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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학 교과서] <양치기 소년> 독약의 정체를 밝혀라!

 

“아야~! 아이고, 아파라!”
큰 비명이 울려 퍼지며 꿀록탐정사무소 문이 열렸어요.
“양치기 소년, 괜찮습니까? 어디를 다친 건가요?”
꿀록 탐정의 질문에 양치기 소년은 오른쪽 뺨을 부여잡고 답했어요.
“이가 빠질 것처럼 너무 아파요. 마을 사람들이 제게 준 간식에 독약이 들어있던 게 분명해요!”

 

 

#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양치기 소년의 치아를 노린 범인은?

 

“간식에 독약이 들어있었다고요?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꿀록 탐정의 말에 양치기 소년은 보온병에 직접 담아온 음료를 꺼내서 들이켰어요. 그리고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어요.
“오늘 아침에도 여느 때처럼 목장으로 출근해 양들을 돌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양들이 풀을 뜯는 동안 나무 그늘에 앉아 쉬다가 깜빡 잠이 들었지 뭐예요.”
“그런데요?”
“그런데 꿈속에 늑대가 나타나 양들을 모조리 잡아먹는 거예요! 너무 놀라서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를 쳤죠.”
“저런~. 마을 사람들이 깜짝 놀랐겠군요.”
“예. 편의점 주인 아주머니와 목장 주인의 딸, 옆집 할아버지까지 모두 저에게 달려왔어요. 그리고 잠꼬대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전부 저를 나무라며 돌아갔답니다.”
‘꿀꺽꿀꺽!’
양치기 소년은 또다시 가져온 음료를 마신 뒤 말을 이어갔어요.
“오후가 되자 마을 사람들이 간식을 가져다주었어요. 편의점 아주머니는 삶은 감자를, 목장 주인의 딸은 우유, 옆집 할아버지는 토마토를 주고 가셨죠. 그래서 맛있게 먹었는데, 그때부터 이가 빠질 것처럼 아프더라니까요! 제가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간식에 독약을 넣은 게 분명해요!”
“자~,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진정하고 목장에 가 봅시다.”
꿀록 탐정과 개코, 양치기 소년은 목장에 도착했어요. 현장을 자세히 살피던 꿀록 탐정은 뭔가 깨달은 표정이었어요.
“양치기 소년의 이가 아픈 이유를 알았습니다.”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콜라, 사이다가 실제로 치아 녹인다

 

‘콜라 먹으면 이빨 썩는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과학적으로 증명됐어요.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팀은 지난 7월 21일, 청량음료와 과일주스가 치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치아를 콜라와 사이다, 오렌지 주스에 각각 담근 뒤에 나타나는 변화를 현미경으로 관찰했어요. 이때 사용한 것이 ‘원자간력 현미경’이에요. 원자간력 현미경에는 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수준으로 작고 뾰족한 탐침자가 달려 있어요. 이 탐침자를 물체의 표면에 가까이 대면 물체 표면과 탐침 끝의 원자 사이에 힘이 작용하는데, 이 힘을 측정해 미세한 물체의 표면을 관찰하는 거예요.


연구팀은 음료에 담가 놓은 치아 표면의 거칠기와 탄성계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측정했어요. 거칠기는 치아가 부식된 정도를, 탄성계수는 치아에 힘을 가했을 때 이 힘에 견디는 정도를 나타내요. 튼튼한 치아일수록 거칠기는 낮고, 탄성계수는 높지요.


콜라와 사이다, 오렌지 주스에 담가 둔 치아는 모두 10분 뒤에 표면의 거칠기가 5배 이상 커졌어요. 치아의 가장 바깥 부분인 법랑질은 90% 이상이 칼슘으로 이루어졌어요. 치아에 있던 세균은 음료 속의 당분을 분해해 산을 뱉어내요. 세균이 뱉어낸 산과 탄산음료에 들어있는 산성 물질이 법랑질의 칼슘을 조금씩 깎아내 치아를 파괴한 거죠. 이를 ‘충치’라 해요. 이런 과정이 이어지면 법랑질 안에 있는 상아질이 드러나 통증을 일으킨답니다.


치아의 탄성계수는 음료에 치아를 담근 뒤 5분 동안 약 5배 감소했어요. 치아가 외부의 힘에 견디는 능력이 5분의 1로 떨어진 셈이지요. 이런 거칠기와 탄성계수의 변화는 이미 상한 치아일수록 더 빠르게 진행됐답니다.


홍승범 교수는 “실제 치아는 보호막 역할을 하는 침 덕분에 연구 결과만큼 심각하게 부식되지 않겠지만 장시간 청량음료에 노출되면 기계적 특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어요.

 

 

▲ PDF에서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통합과학 넓히기

치아 표면이 주상절리를 닮았다고?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곳이 어디일까요? 바로 ‘치아’랍니다. 치아 중에서도 가장 바깥 부분인 법랑질은 200kg 이상의 무게도 견딜 정도로 아주 튼튼하다고 알려졌지요.


이런 치아의 법랑질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지금껏 과학자들은 치아 법랑질의 정확한 구조와 특징을 알지 못했어요. 그러다 지난 7월 초,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재료학과 과학자들이 치아 표면의 법랑질을 원자 수준으로 자세하게 촬영하는 데 성공했어요. 연구팀은 치아를 관찰하는 데에 ‘주사전자현미경’과 ‘주사투과전자현미경’을 사용했어요. 두 현미경 모두 물체에 전자빔을 쏘아 물질의 성분과 모양 등을 알아내요.


연구팀이 주사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치아의 표면을 살펴본 결과, 놀랍게도 치아 표면은 길고 뭉툭한 결정이 모여 반복적으로 배열돼 있었어요. 이 결정은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 정도로 아주 미세한 크기였지요. 이런 결정들이 겹쳐 있는 모습은 마치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수직 돌기둥인 주상절리와 비슷해 보였어요.


연구팀은 주사투과전자현미경을 통해 법랑질의 주 성분도 자세히 알아냈어요. 칼슘과 인을 재료로 한 물질인 수산화인회석이 균일하게 격자처럼 이어져 결정을 이루고 있었던 거죠. 또한,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마그네슘, 나트륨, 불소, 탄산염 등의 미세한 구성 성분을 파악하는 데에도 성공했답니다. 특히 결정 중심 부분에 많은 마그네슘을 발견했어요. 연구팀은 마그네슘이 결정을 뒤틀리게 하는 힘을 만드는 것으로 추정했어요. 이어 법랑질을 이루는 결정들의 뒤틀림이 치아를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앞으로 치아 법랑질 손상을 막고 복원하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어요. 

 

 

 

# 에필로그

 

꿀록 탐정은 나무 밑에 있던 콜라와 사이다 병을 들어 올리며 질문했어요.
“이 음료수 병들은 뭐죠?”
“그건 제가 마신 음료수들이에요. 여기 보온병에 담아서 시원하게 들이키곤 하지요.”
양치기 소년이 허리춤에 있는 보온병을 꺼내 들며 대답했어요.
“엥? 콜라인가요? 복수는 무슨…, 바로 이 음료수들이 당신의 치아를 망가트렸다고요! 이건 독약이 아니라 충치입니다!”
“네? 아이고~, 이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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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6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혜림 기자
  • 에디터

    김정 기자 기자
  • 일러스트

    이창섭
  • 디자인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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