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하고 그늘진 병동. 꿀록 탐정이 한 병실의 차가운 문손잡이를 잡았어요.
“여기가 토끼가 알려준 방이야. 동화 나라에서 문제를 일으킨 범인이 이 안에 있어.”
개코 조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맨몸으로 들어가시게요?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 그런가?”
긴장한 꿀록이 권투 자세를 취한 그때, 갑자기 안에서 들려오라는 대답이 들렸어요!
<;스토리 따라잡기>; 늙어버린 늑대, 창밖을 보며 한숨을…!
“들어오게나, 꿀록 탐정. 날…, 알아보겠나?”
꿀록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갑자기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어요.
“늑대! 옛날 옛적부터 동화 나라의 여러 문제를 일으켜온 범인! 어렸을 적 형들의 집을 날려버린 당신 모습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그런데…?”
꿀록이 말을 멈추고 가만히 늑대를 살펴봤어요. 늑대는 위엄있는 표정으로 침대 맡에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예전에 알던 그 모습이 아니었지요. 코끝은 건조해져 갈라졌고, 형형하던 두 눈의 빛은 탁해졌고, 여기저기에 듬성듬성 털이 빠져있었어요.
“많이 늙으셨군요. 다시 동화 나라를 망치기 위한 흉악한 계략을 꾸미기 시작한 건가요?”
“그러려고 했지. 그런데 맘이 바뀌었어.”
그 말을 들은 꿀록이 화가 나 소리쳤어요.
“거짓말! 동화 나라 여기저기의 땅을 빼앗을 속셈으로 오염물질을 풀어 산성비를 내리게 만든 것도(6화), 우리 형들 집을 다시 뺏으려고 건물을 무너뜨릴 음모를 꾸민 것도(10화), 헬륨으로 이상한 목소리를 내서 왕궁 주변의 땅값을 떨어뜨린 것도(14화) 당신이잖아요!”
늑대는 흐릿한 눈으로 병원 맞은편 담장을 바라보면서 침착하게 말을 이었어요.
“똑똑하군, 애송이? 하지만 내 계획엔 차질이 생겼어. 보다시피, 내가 큰 병에 걸려서 말이지. 요즘은 병실에 누워 내가 그동안 지은 죄의 대가를 받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네…. 저기 저 담장 옆의 아름다운 단풍나무가 보이나? 저기 달린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어쩌면 내 파란만장한 동화 속 삶도 끝일는지 모르지….”
꿀록은 늑대의 고백에 힘이 쭉 빠졌어요. 이렇게 약해진 늑대는 상상도 못 했거든요.
“아휴, 늑대 아저씨! 무슨 주책이에요? 엄살 좀 피우지 마쇼!”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단풍과 낙엽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산 저산을 다채롭게 물들인 단풍이 지고 있어요. 날씨가 좀 더 추워지면 이내 낙엽이 거리를 덮겠지요. 단풍과 낙엽은 왜 생기는 것이고,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우선 ‘낙엽’은 ‘나뭇잎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해요. 우리나라에서는 겨울로 접어들면서 나뭇잎이 떨어지지만, 날씨가 따뜻한 지방에서는 비가 적게 내리는 건기에 낙엽이 생기기도 해요.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건기인 2~3월에 낙엽이 지지요.
그렇다면 식물은 왜 기껏 만든 이파리를 떨어뜨리는 것일까요? 낙엽은 식물이 계절의 변화에 적응한 방법이에요. 식물은 잎의 엽록체에서 햇빛과 물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고 영양분을 만들어요. 그런데 춥고 건조한 계절이 되면 물과 햇빛이 부족해져 광합성을 하기 힘들어져요. 거기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나뭇잎이 얼어붙기라도 하면, 잎을 이루는 세포가 파괴돼요. 나뭇잎을 달고 있는 것만으로도 물과 영양분 등 에너지를 쓰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어떤 종류의 나무는 겨울이 되어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기 전에 나뭇잎을 모조리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진화했어요. 이런 종류의 나무를 ‘낙엽수’라 불러요. 낙엽수의 잎사귀와 가지를 연결하는 잎자루에는 ‘떨켜층’이라는 구조가 있어요. 봄과 여름에는 잎사귀가 튼튼하게 붙어 있다가, 해가 짧아지고 기온이 떨어지면 잎에서 ‘에틸렌’이라는 식물호르몬이 만들어져요. 에틸렌은 떨켜층의 세포가 여러 분해효소를 만들게 해요. 그러면 분해효소 때문에 떨켜층이 약해지면서, 결국은 약한 바람에도 말라버린 나뭇잎이 떨어지죠.
