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여름방학이 다가온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책 한 권. 이번 여행엔 수학책과 함께하는 게 어떨까? 책을 읽고 수학독서대회까지 참여한다면 일석이조. 수학독서의 매력에 빠져보자.
상징으로 통하는 수학과 독서
수학은 문자나 기호의 상징을 이용해 자연이나 사회현상을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학을 공부할때도 문자나 기호로 표현된 상징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사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알지 못하는 사이에 기호화된 상징을 사용하며 살아왔다.
위 그림처럼 원숭이의 수를 셈하고, 그 수는 해당하는 숫자로 쉽게 상징화할 수 있다. 숫자를 보면 그 개수에 해당하는 상황으로 추상화할 수도 있다.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기호나 문자로 된 상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물과 다른 능력을 보이는 것이다.
어미 원숭이 한 마리와 새끼 원숭이 한 마리가 있을 때, 둘은 서로 다른 대상이지만 각각 한 마리로 추상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셈한 결과 두 마리라는 사실을 얻는다. 이처럼 인간은 문자나 기호로 된 상징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수학 수업 때는 문자나 수식과 같은 상징의 사용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징을 사용할 줄 알면 더 높은 차원의 수학을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다양한 현상을 공부할 때도 기호나 수식과 같은 도구를 사용한다. 상징을 이용하면 자연 현상을 단순하게 정리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문자로 표현된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글을 쓰는 행위는 수학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글을 읽고 쓰는 과정에서 기호로 된 상징을 사용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고, 같은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훈련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독서는 마음으로 문자를 인식하고, 그 문자가 나타내는 다양한 인간의 삶과 문화적인 현상을 이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 다음은 자신의 생각을 수식을 이용해 독후감으로 쓰거나, 논리적인 대안을 수식을 이용해 제시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일련의 과정을 능숙하게 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까지 모두 수학독서에 포함된다.
자발적인 책 읽기의 효과
수학독서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 풀이식 교육 이상으로 중요한 과정이다. 독서 자체도 탐구 기능을 가지고 있어 중요하다. 하지만 수학 교과서를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서 특정한 책을 읽도록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본인이 직접 원하는 책을 골라 읽는 자발성이 있을 때 수학독서의 효과가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평소 수학에서 관심이 많은 분야가 있다면 관련된 책을 찾아 읽자. 우연하게 읽은 책에 수식이 있다면 수식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다.
독서의 효과를 나무에 비유하자면 화려한 꽃이나 열매보다는 튼튼한 뿌리에 해당한다. 특별한 기술이나 지식을 바로 얻는 데 치중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자연과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 상상력, 문제 해결 능력, 수식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 급하게 변하는 현상을 수식으로 바꿔 쓰는 능력, 독후감을 통해 수식을 사용하는 능력처럼 수학적으로 사고하기 위한 ‘기초체력’을 키우는 것이 수학독서의 핵심 기능이다.
책 읽는 사람의 권리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본인의 취미, 호기심, 관심사에 따라 원하는 책을 고를 수 있다. 본인 스스로 고른 책을 읽을 때면 다음과 같은 권리와 기쁨을 누릴 수 있다.
●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읽지 않고 지나갈 수 있다.
● 내용을 급히 파악해야 하는 경우 듬성듬성 읽을 권리가 있다.
● 한 번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는 교실 수업과 달리, 중요한 부분을 다시 읽고 음미할 수 있다.
● 순간순간의 느낌에 따라 아무 책이나 골라가며 읽을 수 있다.
● 등장하는 인물을 자신이라고 생각하거나,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오는 기쁨을 나의 기쁨으로 착각할 권한이 있다.
● 화장실도 좋고 잠자리도 좋고 언제 어디서나 읽을 권리가 있다.
● 때로는 소리 내서 읽고 낙서도 할 수 있고 책의 구석구석에 정리할 권리도 있다.
●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잘 익혀둬서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사용할 권리도 있다.
● 책의 특정 부분에 있어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에 비춰 비판할 권한도 있다.
● 수학과 미술, 수학과 음악을 접목시킬 수 있는 것처럼 여러 분야의 책을 동시에 읽을 권리도 있다.
● 내 마음에 드는 책을 선물할 권리도 있다.
●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책으로 출판할 권리도 있다.
