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코스 없애도 계속 살아나는 끈질긴 숫자
지난해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 란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며 방영됐다. 이때 등장한 구미호는 꼬리가9개 달린 여우를 뜻하는 말이다. 꼬리 9개는 구미호의 긴 수명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구미호는 보통 동물과 달리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즉 회생하는 능력이 엄청난 여우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숫자 9 역시 구미호처럼 회생하는 능력이 있다. 실제로 9는 ‘카프리카의 불변수’ 라고도 불리는 회생숫자를 얘기할 때 두 자리 수와 관련이 있다. 먼저 두 자리 수인 경우 다음과같은 과정을 거칠 때 나오는 회생숫자에 대해 알아보자.
➊ 0부터 9까지 숫자 중에서 서로 다른 2개의 숫자 a, b (단, a b)를 정한다.
➋ 이 숫자를 크기순으로 배열해 2자리의 숫자 10a+b, 10b+a를 2개 만든다. 처음 선택한 2개의 숫자 a, b가 서로 다르므로 10a+b, 10b+a도 서로 다른 숫자다.
➌ 큰 수에서 작은 수를 뺀다.
➍ 나온 숫자를 이용해 다시 ➋의 과정처럼 2개의 숫자로 만들어 빼주는 과정을 반복한다.
➎ 반복하는 과정에서 항상 숫자 9가 나오게 된다.
예를 들어 먼저 1과 5를 선택하면 두 수 15와 51을 만들 수 있고 그 차이는 36이다. 36에서 두 수 36과 63을 만들 수 있고, 그 차이는 27이다. 여기서 27과 72를 만들 수 있고, 그 차이는 45다. 여기서 만든 45와 54의 차이는 9가 된다. 또 숫자 0과 7을 선택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9가 생긴다.
그런데 왜 9는 카프리카의 불변수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이유는 10a+b, 10b+a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a b일 때, 10a+b-(10b+a)=9(a-b)는 10a+b보다 작은 9의 배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a-b≤9이므로 정확하게 9(a-b)는 81 이하의 9의 배수다. 즉 9, 18, 27, 36, 45, 54, 63, 72, 81에 대해서 앞에서와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 다음과 같은 패턴을 반복하게 되고, 어떤 경우에도 차이가 9가 되는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09, 90) → (81, 18) → (63, 36) → (27, 72) → (45, 54) → (09, 90)
tip 카프리카의 불변수
1949년 인도의 수학자인 카프리카가 발견한 수로 회생숫자라고도 불린다. 같은 숫자 하나로만 이뤄지지 않은 임의의 수를 정하고, 여기에 쓰인 숫자를 크기순으로 배열한 뒤 가장 큰 수에서 가장 작은 수를 뺀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나오는 수다. 수의 자리(길이)에 따라 회생숫자가 달라진다. 세 자리에서는 495, 네 자리에서는 6174가 회생숫자다. 하지만 두 자리나 다섯 자리 이상에서는 몇 개의 수가 주기적으로 반복돼서 나타난다.
제 2 코스 9의 배수인지 척 보면 안다
9는 십진법에서 사용되는 0부터 9까지의 숫자 중 가장 큰 숫자다. 이 특징을 다르게 표현하면 9는 10에서 딱 1만큼 작은 수라는 것이다. 이 특징은 어떤 자연수가 9의 배수인지를 알아낼 때 아주 편리하게 쓰인다.
예를 들어 74385라는 숫자가 9의 배수인지 알아볼 때, 74385를 직접 9로 나누는 것보다 74385의 각 자리의 숫자를 더한 값인 27(=7+4+3+8+5)을 9로 나눠 확인할 수 있다. 27은 9로 나눠떨어지므로 74385도 9로 나눠떨어진다. 왜 그럴까?
이런 원칙은 9로만 이뤄진 수가 10진법의 10x(단, x는 자연수)으로 나오는 값보다 딱 1만큼 작은 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즉 9는 10-1, 99는 100-1, 999는 1000-1, 9999는 10000-1이다.
74385를 십진법의 전개식으로 나타내면 7×10⁴+4×10³+3×10²+8×10¹+5×1이다. 이 값을 다시 9, 99, 999, 9999의 꼴로 나타내보자.
