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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학교과서] <피터 팬> 눈이 부셔, 팅커벨!

 

“어, 여긴가 보다!”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가 ‘악어와 해적 조심’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지나 작은 섬으로 걸어 들어갔어요. 오늘의 목적지는 네버랜드! 네버랜드의 주인공인 피터 팬이 이 먼 곳까지 두 탐정 콤비를 부른 것이죠. 저 멀리서 피터 팬이 날아오는 모습을 보고 꿀록 탐정이 손을 흔들었어요.
“피터 팬 씨,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고 계시나요?”

 

#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너무 밝아서 잠이 안 와!

 

그런데 피터 팬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어요. 안색이 잿빛인 데다 눈 밑은 퀭한 것이 피곤에 절어 보였어요. 초조한 표정으로 피터 팬 곁을 날아다니던 팅커벨이 말했어요.
“요즘 피터 팬이 밤에 잠을 거의 못 자요….”
“아니, 그런 고민은 제가 아니라 의사 선생님께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피터 팬의 고민은 불면증이었어요. 피터 팬은 평소 팅커벨과 함께 네버랜드 중간 비밀의 숲에 살고 있어요.
“제가 잠을 못 자는 건 이곳이 밤에도 밝아서예요.”
“그게 무슨 말이죠?”
“곧 알게 될 거예요!”
이윽고 밤이 되자 비밀의 숲이 빛나기 시작했어요! 숲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는 물론, 거대한 나무 밑동에 붙어있는 버섯, 버섯 밑을 돌아다니는 개구리, 나무 위를 뛰어다니는 날다람쥐까지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어요.
“비밀의 숲은 밤이 되어도 여러 생물이 내는 빛 때문에 어두워지지 않아요.”
“하지만 이 정도 빛이면 그렇게 밝지는 않잖아요?”
“문제는 팅커벨이에요….”
요정 팅커벨은 반짝반짝 빛나는 가루를 흩날리며 날아다녀요. 팅커벨과 친구 요정들이 내는 빛이 너무 밝아 피터 팬은 밤에도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죠. 팅커벨이 뒤척이기라도 하면 빛이 번쩍여 잠이 깨버렸거든요. 꿀록은 미안해하는 팅커벨의 표정과 졸음으로 수척해진 피터 팬의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먼저 생물들이 내는 빛에 대해 알아봐야겠네요.”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생물이 내는 빛에도 종류가 있다!

 

심해의 어류부터 깊은 숲속에 사는 포유류까지, 놀랍게도 수많은 생물이 빛을 만들거나 내뿜을 수 있답니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생물은 꽁무니에서 빛을 내는 ‘반딧불이’예요. 이런 생물은 어떻게 빛을 만들까요? 생물은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빛을 만들어요. ‘생체 발광’과 ‘생체 형광’이지요.


생체 발광은 생물이 자신의 에너지를 사용하여 직접 빛을 만드는 현상이에요. 발광 생물의 몸속에는 빛을 만드는 ‘루시페린’이라는 물질이 있어요. 생물에 따라 루시페린의 종류와 빛을 만드는 화학 반응이 다르지만, 산소와 반응해 빛을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예를 들어 반딧불이의 경우, 루시페린에 에너지를 전달하는 분자인 ATP가 결합하면 루시페린이 활성 상태로 변해요. 이때, ‘루시퍼레이즈’라는 효소가 활성 루시페린과 산소를 반응시키면 빛이 만들어지죠. 이 과정에서 분해된 루시페린은 다른 분자와 결합해 다시 루시페린이 된답니다. 반딧불이 이외에도 달팽이, 버섯, 심해의 미생물 등이 생체 발광을 일으키죠.


한편 생체 형광은 생체 발광과는 다르게 빛을 직접 만드는 현상은 아니에요.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했다가 다른 파장의 빛으로 바꿔 다시 발산해요. 대개는 자외선처럼 짧은 파장의 빛을 흡수해 가시광선처럼 긴 파장의 빛으로 방출하죠. 그래서 생체 형광 생물에게서 형광 현상을 관찰하려면 자외선 조명 등을 비춰서 확인해야 하지요. 상어부터 개구리, 날다람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생체 형광을 가져요. 


