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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왜 일부일처제를 지킬까?

동물행동학자가 들려주는 동물은 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가장 멋있고 우아한 동물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 두루미를 뽑을 거예요. 어른 목까지 올라오는 훤칠한 키에 기다란 목, 그리고 쭉 뻗은 다리를 자랑하는 두루미는 다른 새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자태를 지녔거든요. 두루미는 겨울철 논을 지나다가 보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어요. 여러 마리가 함께 짝지어 다니는데, 대개 부모와 자식들이지요. 두루미도 평생 일부일처제를 이루며 산답니다.

금슬 좋은 두루미 부부


지난 1월 강원도 철원으로 두루미를 보러 갔었어요. 두루미는 러시아 시베리아처럼 위도가 높은 지역에서 번식을 하고, 10월 말쯤 우리나라로 월동하러 오거든요. 대표적인 두루미 월동지인 철원은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추운 곳이에요. 우리가 갔을 때도 온 대지가 눈에 쌓여 있었고, 새벽이면 영하 20℃ 가까이 기온이 내려갔어요.

민간인 통제선을 지나 수확이 끝난 논에서 두루미를 볼 수 있었어요. 두루미 몇 마리가 보이니, 지나가던 차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두루미를 관찰했지요. 어떤 논에는 네 마리, 얼마 떨어진 다른 논에는 세 마리, 또 다른 논에는 두 마리 이렇게 일정한 간격을 두고 몇 마리씩 함께 모여 다니고 있었어요. 어떤 곳은 열댓 마리가 같이 모여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2~4마리였죠.

두루미 무리를 잘 살펴보니 크기는 비슷하지만 색깔이 살짝 달랐어요. 앞에 가는 재두루미 두 마리는 뒷머리가 하얗지만, 뒤에 가는 두 마리는 황토색이었어요(오른쪽 사진). 보통 뒤의 녀석들이 앞의 두 마리를 따라가거나 쫓아 행동했지요. 이들은 두루미 가족으로, 앞의 두 마리는 부모이고 뒤에 따르는 녀석들은 새끼들이었답니다. 새끼들은 우리나라로 이주해온 해에 태어난 것으로 보였어요. 두루미 새끼는 대개 태어난 해에는 부모와 함께 살다가 그 다음 해에 독립하거든요. 이날 만난 녀석들은 아직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를 따라다니고 있었던 거죠.

두루미는 암수가 짝을 맺으면 평생 함께 하기도 해요. 한 연구에 따르면 무려 10년이 넘도록 같은 짝을 유지한 경우도 있지요. 새들 중에는 이렇게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것들이 많아요. 전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9700종 가운데 약 90%가 번식기 때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거든요. 그렇지만 두루미처럼 평생 동안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답니다.
 

새알 부화 성공도 높이려면 수컷이 보살펴야

동물은 종에 따라 일부일처제를 따르기도 하고, 또는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를 따르기도 해요. 그런데 새들은 사람처럼 일부일처제를 따르는 경우가 많지요.

일부일처제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가설은 ‘수컷양육 일부일처제’예요. 자식을 양육할 때 수컷의 기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가설이지요. 다시 말해 수컷이 기여하지 않으면 자식들을 제대로 키우기 어렵다는 얘기예요. 수컷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여러 암컷들과 짝짓기를 하더라도 자식들이 온전히 자라지 못한다면 번식 성공도가 낮은 셈이지요.

새들은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 둥지 안에서 상당한 시간 동안 알을 품고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3월 초에 알을 낳는 까치는 밤에는 영하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에서도 20~22일 동안 알을 품고 있어요. 암컷이 알을 품고 있는 동안 수컷은 암컷에게 먹이를 물어다 나르죠. 만약 수컷이 둥지에 먹이를 자주 가져다 준다면 암컷은 둥지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을 거예요. 그러면 따뜻한 온도에서 알을 지속적으로 품어서 부화 성공도도 높아지고 건강한 새끼가 태어나겠지요.

반대로 수컷이 먹이를 갖다 주지 않는다면 암컷은 먹이를 구하러 둥지를 들락날락할 거예요. 그러면 알이 일정하게 높은 온도로 유지되지 않으니 부화 성공도가 떨어지겠지요. 결국 수컷은 양육에 참여함으로써 건강한 자손을 많이 기대할 수 있답니다.

수컷에게 일부일처제 강요하는 암컷 송장벌레
 

최근에는 암컷의 노력으로 일부일처제가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그 주인공은 새와 쥐처럼 작은 척추동물의 사체를 땅에 묻어 유충의 먹이로 삼는 송장벌레예요.

미국송장벌레는 더듬이가 잘 발달돼 있어서 죽은 동물의 냄새를 멀리서도 맡고 찾아가요. 사체에 도달했을 때, 다른 경쟁자가 있으면 암컷은 암컷끼리, 수컷은 수컷끼리 서로 싸우지요. 그리고 마지막에 암컷과 수컷이 짝짓기를 해요.

송장벌레 암수가 사체를 확보하면 경쟁자를 피하기 위해 우선 땅속에 묻어요. 그런 다음 사체에서 털을 제거하지요. 하지만 송장벌레가 주로 활동하는 더운 여름에는 사체가 급속하게 부패해 알에서 깨어난 유충이 먹을 것이 없어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부모 송장벌레는 털을 벗긴 사체에 곰팡이의 활동을 억제하는 항균물질을 정성스럽게 바른답니다. 사체를 묻어 항균처리를 하는 데까지 8시간 정도 걸려요.

부모 송장벌레는 새끼가 알에서 깨어난 뒤에도 계속 양육해요. 새끼들은 배가 고프면 부모의 큰턱을 두들겨요. 그러면 송장벌레 부모는 사체를 먹어 소화시킨 다음, 이걸 다시 토해내 새끼들에게 먹이지요. 이런 방식으로 새끼들에게 영양분뿐만 아니라 항균물질도 전달한답니다.

송장벌레 수컷은 짝짓기 후에 다른 마음을 먹을 수도 있어요. 수컷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짝 이외에 새로운 암컷을 유인해 짝짓기를 하면 더 많은 자손을 낳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암컷과 짝짓기를 한 후에 수컷은 다시 페로몬을 발산하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새로운 암컷이 오면 수컷의 양육행동은 분산되고, 양쪽 암컷들의 자손끼리 경쟁을 하게 돼요. 그러므로 수컷이 새로운 암컷을 유인하는 것은 암컷에게 결코 유익한 일이 아니지요. 그래서 수컷이 페로몬을 발산하면 암컷은 수컷에게 다가가 물어뜯고 내동댕이쳐요. 수컷이 다른 암컷을 찾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지요. 이처럼 송장벌레 암컷은 수컷이 짝을 찾지 못하게 적극적으로 방해함으로써 일부일처제를 유지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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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장이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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