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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매미의 새벽 대합창

동물행동학자가 들려주는 동물은 왜?


 
‘매미’ 하면 사람들은 ‘맴맴~’ 하고 흉내내요. 그런데 이렇게 노래하는 매미는 우리나라에 사는 여러 매미들 중 참매미뿐이에요. 그만큼 참매미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매미지요.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큰 소리로 노래하는 매미는 여름을 대표하는 노래 곤충이에요. 대부분의 노래곤충들이 *시각 포식자를 피해 어두울 때 노래하는데 비해, 매미는 낮에 보란 듯이 노래를 합니다. 매미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낮에 대담하게 노래하는 걸까요?

*시각 포식자
: 시력을 이용해 먹이를 잡아먹는 포식자.

곤충 중 가장 큰 소리를 내는 매미, 그 비결은?

매미는 곤충 중에서 가장 큰 소리를 만들 수 있어요. 이는 소리를 만들고 증폭시킬 수 있는 독특한 구조 덕분이지요.

동물이 소리를 만들려면 진동을 만들고, 이 진동을 증폭시켜 밖으로 내보내야 해요. 매미는 진동막을 이용해 진동을 만들어요. 매미를 옆으로 놓고 날개 밑부분에서 배쪽을 보면 하얀 진동막을 볼 수 있어요. 진동막에 붙어 있는 근육을 힘껏 잡아당기면 진동막이 몸 안쪽으로 딸깍하며 휘어져 오목한 모양으로 바뀌면서 진동이 발생하지요. 잡아당긴 근육을 풀어 주면 다시 진동막이 원상태로 돌아가며 또 진동해요.

진동막에서 만들어진 진동은 배 내부의 울림통에서 크게 증폭돼요. 죽은 매미 수컷의 배를 갈라보면 내부 공간이 텅 비어 있는데, 이것이 울림통이에요. 매미는 중대형 곤충이어서 울림통도 크고, 진동을 크게 증폭해 큰 소리를 만들 수 있지요.

그 다음은 매미가 소리를 만드는 과정 중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매미는 울림통에서 증폭된 소리를 고막을 통해 내보내요. 보통 소리를 만드는 발성기관과 소리를 듣는 청음기관은 서로 떨어져 있어요. 그런데 매미의 고막은 청음기관인 동시에 발성기관의 일부예요. 매미는 노래를 할 때 배를 들어올리는데, 배 밑 부분에 있는 고막을 밖으로 드러내 소리가 잘 퍼지게 하기 위해서랍니다.

매미의 고막은 발성기관의 일부이기 때문에 노래할 때는 잘 들을 수 없어요. 프랑스의 곤충학자 파브르는 이런 사실을 몰랐지만, 경험적으로 매미가 귀머거리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매미 뒤에서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쳐도, 매미는 계속 노래를 불렀거든요. 파브르는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매미가 합창할 때, 마을 축제에 사용하는 대포를 발사해 보기도 했어요. 우레와 같은 소리가 터졌지만, 매미는 미동도 없이 계속 노래를 했어요.

파브르의 실험은 매미가 노래할 때 청력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지만, 매미는 사실 귀머거리는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로, 매미의 고막에는 다른 어떤 곤충보다 많은 청각신경이 발달돼 있어서 노래를 하지 않을 땐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답니다.

종에 따라 나무에서 노래하는 위치가 다르다

참매미는 매미 채집을 하면 가장 흔하게 잡히는 종이에요. 참매미가 잘 잡히는 이유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노래하기 때문이에요. 다른 매미들은 사람의 키가 닿지 않는 높은 나무 위에서 노래를 하는데, 참매미는 유독 낮은 위치에서 노래를 하거든요.

매미를 잘 관찰해 보면 종에 따라 나무에서 노래하는 위치가 달라요. 말매미는 나무의 거의 꼭대기 부분에서 노래하고, 쓰름매미와 유지매미는 나무의 중간 부분에서 노래하지요. 만약 저보고 노래하는 장소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말매미처럼 나무 꼭대기에서 노래할 거예요. 그래야 지면에 붙어사는 동물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어린이들에게 채집당하지 않겠죠.

