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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프로그램 기획자를 뜻하는 말로, 프로듀서(Producer) 또는 프로그램 디렉터(Program Director)의 줄임말이다.
동물들은 싸움을 통해 분쟁을 해결한다?
동물들은 다퉈야 하는 상황에 닥치면 신호를 이용해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려고 해요. 노래와 같은 음성신호나 화려한 색, 행동과 같은 시각 신호, 그리고 냄새를 이용한 화학신호가 주로 사용되지요. 경쟁자들은 이런 신호를 상대방에게 과시하여 우월함을 뽐내는 거랍니다. 동물들이 직접적인 싸움 대신 이렇게 신호를 과시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행동을 ‘의례화 싸움’이라 해요. 이때 동물들이 사용하는 신호는 뚜렷하고 반복적이어서 종종 그 종을 대표하기도 하지요.
대표적인 동물은 맹꽁이에요. ‘맹꽁’, ‘맹꽁’ 울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지요. 그런데 맹꽁이의 노래를 잘 들어보면 ‘맹꽁’ 하고 울지 않아요. 한 번에 ‘맹’ 아니면 ‘꽁’, 1음절의 소리만 내지요.
맹꽁이는 노래로 암컷을 유인하기도 하지만, 근처의 수컷과 영역 경쟁에 사용하기도 해요. 쉽게 말해 말로 싸우는 거죠. 이웃에 있는 수컷 한 놈이 ‘맹’하고 소리치며 영역을 주장하면, 옆에 있는 다른 수컷이 ‘꽁’하고 맞받아쳐요. 두 수컷이 서로 자기 영역을 주장하며 상대방에게 경고하는 거예요. 이 영역다툼을 멀리서 들으면 ‘맹꽁’, ‘맹꽁’ 소리로 들리는 거지요. 둘의 영역다툼은 주로 한 놈이 그 자리를 포기하고 물러나면서 해결돼요.
의례화 싸움은 함께 산책하던 개가 다른 개와 마주쳤을 때, 송곳니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모습에서도 볼 수 있어요. 서로 으르렁거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놈이 꼬리를 내리고, 다른 놈은 계속 으르렁거리며 냄새를 맡고 돌아다니지요. 이 둘은 잠시 으르렁 거리며 의례화 싸움을 했고, 이내 승부가 결정되어 서열이 결정된 거랍니다.
이렇게 영역다툼이 실제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어요. 싸움은 승패를 바로 결정지어 분쟁을 끝낼 수 있지만, 싸우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거든요. 패자는 물론 원하는 것을 얻은 승자도 다칠 수 있어요. 야생에서 상처는 곧 죽음을 의미하고, 상처 입은 승리는 오래가지 못해요. 그래서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싸움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한마디로 동물들은 싸움을 싫어한답니다.
너를 알고 나를 알면, 이길 수 있다
그렇다면 동물들은 어떻게 경쟁자와 경쟁을 할까요? 경쟁은 강도가 낮은 과시에서부터 강도가 높은 신체 싸움까지 모두 포함해요. 경쟁을 하면서 점점 상대방의 싸움능력이나 의지를 알게 되고, 이를 비교하여 경쟁의 승패를 결정짓게 되지요. 동물들의 경쟁 전략은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승패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방법에 따라 크게 세 가지가 있어요.
순차평가는 싸움이 계속될 때마다 싸움의 강도가 커지는 방법이에요. 대표적인 동물은 유럽에 서식하는 붉은사슴이지요. 붉은사슴의 경쟁은 먼저 강도가 약한 소리로 시작해요. 사슴들은 서로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목을 공중으로 치켜들고 으르렁거리며 소리를 질러요. 으르렁 소리의 주파수가 낮을수록 나이도 많고 몸집도 커요. 만약 이 단계에서 두 경쟁자 간에 주파수의 차이가 많이 나면 작은 개체가 싸움을 포기하고 물러나지요.
