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지류 다리 숫자에 입이 떡 벌어졌겠지만 놀라긴 아직 일러. 우리 선조들이 육상에 제일 먼저 진출한 동물이란 거 알아? 또 선조 중에는 지금의 인간보다 훨씬 큰 동물도 있었어. 얼마나 컸냐고? 저기 지나가는 저 자동차만큼…?
5억 4100만 년 전부터 2억 5200만 년 전까지 이어진 고생대는 다지류의 전성기였습니다.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다지류가 번성한 것도 이 시기였죠.
다지류는 바다에서 육상으로 최초로 진출한 동물입니다. 고생대 초기의 육지는 수분이 부족하고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을 막아줄 오존층도 부족했어요. 하지만 다지류는 딱딱한 껍데기를 가지고 있어 육지의 가혹한 환경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이끼와 함께 물가에 첫 육상 생태계를 만든 다지류는 이후 급격하게 진화합니다.
작년 12월에는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거대한 노래기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지구과학과 닐 데이비스 박사팀은 영국 북동부 노섬벌랜드 지역에서 3억 2600만 년 전 고생대 석탄기에 살았던 노래기 ‘아르트로플레우라’의 껍데기 일부분을 찾았습니다. 약 70cm 크기의 화석을 토대로 계산하니, 길이 약 2.6m에 무게만 50kg에 이르렀다는 결과가 나왔죠. 작은 자동차만 한 크기였다는 뜻입니다.
노래기가 이렇게 크게 자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현재 대기의 산소 비율이 21%인데 비해, 석a탄기 대기의 산소 비율이 35%에 달할 정도로 높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폐로 산소를 들이마시면, 심장이 온몸에 산소가 녹아 있는 피를 보냅니다. 한편 다지류와 곤충은 온몸에 뚫린 가느다란 관인 ‘기관’을 통해 세포에 산소를 공급해요. 따라서 산소 농도가 현재보다 훨씬 높았던 석탄기에는 몸속 깊은 곳에도 산소가 쉽게 도달할 수 있어 노래기가 크게 자랄 수 있었죠.
이와 함께 아르트로플레우라의 경쟁자가 될 다른 육상동물도 없어,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절지동물로 몸집을 불릴 수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