이토록 좋은 수학독서를 교실 현장에 적용하려면 수학적인 기호와 상징으로 표현된 책이 다른 분야의책과 함께 어우러진 공간이 있어야 한다. 최대한 눈에 잘 보이는 곳, 손이 닿는 곳이 좋다. 당장 교실에 이런 공간이 없다면 일정한 공간을 일부러라도 할애하라고 권하고 싶다.
수학 독후감 어떻게 쓰나
필자는 학교 수학교육과정에 독서를 통한 평가 과정을 두고, 직접 학생평가를 시행한 적이 있다.
당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세웠다.
● 학생들의 지식 함양을 위해 학교 차원에서 20권 정도의 필독도서를 정한다.
●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취향에 따라 책을 골라 읽을 권리를 준다.
● 학생들이 책을 읽고 제출한 독서활동 보고서에 대해 줄 세우기식 평가는 하지 않는다.
● 논리적으로 표현이 우수한 글은 반드시 그 우수성을 칭찬해준다.
다음은 학생들이 쓴 독서활동 기록의 유형이다. 일반적인 독후감처럼 자신의 감상을 적은 글도 있고, 책에 나오는 수식을 더 발전시키거나 직접 생각해낸 내용을 수식으로 정리한 것도 있다. 아예 탐구 보고서 형식으로 쓴 글도 있다. 이처럼 수학독서는 학습에 필요한 다양한 역량을 전체적으로 키워줄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유형 1. 감상적인 독후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수학에 대한 수학자들의 열정과 끈기를 배웠다. 또한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수학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자주 “수학이 정말 아름답지 않니?”라는 말을 하신다. 이제야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은 것 같다. 수학은 정말 아름다운 학문이다.
또 수학은 열정과 끈기의 학문이다. 나는 수학문제를 풀다가 막히는 문제가 나오면 3번 정도 풀다가 이내 정답지를 들춰본다. 이 책에 나온 수학자들은 답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수백, 수천 번이고 문제에 도전했다. 갑자기 내가 부끄러워졌다. 앞으로 나도 수학자의 마음으로 문제를 접근한다면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을 것 같다.
나아가 수학문제가 아니라, 삶을 살다가 어떠한 문제가 닥치더라도 열정과 인내, 노력을 가지고 돌파한다면 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조윤 학생의 ‘수학, 그 미묘함과 복잡함의 세계- 케플러의 추측을 읽고’)
유형 2. 수학적인 발견을 담은 글
거듭제곱식의 전개식에서 각 항의 계수는 x와 y를 배열하는 방법의 수라고 할 수 있다. x와 y의 지수는 배열해야 하는 x와 y의 개수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고를 바탕으로 조금 일반화 시켜 봤다. ${(x+y)}^{n}$의 전개식은 ${x}^{n}$+1${a}_{1}$${x}^{n-1}$y+${a}_{2}$${x}^{n-2}$${y}^{2}$+…+${y}^{n}$로 나타낼 수 있다. 이 식에서 ${a}_{1}$, ${a}_{2}$ 등은 각 항의 계수를 뜻한다. 이 계수들은 총 n개의 x와 y를 배열하는 가짓수를 의미함을 앞의 사고를 통해 생각해 냈다. 그렇다면 계수를 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frac{n!}{(x의 지수)!×(y의 지수)!}$ 나만의 표현법을 다시 정리하면 책에서 나온 식으로 표현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김진하 학생의‘레온하르트 오일러의 대수학 원론 독서 보고서’)
유형 3. 책을 완전히 소화한 독후감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하기 전에는 숫자를 세기 위해 손가락, 동물뼈, 매듭 등을 사용했다. 손가락, 동물뼈, 매듭 등을 이용해 내 학번 10114를 표시해 보았다.(허유라 학생의 ‘과거로 떠나는 수학여행 - 주니어 수학사를 읽고’)
유형 4. 탐구 보고서 형식
1. 탐구 목적 : 레온하르트 오일러의 ‘대수학 원론’을 읽고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탐구해 수학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문학뿐만 아니라 수학도 읽을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을 느낀다.
2. 탐구 주제 설정 및 탐구 동기 : 탐구 주제는 ‘제곱근의 근삿값 구하기’로 정했다. 근삿값을 구하는 것에 대해 탐구하게 된 동기는 조금이라도 오차가 작은 값을 구하는 과정이 재밌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3. 탐구 과정(생략)
4. 탐구 결과 및 느낀 점(생략)
5. 참고문헌 : 레온하르트 오일러, ‘대수학 원론’(정종원 학생의 ‘수학 탐구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