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파장에서 마주한 푸푸와 초파리. 누가 더 격파를 잘 할까? 곤충은 고통을 못 느끼니까 더 잘할 줄 알았는데, 엥? 곤충도 고통을 느끼구나…! 초파리야, 어떻게 된 거니?
안녕? 자기소개 해 줄래!
저는 초파리예요. 저를 포함한 모든 곤충은 통증을 느낄 수 있어요. 영국 런던퀸메리대학교 생물학및행동과학과 라르스 치트카 교수팀이 그 증거들을 모아 7월 6일 발표했답니다. 연구팀은 고통을 주는 외부 자극이 곤충에게 가해졌을 때 곤충이 그 자극을 피하려는 반응을 보인다는 증거를 찾았어요. 게다가 곤충에게 고통이 생기면 고통을 줄여줄 수 있는 화학 물질이 몸속에서 분비된다는 증거도 발견했지요.
곤충에게 고통을 주면 어떻게 돼?
2001년에 미국의 한 연구팀이 미국에 많이 사는 ‘박각시나방 애벌레’라는 나방 유충에 고통을 주면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관찰한 연구를 발표했어요.● 박각시나방 애벌레의 배 아래쪽을 핀셋으로 꼬집었더니 이 애벌레가 바로 몸을 굽히는 것을 보고 곤충이 통증을 피하려는 반응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2003년에는 다른 미국 연구팀이 바닥이 46℃로 데워지면 초파리가 바닥을 피해 바로 날아가 버린다는 연구를 발표했고요.●
이미 곤충이 통증을 느낀다고 알려져 있었네?
이 증거들만으로는 곤충이 통증을 느끼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었어요. 통증 신호가 뇌까지 전달돼 곤충이 고통을 느끼고 반응을 한 건지 확인이 필요하거든요. 치트카 교수팀이 곤충의 통증 관련 연구들을 찾아본 결과, 2020년 미국 미시간대학교 생명과학연구소 빙기 오 교수팀이 ‘신경펩타이드’라는 물질이 초파리의 신경에서 분비된다는 연구를 발표한 것을 확인했어요. 이는 인간이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도록 뇌에서 신호를 보낼 때 척추 신경에서 분비되는 물질과 비슷해요.
신경펩타이드의 발견이 어떤 의미가 있지?
교수팀은 통증이 곤충의 뇌까지 전달돼 신경펩타이드가 분비되는 거라고 추측했어요. 신경펩타이드가 뇌의 명령을 받아 분비되는 물질이기 때문이죠. 곤충이 신경펩타이드로 통증 조절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고요. 연구에 참여한 이란 테헤란대학교 사제데 살락 연구원은 “식용 곤충으로 활용하거나 곤충을 죽일 때, 곤충이 고통을 느낀다는 점을 고려해서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통합생물학및약리학과 에드가월터스 교수팀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생물학과 다니엘 트레이시 교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