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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발랄 생각실험실에 초대된 1000명의 친구들~, 환영합니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사고실험에 참가할 겁니다. 자, 실험 방법은 이렇습니다. 먼저 제가 여러분의 눈을 안대로 가릴 거예요. 그리고 여러분이 잠들면 서울이나 독도로 옮길 예정이지요. 잠깐! 여러분은 잠에서 깬 뒤에도 안대를 벗을 수 없어요. 그럼 옮겨진 곳이 어디인지 전혀 모르겠죠? 한 가지 힌트를 드리죠. 전 여러분이 잠든 뒤, 동전을 던졌어요.앞면이 나오면 아무나 한 명을 독도로 옮기고, 뒷면이 나오면 999명을 무작위로 뽑아 서울로 옮길 거예요. 자, 이때 여러분이 서울 또는 옮겨졌다고 생각해 봐요. 독도에 있을 확률은 얼마일까요?

 

 

 

▶이 질문이 왜 중요할까?


실제로 우주물리학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16세기 천문학자였던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지동설을 주장했어요. 이처럼 ‘지구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은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코페르니쿠스의 원리’라고 하죠.코페르니쿠스의 원리는 ‘인류는 특별한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졌어요. 호주 이론 우주물리학자 브랜던 카터는 1973년, 코페르니쿠스 원리에 반대하면서 ‘우리 인간은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인류 원리’를 제안했어요. 


하지만 반대로 1993년,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우주물리학자 리처드 고트 교수는 코페르니쿠스의 원리를 지지하며, 인류가 특별하지 않은 때에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인류의 지속 기간을 계산하기도 했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코페르니쿠스 원리가 옳을까요? 인류 원리가 옳을까요? 

 

 

가설1 여러분이 독도에 있을 확률은 1000분의 1이에요.

 

18세기 스코틀랜드 철학자 존 레슬리 역시 비슷한 질문을 던졌어요. 지독한 건망증이 있는 한 사람이 창문 하나 없는 방에 살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이 사람은 자신이 서울에 살고 있는지 해남에 살고 있는지도 잊어버릴 만큼 건망증이 심하지요. 하지만 서울에는 1000만 명이 살고, 해남에는 10만 명보다 적은 사람이 살고 있단 건 알고 있답니다. 


이때 레슬리는 이 사람이 서울에 살고 있다고 믿는 게 나을 거라고 주장했어요. 서울과 해남의 전체 인구는 약 1010만 명이고, 이중 서울에 사는 사람이 1000만명이니, 서울에 살 확률이 약 1010만 분의 1000만이 되니까요. 해남에 살 확률보다 훨씬 높지요.


이는 엉뚱발랄 생각실험실의 질문에도 적용할 수 있어요. 여러분은 실험에 참가하는 1000명 중 한 사람이에요. 


만약 지난 밤 던진 동전에서 앞면이 나왔다면 1명은 독도로 옮겨지고 나머지는 모두 그냥 자기가 사는 곳에 그대로 있겠죠. 뒷면이 나왔다면 999명은 서울로 옮겨지고 나머지 한 명은 그냥 자기 사는 곳에 그대로 있을 테고요. 결국, 이들 1000명 가운데 999명이 서로 옮겨지거나 단 한 명만 독도로 옮겨집니다. 그럼 내가 독도에 있을 확률은 1/1000, 서울에 있을 확률은 999/1000겠죠.

 

 

가설2 여러분이 독도에 있을 확률은 1/2이에요.

 

2002년, 스웨덴 현대 철학자 닉 보스트롬은 가설1처럼 생각하는 게 이상하다고 여겼어요. 닉은 먼 미래에 과학자들이 두 우주론 중 어떤 것이 옳은지 탐구하는 모습을 상상했지요. 이때 우주론에 따라 우주에 몇 명의 사람들이 생겨나는지 알아낼 수 있다고 가정했답니다. 


여기서 첫 번째 우주론에 따르면 이 우주에 100명의 사람이 생겨나고, 두 번째 우주론에 따르면 1000억 명의 사람이 생겨난다고 해 봐요. 가설1에 따르면 두 번째 우주론이 옳을 거예요. 두 경우의 수를 더한 1000억 100명 중 나는 1000억 명에 속할 확률이 훨씬 높으니까요. 이 확률은 1000억 100명 분의 1000억이므로, 거의 1에 가깝지요. 그러면 두 번째 우주론이 거의 100%로 옳다고 생각해야 해요. 닉은 이런 논리라면 과학자들이 더이상 우주론을 연구할 필요가 없다며, 이 논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한편에서는 알고 있는 정보가 없을 때 두 곳에 갈 확률은 똑같다고 주장하기도 해요. 다시 엉뚱발랄 생각실험으로 돌아가 봐요. 여러분이 서울에 있을지, 독도에 있을지 동전을 던져 결정해요. 결국 동전의 앞면이 나와서 여러분이 독도에 갈 확률이 1/2, 동전의 뒷면이 나와서 여러분이 서울에 갈 확률이 1/2이죠.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나올 가능성이 똑같다는 사실은 아무도 바꿀 수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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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0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명석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 기타

    신수빈 기자 기자
  • 기타

    고고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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