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가? 우리 지렁이들의 매력이?
사실 이미 우리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이 꽤 있었네. 평생을 지렁이 연구에 바친 사람부터, 주변 사람들을 모아 다같이 지렁이를 연구하는 사람들까지, 우리를 궁금해하는 방법도 제각각이지.
다윈도 푹 빠진 지렁이
“이토록 낮은 수준의 유기체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른 동물이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 말은 19세기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1881년, <;지렁이의 작용에 의한 부식토의 형성>;이란 제목의 책(아래 사진)을 내면서 지렁이에 대해 평가한 내용이에요. 그는 비글호를 타고 여행을 다녀온 뒤 집 근처의 넓은 밭에서 지렁이를 키우며 40년 동안 지렁이를 연구했답니다.
죽기 직전까지 지렁이를 연구한 다윈은 지렁이가 1년 동안 약 0.2~0.5cm 깊이의 흙을 수직으로 섞으며, 이때 표면으로 올라오는 흙만 1ha(헥타르)를 기준으로 17~40t(톤)에 달한다고 결론 내렸어요. 지렁이의 똥이 농작물에 비료로 작용한단 사실도 처음으로 밝혔답니다.
_INTERVIEW
최훈근(지렁이농업연구소장, 전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
“우리나라에서 30년 넘게 지렁이를 연구했어요!”
경기도 일산에 있는 ‘지렁이농업연구소’를 운영하는 최훈근 소장님은 ‘우리나라 1호 지렁이 박사’라고도 불려요. 아무도 지렁이를 연구하지 않던 1990년대에 처음으로 지렁이 연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지렁이를 연구하고 계시기 때문이지요. 소장님을 만나 어떤 사연이 있는지 들어보았어요!
Q 어쩌다 지렁이 연구를 시작하셨어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공장에서 생산하고 남은 음식 폐기물이나 분뇨 등은 모두 전문 처리업체에 돈을 주고 처리해야 했어요. 그러다 이를 지렁이 농장에 주고, 지렁이의 먹이로 쓸 수 없을까 생각하게 됐죠. 그때가 국립환경과학원에 있을 때였는데, 국가 과제로 지렁이가 어떤 환경에서 산업 폐기물을 더 잘 처리하는지 연구하기 시작했죠.
Q 지금도 지렁이를 연구하고 계신가요?
네. 2014년에 국립환경과학원에서는 은퇴했지만, 개인적으로 일산에 지렁이농업연구소를 차리고 농사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작년부터는 대산농촌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밭에 지렁이를 효과적으로 이식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답니다.
Q 어과동 친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사람들이 사실 평소에는 지렁이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요. 이번처럼 지렁이에 대한 큰 논문이 발표되면 잠시 관심을 가지는 정도지요. 하지만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 밭에서는 지렁이를 찾아볼 수 없게 됐어요. 대부분 화학 비료나 농약을 쓰는데, 그런 환경에서는 지렁이가 살 수 없거든요.
지금처럼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지렁이는 사라질 지도 몰라요. 어과동 친구들이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가지면 지렁이를 지킬 수 있을 거예요!
▲ PDF에서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_INTERVIEW
빅토리아 버톤(영국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 런던 자연사 박물관 연구원 연구원)
“1850명의 시민 과학자와 함께 지렁이를 연구해요!”
영국엔 ‘지구사랑탐사대’처럼 지렁이로 시민참여과학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들은 자신이 사는 곳 주변에서 지렁이를 찾고 어떤 종인지, 몇 마리였는지 등을 조사하는 ‘지렁이 관찰대(Earthworm watch)’지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 빅토리아 버톤 연구원을 이메일로 인터뷰 했어요.
Q 어떻게 ‘지렁이 관찰대’를 시작하셨나요?
저는 목초지나 경작지 등 사람들이 땅을 쓰는 용도에 따라 토양 생물의 다양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 혼자 영국 전체에서 토양 생물을 찾는 건 벅찬 일이었죠. 그래서 시민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답니다.
Q 왜 하필 ‘지렁이’인가요?
지렁이는 건강한 토양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예요. 지렁이가 헤집고 다닌 흙 사이로 물과 공기가 들어가면서 식물이 더 잘 자라요. 그런데 사람들은 지렁이보단 조류나 포유류에 관심이 더 많죠. 저는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고 싶었답니다.
Q 그럼 시민 과학자들이 모은 자료는 어떻게 쓰이나요?
시민 과학자들은 지렁이 관찰대로 활동하면서 탐사 지역과 토양의 습도, 색깔, 질감, 그리고 지렁이의 색깔과 개체수를 기록해요. 이 자료를 분석해 지렁이들이 토양 속 수분에 민감하단 사실을 알아냈어요. 또 유기질 비료를 쓴 곳엔 약 20% 더 많은 지렁이가 살고 있었지요. 지금 논문도 쓰고 있어요. 곧 논문으로 정리된 시민참여과학 결과를 볼 수 있을 거예요.
Q 어과동 친구들도 ‘지구사랑탐사대’를 하면서 생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어과동 친구들이 해볼만한 활동이 있을까요?
그럼요. 지렁이 연구의 장점은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어과동 친구들도 주변에서 일단 지렁이를 찾아보길 바라요. 이때 서로 다른 서식지 환경 두 곳에서 지렁이를 찾아보고 몇 마리나 있는지 헤아려 보세요.
추가 실험을 하고 싶다면 다른 종류의 비료를 땅에 뿌린 뒤 지렁이의 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해 봐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