하지만 두 경쟁자의 주파수가 비슷하면 으르렁 소리를 빠르게 반복하는 단계와 뿔을 서로 맞댄 채로 밀고 당기는 본격적인 힘겨루기 단계로 차례대로 넘어가지요. 힘겨루기에서도 뿔로 상대방을 찌르기보다는 상대방의 힘의 세기를 측정만 해요(오른쪽 사진). 뿔로 싸우다가 간혹 뿔이 부러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우열이 드러나면 다치지 않고 승패가 결정되지요. 이렇게 순차평가는 매 단계마다 상대방의 싸움 능력을 비교적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어요.
반대로 상대방의 싸움 능력을 정확하게 알기 어려울 때는 내 정보만으로 경쟁을 결정해야 하는데, 소모전과 누적평가가 여기에 해당돼요. 잠자리 수컷들이 연못 위에서 벌이는 영역전쟁은 일종의 소모전이에요. 침입자가 주인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이 둘은 서로 쫓고 쫓기며 공중전을 벌이지요. 둘이 직접 몸으로 부딪히진 않지만 체력이 많이 소모돼요. 그래서 체격이 좋은 잠자리가 승리하지요.
누적평가로 경쟁하는 대표적인 동물은 귀뚜라미예요. 귀뚜라미의 공격행동은 더듬이 마주치기로 시작해요. 곤충은 더듬이로 냄새를 맡기 때문에, 더듬이 마주치기로 경쟁자의 종과 성을 구별하지요.
경쟁자를 인식한 뒤에는 경쟁자들이 마주서서 더듬이를 빠르게 휘두르거나 공격 노래를 부르고, 큰 턱을 벌려 상대방을 위협하는 행동도 하지요. 이 단계에서도 승패가 결정 나지 않으면 발차기나 찌르기 같은 조금 더 심각한 신체접촉 단계로 넘어간답니다.
마지막으로 레슬링 단계는 두 마리가 큰 턱을 서로 맞물린 다음 밀고 당기는 본격적인 힘겨루기예요. 가장 강도가 높으며 반드시 승패가 결정나는 공격행동이지요. 결국 승패가 결정되면 패자는 뒤로 돌아서서 도망가요. 다시 승자와 마주치더라도 패자는 절대 맞서지 않지요. 승자는 노래를 부르고 온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승리의 신호를 보내요. 일종의 승리 행동인 셈이죠.
한 번 승자는 영원한 승자!
경쟁에서 한 번 승자가 되면 다음 경쟁에서도 이길 확률이 높아요. 반면 경쟁에서 패하면 다음 경쟁도 패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 현상을 ‘승자-패자 효과’라고 해요.
승자는 경쟁 후에 더욱 자신감이 커져서 다른 경쟁자와 마주치면 더욱 공격적으로 행동해요. 반대로 패자는 의기소침해져서 경쟁을 피하고 쉽게 물러나게 되지요. 귀뚜라미의 경우, 패배한 이후 하루 동안은 아예 다른 귀뚜라미들과 경쟁하는 것을 피하려고 한답니다. 심지어 자기보다 체격이 작은 귀뚜라미와 마주쳐도 공격행동을 하지 않고 피하기만 하지요. 이처럼 승자의 효과보다는 패자의 효과가 훨씬 강력해요. 경쟁에서 졌을 때가 이겼을 때보다 피해가 크기 때문이에요.
승자-패자 효과는 무리 내의 순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해요. 한정된 공간에 처음으로 무리가 만들어지거나 새로운 구성원이 생기면 한바탕 경쟁이 일어나요. 하지만 금세 수직적인 우열 순위가 생기고, 그 이후에는 더 이상 경쟁이 일어나지 않지요. 이후 무리 내의 평화는 아주 오랫동안 유지된답니다. 경쟁을 한 뒤에는 경쟁자와의 승패를 기억해 같은 경쟁자와 다시 싸우는 것을 피하기 때문이에요.
개체의 수가 아주 많은 큰 무리에서는 모든 경쟁자와의 승패를 기억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큰 무리에서는 직선적 우열순위가 나타나지 않고, 경쟁이 자주 일어나지요. 반면 작은 무리에서는 경쟁자와의 승패여부를 기억하기 쉬운 만큼 수직적인 서열순위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