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터트릴 것이 있다? 없을 수도 있다?!
애니팡의 규칙은 무척 간단하다. 화면은 가로와 세로로 각각 정사각형이 7개씩 총 49개의 칸으로 나뉘어 있고, 각각의 칸에는 7종류의 서로 다른 동물이 채워져 있다. 가로 또는 세로의 칸을 서로 바꿔 3개 이상의 같은 동물이 나란히 놓이게 되면, ‘팡~!’ 소리와 함께 그 칸이 터지면서 점수가 올라간다.
그런데 게임에 집중하다 보면, 간혹 도저히 터트릴 곳이 없는 것 같은 순간이 있다. 정말 터트릴 곳이 없는 경우도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고리즘 상으로는 그런 경우가 나오지 않게 설계돼 있다. 우선 컴퓨터는 동물이 들어 있는 각각의 칸을 하나의 데이터로 인식한다. 애니팡의 화면을 7×7의 *행렬로 보는 것이다.
맨 윗줄을 제외한 나머지 42칸 중에서 가로 또는 세로에 연속으로 같은 동물이 2개 있으면 1, 연속으로 3개 있으면 2라는 값이 나오도록 연산을 만들었다. 연산 결과로 2가 나오면 그 칸은 ‘팡~!’하고 터진다.
만약 맨 윗줄을 제외한 42개의 칸에서 터트릴 수 있는 경우가 없다면, 맨 윗줄에 반드시 터트릴 경우가 생기게끔 동물의 배열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왼쪽 그림은 맨 윗줄을 제외한 42개 칸에서는 어떻게 움직여도 동물이 연속으로 3개 이상 되는 경우가 없다. 이럴 경우 둘째줄에 있는 동물을 고려해, 반드시 움직여 터트릴 수 있는 경우를 만든다. 두 번째 줄에 있는 강아지를 고려해 맨 윗줄에서 두 번째 칸에 강아지가 내려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터트릴 곳이 생기지 않는 경우는 프로그램의 오류 때문이다.
*알고리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행렬 수학에서 수 또는 문자를 직사각형 모양으로 배열한 것을 뜻한다.
한 번에 최대 몇 개의 칸이 터질 수 있을까?
애니팡의 묘미는 누가 뭐래도 한꺼번에 여러 칸이 ‘팡~팡~’ 터지는 데에 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또 하나 생긴다. 애니팡에서 한꺼번에 터질 수 있는 칸의 최대 수는 얼마일까? 게임을 해 보면 좌우, 상하로 한 칸만 바꾸더라도 10개 이상의 칸이 한꺼번에 터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여러 개의 동물이 함께 터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동물로 제한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한 가지 동물이 한 번에 터질 수 있는 칸의 최대 수는 얼마일까?
콤보, 몇 개 터트리는 것이 좋을까?
이제 게임을 본격적으로 즐겨 보자. 고득점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면 단연 ‘콤보’다. 정해진 시간 내에 꾸준히 터트리면 콤보가 하나씩 쌓인다. 그렇다면 콤보가 쌓일수록 점수는 어떻게 증가할까? 다음 표를 살펴보자.
최초 1회를 제외하고 2회부터 100점씩 늘다가 18회부터는 350점, 19회부터는 500점씩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콤보의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점수가 일정하게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20회 이상부터는 4000점에서 더 이상 점수가 늘어나지 않는다.
이것을 그래프로 그리면 아래와 같다. 그래프는 일차함수와 같이 선형적으로 증가하지 않고, 곡선 형태로 증가한다. 초기보다 20회에 가까울수록 증가하는 점수 폭이 크기 때문에 20회로 갈수록 기울기가 커진다.
선형적으로 점수가 증가하면 게임이 단조롭고 지루해진다. 반면 곡선 형태로 점수가 증가하면 콤보 20회에 가까워질 때, 큰 폭으로 점수가 증가해 게임의 재미가 커진다. 따라서 콤보의 누적횟수가 20회에 이르면 고득점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콤보가 21회 이상부터는 더 이상 점수가 증가하지 않는다. 콤보 하나가 점수에 미치는 영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애니팡 개발자가 밝히는 고득점 노하우!
애니팡 게임에서 고득점을 얻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애니팡 게임을 직접 기획한 이현우 게임기획자를 만나 직접 고득점 노하우를 들어봤다.
1. 콤보를 활용하라!
최대한 실수하지 않고 한 번에 콤보를 많이 쌓아야 합니다. 콤보를 쌓는 데에는 시간제한이 있는데, 그 시간이 5회마다 0.5초씩 줄어듭니다. 그런데, 열심히 콤보를 쌓다가 실패하면 그 다음에 콤보를 쌓을 때는 이전에 실패했던 순간에 제한시간이 적용돼요.
예를 들어 콤보를 12회까지 쌓다가 실패하고 다시 쌓으려면, 제한 시간은 원래 3초에서 콤보 12회의 제한시간인 2초로 줄어듭니다.
2. 아래보다 위를 먼저 터트려라!
아래보다는 윗부분에서 터트릴 것을 먼저 찾는 것도 고득점을 위한 전략 중 하나입니다. 아래를 먼저 터트리면, 사라지는 칸에 의해 윗부분의 동물 배열이 달라지거든요. 위, 아래에 터트릴 것이 함께 있다면 윗부분을 먼저 터트리세요. 또 애니팡 알고리즘에 따라 아래 부분에 터트릴 것이 없으면, 윗부분에서 반드시 터트릴 것이 나타나니까요.
