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누구세…요?”
노크 소리에 탐정사무소의 문을 열어준 개코 조수가 말을 더듬었습니다. 개코 조수의 앞에는 온몸이 완전히 새까매진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개코 조수가 넋을 잃고 서 있자, 갑자기 그 사람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나요, 놀부! 동화마을 제일가는 갑부 놀부도 모른단 말이오? 엥, 쯧쯧~.”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나도 흥부처럼 다이아몬드가 갖고 싶었는데!
“놀부님~, 오랜만입니다! 바깥에서 산책이나 하시며 얘기 들려주시죠!”
꿀록 탐정이 달려나와 놀부를 집 앞 정원의 수돗가로 이끌었습니다. 몸과 얼굴에 묻은 까만 가루를 털어내자 잔뜩 골이 난 놀부의 표정이 보였습니다.
“놀부님, 어쩌다 꼴이 이렇게 되셨습니까?”
“들어보시오. 최근에 내 동생 흥부가 벼락부자가 된 소문은 들었겠지?”
놀부는 흥부가 제비 덕분에 부자가 된 사연을 들려주었습니다. 어느 날 초가집 옥상에서 떨어진 제비의 부러진 다리를 고쳐주더니, 이듬해 그 제비 가족이 박씨를 가져왔다는 겁니다.
그 박씨를 심어 열린 박을 갈라보았더니 세상에! 안에 다이아몬드가 가득했다는 거예요.
“흥부는 그 다이아몬드를 팔아서 부자가 된 거라네. 그 덕에 동화마을 갑부 순위에도 올랐고. 그 말을 듣고 나도 같은 방법을 써 보았지.”
못된 놀부는 제비 새끼의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린 후 다리를 고쳐주고는, 자기도 같은 선물을 가져다 달라고 빌었습니다. 이듬해 그 제비 가족은 박씨를 가져왔고, 놀부네는 오늘 자란 박을 갈라보았지요. 그런데 박을 여는 순간, 안에서 빛나는 다이아몬드 대신 새까만 가루만 한가득 터져 나왔다는 거예요.
“집 구석구석이 검은 가루로 더러워져서 꼴이 말이 아니라네.”
“같은 선물을 가져다 달라고 빌었다고요? 제비가 아주 똑똑한 복수를 했군요. 다이아몬드와 흑연은 사실 같은 원소로 이루어진 물질이거든요.”
“꿀록 자네, 지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릴 하는 겐가?”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흑연과 다이아몬드, 야 너도 탄소야? 동소체
빛을 받으면 아름답게 반짝이는 보석 다이아몬드와 칠흑같이 새까만 흑연. 두 물질은 생김새만큼이나 물리적, 화학적 특성도 다릅니다. 다이아몬드는 투명한 데다 매우 단단해서 쉽게 긁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치과나 공업용 드릴에 쓰이지요. 반면 흑연은 불투명한 검은색에, 매우 약해서 잘 바스러집니다. 점토와 섞어 연필심을 만드는 데 쓰이죠. 또한, 흑연 가루는 미끄러워서 공장 기계의 윤활제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물질은 탄소라는 같은 원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같은 원소로 이루어졌지만 두 물질의 특성이 다른 이유는 탄소 원자들끼리 결합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들이 정사면체의 뼈대를 이루며 연속적으로 결합하고 있습니다. 이 탄소 원자 사이의 결합은 매우 강해서 쉽게 끊어지지 않습니다. 다이아몬드의 경도●가 모든 물질 중에 가장 높은 이유죠.