7×10⁴+4×10³+3×10²+8×10¹+5×1
= 7×(9999+1)+4×(999+1)+3×(99+1)+8×(9+1)+5×1
= 7×9999+4×999+3×99+8×9+(7+4+3+8+5)
밑줄 친 부분이 9의 배수이므로 뒤에 남은 (7+4+3+8+5)가 9의 배수인지만 알면 된다. 즉 74385가 9로나눠떨어지는지의 여부는 74385의 각 자리의 숫자의 합인 27(=7+4+3+8+5)이 9로 나눠떨어지는지의 여부와 같아진다.
9로 나눠떨어지지 않을 때도 나머지를 이와 같은 방법으로 쉽게 알아낼 수 있다. 395214를 9로 나눴을 때 나머지를 구하기 위해서 각 자리의 수를 더한다. 그리고 이렇게 얻어진 값 24(=3+9+5+2+1+4)를9로 나눈다. 그러면 나머지가 6이 된다. 이는 395214를 9로 나누면 나머지가 6이 되는 것과 같은 결과다.
이 성질을 이용하면 1이 9개 나열된 수인 111111111이 9의 배수인지 알기 위해 굳이 나눠볼 필요가 없다. 1+1+1+1+1+1+1+1+1=9이므로 111111111은 9의 배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십진법이 아니라 5진법 체계에서 이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을까? 당연히 가능하다. 하지만 이때는 5진법의 5에서 1만큼 작은 수인 4가 9의 역할을 대신한다.
예를 들어 5진법의 수 34132(5)를 5진법의 수 4(5)로 나눴을 때 나머지를 알려면 각 자리의 수를 더한 값인 13(=3+4+1+3+2)을 4로 나눈 나머지를 구하면 된다. 실제로 5진법의 수 34132(5)를 5진법의 수 4(5)로 나눴을 때 나머지는 13을 4로 나눴을 때의 나머지인 1과 같다.
이 원리는 단지 10진법, 5진법이 아니라 2진법, 12진법, 60진법 등 다양한 진법에서도 성립한다. 이처럼 수학에서는 하나의 원리를 알면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묘미가 있다.
한편 9의 나머지를 간단히 계산하는 이 방법은 복잡한 자연수의 사칙연산을 검산하는 데 널리 사용되기도 했다.
➊ 64352+37561=101813
➋ 64352×37561=2417125472
더하기와 곱하기의 이들 계산이 맞는지는 계산 전과 계산 뒤에 나온 값을 9로 나눴을 때 나머지가 같은지를 비교해 알아본다. 먼저 6+4+3+5+2=20을 9로 나눈 나머지가 2, 3+7+5+6+1=22를 9로 나눈 나머지가 4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둘을 합한 값은 나머지가 6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➊에서 나온 값에서 각 자리의 숫자를 더하면 14(=1+0+1+8+1+3)로 이를 9로 나누면 나머지가 5가 나온다. 즉 나머지가 서로 다르므로 덧셈의 계산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계산해보면 더한 값은 101913이다.
➋에서는 각 값의 나머지가 2와 4이므로 이를 곱하면 8이 되는 걸 알 수 있다. 이 값은 오른쪽에 곱해서 나온 값의 각 자리의 수를 모두 더한 35(=2+4+1+7+1+2+5+4+7+2)를 9로 나눈 나머지 8과 같다. 이처럼 나머지가 같다는 사실로 계산이 옳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물론 나머지가 같다는 것만으로 이 계산이 맞았다고 100% 확신할 수는 없다. 단순히 9로 나눴을 때 나머지만 같을 뿐 계산이 틀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 검산법의 단점이다. 하지만 구거법 또는 인도 검산법이라고 불리는 이 검산법은 계산기가 발달하기 전 까지는 상당히 유용하게 쓰였다.
tip 3의 배수도 9처럼 구한다!
3의 배수를 판정할 때도 9의 배수와 마찬가지로 각 자리의 숫자의 합이 3으로 나눠떨어지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3은 9의 약수이므로, 9의 배수는 3의 배수가 되기 때문에,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것 이다. 다음과 같이 3+2+1이 3의 배수이므로 321도 3의 배수가 된다.
