그 대상을 준다. 건물의 가치를 가장 높게 매긴 사람은 우빈이므로 건물은 우빈에게, 같은 방법으로 땅은 민호에게, 다이아몬드는 신혜에게 준다.
그런데 우빈이는 자신의 몫이 51억 원이라고 생각했는데, 53억 원 가치의 건물을 받았다. 그러므로 우빈이는 건물을 갖는 대신 2억 원을 현금으로 내놓는다. 같은 방법으로 민호는 15억 원을, 신혜는 4억을 현금으로 낸다.
그런 다음, 세 사람이 낸 돈의 합(21억 원)을 7억 원씩 세 사람이 나눠 갖는다. 이렇게 되면 3명의 사람은 모두 자신이 생각하는 몫만큼의 가치를 받고서도 공평하게 7억 원의 현금을 더 갖게 된다. 이로써 공평한 분배가 이뤄졌다.
하지만 실제 유산 상속 문제에서도 봉인된 입찰법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위의 사례에서는 세 사람이 각각 높은 가치를 둔 대상이 서로 달랐지만, 실제의 경우에서는 높은 가치를 둔 대상이 중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높은 가치를 둔 대상을 받는 대신 자신의 몫 이외에 받은 금액은 현금으로 내 주어야 하는데, 큰 금액의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배법은 직접 나눌 수 없는 대상을 공평하게 분배할 때 기본적인 원칙으로 쓰인다.
우리나라 상속법, ‘장남’에서 ‘배우자’로!
실제 우리나라에서 상속법을 토대로 유산 상속을 받는다면 어떤 법의 절차에 따라 받게 될까? 우리나라는 지난 1960년에 상속법을 처음 시행한 이후, 지금까지 두 번의 변화를 거쳐왔다.
상속법은 증여자(상속을 해 주는 사람)와의 관계에 따라 상속의 비율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10억 원의 재산을 배우자, 장남, 결혼한 딸에게 나눠 준다고 가정해 보자. 초창기에는 장남에게 가장 많은 상속이 이뤄졌고, 장남과 딸의 비율도 달랐지만 현재는 장남와 딸의 비율 차이가 없으며, 배우자의 몫이 자녀보다 더 커졌다.
올해 초 법무부에서는 배우자에게 50%를 우선적으로 주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제도가 통과되면 현재보다도 배우자에게 더 많은 상속 배분이 이뤄지게 된다.
보너스! 고전 속 공평한 분배 다시보기!
공평한 분배와 관련된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이야기나 역사 속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이솝우화와 솔로몬의 재판 이야기를 수학적인 공평한 분배로 해석해 보자.
1. 이솝우화 이야기
하루는 사자가 여우와 당나귀를 불러 다 같이 사냥을 가자고 말했다. 무서운 사자의 제안에 여우와 당나귀는 어쩔 수 없이 찬성했고, 사냥에서 세 동물은 많은 포획물을 얻었다.
그날 저녁, 사자가 당나귀에게 “야! 당나귀! 네가 한 번 공평하게 나눠 봐!”라고 말했다. 당나귀는 비록 자기가 온갖 허드렛일을 다 하며 일을 많이 했지만, 포획물을 정성스레 3등분해 사자에게 먼저 한 등분을 주고 그 다음 등분을 여우에게, 그리고 맨 마지막 몫은 자신이 챙겼다.
그러자 사자는 당나귀를 한 방에 날려보내고는 “여우! 네가 다시 나눠 봐!”라고 말했다. 여우는 포획물의 대부분을 사자에게 주고, 자신은 조그만 몫을 챙겼다. 그러자 사자는 “네가 아주 잘 나누는구나, 이런 방법을 어디서 배웠느냐?”라고 묻자, 여우는 “조금 전에 죽은 당나귀가 알려 주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생각해 보기
Q 당나귀의 분배와 여우의 분배의 차이를 수학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A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읽고 욕심 많은 사자가 공평하게 나눈 당나귀는 죽이고, 자신에게 많은 양을 준 여우의 분배는 만족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양’적인 분배에만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수학적인 ‘공평한 분배’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야기 속에서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세 동물이 사냥해 온 포획물이 모두 똑같은 동물이란 법은 없다. 당나귀는 양적으로 3등분했지만, 당나귀의 몫에 사자가 정말 좋아하는 동물이 포함돼 있고, 나머지 사자와 여우에게 준 몫에는 사자와 여우가 좋아하지 않는 동물이 포함돼 있을 수도 있다. 만약 당나귀가 이렇게 분배를 했다면, 당나귀의 죽음이 아주 억울하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당나귀가 죽은 이후, 여우는 사자가 만족하는 분배를 했다. 이야기에서는 여우가 사자에게 대부분의 포획물을 주었다고만 설명되어 있지만, 실제로 여우의 적은 몫에는 여우가 진짜 좋아하는 동물이 포함돼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여우는 사자를 만족시키고도, 자신도 만족한 분배를 한 것이다. 어쩌면 당나귀는 ‘양’에만 초점을 둔 분배 때문에 죽게 되었고, 여우는 수학적인 ‘공평한 분배’의 원리를 적용한 분배를 한 덕에 살아남은 것은 아닐까.
2. 솔로몬의 지혜로운 재판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기 아들이라고 주장하며 다투는 두 여인이 있었다. 사람들은 두 여인에게 지혜의 왕 솔로몬을 찾아가 보라고 말했다. 두 여인은 왕 앞에서도 한 치의 양보 없이 서로 자신의 아들이라고 주장했다. 솔로몬은 깊은 생각에 잠긴 끝에 두 여인에게 말했다.
“두 여인 모두 자신의 아들이라고 하니, 당장 저 아기를 둘로 나눠 주도록 하라!”
그러자 한 여인이 이렇게 대답했다.
“네! 그렇게 해서라도 공평하게 나눠 주십시오!”
왕의 명령을 들은 신하는 탁자 위에 아기를 눕혀 놓고, 칼로 내려치려고 했다. 그 순간 다른 한 여인이 제 몸으로 감싸안으며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제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그것도 안 된다면 저 여인에게 이 아기를 주십시오.”
솔로몬은 그 여인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그대가 진짜 엄마라는 것을 알게 되었소. 어서 아기를 데려가시오.”
생각해 보기
Q 가짜 엄마의 대답을 수학적으로 해석해 본다면?
A 이 이야기는 솔로몬의 지혜를 보여 주는 유명한 이야기다. 이야기의 결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솔로몬은 아기를 둘로 나누라는 명령에 대한 반응으로 진짜 엄마를 가려낸다. 진짜 엄마라면 아기를 포기하더라도, 아기가 온전하기를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솔로몬의 명령에 가짜 엄마는 놀랍게도 ‘아기를 둘로 나누어도 좋으니 공평하게 나눠 달라’고 말한다. 욕심이 과했던 가짜 엄마는 나눌 수 없는 대상을 직접 나눌 수 있는 분배의 대상으로 생각한 것이다. 이야기에서 나온 아기처럼, 실제로도 직접 나눠 가질 수 없는 대상은 무척 많다. 건물이나 보석, 자동차, 명예나 권리 등 어쩌면 직접 나눌 수 있는 대상보다 나누지 못하는 대상이 더 많다.
이와 같이 직접 나눌 수 없는 대상을 두고 공평한 분배를 해야 할 때 쓰는 수학적인 방법이 ‘봉인된 입찰법’이다. 가짜 엄마가 봉인된 입찰법을 알고 있었더라면, 적어도 직접 나눌 수 없는 아기를 나눠 달라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