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 캐고 지질학자] 우리나라 최고의 화석 지층, 제주도 서귀포층!

제주도 서귀포시의 바닷가, 잠수함 선착장 너머 해안에는 하얀색 조각들이 무수히 박힌 크고 작은 암석이 굴러다닙니다. 자세히 보면 이 흰 조각은 전부 해양 생물의 화석입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화석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지층, 서귀포층에서 떨어져 나온 암석이죠. 지난 2월 26일, 이창욱 기자와 함께 제주도 서귀포층을 찾았습니다!

 

 

 

바닷가에 화석이 막…, 굴러다닌다?!

 

가까이 있는 모래색 퇴적암 위를 살펴봤습니다. 손바닥보다 더 큰 조개껍데기들이 수없이 겹쳐져 쌓여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만~120만 년 전, 이곳의 얕은 바다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북방가리비의 화석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산호, 다양한 연체동물, 성게, 바다 밑바닥에 살던 동물들이 뚫어놓은 구멍까지 수많은 화석이 이곳의 퇴적암에 남아 있습니다. 눈썰미가 좋다면 바다가 돌 위에 남긴 물결자국도 찾을 수 있지요.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다양한 시기의 화석이 발견됩니다. 그중에서도 제주 서귀포층 조개류 화석 산지는 가장 다양하고 풍부한 화석이 발견되는 지역입니다. 잠깐, 제주도는 마그마가 굳어져 만들어진 화산섬인데 어떻게 퇴적암에서 발견되는 화석이 나오냐고요?


제주도 지역은 원래 모래가 깔린 수심 100m 이내의 얕은 바다였습니다. 조개나 고둥처럼 탄산칼슘(CaCO3)으로 껍데기를 만드는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었지요. 그러다 신생대인 약 150만 년 전부터 물속에서 화산이 분출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얕은 바다의 모래와 생물의 유해, 화산에서 나온 돌 부스러기(화산쇄설물)가 함께 섞이며 쌓였지요. 이 퇴적층이 지금 제주도의 기반을 이루는 ‘서귀포층’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서귀포층에는 흰색 화석, 밝은색 모래, 어두운색 화산쇄설물이 뒤섞여 쌓인 모습을 관찰할 수 있죠. 이후 약 50만 년 전부터 분출한 현무암질 마그마가 서귀포층을 덮으며 지금의 제주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주로 어두운 현무암만 보이지만, 이곳 서귀포시 천지동 해안에는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서귀포층이 드러나 있어 직접 지층을 관찰할 수 있죠.


서귀포층의 또 다른 특징은 물을 잘 흡수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주도에 내린 비는 땅속으로 스며들다 서귀포층 위에 고여 지하수층을 이룹니다. 제주도 사람들이 신선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이유도 서귀포층 덕이라 하겠습니다.

 

 

 

서귀포층 화석을 보면 기후 변화를 알 수 있다

 

과거에 살았던 생물의 유해나 흔적이 지층에 보존된 것을 ‘화석’이라 부릅니다. 화석을 연구하면 고생물의 형태나 습성은 물론, 고생물이 살던 시기의 환경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죠. 예를 들어 서귀포층의 화석에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에서 사는 생물들이 함께 발견된다는 거예요. 북방가리비는 현재 동해 최북단의 차가운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지층에서 발견되는 산호와 일부 연체동물은 제주도보다 더 따뜻한 바다에서 살지요. 이 생물들은 어떻게 같은 지층에서 발견되는 걸까요?


지난 250만 년 동안 지구가 수십 차례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며, 한반도가 있는 온대 지방은 기후의 변화를 가장 크게 겪었습니다. 기후가 변해도 극지방은 여전히 춥고 열대 지방은 여전히 따뜻했지만, 온대 지방의 기후는 급격하게 변했지요. 빙하기에는 북쪽의 차가운 기후대가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한반도 주변 바다의 수온을 차갑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제주도 부근의 바다에서도 찬물에 사는 북방가리비가 살 수 있었던 것이죠. 한편 간빙기가 되어 수온이 올라가면 따뜻한 남쪽 바다에 살던 생물들이 제주도 부근까지 올라왔습니다. 여러 차례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면서 여러 기후에서 자라는 생물들이 얕은 바다에서 함께 쌓여 다양한 화석이 발견되는 거지요.

 


기후 변화를 알려주는 서귀포층의 화석처럼, 화석은 지구 환경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19세기의 지질학자들은 2억 5000만 년 전 지층을 기점으로 위와 아래의 화석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요. 이때 지구에 살던 약 95%에 이르는 생명체가 사라졌는데, 이렇게 대량의 생명체가 사라지는 현상을 ‘대멸종’이라 부르지요. 대멸종이 나타나는 지층은 또 있습니다. 약 6500만 년 전의 지층에서도 운석 충돌의 여파로 지구의 약 75%에 달하는 생명체가 사라져 버렸지요.
그래서 지질학자들은 화석의 종류가 급격히 변하는 때를 기준으로 지질 시대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2억 5000만 년 전보다 오래된 시대를 고생대로, 이후를 중생대로 나누고, 6500만 년 전 이후는 신생대라고 부르기로 한 것이죠.

 

 

필자소개

 

 

 

우경식

 

(강원대학교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해양지질학을 공부하고 1986년부터 강원대학교 지질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동굴연맹 회장을 역임했으며, IUCN 세계자연유산 심사위원으로 세계의 지질유산을 심사하고 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금까지 지구 역사상 5번의 대량멸종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지질학자들은 어쩌면 지금이 6번째 대량멸종 시기일지도 모른다고 우려합니다. 인류가 환경을 파괴하면서 수많은 생물을 멸종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죠. 지층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잔뜩 쌓인 새로운 지질 시대를 남기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지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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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우경식 명예교수
  • 에디터

    이창욱 기자 기자
  • 디자인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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