321=3×100+2×10+1×1=3×(99+1)+2×(9+1)+1=9(33+2)+3+2+1=3×3×(33+2)+3+2+1
제 3 코스 숫자 맞히기 퀴즈
퀴즈1
세 자리의 자연수를 떠올린다(단, 333과 같이 똑같은 숫자로만 이뤄진 수는 제외). 이 수에서 각 자리의 숫자 순서를 뒤집은 뒤 두 수 중 큰 수에서 작은 수를 뺀다. 예를 들어 123이라면 321로 바꿔서 321에서 123을 뺀다. 이렇게 나온 값의 일의 자리 숫자를 알려주면 나머지 자리의 숫자도 맞힐 수 있을까?
일의 자리의 수만 알면 두 수의 차이가 얼마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일의 자리 숫자가 1이라면 두 수의 차이는 891, 2라면 두 수의 차이는 792, 3이라면 693, 4라면 594, 5라면 495, 6이라면 396, 7이라면 297, 8이라면 198, 9라면 99이다. 이런 규칙이 어떻게 나왔을까?
임의의 세 자리의 자연수에서 백의 자리 숫자를 a, 십의 자리 숫자를 b, 일의 자리 숫자를 c라고 하면 임의의 세 자리의 자연수는 100a+10b+c로 표현할 수 있다. 각 자리의 숫자 순서를 뒤집으면100c+10b+a가 된다. 이때 a c라고 하면 두 수의 차는 100a+10b+c-(100c+10b+a)=100(a-c)-(a-c)가 된다. a-c를 d라고 하면 1≤d≤9이므로 두 수의 차는 100d-d=99d인데, 이 수의 십의 자리는 항상 9이고, 백의 자리와 일의 자리의 숫자의 합은 항상 9가 된다. 따라서 일의 자리나 백의 자리만 알아도 나머지 숫자를 맞힐 수가 있다.
퀴즈2
임의의 4자리의 자연수를 떠올린다. 각 자리의 숫자를 다시 배열해 가장 작은 숫자와 가장 큰 숫자 2개를 만든 뒤 이 둘의 차이를 구한다. 차이를 이루는 숫자 중 하나를 제외하고 3개를 알려준다면 나머지 숫자도 알 수 있을까?
그렇다. 그런데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일까? 임의의 4자리의 자연수를 다시 배열해 얻은 큰 숫자를 1000a+100b+10c+d, 작은 숫자를 1000b+100c+10d+a라 하면 그 차는 999a-900b-90c-9d=9(111a-100b-10c-d)로 9의 배수가 되기 때문이다. 이때 4자리의 자연수를 다르게 배열하더라도 그 차이는 항상 9의 배수가 된다. 따라서 차이에 해당하는 수의 각 자리의 숫자를 더한값도 역시 9의 배수가 된다는 사실을 이용하면 숫자 3개로 나머지 숫자 1개도 바로 알 수 있다. 예를들어 숫자 4개 중 3개가 3, 6, 2라면 나머지 숫자는 반드시 7이 된다. 게다가 이 규칙은 4자리의 자연수가 아니더라도 항상 성립한다.
스도쿠와 9
스도쿠는 9와 친숙한 숫자 퍼즐이다. 스도쿠판은 9×9의 격자 안에 9개의 3×3격자가 들어 있는 구조다. 규칙은 미리 채워져 있는 몇 개의 숫자를 기준으로 9개의 행과 9개의 열, 그리고 9개의 3×3격자에 각각 1부터 9까지의 숫자가 한 번씩만 들어가도록 채워야 한다. 이렇게 9와 친숙한 게임인 스도쿠는 미리 채워져 있는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난이도가 쉬울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미리 채우는 숫자를 너무 적게 알려주면 스도쿠 퍼즐의 답이 여러 가지가 나올 수 있다는 문제점이 생긴다. 최근까지 밝혀진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도쿠 퍼즐에서 답이 딱 1가지가 나오도록 하려면 최소한 17개의 숫자가 미리 채워져 있어야 한다. 17개 미만으로 숫자가 채워져 있을 경우에도 답이 딱 1가지가 나올 수 있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제 4 코스 9개의 점을 지나는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