반면 흑연은 탄소 원자들이 평면 위에 육각형 형태로 결합해 얼기설기 쌓여 있습니다. 흑연을 구성하는 탄소 원자는 다른 평면 위의 원자와 서로 약하게 잡아당기고 있어서 쉽게 바스러집니다. 종이 위에 연필을 문지르기만 해도 흑연이 묻어날 정도로 약하지요. 즉, 탄소 원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느냐에 따라 특성이 전혀 다른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흑연과 다이아몬드처럼 같은 원소의 원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원자들의 결합 구조가 달라 성질이 다른 물질을 ‘동소체’라 부릅니다. 탄소는 흑연과 다이아몬드 말고도 여러 동소체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래핀’이나 ‘탄소나노튜브’, ‘풀러렌’ 등의 탄소 동소체가 만들어지고 연구되고 있지요. 탄소뿐만 아니라 다른 원소도 동소체를 가집니다. 예를 들어 산소는 산소(O2)와 오존(O3), 인은 흰인과 붉은인 등의 동소체가 있지요.
●경도 : 광물의 단단한 정도를 나타내는 기준. 1부터 10까지 무른 것부터 단단한 순서대로 나타낸다. 다이아몬드의 경도는 10이다.
통합과학 넓히기
300년 만에 가장 큰 분홍 다이아몬드 발견!
지난 7월 27일, 오스트레일리아의 다이아몬드 채굴 회사 루카파는 아프리카 남서부의 국가인 앙골라에서 300년 만에 가장 큰 분홍 다이아몬드를 채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앙골라 룰로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발견된 이 보석의 무게는 약 170캐럿●으로, 34g에 달합니다. 작은 크기처럼 들리지만, 이 다이아몬드는 룰로 광산에서 채굴된 5번째로 큰 다이아몬드입니다. 지난 300년 동안 발견된 가장 큰 분홍 다이아몬드로 알려졌지요. 이 다이아몬드에는 채굴된 광산의 이름을 따 ‘룰로 로즈’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룰로 로즈가 주목받는 이유는 분홍 다이아몬드가 다른 색의 다이아몬드에 비해 훨씬 희귀하기 때문입니다. 다이아몬드의 색깔은 투명한 것은 물론, 빨간색부터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보라색, 갈색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이런 색깔은 다이아몬드가 포함하는 불순물의 종류에 따라 정해집니다.
대개의 다이아몬드는 뜨겁고 압력이 높은 지하 160km 이상의 땅속에서 만들어집니다. 이때 다이아몬드의 결정 구조 안에 질소 원자가 들어간다면 다이아몬드는 노란색이나 갈색을 띱니다. 붕소가 약간 들어가면 파란색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죠. 흑연 같은 불순물이 섞이면 검은 다이아몬드가 탄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분홍색 다이아몬드에는 불순물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대신 다이아몬드가 압력을 받으며 결정 구조가 찌그러지면, 제자리에서 벗어난 탄소 원자들이 빛을 왜곡하면서 분홍색으로 보이는 거죠.
분홍색 다이아몬드는 채굴되는 다이아몬드 1만 개 당 1개꼴로 발견될 정도로 희귀합니다. 그래서 분홍 다이아몬드는 다른 종류보다 비싸게 팔립니다. 실제로 경매 역사상 가장 비싸게 거래된 보석은 무게 59.6 캐럿의 분홍 다이아몬드인 ‘핑크 스타’로, 2017년 7120만 달러(약 930억 원)에 팔렸지요. 룰로 로즈 또한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랍니다.
●캐럿 : 보석의 무게를 잴 때 쓰는 질량의 단위로, 약 200mg을 1캐럿으로 정의한다.
개념 퀴즈
흑연과 다이아몬드를 이루는 원소는 다르다.
( O , X )
에필로그
“아이고, 이 나쁜 제비들! 난 흑연보다 다이아몬드가 좋다고!”
놀부가 화를 내자 꿀록 탐정이 한심한 꼴을 다 본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어휴, 놀부님이 제비를 괴롭혔으니 당연한 결과죠! 반성하시라고요!”
“집이 엉망이 된 데다 끝없이 쌓인 흑연 가루는 도대체 어떻게 처리하면 좋단 말인가…?”
후회하는 놀부에게 꿀록 탐정이 말했습니다.
“흑연 가루는 연필의 재료니 연필 공장을 차려보는 건 어떠세요?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는 못된 짓 하지 마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