게다가 말매미의 위치는 음향학적으로도 탁월한 선택이에요. 나무에서 높이 올라갈수록 소리가 나뭇가지나 나뭇잎에 흩어지지 않고 멀리까지 전파될 수 있거든요.

매미의 노래하는 위치가 다른 것은 매미 종간의 경쟁 결과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가장 경쟁력이 우수한 종이 가장 노래하기 좋은 장소를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우세한 종이 그 다음으로 좋은 장소를 차지하는 거지요.

또는 원래 선호하는 위치가 달랐을 수도 있어요. 아열대 지역에서 진화했다고 추정되는 말매미는 노래할 때 높은 온도가 필요해요. 반면 우리나라보다 더 고위도 지역에서 기원했다고 추정되는 참매미는 노래할 때 낮은 온도를 선호하지요. 그래서 말매미는 직사광선이 내리 쬐는 나무의 윗부분에서, 참매미는 그늘진 나무의 밑동 근처에서 노래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설명할 수 있지요.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면 참매미는 한 장소에 지긋이 앉아 오랫동안 노래하지는 않아요. “맴~ 맴~ 맴 매에에에 ~~~엠” 하고는 휙 날아가 버리지요. 왜 그럴까요?

나무 아래에서 노래하는 참매미는 다른 동물들의 위협에 쉽게 노출이 돼요. 이뿐만 아니라 여름철에는 나무의 밑동 근처에 개미들이 끊임없이 오가는데, 개미들이 지나가면서 매미를 건드리고 갈때도 많아요. 그래서 참매미는 자주 노래하는 장소를 바꿔 가며 포식자와 귀찮게 구는 개미를 피하는 거랍니다.
 

매미의 합창은 경쟁과 협력의 결과

매미가 시끄러운 이유는 합창을 하기 때문이에요. 노래곤충이나 개구리의 노래를 가리켜 ‘유인노래’ 또는 ‘광고 노래’라고 불러요. 노래를 이용해 암컷을 유인하고, 마치 동네방네 광고를 하듯이 큰 소리로 자주 반복할수록 더 많은 암컷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지요. 수컷 매미들 역시 치열한 짝짓기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동시에 죽어라 노래를 하는 거예요. 덕분에 온 동네가 시끄러운 거지요.

그렇다고 매미의 합창을 온전히 경쟁 때문이라고만 볼 수는 없어요. 매미는 낮에도 큰 소리로 노래하기 때문에 쉽게 포식자의 관심을 끌 수 있어요. 만약 혼자 노래하면 포식자에게 아주 손쉬운 표적이 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여러 마리가 동시에 노래를 하면 내가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낮아져요. 많은 수의 매미들이 동시에 노래함으로써 들킬 위험이 줄어드는 거예요. 이것을 ‘희석효과’라고 해요.

실제로 희석효과는 광고노래를 부르는 곤충이나 개구리에게 잘 발달되어 있어요. 또한 소리신호를 이용하는 동물뿐만 아니라, 시각신호를 이용하는 동물들에게도 나타나요. 말레이시아의 맹그로브 나무에 살고 있는 한 반딧불이는 한 나무에 수십 마리씩 모여 동시에 깜빡거리며 짝짓기 신호를 보내요. 멀리서 보면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 같지요. 반딧불이의 짝짓기 역시 서로가 서로의 뒤에 숨어서 포식자를 피하는 희석효과를 이용한 예랍니다.

그럼 매미들의 합창을 잘 들으려면 언제가 가장 좋을까요? 노래곤충은 노래 할 때 선호하는 온도 범위가 있어요. 같은 매미라 하더라도 종에 따라 노래하기 좋은 온도 범위에 차이가 나는데, 가장 대조적인 예가 말매미와 참매미예요. 참매미는 약 27°C 이하에서 합창을 할 확률이 가장 높고, 반대로 말매미는 주변 온도가 27°C 이상 올라가면 합창을 시작해요.

저는 ‘참매미의 새벽 대합창’을 꼭 들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7월말부터 몇 주간, 동이 트기 30분 전 숲이 있는 공원에 나가보세요. 동 틀 무렵 온 동네의 참매미가 갑자기 합창을 시작하는 걸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올 여름, 참매미 새벽 대합창을 놓치지 않고 감상해 보기 바랄게요.

2015년 14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장이권 교수
  • 진행

    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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