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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아르마딜로가 눈 앞을 총총!

 

열대우림과 다양한 생물, 원주민이 사는 미지의 세계, 아마존. 아마존 탐험은 내가 죽기 전에 해 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에 있었지만, 언제쯤 갈 수 있을지 모를 그저 꿈만 같은 일이었다. 그러다 문득 아마존에 가기로 마음먹은 것은 외국인 친구가 툭 내뱉은 한 마디 때문이었다.

 

“왜 못 가는데? 거기도 연구기관 있을걸?”

 

 

 

모험을 찾아서!


당장 아마존 현지에 있는 모든 연구기관에 참여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기관들이 연구 인턴을 구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그동안의 연구 프로젝트와 아마존에서의 생활에 대해 자세히 답변해 준 곳으로 마음을 정했다.

 

2017년 크리스마스,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다. 아마존 도시 페루의 푸에르토말도나도까지의 비행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인천공항을 떠난 비행기는 LA, 멕시코시티, 리마, 쿠스코를 거쳐서야 푸에르토말도나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푸에르토말도나도 공항까지 꼬박 하루 반나절이 걸렸다.


하지만 아직도 끝이 아니었다. 도시에서 정글까지는 도 로와 자연 그대로의 산길, 그리고 강을 따라 뱃길로 굽이굽이 들어가야 했다. 서울에서 아마존까지의 여정은 그저 가혹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마침내 탐보파타강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그 가혹함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듯한 감격이 들
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산맥 ‘안데스’에서 흘러나와 아마존강으로 이어지는 갈색의 강 ‘탐보파타강’과 그 주위로 펼쳐지는 울창한 나무들,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자연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 드디어 실감 났다.

 

 

얼굴만 한 타란튤라부터 투명한 개구리까지!


내가 한 일은 양서파충류 종이 얼마나 서식하는지 조사하는 일이었다. 양서파충류 조사 외에도, 여
력이 되는대로 다른 조사에 종종 참여했다. 그렇게 6주간 머무르며 관찰한 동물은 척추동물만 해도 106종 273마리에 이르렀고, 발자국이나 소리, 흔적, 무인카메라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관찰한 동물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많다.


무엇보다 아마존을 주름 잡고 있던 건 벌레(무척추동물)들이었다. 이들은 아마존 어디에서나 쉽게 마주칠 수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거대한 크기와 다채로운 무늬가 무척 신비로웠다. 엄지손가락만 한 벌과 개미, 손바닥만 한 메뚜기와 바퀴벌레, 그리고 어린이의 얼굴 크기만 한 거대거미 타란튤라와 전갈부치는 내 눈을 의심케 했다. 또한 형형색색의 나비들과 어릿광대를 연상시키는 거미와 노린재들을 보면 마치 누군가 색칠을 한 것 같았다.

 

나의 주 분류군이었던 양서류와 파충류도 독특한 생김새와 무시무시함에 있어서는 빠지지 않는다. 투명한 나무개구리, 염소 울음소리를 내는 맹꽁이과 개구리, 내 얼굴 크기만 한 수수두꺼비 등(양서류)을 비롯해, 위장색과 함께 치명적인 독까지 가진 부시마스터, 2~3m에 육박하는 노란꼬리크리보뱀 등(파충류) 단 한 종도 신기하지 않은 종이 없었다. 아! 어둠이 내려앉은 강의 포식자 카이만악어도 빼놓아선 안 되겠다.

 

 

 

한편, 포유류 동물들은 그 예민함과 민첩성 때문에 가장 만나기 힘들었다. 가장 큰 행운은 조류조사에 참여했을 때 숲 속의 작업 공간 바로 옆을 뛰어다니는 아르마딜로 가족을 만난 것이다. 야행성이어서 낮에는 절대 볼 수 없다던데 우리 때문에 땅굴 속까지 시끄러웠던 것일까? 아침에 이를 닦다 현생종 중 가장 큰 설치류인 카피바라가 눈 앞을 뛰어가는 광경을 본 것도 즐거운 기억이다.


사실, 포유류 동물들과의 만남은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밤중 야간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우리를 보고 놀란 타피르(작은 코끼리 형태의 초식동물)에게 밟힐 뻔한 적도 있고, 야밤에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 멧돼지의 먼 친척인 페커리 무리의 발소리를 듣고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아마존은 동물들에게 지상낙원 그 자체였다. 지구의 허파이자, 생물다양성의 심장인 아마존은 미지의 생명체와 그 안의 비밀을 간직한 채 이제껏 존재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 개발과 관광객들 때문에 자연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 지구상에서 단 한 곳, 이곳만이라도 그들만의 천국으로 남겨두면 안 되는 것일까?

글 및 사진 : 전종윤(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행동 및 집단 생태학 실험실 연구원)

어린이과학동아 2018년 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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