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과학 교과서] <인어공주> 물속에서 숨 쉴 방법은?

 

 

“아, 정말 좋다!”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가 온 곳은 야자수 너머로 백사장이 펼쳐진 아름다운 해변! 탐정 사무소 일도 잠시 잊을 만한 경치였죠.
“사무소를 떠나도 사건은 꼭 터지더라고요?”
“맞아. 여기선 괜찮겠지?”
함께 빈둥대는데, 바닷가에서 누군가 달려옵니다.
“저기, 꿀록 탐정님 맞으시죠?!”

 

 

동아마을에 무슨 일이?

인어공주와 함께 살고 싶어요!

 

“이, 이게 누구십니까! 왕자님!”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인어공주의 오랜 애인인 왕자님! 이전에 꿀록 탐정이 바닷속 궁전을 방문했다가 마주친 이후로 오랜만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가까운 물속에서 인어공주님이 꿀록 탐정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죠.
“휴가 중인 것 같아 죄송하지만…, 제가 상담하고픈 일이 생겼어요.”
“아! 어떤 일인가요?”
바닷가를 걸으며 이야기를 주고받던 왕자님이 말문을 떼자, 꿀록 탐정은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어요. 개코 조수는 옆에서 나직하게 혀를 찹니다.
‘어휴, 휴가 와서도 일이라니! 우리 탐정님은 마음이 약해서 탈이라니까?’
“인어공주와 제가 만난 지도 오래되었고, 이제는 함께 살 곳을 고민하고 있어요.”
문제는 인어공주는 물이 편하고, 왕자님은 뭍이 편하다는 점이었어요. 예전에 인어공주가 마법의 힘을 빌려 땅 위로 올라온 적이 있었지만, 부작용이 커서 다시 물속으로 돌아가야 했죠. 왕자님이 다시 간절한 얼굴로 말했어요.
“그래서 이번엔 제가 물속으로 내려가서 살아볼까 하는데, 아무래도 호흡기를 계속 끼고 있기는 너무 힘들더라고요. 혹시 물속에서 숨을 쉬는 방법이 있을까요?”
“예? 용왕님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일개 탐정인 저한테 물어보시는 건가요…?”
꿀록 탐정은 발목까지 차오르는 바닷물을 한참 바라봤습니다. 발굽 사이로 흰 모래가 쓸려나갔어요.
“우선 호흡의 원리부터 알아두면 좋겠네요.”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호흡, 산소를 받고 이산화탄소를 버려라!

 

우리가 24시간 쉬지 않고 하는 활동이 있으니, 바로 ‘호흡’입니다. 호흡은 몸 바깥에서 산소를 흡수하고 몸속의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과정을 말해요. 대부분 생물은 섭취한 영양분을 산소와 반응시켰을 때 나오는 에너지를 생명 활동에 이용해요. 그 결과 노폐물인 이산화탄소가 생기죠. 그래서 산소를 이용하는 생물은 꾸준히 외부의 산소를 받아들이고 내부의 이산화탄소를 내보내야 해요. 이때,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과정을 ‘외호흡’, 세포 내에서 산소를 영양분과 반응시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을 ‘내호흡’이라 부릅니다.


동물은 여러 종류의 호흡 기관을 진화시켰어요. 많은 육상동물은 호흡 기관인 폐를 이용해 공기 중 산소를 호흡합니다. 수생동물은 아가미로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를 호흡해요. 한편, 지렁이와 개구리를 비롯한 몇몇 동물은 축축한 피부를 통해 호흡할 수 있어요. 피부 가까이 뻗은 모세혈관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합니다.


이렇게 호흡 기관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모두 ‘기체의 확산’이라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확산은 기체 분자가 분자 운동을 하면서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점점 퍼지는 성질이에요. 호흡 기관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요. 예를 들어 폐에서는 ‘산소 분자가 많은 공기’에서 ‘산소 분자가 적은 피’로 확산하여 녹아들어요. 반대로 이산화탄소는 ‘이산화탄소 분자가 많은 피’에서 ‘이산화탄소가 적은 공기’로 확산하여 방출되지요. 확산 덕분에 산소가 많이 녹아 있는 피가 온몸 구석구석으로 산소를 전달할 수 있답니다.

 

.

 

통합과학 넓히기

장호흡, 포유동물도 할 수 있다?!

여름철, 수온이 올라가면 물 흐름이 빠르지 않은 강이나 연못물에서는 산소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기체 산소는 물 온도가 낮을수록 더 많이 녹고, 높을수록 적게 녹기 때문이죠.
민물고기는 이렇듯 산소가 부족해지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호흡 방법을 진화시켰어요. 그중 하나는 미꾸라지나 메기가 사용하는 ‘장호흡’이에요. 이 물고기들은 평소 아가미로 호흡을 하다 때때로 수면 위로 올라와 공기를 삼켜 장에서 호흡해요. 미꾸라지의 뒤창자에는 혈관이 빽빽하게 모여 있어 삼킨 공기 방울 속의 산소를 혈관을 통해 흡수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올해 6월, 일본 도쿄의과대학교의 다케베 타카노리 교수팀이 포유동물도 장호흡을 할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포유동물의 장이 산소를 흡수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 생쥐와 쥐의 항문으로 산소를 주입했습니다. 포유류의 항문 근처 직장●은 점막이 얇고 혈관이 모여 있어 기존에도 약물 등을 체내로 신속히 투여할 때 쓰인 부위였습니다. 실험 결과, 산소 부족 상태에서 항문으로 산소를 공급받은 동물이 그렇지 않은 동물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어요. 산소도 약물처럼 직장에서 흡수되어 몸으로 퍼지는 것이죠.


그런데 이 방법을 쓰려면 직장 내벽을 긁어내 얇게 만드는 시술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연구팀은 이런 시술 없이 장호흡을 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독성이 없고 산소를 많이 녹일 수 있는 액체(퍼플루오로데칼린)를 써보기로 했어요. 이 용액에 산소를 녹인 뒤 쥐와 돼지의 항문으로 주입한 결과, 동물 혈액의 산소 농도가 올라갔어요. 체내로 산소가 공급된 것이죠.


연구팀이 포유동물의 장호흡을 연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장호흡 기술이 발전하면 폐호흡이 힘든 환자들을 구할 수 있어요. 연구팀은 논문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공심폐 장치가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새 호흡법이 환자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 밝혔답니다.

 

●직장 : 대장에서 결장(구불잘록창자)과 항문 사이의 부위. 길이는 약 12cm 정도이다.

 

 

 

에필로그

“어, 그러니까…, 제 뒤꽁무니로 액체를 넣으면…, 숨을 쉴 필요가 없다는 거죠?”
왕자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꿀록을 쳐다보더니 말했어요.
“아무래도 이 방법은 힘들 것 같아요. 설사 이렇게 해서 물속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인어공주가 좋아할 것 같지 않아요….”
꿀록 탐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동의합니다. 하지만 굳이 물속에 들어가야 할까요? 이곳 해변은 정말 아름다운걸요. 바다와 바로 연결되는 수영장이 있는 집을 지으면 어떨까요? 그러면 두 분 모두 행복할 것 같은데요.”
“그게 훨씬 낫겠는걸요!”
왕자님은 해변에서 헤엄치고 있는 인어공주를 향해 걸어가며 미소지었답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1년 1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창욱 기자 기자
  • 일러스트

    이창섭
  • 디자인

    정해인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