3. ‘폭탄’과 ‘랜덤팡’을 활용하라!
적절한 시기에 특수 아이콘을 사용하는 것도 고득점 전략에 도움이 됩니다. 터트릴 것이 없을 때 폭탄을 사용하면, 시간이 멈추니까 그 시간 동안 터트릴 것을 찾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기왕이면 폭탄을 모아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또 무작위로 한 가지 동물을 선택해 모두 사라지게 하는 랜덤팡도 활용하세요. 랜덤팡은 일렬로 5개를 터트릴 때 등장합니다.
보너스, 팡팡~! 원조 국민게임, 테트리스
애니팡보다 먼저 국민게임이란 별명을 얻은 게임이 있다. 바로 ‘테트리스’다. 애니팡과 비슷한 격자로 이뤄진 평면에 여러 가지 모양의 블록을 쌓는 테트리스는 전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 수학자가 개발한 게임, 수학자들이 연구하는 게임으로도 유명한 테트리스에 대해 알아보자.
❶ 테트리스를 만든 러시아의 수학자는 누구?
테트리스를 개발한 사람은 러시아의 수학자 알렉세이 파지트노브다. 파지트노브는 1985년 모스코바에 있는 아카데미 컴퓨터 공학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때 새로운 장비를 검사하기 위한 도구로 러시아의 전통 퍼즐인 펜토미노를 변형한 게임인 ‘테트리스’를 만들었다.
이후 미국에서 ‘더 테트리스 컴퍼니’란 회사를 설립했으며, 게임디자이너로는 최초로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입사해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테트리스의 저작권은 지금도 파지트노브가 가지고 있다.
애니팡과 같은 매치 3 게임은 저작권을 보유한 사람이 없다. 따라서 저작권과 상관없이 비슷한 게임이 많이 등장할 수 있다.
❷ 테트리스에서 특별한 숫자, ‘7’
정사각형 4개를 붙여 만드는 테트라미노로 만들 수 있는 모양의 가짓수는 모두 5개(I, L, N, O, T 모양)다. 그런데 테트리스 조각은 7개다. 테트리스에는 뒤집는 기능을 뺐기 때문에, 뒤집었을 때 다른 모양이 되는 두 조각(J, S 모양)을 더 추가한 것이다.
조각이 7개인 데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7이 사람이 동시에 기억할 수 있는 가짓수’이기 때문이다. 1950년 하버드대 심리학과 조니 밀러 교수는 사람이 보통 기억할 수 있는 것이 7개 정도란 사실을 실험을 통해 알아냈다.
애니팡에서는 화면을 가로 7칸, 세로 7칸으로 나눴다. 컴퓨터 화면보다 화면이 작은 휴대전화에서도 잘 보이기 위해서다. 또 애니팡에서는 레벨과 상관없이 항상 7종류의 동물이 등장한다.
❸ 테트리스의 원조는 ‘펜토미노’
정사각형을 이어 붙여 만드는 도형을 ‘폴리오미노’라고 한다. 정사각형을 붙여 만든 개수에 따라 1개면 모노미노(1종), 2개면 도미노(1종), 3개면 트로미노(2종), 4개면 테트라미노(5종), 5개면 펜토미노(12종)라고 한다.
펜토미노는 고대 로마에서 유래됐는데, 1907년 영국의 퍼즐가 헨리 듀드니가 이 퍼즐을 소개했다. 테트리스의 조각들은 바로 이 펜토미노를 단순화한 것이다.
한편 테트리스 게임에서 블록이 떨어지는 것은, 수족관에서 넙치가 춤추듯 내려와 다른 넙치와 겹치지 않고 내려오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전해진다.
애니팡과 같이 똑같은 모양이 3개가 되도록 맞추는 게임을 ‘매치 3(match three)’라고 한다. 매치 3 게임으로는 주주클럽, 주키퍼, 비주얼드 블리츠 등 다양하다. 매치 3 게임의 원조로는 러시아의 프로그래머 유진 알렘진이 만든 도스용 게임 ‘샤리키(Shariki)’가 있다.
❹ 테트리스, 알고 보면 어려운 고등수학 문제다?!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의 컴퓨터공학과 과학자들은 테트리스 게임이 ‘NP-하드’문제라고 결론을 내렸다. P문제는 쉬운 문제로, 문제를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을 어떤 다항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반면 NP문제는 문제에 대한 답이 맞는지 확인하는 시간만을 다항식으로 나타낼 수 있을 뿐, 문제를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은 예측할 수 없다. 즉, 그만큼 어려운 문제를 뜻한다. 테트리스 게임은 점수를 최고로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힘들어 NP문제로 밝혀졌다.
매치 3 게임을 연구한 과학자나 수학자는 아직 없다. 그러나 앞으로 애니팡과 같은 매치 3게임을 연구한 수학자나 과학자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게임은 수학자들이 즐겨 연구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많은 게임에는 수학적 원리나 알고리즘이 숨어 있습니다. 원리를 모르고도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게임 속에 들어 있는 수학적 원리나 규칙을 찾아보면 게임을 이해하는 눈이 열리지요. 게임을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조건을 바꿔 보는 새로운 발상을 해 보세요. 이렇게 게임 속에서 수학적인 원리를 찾다보면, 수학이 훨씬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