한편 ‘단풍’은 낙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나뭇잎의 색깔이 노랑, 빨강 등 다채로운 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해요. 잎에는 녹색의 엽록소 말고도 다양한 색소가 있어요. 안토시아닌은 붉은색을,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카로틴은 밝은 주황색을, 크산토필은 노란색을 띠지요. 이들 색소는 평소에는 엽록소에 가려 눈에 띄지 않다가 엽록소가 파괴되면 드러나 단풍의 색을 만들어요. 나무에 따라 색소의 종류가 달라서 다채로운 색의 단풍이 들게 된답니다.
<;통합과학 넓히기>; 지구가 보라색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광합성을 하는 색소인 엽록소는 왜 초록색일까요? 그 이유는 엽록소가 햇빛에서 오는 다양한 파장의 빛 중 파란빛과 빨간빛을 흡수하고 초록빛을 반사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태양이 내뿜는 가시광선 스펙트럼 중에서 초록빛을 흡수하면 식물이 가장 많은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왜 식물은 초록빛을 흡수하지 않고 반사할까요?
답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어요. 생물학자들은 우리가 강한 햇볕 아래서 화상을 입는 것처럼, ‘태양의 강한 초록빛을 흡수하면 식물이 오히려 해를 입을 것이다’라고 추측했죠. 그런데 최근 고생물학자들이 새로운 의견을 내놓았어요. 처음으로 광합성을 한 생물이 초록색이 아닌 보라색 색소로 광합성을 해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이를 ‘보라색 지구 가설’이라 불러요.
보라색 지구 가설은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미생물학과 면역학부의 실라디티야 다사르마 교수가 처음 주장했어요. 그는 지구의 생성 초기에 번성한 고세균*의 일종인 ‘호염성 고세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호염성 고세균은 바닷물보다 10배나 짠물에서 살며, 세포막에 ‘레티날’이라는 색소를 가지고 있어요. 레티날은 초록빛을 흡수하여 보라색으로 보이게 만들죠.
실라디티야 다사르마 교수는 지구가 만들어진 초기, 레티날 색소로 광합성을 하는 고세균이 진화했을 것이라 상상했어요. 최초로 광합성을 한 생물인 보라색 고세균이 초록빛을 다 흡수해 버릴 테니, 이후에 진화한 광합성 세균은 초록빛 대신 남은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색소를 만들어야 했어요. 이것이 초록빛을 흡수하지 않는 엽록소예요. 이후 지구의 환경이 바뀌어 보라색 고세균이 줄어들면서 초록색 엽록소를 가진 생물들이 전 지구로 퍼지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물론 보라색 지구 가설은 증거가 없어서 아직은 추측에 머무르고 있어요. 하지만 보라색 지구 가설은 외계에서 생명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지금까지 우주 생물학자들은 외계행성에서 광합성의 흔적을 찾기 위해, 식물이 반사하는 초록빛이 포함된 500~600nm 사이의 가시광선 파장을 분석했어요. 실라디티야 다사르마 교수는 작년 ‘국제 우주생물학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만약 엽록소 대신 레티날 같은 색소로 광합성이 가능하다면, 외계 생명을 찾기 위해 다른 파장대의 가시광선도 분석해야 할 것”이라 지적했답니다. 어쩌면 태양계 저 너머 외계행성에서는 보라색 식물들이 자라고 있을지도 모르는 거죠!
<;스토리 따라잡기>;
“어, 그러니까 단풍이랑 내가 아픈 거랑은 크게 상관없다 이거지?”
늑대가 뻘쭘한 표정으로 한바탕 강의를 마친 꿀록에게 되물었어요.
“그렇죠! 그러니까 맘 약해지지 말고 이상한 미신에 빠지지 말아요!”
범인을 찾았지만, 꿀록의 마음은 편치 않았어요. 오히려 병실에 누워있는 늑대의 모습을 보니 살짝 애잔한 기분까지 들었지요.
“그런데 늑대 아저씨, 어디가 아프신 거예요?”
“그건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