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은 폭탄이 떨어지고 총소리가 오가는 전쟁터를 피해 전세계로 뿔뿔이 흩어졌어. 전쟁터라니 얼마나 끔찍했을까? 그런데 게임으로 이런 충격을 치료할 수 있대!
테트리스 게임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한다?
2016년 독일 심리치료사 협회는 독일에 온 난민의 40~5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린다고 발표했어요. PTSD는 전쟁과 사고 같은 무서운 사건을 겪은 뒤, 몸과 마음이 지나치게 긴장하는 증후군이에요. 심하면 수면 장애에 시달리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죠. 제때 치료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지만, 난민은 그럴 여유도 없는 경우가 많아요.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임상신경과학과 에밀리 홈즈 교수는 2015년부터 난민과 함께 테트리스를 이용하는 PTSD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끔찍한 시각적 기억이 불현듯 떠올라 마치 현장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생생한 공포가 느껴지는 증상을 낫게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지요.
공포스러운 사건은 평균 6시간이 지나면 뇌에 새겨져 오랫동안 남는 단단한 기억이 돼요. 이 단단한 기억은 잠깐 말랑해질 때가 있는데, 바로 회상할 때예요. 기억이 불현듯 떠오를 때뿐만 아니라 사고와 관련한 사진을 보여줘 일부러 기억을 떠올리게 할 때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요. 따라서 이때 치료를 하면 공포 기억을 덜 생생하게 만들 수 있지요.
치료의 원리는 무엇일까요? 뇌는 회상하는 동안 ‘작업기억’을 사용해요. 작업기억은 일상 생활에 필요한 기억을 짧게 저장하는 곳이에요. 인간이 작업기억에 잠시 저장할 수 있는 정보는 평균 7가지라고 알려져 있어요.
만약 난민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공포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면 작업기억은 모두 기억을 다시 단단히 저장하는 데만 사용돼요. 반면 공포스러운 기억을 떠올림과 동시에 테트리스를 하면 작업기억 중 일부가 테트리스에 사용되지요. 즉, 테트리스를 하면 원래처럼 기억이 뇌에 생생하게 새겨지는 것을 방해할 수 있어요.
실제로 홈즈 교수는 2009년부터 여러 환자를 대상으로 테트리스 치료법을 연구해 효과를 봤어요. 2015년 연구에서는 교통사고 생존자가 사고 발생 6시간 이내에 테트리스 치료를 받으면 사건 현장을 불현듯 떠올리는 횟수가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했지요. 홈즈 교수는 “테트리스는 PTSD의 손쉬운 예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