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가 하룻밤 안에 전세계의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 줄 수 있는 비밀!
산타의 썰매는 타임머신?!
안녕? 난 크리스마스 요정, 버나드야! 내 꿈은 위대한 발명가가 되는 것! 그러나 현실은 내 꿈에서 너무나 멀어. 매일 같이 루돌프 똥이나 치우며 하루를 시작하거든. 사실 나는 마구간을 치우는 요정이야. 나한테서 똥 냄새가 난다며 사람들이 피할 때 정말 속상해.
그래도 나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발명가 모임인 ‘산테크’에서 열리는 발명품 발표회를 손꼽아 기다려왔지. 크리스마스 추억을 저장해 놓았다가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는 멋진 장치를 만들었거든. 오늘이 바로 내 발명품을 세상에 선보이는 날이었어.
그런데 막상 발표하는 순간 내 발명품 때문에 온 동네에 정전이 난 거야. 그래서 이런 엉뚱하고 위험한 발명품을 다시는 만들지 말라며 다른 발명가들에게 엄청나게 혼났어. 그리고 결국에는 산테크에서 쫓겨나고 말았어.
의기소침해진 나는 평소처럼 루돌프 똥을 치우러 돌아왔지. 풀이 죽은 나를 보고 산타는 위로와 함께 칭찬도 해 주셨어. 여러 가지 발명품을 만드는 내 모습이 마치 산타의 썰매를 만든 발명가와 비슷하다나? 훌륭한 발명가가 되려면 나처럼 엉뚱한 면이 있어야 한다는 거지. 게다가 산타는 고맙게도 썰매의 비밀을 나한테 살짝 알려 주셨어. 그 비밀은 바로 썰매가 ‘타임머신’이라는 것! 그래서 산타는 하룻밤 안에 전세계를 돌며 선물을 나눠 줄 수 있었던 거야!
그런데 그날 밤, 갑자기 악당 네빌이 우리 마을을 침략했어. 네빌은 거대한 택배 회사를 운영하는데, 전부터 산타의 썰매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어. 산타의 썰매만 손에 넣으면 더 많은 택배를 더 빨리 배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게다가 산타가 더 이상 늙지 않고 영원히 사는 비결도 뺏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 네빌은 요정들을 포로로 잡아가며 난동을 부리더니, 썰매가 있는 마구간까지 쳐들어왔어!
하지만 걱정 마! 내가 네빌을 막을 거니까. 타임머신 썰매를 타고 과거로 가서 산타한테 경고해 줄 거야! 그러면 산타가 네빌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겠지? 시간을 넘나드는 나의 활약을 기대해 줘!
산타는 불로장생?
산타 썰매의 비밀은 타임머신! 심지어 산타는 썰매 덕분에 더 이상 늙지도 않는다.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할까? 과학자의 힘을 빌면 이 비밀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 그 과학자는 바로, 알버트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간 여행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시간 여행을 차근차근 살펴보자.
우선, 시간 여행을 떠나기 전에 중요하게 짚고 넘어갈 약속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빛의 속도가 어디서 어떻게 관측하든 항상 초속 3×$ {10}^{8} $m이라고 약속하자. 두 번째 약속은 모든 물체들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썰매는 일정한 속도로 끝없이 날아가고 어린이는 정지해 있어야 한다.
이제, 한 어린이가 하늘을 날고 있는 산타를 구경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그리고 산타는 빛을 공처럼 가지고 놀 수 있는데, 썰매 바닥에 ‘빛 공’을 떨어트렸다. 그렇다면 산타와 어린이의 입장에서 공은 각각 어떻게 보일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산타보다는 어린이가 보기에 공이 움직이는 거리가 더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이 상황이 약간 헷갈린다면, 친구가 농구공을 튀기면서 뛰어가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달리는 친구 입장에서는 공이 아래 위로만 튀어오르지만, 서 있는 사람한테는 공이 지그재그 형태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마찬가지로 달리는 썰매 위의 산타가 보기에 공이 바닥으로 1m 떨어졌다고 하자. 이때, 서 있는 어린이가 보기에는 공이 비스듬하게 떨어지면서 1m보다 긴 거리를 움직인 것과 같게 된다.
