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바로…, 말 잘 듣는 아이들을 가두는 지하 감옥이다!
네가 언제나 얌전하고 예의 바른 아이가 되길 원한다면 영원히 여기 있어.”
이 책은 경고로 시작한다. 마음이 약하거나, 비위가 약하거나,
퀴즈에 약하거나, 탈출에 약한 친구라면 지금이라도 이 책을 덮어라.
데블X가 지하 감옥에 영영 가둘 지도 모르니….
지하감옥에 갇히고 싶지 않다면?
수수께끼를 풀어라!
“내가 무시무시한 책이 되게 도와줄 수 있어? 할 건지 말 건지는 너 스스로 결정해.”
부릅 뜬 두 눈, 앙다문 입술, 반항적인 표정의 데블X는 이 책을 펼친 독자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이 데블X는 누구일까? 데블X는 어린이들이 보는 작은 책이지만, 앞으로 모두 무서워서 벌벌 떠는 사악한 책이 되는 것이 장래희망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책이 되기엔 진짜 나쁜 책들의 비웃음을 살 정도로 아직 부족하기만 하다며, 독자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내가 아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야기와 골치 아픈 수수께끼들을 시험해 볼 용감한 독자가 되어 달라”고. 그리곤 “만약 내가 들려주는 수수께끼들을 풀지 못한다면 지하감옥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 나지막히 경고한다. 책을 덮어버리면 그만인데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걸까?
이 책은 1쪽부터 순서대로 읽는 책이 아니다. 데블X의 수수께끼를 풀고 지시에 따라 뒤쪽으로 껑충 뛰었다가, 앞쪽으로 다시 되돌아오길 반복하며 읽어야 한다. 하지만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책 속에서 길을 잃고 만다. 풀지 못한 수수께끼 때문에 더이상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알 수 없다면, 결말이 무척 궁금하고 계속 신경이 쓰이지 않을까?
데블X는 이런 사람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결국 이 책을 펴는 순간, 이미 데블X의 손아귀에 사로잡힌 것이다. 지하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으스스한 이야기 속 숨겨진 메시지를 찾아라
이번엔 으스스하고 기이한 이야기를 들을 차례! 첫 번째는 풍선소녀라 불리던 클라라의 이야기다.
세상에서 가장 예의 바른 어린이를 꿈꾸던 클라라는 언제나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다. 선생님께 늘 사실대로 대답했기 때문에 고자질쟁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식사를 하던 클라라는 방귀를 뀌었다는 이유로 부모님께 크게 무안을 당한다.
“이렇게 버릇이 없다니! 이제 이런 것쯤은 참을 수 있을 만큼 나이를 먹지 않았니?”
클라라는 이날부터 방귀가 엉덩이로 슬슬 기어 나오려는 낌새가 보이면 볼기짝에 힘을 꽉 주고 참았다. 이제 더는 트림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클라라의 몸안에 날마다 가스가 쌓여 풍선처럼 몸이 부풀고 말았다. 그러다 그만…, 뻐엉! 실수로 흘린 못에 찔려 터져 버리고 만다. 클라라의 비극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결론은 하나뿐이야. 말을 잘 들을 필요가 없다는 거지! 안 그래?”
데블X의 속삭임처럼 이 이야기의 교훈은 부모님의 말을 잘 들을 필요가 없단 뜻일까? 혹시 클라라가 비극을 피할 방법은 없었을까?
두 번째는 못된 장난을 일삼는 소년 알베르트의 이야기다. 기회만 있으면 장난을 치는 알베르트 때문에 선생님과 부모님, 친구들은 모두 늘 화를 냈다. 그러다 문득 알베르트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너무 재밌어서 모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는 장난을 치면 어떨까?’
알베르트는 몇 달 동안 공들여 장난을 준비했다. 온갖 종류의 세제를 모아 남몰래 끓인 후 농축 세제를 만든 것이다. 그리곤 깜깜한 새벽에 학교 건물로 들어가 세면대에 농축 세제를 가득 붓고 수도꼭지를 전부 틀어 학교를 거대한 거품 목욕통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다. 이 장난은 알베르트의 목표대로 모두를 즐겁게 만들었다.
“알베르트는 착한 아이일까? 못된 아이일까? 장난은 웃음을 주는 좋은 행동이야? 아니면 혼날 만한 나쁜 행동이야?”
데블X가 들려주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는 잔인하면서도 어쩐지 유쾌하고, 또 한편으론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그리고 데블X의 질문은 고스란히 독자를 향한다.
“너는 어떤 어린이니? 말을 잘 듣니? 아니면 장난을 좋아하니? 다른 사람을 자주 속이진 않고?”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결국 스스로 찾아야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 나를 잘 아는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 나눠보자. 생각과 마음이 훌쩍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착한 어린이는 가라! 용감한 어린이들이여, 데블X에 도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