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천하태평 모낭충 인간과 필수 공생충돼 행복 ♥

지금 너의 반려 모낭충은 뭘하고 있을까? 아마 침실 같은 모낭에 쏙 들어가 먹거나, 자거나, 싸거나, 알을 낳고 있을 거야. 우리가 이렇게 꿈에만 그리던 안락한 생활을 하는 건 인간 덕분이지. 그래서 모낭충들은 인간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어♥

 

 

필요 없는 유전자를 잃어버리다
6월 21일, 영국 레딩대학교 알레얀드라 페로티 교수팀이 모낭진드기(이하 ‘모낭충’) 유전체●를 최초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어요. 블랙헤드 제거제로 얻은 총 250마리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은 주로 엄마에게서 모낭충을 전달받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배우자나 아빠보다 엄마와 자녀의 모낭충 사이에 유전체 유사성이 훨씬 높았거든요. 교수팀은 논문에서 “모유 수유를 할 때 어머니의 유두 주변은 체온과 습도가 높아진다.”며, “이런 환경에서 모낭충이 자녀에게 쉽게 전달된다”고 썼어요. 이처럼 모유 수유 과정에서 전달되는 사례는 모낭충 외에도 선충류 20종 등 다양한 기생 생물에서 나타나요.

 

 


사람의 피부에는 모낭충이 도망쳐야 할 천적도, 먹이를 경쟁해야 할 생물도 없어요. 이런 탓에 페로티 교수는 “엄마에게 전달받은 극소량의 모낭충은 숙주가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근친교배를 한다”고 설명했어요. 그 결과, 모낭충은 매우 단순한 생물이 된 것으로 나타났어요. 새로운 모낭충을 만날 일이 없으니 새로운 유전자를 얻을 가능성이 적고, 모낭 속에서 평화롭게 기생하며 원래 갖고 있던 능력까지 퇴화시켜 버렸기 때문이지요. 결국 단백질을 만들며 기능을 하는 유전자 수가 지금까지 확인된 절지동물 중 가장 적은 것으로 밝혀졌어요.

 

 


용태순 교수는 “많은 기생충이 먹이 섭취와 생식 능력만 발달하고 다른 기능들을 잃어버리곤 한다”며, “사는 데 필요한 것을 숙주에게 모두 얻기 때문”이라고 말했지요. 페로티 교수는 “모낭충은 이제 더이상 숙주인 사람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필수 공생충’이 되어가고 있다”고 강조했어요. 이어서 “우리 피부는 다양한 유기체로 덮여 있다”며, “모낭충은 우리 모공을 청소하며 우리 몸과 함께 사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말했답니다.

 

●유전체 : 한 개체의 유전물질을 모두 통틀어 칭하는 말. ‘게놈’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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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6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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