자, 이제부터는 매우 간단한 수학을 하면 된다. 바로, ‘거리=시간×속도’ 공식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고 약속했으므로, 빛에 한해서는 시간이 거리와 비례함을 알 수 있다. 즉, 빛이 이동한 거리가 길어 보인다면 그만큼 시간이 오래 흐른 것이다.
산타와 공으로 돌아가 보자. 빛이기도 한 이 공은 속도가 항상 같다. 그리고 산타가 보기에 공이 1m 떨어졌을 때, 어린이가 보기에는 공이 3m 움직였다고 가정하자. 앞의 ‘거리=시간×속도’ 공식대로라면 누구의 시간이 더 적게 흘렀을까? 바로 산타의 시간이다. 산타 입장에서는 어린이의 $\frac{1}{3}$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 흐른 셈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달린다면 어린이는 30년이나 지나도, 산타는 10살밖에 늙지 않을 것이다. 산타의 썰매가 빠를수록 이 시간 차이는 더 심해진다. 만약 썰매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달리면 어떻게 될까? 이때는 시간이 너무나 천천히 흘러서 산타가 영원히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산타가 하루만에 전세계를 도는 비결은?
이제 악당 네빌이 원하는 ‘산타가 늙지 않고 영원히 사는 비밀’ 하나는 밝혀졌다. 그렇다면 밤새도록 모든 어린이에게 선물을 배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 비밀은 의외로 쉽게 해결된다. 바로 산타와 어린이의 입장을 정반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썰매에 앉아 있는 산타의 입장에서는 지구의 집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셈이다. 그리고 마찬가지 원리로, 앉아 있는 산타보다 ‘지나가는 집 속에 있는 어린이’의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따라서 산타에게 긴 시간이 지났더라도, 어린이에게는 한순간인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긴다. 그리고 달리는 속도에 따라 시간차는 더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부지런히 배달하면 크리스마스 하룻밤만에 산타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처럼 같은 상황을 놓고 동전의 앞뒤처럼 다르게 해석하는 논리 때문에 아리송해지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정반대가 되어 산타의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도 하고, 반대로 어린이의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도 한다.
사실 이러한 모순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아인슈타인의 시간 여행 이야기, 즉 특수상대성이론을 반박하기도 했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반대하는 과학자들이 내세운 주장 중에서는 ‘쌍둥이 패러독스’가 특히 유명하다.
똑같이 20세인 쌍둥이 자매는 똑같은 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언니만 굉장히 빠른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다녀왔다. 시간이 흘러 동생이 60세가 됐을 때 언니가 돌아왔는데, 막상 언니는 60세보다 더 젊은 것이다! 우주선의 속도 때문에 언니의 시간만 천천히 흘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니의 입장에서는 동생이 멀어졌다가 가까워졌으므로, 동생의 시간이 천천히 흐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언니가 60세이고 동생이 60세보다 더 젊다고 할 수 있다. 과연 누구의 나이가 진짜로 60세인 것일까? 이러한 모순이 바로 ‘쌍둥이 패러독스’다.
하지만 이 모순은 아인슈타인이 처음에 제시한 약속을 살펴보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처음부터 모든 물체의 속도가 항상 일정하다는 조건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이 쌍둥이의 경우, 우주선을 탄 언니의 속도가 변한 셈이다. 따라서 시간 차이를 계산하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적용할 수 없다.
산타 썰매의 경우도 앞서 살펴본 것처럼 ‘어린이와 산타의 시간 차이’를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썰매가 영원히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함정이 있다. 산타 썰매의 속도가 변하는 순간,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더 이상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