생체 발광이나 생체 형광은 포식자가 먹이를 유인하고 공격하기 위해서, 피식자가 포식자를 따돌리거나 피하려고, 혹은 같은 종끼리 서로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쓰이는 것으로 확인됐어요. 예를 들어, 깊은 바다에 사는 훔볼트오징어는 서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생체 발광을 이용해요. 몸 여러 곳에서 불빛을 뿜어 다른 개체와 대화를 하는 데 쓰는 것이죠.

 

 

 

# 통합과학 넓히기

오리너구리, 형광으로 빛난다?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동물엔 뭐가 있을까요? 분명 그중 하나로 ‘오리너구리’가 손꼽힐 거예요. 호주 동부와 태즈메이니아섬에 서식하는 오리너구리는 반수생 동물이에요. 털이 난 몸에 오리처럼 넓적한 부리, 비버처럼 두툼한 꼬리를 가지고 있어 여러 동물을 섞어놓은 것처럼 생겼어요. 미세한 전기를 느낄 수 있어 흙탕물 속에서 눈을 감고도 사냥할 수 있어요. 이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다섯 종밖에 없는 알을 낳는 원시적인 포유류, ‘단공류’에 속하기도 하죠. 


최근 오리너구리의 비밀 하나가 더 밝혀졌어요. 지난 10월, 미국 노스랜드대학교의 파울라 스패스 애니히 교수팀은 오리너구리가 형광을 낸다고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미국 시카고의 필드 박물관 등지에 보관된 3개의 오리너구리 표본에 200~400nm(나노미터, nm는 10-9m) 파장의 자외선을 비추어 보았어요. 그랬더니 오리너구리의 몸을 덮고 있는 진한 갈색 털이 500~600nm 파장의 빛인 파란색과 초록색을 띠기 시작한 거예요.


파울라 스패스 애니히 교수팀이 동물의 형광을 발견한 것은 처음이 아니에요. 지금으로부터 1년 전에는 북아메리카의 날다람쥐가 형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지요. 당시 연구팀은 야외에서 지의류를 조사하다가, 새 모이통에 든 먹이를 훔치려 내려온 날다람쥐를 우연히 자외선 손전등으로 비췄어요. 그러자 날다람쥐가 분홍색 형광을 내뿜었던 것이죠.


당시 연구팀은 이전까지 형광을 가진 유일한 포유동물로 알려졌던 미국 주머니쥐와 날다람쥐가 모두 야행성이라는 점에 주목했어요. 그래서 형광을 가진 다른 야행성 포유동물이 있겠다고 추측하고, 자외선으로 박물관에 보관된 포유류 표본을 검사하다 오리너구리를 발견한 거죠. 오리너구리는 야행성 동물로 밤에 강물 속을 헤엄치며 개구리, 물고기, 곤충 등을 사냥한답니다.


연구팀은 “오리너구리가 형광을 가진 이유가 짝짓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며, “암수 관계없이 같은 무늬의 형광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말했어요. 그보다는 밤에 서로를 더 잘 알아보거나 포식자에게서 몸을 숨기기 위해서라고 추측했답니다.

 

 

# 에필로그

 

“…그러니까 생물들이 빛을 만드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예요.”
“팅커벨도 마찬가지란 말씀이죠?”
“그렇죠. 팅커벨과 요정 친구들이 밤에도 밝은 빛으로 숲 구석구석을 비추지 않았다면, 후크 선장과 악어들이 몰래 비밀의 숲으로 들어오기도 더 쉬웠을 거고요.”
팅커벨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어요.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지은 피터 팬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꿀록 탐정에게 물었어요.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깊이 잘 수 있을까요?”
“어떡하긴요! 안대를 끼고 자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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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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